"김간."
"응?"
"찬열이 이제, 끝."
?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뭔소리야."
"우리 종인이가 해냈지."
"뭘?"
"오늘 종인이랑 너네 후배랑 영화보러 간다."
참나, 영화? 내가 가소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변백현을 슬쩍 올려다봤어. 그리고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지.
"이미 찬열이랑 초롱이랑 홀짝,"
"홀짝?"
"일층, 로비. 커피 홀짝홀짝."
"둘이?"
"단 둘이."
내 말에 백현이가 입을 쩍 벌렸어.
"그리고 초롱이 원래 영화 좋아해."
"응?"
"종인이가 좋아서 영화보러 가는 게 아니라 정말로 영화가 좋아서 보러가는 걸껄."
초롱이 원래 영화 좋아했지, 암. 고개를 까닥이자 백현이 얼굴이 더 사색이 되었어. 아까 출근할 때 보니까 초롱이가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찬열이랑 잠깐 커피를 마시는 건지 카페에 있더라고. 병원로비에 있는 카페는 다 뚫려있어서 안에 누가 있는지 엄청 잘보이거든. 초롱이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테이블에 엎어져서 거의 울다시피 웃고 있었고 찬열이는 그 앞에서 흐뭇한 아빠미소로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바빠서 구경도 못하고 올라오긴 했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지.
"김종인 강적이네.."
"박찬열 이거 안되겠는데.."
"우리 찬열이가 왜?"
"우리 찬열이? 우리?"
"꼬투리 잡지 말고, 가. 일이 산더미야."
"마음에 안들어."
스테이션에 퍽 엎드린 백현이가 맘에 안든다며 입을 삐죽였어. 나는 살짝 절뚝이는 다리를 끌고 의자를 끌어다 앉았어. 아무래도 오래 안걸었더니 조금만 서있어도 다리가 피로해지는 기분이야.
"아주 평생 눕혀놓을 판이세요, 변백현쌤."
"붕대 풀어주지 말걸."
"왜, 아예 수술도 시켜주지 말걸. 그러지?"
"다리 안 아파? 진짜 무리하면 안되는거야. 정말이야."
"안 아파, 가. 응? 일 없어?"
사실 오래 안걸었더니 무릎이 시큰하고 누워서 먹고 자기만 했더니 살이 쪘는지 몸도 더 무거워진 것 같았어. 어제부로 환자신세를 벗고 다시 출근하는 나를 백현이는 매우 아니꼽게 보았지만 나는 꿋꿋하게 출근을 했어. 사실 그저께부터 퇴원을 해도 되는 건데 백현이는 제 맘대로 내 퇴원일자를 늦췄고 그걸 알아챈 내가 얼른 퇴원수속 밟게 해달라며 난리를 쳐댔지. 퇴원은 집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자들이나 퇴원시켜주는 거라며, 너는 퇴원하자마자 일해야 하지 않냐며 난리를 치던 백현이도 내가 등돌려서 눈물을 훔치자마자 알겠다며 바로 퇴원수속을 밟았어.
그렇게 어제밤에 같이 집으로 들어간 백현이는 오랜만에 같이 잔다며 내 한쪽 팔에 들러붙어서 놔주질 않았고 잠을 잘 때 부대끼며 자지 못하는 나는 팔을 계속 털어냈었어. 두 눈꼬리를 추욱 내리며 슬그머니 올라오는 손에 알았다고 손을 쳐낸 후 못이기는 척 백현이 품에서 잠들긴 했지만, 그 때문인지 더 몸이 찌뿌둥한 것 같기도 하고. 결론은 이게 다 변백현 탓이야.
"김가안-,"
"어, 김종대?"
변백현이랑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면서 그렇게 투닥이고 있는데 복도 코너를 돌아 김종대가 나타났어. 오늘도 양손에는 먹을 게 한가득이야. 나 퇴원했는데,
"나 어제 퇴원했는데? 야, 변백현. 말 안했어?"
내 말에 변백현이 말 했는데? 하고 스윽 웃어.
"볼 일 있어서 들른 김에 온거야."
"니가 여기에 볼 일이 뭐가 있어? 너네 병원 냅두고."
"이거, 병원 사람들이랑 같이 먹어."
그러면서 큰 봉지 두개를 턱 올려놓은 김종대는 바로 등을 돌렸어.
"뭐야, 가?"
"응. 왜?"
"진짜 이거 주려고 온거야?"
"볼 일 있어서 왔다니까,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뭐야 진짜..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자 변백현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아.
"넌 왜 웃어?"
"볼 일이 있어서 왔나보지. 겸사겸사."
"뭐?"
"그 김에 얼굴도 한 번 보고, 눈도장 한 번 찍고."
"뭐라는 거야, 김종대 여자 생겼어?"
내 말에 변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차트를 챙겨 떠나버렸어. 김종대도 가본다며 손을 흔들더니 사라지고, 나만 고개를 갸웃하면서 뭐지, 했어. 그도 잠깐, 바로 모니터로 눈을 돌려 타자를 치기 시작했지. 정갈한 백현이 글씨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곧 타자기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아무래도 붕대를 감아놓은 다리가 신경쓰이기도 하고..움직이기도 힘들고. 자연스레 인상이 찌푸려졌어. 이게 다 변백현이 둘둘 붕대를 감아놓은 탓이야.
간단한 트레이와 차트를 챙겨서 병실로 향했어. 아침이라 그런지 대부분이 잠에 빠져있었고 나는 간단한 체크만 한 후 병실을 순식간에 돌았어. 그리고 마지막인 찬열이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지. 다행히 내가 퇴원하자마자 다른 환자가 들어와서 찬열이는 혼자가 아니었어.
"찬열이, 자?"
찬열이 침대의 커튼을 젖히자 등을 보이고 누워있는 모습에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어.
"누나아.."
"으응, 안잤네. 밤 사이에 아픈 곳 없었고?"
"..누나도 변쌤이랑 똑같은 말 하네요,"
"그래, 없었으면 더 자. 아직도 잠에 덜 깨서는."
목소리가 잠에 취해 있는 것 같아서 내려가있는 이불을 끌어다 올려 덮어주는데 찬열이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
"찬열아?"
뭔가 이상해서 찬열이 어깨를 살짝 잡았더니 힘없이 몸이 돌려져.
"찬열아 어디 아파?"
"누나아..나, 배.."
"응? 배가 아파?"
"어제 밤부터.."
"밤부터 아팠어? 어디봐, 똑바로 누워봐."
바로 주머니에서 체온계를 꺼내서 쟀더니 미열도 조금 있는 것 같고, 그것 보다는 배가 많이 아픈 건지 두 손으로 아랫배를 쥐어잡고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어. 서둘러 기록이 적힌 차트를 훑는데 밤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기록되어있고.
"손 떼봐, 아랫배가 아파? 제대로 눕지도 못하겠어?"
찬열이가 엄살이 심한 애도 아닌데, 감기에 걸린 건가 싶어도 열이 그리 높지 않아서 혼란스러워졌어. 아랫배를 눌러봐도 단단하게 뭉친 것도 아닌데..그것보다는 찬열이가 너무 괴로워해서 바로 차트를 들고 스테이션으로 뛰어갔어. 찬열이 담당의사가, 의사가..아, 백현이.
바로 전화기를 들고 백현이를 연결했어.
"쌤, 병동인데요. 박찬열 환자 복통 호소하는데 올라와주시겠어요?"
-박찬열 환자요?
"네, 밤사이에는 이상 없었고 아침에 갑자기 통증 호소하는 것 같은데 충수염도 의심되구.."
-바로 올라갈게요.
백현이는 깔끔했어. 살짝 당황한 나와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어. 아무래도 나는 그냥 일반환자가 아닌 내가 조금이라도 알고지냈던 환자라 그런지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았거든. 전화기를 내려놓고 바로 찬열이가 있는 병실로 뛰어갔어.
찬열이는 아직도 배를 부여잡고 땀까지 뻘뻘 흘리고 있었어.
"찬열아, 백현이 온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로 백현이가 뛰어들어왔고 바로 청진기를 귀에 꽂았어.
"어느 쪽이 아파? 언제부터였어?"
내가 찬열이 병원복 단추를 풀었고 백현이는 바로 청진기를 가져다대고 미간을 살짝 구긴 채로 소리를 들었어.
"처음엔 감긴 줄 알았는데, 너무 아파해서.."
내 말에 백현이가 고개를 살짝 젓더니 바로 찬열이 팔에서 수액줄을 뽑았어.
"시티실 콜해서 지금 간다고해."
"충수염이야?"
"그런 것 같아. 수술방 빈 곳 있는지 확인하고."
끙끙거리는 찬열이에게 이불을 덮어준 백현이는 바로 베드를 끌어서 병실을 나갔어. 같이 쫓아나가면서 엘레베이터 앞에 베드를 옮겨놓고 나는 스테이션으로 들어가서 바로 시티실에 콜했고 그대로 뛰어나와서 같이 엘레베이터를 탔어. 찬열이는 원체 아픈걸 잘 참는 성격이라 그런지 소리한번 안내고 입술만 꼬옥 깨물고 있었어.
"아프면 벨을 눌러야지, 왜 참고 있어. 미련하게."
이제 내 말에 대답도 못할 만큼 아픈건지 찬열이는 입술만 달싹였어. 괜히 안쓰러운 마음에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겨주곤 5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시티실로 뛰다시피 갔어.
바로 시티실에 집어넣고 백현이가 촬영실로 같이 들어갔어. 나는 대기의자에 앉아서 손톱만 물어뜯었어.
곧 이어 백현이가 다시 찬열이 침대를 끌고 나왔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백현이를 쳐다봤어.
"수술방 잡아야해?"
"응, 내가 잡았어. 가서 일 봐, 찬열이 바로 수술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백현이가 찬열이가 누워있는 침대를 끌고 다시 엘레베이터로 갔고, 나는 백현이를 태워 보내고 다시 병동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누나아.."
"응? 나?"
찬열이가 끙끙거리면서 나를 불렀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 손을 달싹거리는 걸 보니 손을 잡아달라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타. 같이 가줘."
타라는 백현이 말에 나도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고 일층으로 내려갔어. 찬열이는 양 손을 밖으로 내어서 한손은 백현이를 잡고 한손은 나를 잡았어.
게다가 자기 침대를 끌고있는 우리를 배려한 건지, 양 손으로 옷깃을 하나씩 붙잡고 있는 게 얼마나 어이없게 웃기던지..
"찬열이 너, 아파서 봐준다."
그렇게 말한 백현이가 찬열이 손을 끌어다가 내 손과 맞잡게 해주었어. 백현이는 두 손으로 침대를 밀어야해서 찬열이를 잡아 줄 수 없었거든.
그렇게 땀이 흥건한 찬열이 손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침대를 밀어서 수술실 앞까지 갔어. 찬열이는 응급이라 바로 수술실로 들어가야해서 따로 대기실에 있을 시간이 없었어.
"쌔앰..누나아..나, 혼자.."
나랑 백현이가 같이 들어가서 다른 간호사들한테 침대를 넘기자마자 찬열이가 애처롭게 내 손을 잡는거야. 나는 또 갑자기 마음 약해져서 가슴이 아파오려했어. 백현이는 들어갈텐데 나는 들어갈 수가 없거든.
"이따 회복실로 갈게, 수술은 백현이도 들어갈거니까 너무 걱정말고.."
"무서워?"
구구절절 찬열이 손을 붙잡고 울상을 짓는 나와는 달리 백현이는 한번 슬쩍 웃으면서 찬열이에게 무섭냐고 물었어. 찬열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어.
"마취 할 때까지 손 잡아줘?"
그 말에 또 찬열이가 고개를 끄덕였어. 아무래도 보호자 없는 상태에서 전화로 동의만 구하고 바로 들어가는 수술이다보니 많이 긴장을 했나봐. 원래 수술 전에 다들 대기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들어가는데 찬열이는 그럴 시간도 없이 바로 들어가버리는 거니까, 게다가 몸이 아프니까 더 큰 수술처럼 느껴지고 그랬던거지. 백현이는 가운을 벗어서 내게 건네면서 찬열이에게 말했어.
"소독하고 바로 들어갈게."
그리곤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마취시키지 말라고 이야기 한 백현이는 멸균실로 들어갔어. 새벽부터 응급수술이 있었던 탓에 백현이는 수술복을 입고 있었고 찬열이가 수술실에 들어가서 수술 준비를 하는 사이 소독을 마칠 수 있을거야. 나는 들어갈 수 없어서 찬열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무거운 마음을 안은 채 수술실을 나왔어.
ㅡ
나는 병동으로 올라와서 밀려있는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였어. 그 사이 시큰거리는 무릎도 몇 번 짚고, 피곤해서 말라가는 눈에 인공누액도 몇번 넣었어. 그렇게 일을 하다가 시계를 보니 찬열이가 나올 시간이 된 것 같아 바로 모니터로 조회를 했지. 아니나 다를까, 회복중이라는 문구에 대충 일을 마무리 짓고 스테이션에서 나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어.
회복실로 들어갔더니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찬열이가 보였고 내가 얼굴을 확인했을 때는 눈을 살짝 뜬 상태였어. 아직 정신은 몽롱해서 돌아오지 않았는지 눈만 꿈뻑거리고 있었어.
"깼어?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
찬열이가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였어. 추울까 싶어 이불도 끝까지 올려 덮어주고 있는데 수술을 끝내고 나온 백현이가 보였어. 수술복만 입은 모습을 보니 가운이라도 들고올걸, 하고 후회를 했어.
"박찬열 가슴도 열고, 배도 열고. 네 몸은 너보다 내가 더 잘 알거다."
백현이가 마스크를 내리면서 찬열이 머리를 손으로 휘적였어. 급하게 잡힌 수술 탓인지 백현이 눈에도 피로가 가득했어.
"올라가자, 찬열이 이제 자면 안돼."
자면 안된다는 말에도 찬열이는 졸음이 쏟아지는지 눈을 슬며시 감았어. 병실에 들어가서 깨우자 싶어 백현이나 나나 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오늘은 칼퇴하라네."
"어, 진짜?"
"응. 너 끝나면 같이 가."
그렇게 슬며시 웃는 백현이랑 같이 찬열이를 병실로 올리고 백현이가 찬열이를 흔들어 깨우는데,
"야아 박찬!!!"
웬 긴머리의 여자애가 머리를 휘날리면서 병실로 뛰어들어와. 양 손에는 먹을 게 가득이야. 한 손에는 과일 바구니, 한 손에는 음료수..
"뭐야, 얘 심각해요?! 왜 의사쌤이 와있어요!?"
젊은 여대생의 등장에 백현이와 내가 당황해서 입을 쩍 벌렸어. 여동생인가..
"왜 계속 자요? 수술 끝난 거 아니에요? 이러다가 평생 잠드는 거 아니야!?"
백현이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쏘아대는 여자애 덕에 내가 아, 아니요. 하면서 손을 내저었어. 그런 끔찍한 말을. 결국 백현이가 찬열이를 막아서면서 입을 열었어.
"박찬열 환자 보호자 되세요?"
"아니, 보호자는 아니구요. 부모님이 못 오시거든요, 얘. 제가 있어도 되는거죠?"
"있어도 되긴 한데..병원에서는 정숙을.."
"정숙? 아, 네!! 입 다물고 있을게요!"
"그리고, 그거 먹이면 안돼요."
백현이의 손가락이 여자애 양손에 가득 들린 보따리를 가르켰어.
"이거 제가 먹을건데요?"
당돌한 말에 백현이가 퍽 웃었어.
"찬열아, 일어나. 이제 자면 안돼."
백현이가 찬열이를 흔들어 깨웠고 나는 챙겨온 진통제를 바로 넣어주었어. 이걸 넣어도 마취가 아주 풀려버리면 아프겠지만.
"환자분 졸리다고 해도 깨우셔야해요, 세시까지는 금식이니까 물도 드시면 안되구요."
백현이의 말에 여자애는 찬열이의 팔을 비틀어 꼬집었어. 찬열이가 아픈지 끅, 하고 소리도 못지른 채로 허리를 폈어.
내가 당황해서 찬열이를 구해주려 했지만, 백현이가 나를 막아서는 바람에 나도 막혀버렸어. 그렇게 보호자가 생긴 찬열이를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병실에 눕혀놓고 나왔어.
그렇게 백현이랑 나는 다시금 쉴새없이 돌아가는 병원일에 치이다가 기다리던 퇴근시간을 맞이하게 되었지. 나는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일찍 가라는 수쌤의 말에 못이기는 척 퇴근을 했어. 항상 한두시간은 오버되는 퇴근시간에 비하면 정말 일찍 집에 가는거였지.
옷을 갈아입고 로비에서 백현이를 만났어. 붕대가 둘둘 감겨진 발로 걷는 것도 이제 좀 적응이 되었지만 그래도 살짝 절뚝이는 내 발을 본 변백현은 표정이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지.
"걸어갈 수 있어?"
"못 걸으면 업기라도 하게?"
"못 업을 건 뭐야."
"나이를 생각해야죠, 쌤. 대학생도 아니고.."
병원에 입사하고 몇 달간은 과장 조금 보태서 백현이 등에 업혀 퇴근한 날이랑 내 발로 걸어서 퇴근한 날이랑 비슷할 정도였어. 그것도 잠시, 병원에 적응하게 되면서 나는 꽤 씩씩하게 퇴근을 했고 백현이는 뭔가 아쉬운지 가끔 업어줄까?하고 물어왔지만 나는 아는 사람을 만날까 무서워 고개를 내젓곤 했어.
"이제 날씨 감각도 없지."
"뭐가, 춥다고 해서 패딩입었잖아!"
"입으면 뭐해. 이렇게 풀어헤치고 다니는데."
모든게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의 백현이가 허리를 살짝 굽혀서 내가 입고 있던 패딩의 자크를 주욱 올렸어. 목 끝까지 올라오는 자크에 턱이 찝할까 싶어 고개를 얼른 들었더니 정말 백현이는 목 끝까지 자크를 채워버렸어. 자크의 끝부분에 턱이 찔려서 거슬렸어.
"으이.."
"여기서 감기까지 걸리면 너 병실에 가둬버릴거야."
"그럼 난 널 정신과로 보낼거야."
"어디 한 번 해봐?"
아니이, 내가 또 고개를 내저었어. 너를 어떻게 이겨. 그렇게 나는 양쪽 손에 장갑까지 끼고 백현이 손을 부여잡았어. 백현이 장갑이 없어서 내 장갑을 한쪽 내밀었지만 거절당하고 나는 내 손으로 백현이 손을 감싸쥐다시피 잡았어.
날은 백현이 말대로 정말 추웠고 종종걸음으로 우리는 집에 도착했어. 집에 오자마자 불편했던 패딩을 집어던지고 대충 세안을 했어. 머리는 내일 백현이한테 감겨달라고 할 생각이었어.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서 한 쪽 다리만 쏘옥 빼놓고 이불을 덮었어.
"아이구, 착해."
샤워를 마친 백현이가 머리의 물기를 털면서 내 모습을 보고 웃었어. 그대로 수건을 목에 걸친 채로 침대에 걸터앉은 백현이는 병원에서 가지고 온 종이가방을 끌어다 침대 옆에 두고 주섬주섬 내용물을 꺼냈어.
"어디 보자.."
"살살해주세요, 선생님."
"애교야?"
"아닌데."
"소염제부터 맞을까, 소독부터 할까?"
백현이 말에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깊은 고민에 빠졌어. 아픈 걸 먼저하는 게 아무래도 낫나..? 고민하던 나를 보더니 백현이가 혼자 픽 웃고 주사를 꺼내들어. 내 팔목을 잡는 백현이의 손길에 내가 살짝 뒤로 뺐어.
"그거 먼저 한다고 안했는데.."
"이리와봐, 살살할게."
"진짜지."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응. 많이."
"언제 했는데?"
팔을 소독솜으로 문지르며 하는 백현이 말에 난 또다시 고민에 빠졌어. 그 사이 백현이는 빠른 속도로 캡을 뜯더니 팔을 살짝 쥐고 바늘을 찔러넣었어. 얘는 이제 기술이 생겼나봐..아릿하게 들어오는 약물에 내가 입꼬리를 내리며 울상을 지었어. 나 아파.
"됐다, 됐다..다 됐다, 끝."
백현이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천천히 주사를 빼고 내 팔을 꾸욱 눌렀어. 아파서 문지르고 싶었지만 멍들면 안된다는 백현이의 단호한 말에 우는 소리만 냈지.
그리고 내 다리로 다시 내려간 백현이는 붕대를 빠르게 풀어냈어.
"이거.."
붕대가 풀어짐과 동시에 해방감을 맛보고 있는데, 백현이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와.
"진짜 병실에 가둬야되나.."
눈치를 슬금 보면서 몸을 살짝 일으켰어. 표정이 굳은 백현이와 눈이 마주쳤어. 붕대에는 옅은 핏자국이 묻어있었고, 나는..망했다.
암호닉 |
×암호닉× 고고싱 미니 낯선이 쿠키 크림치즈 지블리 행성 변골반 1118 키위 츄파츕스 다우니 늑대와민용 딸둥이 소희 정호 엘르 멜랑꼴리 백구 냐냐냐 바밤바 볶음밥 비타민 허거덕 종구몽구 쭈구리 초코아몬드 밍글맹글 jane 휴지 글리소 뀨잉 쿠키몬스터 바닐라라떼 양양 이씽 쭈야 사과머리 냐옹 준짱맨 보시엔 벚꽃 민속만두 큥큥큥 vivid 배긴 징징징 백개 헤르미온느 초코초코 플랑크톤회장 마이꿍미 호수 양파 에치에치 식빵 꽃반지 동동 유자차 야자 신데렐라 설렘사 미원 변말랑 메가톤 자몽 가자스러워 듀퐁 시하 눈두덩 애봉이 두유 모카 쇼쇼 샴푸요정 오야 같이걷자 젤리 행복한집요정 비유 저자내꺼 다람쥐 핫도그 성장통 쉐쉐 개밥바라기별 뽀순 시카고걸 달래 밤샘 까망토끼똥 깹송 꿈틀 수즈키 굠이 밍 됴트리오 야꿍 뀨꺄 남더일 냉면 디유 테레사수녀 버터 흥다드 참치 쮸쀼쮸쀼 쥬스 부릉 1513 녹차 딸기스무디 큥커벨 수쌤! 뽀또 변팟 땅콩빵 만두떽떽 유자닌자 딱풀 초코팡 잉★여★킹 이웃집여자 배터리 봄 지뚜 은노잉 우럭우럭 가란 돼지국밥 요징 슘슘 가가멜이담♥ 낭만팬더 미스트 짝짝 송이 규야 이웃집여자 가장좋아하는 다람쥐 씽덕 세젤빛 데자와 목선 빠글머리 뀰 고기만두 얼음 양념배추 참치 끼꼬 구피 진구야아 아몬드봉봉 덧쿠 곰곰 짜요짜요 윤느님 엠씨엠 니니야 히밤 호미 됼됼 b아몬드d 뚱이 윤아얌 스웩 밀면 베또 민트초코 됴랑 코끼리 꾸꾸 알로에망고 S 고로케 하울링 비타임 부부부 크롱 계란찜 백현앓이 딸기 첸이 웬디 너는웬디신데렐라보다예뻤지 씨큐형아 세니 됴깡 혜령 니니뽀뽀 분야 쿠앤크 도라에몽 뀽 열릭 쿠션 로운 종대요정 앙쀼 봉봉이 체리 지니 박초딩 혀니콤보 보름달 루모스 귀엽니니 나비소녀 미니미 퓨리 모모☆ 60호 나랑 겸디 스누피 낑깡 토피넛 민트핑크 메리메리 능률 썸원콜더닥터 불가 꽁꽁 테라피 하류 어린왕자 공삼이육 제인 한바퀴빙글 멍멍큥큥 똥백 해피 레드벨벳 호빵맨 뚜비두바 코코볼 유희 밥 쭈슈 또알기 이퓨리 고사미 돌하르방 와우 이불 종대찡찡이 민꼼 레몬티 타로 BR31기 한주 로봇 권쫑 똥강아지 징니 수액 도넛 뽀뽀뽀 요맘떼 아코 뿌 캔젤럽 보리 부릉부릉 포포 꾸뀨 루루 으낭 겨울 변닥터 나랑드 워후 예봄비 두옹이 애봉이 마이꿍미 잇치 뿐이공주 잘자요 힘찬이 씨리얼 불꺼진밤 비회원 이쑤시개 19 백현아나랑살자 독일여자 으하힝 파리동 두부 젤컹젤컹 현이 블루베리 찡찡 베네 아사이베리 똥백현 메론빵 존대존대우리존대 프링그리 큥시 준나 0408 부스 입꼬리 라바 변미니미 토깽이 결혼할과 도브을리 이방그탄조 곶감 러블리 고라니 닭다리 별혜 곤듀 숑 찬열메리미 지코밥 제이 요다 미니횽 돌돌이 씽덕 루프 이연 오프 뾰롱웬디 뾰루지 찬효세한 승블리 숭아향 현아찡 씽씽카 올랖 검은콩두유 시우밍 개복치 수덕 정수리 햇살 김래원 굿귯 붕붕이 뺍쏭 빅파이 밀면 듀뎡 랭거스 도경수음악선생님 아가야 유레베 예헷 복숭아열매 라임 꾸쭈뿌꾸쭈 토마토주스 코럴 눈망울꽃 도루묵 첫눈 또잉꼬오잉 축구공녀 좋아요에요 꽯뚧쐛뢟 아이폰식스 몽구야 바가지 오윈 루멬이 가르송 됴롱 두콩두콩 똥 꿈틀이 바나나쨈 데자와 시선 분홍 신데렐라 새슬 무민 으니 순수우유크림 초록사과 멍뉴 쉐어 탑5 도리도리 레몬사탕 거뉴경 리본돼지 초코쿠키 시동 영이 보송보송 차차몽 김다정 단하나 문라잇 고용지원센터 변틀러 분홍자몽 김종카이 룰루랄라 헤운 SN 꽃잎 둘리 슈듯슈듯 설렘 초코송이 슈사자 ^~^ 부농부농해 뭉 콩콩이 조닌아 기화 둥이 포도가시 딜라잇 111호실 무지개떡 한글자 똥잠 니적세계 연잎 크로나치 데네브 송이버섯 백혈구 핑쿠핑쿠 꿀떡 이야핫 똔또니 바바마 브릴리언트 레이씽 도트 배쿄배쿄니 lobo12 큥이굠찌 분무기 세니다니 갱수 결부 복슝이 됴르륵 라마 왕꿈틀이 뚜앤큥 노랑이 똥도비 둥이♡ 훈훈 꼬요 빨강큥 길섶 죠 독자 여보야 응가 알찬열매미 도앵도 제리 빼빼로구걸 체리새우 꼬모 징징이 밝음이 찹쌀떡 도미노 솔라씨 행쇼 비밀여행 빵 수액줄다발 됴됴륵 설 보들보들 슈웹스 난장이 아이쿠 융 여보 둥이 만세 큥랄라 오궁이 뺩 생크림빵 딸기요정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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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써와써! 이틀만에 또 왔어! 이제 지겹죠 그쵸
저 근데 내일..멀리 떠나요..그게 어디냐면..배쿙 마음쏙..ㅎ..
뭐..오늘 팬싸도 하고..백현이 머리 예뻤고..세니 앞머리 내리고..(심쿵사)
뭐..근데 여기저기 이야기들이 많아서 꽁기하기도 하고..그래서..뭐..이거라도 보시라고..
배켠 건드리면 다 주겨버릴거야..
정말이야..
그나저나..나 이제 정말 많이 왔으니까..이제..소재 안주면 떠나감..한 두어편 쓰면 생각한거 끝나니까..이제...또...온거신가..잠수의 시기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편부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잠수를 몇번 탄 전적이 있어욬ㅋㅋㅋㅋㅋㅋㅋ그분들은 다들 댓글로 잠수탈까봐 걱정하시던데....그러지마..안탈게요....ㅠ_ㅠ...
무튼! 오늘도 분량 쫌 많은가? 그런가? ㅇ^ㅇ?(얼른 칭찬해줘)
글구..제가 암호닉 실수한 두분..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정말루...근데 나 예전에 암호닉 실수하던거 생각하면 진짜 많이 줄었쪄 그쳐? 예전에는 막 10개씩 틀리고 난리나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휴.
그리고 암호닉은 컨트롤f누르거나 모바일이면 메뉴버튼 누르고 '페이지내에서 찾기'(크롬) or '찾기', '검색' (일반브라우저) 이렇게 찾으시면 됩니당~눈빠지게 찾지마여 맘아푸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켠 건들면 주겨버릴거야!ㅠㅠ앙앙 내새끼 건들지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