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거기도 괜찮은데.."
"여기도?"
"응, 다 괜찮은데.."
김종대가 잠시 커텐 밖으로 나가고 백현이가 내 어깨에 둘둘 감긴 붕대를 풀어내서 여기저기 짚어댔어. 사실 백현이가 누르는 곳마다 살짝 시큰대긴 했는데, 뭐..우리 걷다가 발목 삐끗할 때의 그런 시큰거림? 그 정도라서 나는 계속 괜찮다고 말했지. 너무 아프다 아프다하면 엄살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뭔가 여기서 더 아프면 변백현이 정말로 화 낼 것 같기도 하구..한 마디로 쫄보가 되어 있었는데. 내가 계속 괜찮다고만 하니까 변백현이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내 어깨에 손을 턱 올려.
"똑바로 말 안할래?"
"뭐가..또.."
"진짜 다 괜찮아?"
"아니, 뭐..그냥 엄청 아프진 않고.."
"엄청 안 아파도 얘기해."
"...니가 만진 곳 전부 다 조금씩 아팠어.."
변틀러님의 굳은 표정에 나는 쫄아서 사실대로 말했고 변백현은 표정이 더 굳은 것 같았어. 아니,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오늘따라 예민해진 변백현 기분 맞추기 드럽게 힘드네. 침대 위에 놓여진 차트에 뭐라뭐라 적은 변백현이 차트를 다시 내려놓고 가운 주머니에서 뭘 꺼내.
"아까 소염제 넣었는데, 백현아.."
주머니에서 꺼내는게 연고인가 싶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변백현이 피곤해서 실수를 하는건가, 사실 이 때까지 변백현이 실수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연고 아니야. 등 돌려봐."
그럼 그게 뭐야, 궁금했지만 잔뜩 쫄보가 되어있었던 나는 그냥 살짝 등을 보여줬지. 그랬더니 한 쪽 손으로 어깨를 감싸쥐고 붕대가 감겨있었던 등이랑 어깨에 부드럽게 뭘 펴발라. 뭐지. 저게 대체 뭘까.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감히 입을 못 열고 있는 내 맘을 꿰뚫었는지 백현이가 먼저 입을 열어.
"건조해지지 말라고, 크림."
"아..고마워.."
원래 나랑 백현이는 고맙다는 말을 잘 안했는데, 숨막히는 어색함 속에 나는 고맙다고 말을 했어. 변백현은 딱히 대답이라곤 하지 않았고 묵묵히 붕대를 다시 감아줬어. 벗어두었던 환자복도 다시 입혀주고 단추까지 꼼꼼히 채워줘. 아, 어색하다. 어색하다..
얼른 김종대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변백현이 커텐을 걷고 차트를 챙겨서 나가려해. 퇴근 한 거 아닌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역시나 나는 쫄보였기 때문에 나가는 백현이 뒷모습을 그냥 쳐다보기만 했고 곧이어 김종대가 들어왔어.
"일이 늦어진대. 변백현 표정 장난 아닌데?"
"나 완전 쫄았잖아. 오늘 무슨 일 있었나?"
"완전 싸이코 환자 들어왔을지도."
"응급실이 터졌거나."
"인턴이 사고쳤거나."
"환자한테 컴플레인 들어왔거나."
"어유, 야 끔찍해."
하나하나 나열하다가 김종대가 끔찍하다며 고개를 내저었어.
그 때 누가 커텐을 톡톡 두드리면서,
"낰낰.."
"안됩니다."
"심심해요."
커텐 뒤에서 노크를 톡톡 하며 입으로 소리를 내는 찬열이때문에 빵터졌는데, 김종대가 장난스럽게 안됩니다.하고 말해. 그 말에 고개를 빼꼼 들이민 찬열이가 울상을 지어보였어. 김종대가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하니 바로 쏘옥 들어와.
"야, 남자애."
"박찬열이요."
"그래, 박찬열. 남자는 한방이야."
"뭐가요?"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해야지, 짜식이."
이게 갑자기 뭔소리래. 김종대가 혀를 끌끌차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고 박찬열은 눈을 또륵또륵 굴려. 잠시 상황판단을 하고 있는 사이 찬열이가 다시금 눈꼬리를 내리며 울상을 지어.
"안 그래도..말 걸어보고 싶은데.."
"걸고 싶으면 걸어, 참고로 간호사는 시간 많이 없다. 영화 한 편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김종대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을 했고 그제야 나는 살짝 이야기를 끼워맞출 수 있었어. 그러니까, 아까부터 찬열이가 초롱이한테 쩔쩔맸고. 나는 그걸 보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결국 찬열이가 초롱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거진 맞다는 거고..찬열이도 부정을 안하니까. 김종대는 그걸 어떻게 알아차린건지.
"그치. 영화시간 잘 잡아. 퇴근하고 영화 한 편 봐요, 했다간 너 그대로 차이는 수가 있어."
김종대 말에 수긍하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어. 퇴근하고 다음 날 나이트 뛰어야하는데 영화 보자 했다간 딱 정색하기 좋은 말이지. 어, 잠시만. 근데..초롱이.
"근데 초롱이 종인이랑 뭐 있지 않아?"
"그 인턴이요? 그 인턴 진짜 비호감."
"왜, 종인이 초롱이한테 되게 잘해."
"뭘 잘해요? 아까 아침에 그 인턴이 얼마나 타박을 줬는데. 그래서 그 간호사 막 울었잖아요. 나 때문에 그런 거 아니라니까."
종인이가 초롱이한테 타박을? 며칠 전만 해도 종인이가 이리저리 사고치고 다닐 때 초롱이가 타박주곤 했었는데, 아니..그보다. 종인이가 누구한테 타박 주고 그러는 애가 아닌데. 한 번씩 간호업무에서 뭐가 잘못되거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간호사실에 꼬박꼬박 클레임을 넣고 한소리를 하고 지나갔는데, 백현이는 그냥 말없이 자기가 고치곤 나한테 살짝 얘기하는 타입이었어. 그 영향을 받아서 종인이도 누구한테 타박을 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애가 아니었고. 그걸 잘 아는 나는 고개를 갸웃 했지만 잔뜩 입이 튀어나온 찬열이를 보며 그냥 웃어버렸지, 뭐. 살다보면 화 낼 수도 있고 그런거아니겠어.
"나중에 변백현한테 그 사람 듀티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
"언제가 제일 좋은데요?"
"음, 데이 뛰고, 다음 날 오프면 최고지."
"그럼 퇴근하고?"
"응, 전날 나이트있었는지 확인하고."
"아, 복잡해. 그냥 나중에 이 누나한테 물어볼게요."
"그래, 오늘은 변백현이 요 누나때문에 화가 많이 나셨다. 내일 물어봐."
나를 사이에 두고 신나게 이야기하는 두 남정네를 보니..머리가 조금 혼란스러워졌어. 종인이랑 초롱이랑 잘 되어가고 있는 거 아니었나. 내가 착각한건가? 예전부터 눈치없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아닌데, 이번에는 백현이도 둘이 뭐 있다고 그랬는데..
"오늘 변백현쌤이 누나 엄청 찾아다녔어요. 내가 바람쐬러 나갔다고 했더니 옥상까지 죄다 뒤지던데."
"오늘따라 왜 난리래."
"누나를 좋아하니까 그렇죠."
"걔가 나 좋아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야?"
"와, 누나 이제 보니 완전 나쁜여자 아니야?"
찬열이의 순진한 말에 나는 또 슬핏 웃기만 했어. 찬열이 눈에는 내가 백현이 마음 안 받아주는 어장녀로 보이겠지. 김종대도 살짝 사태파악을 한 건지 옆에서 혼자 웃고 있고, 찬열이만 심각해졌어.
"얘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겠네. 나 내일 출근해야돼서, 가볼게."
"나 내일부터는 밥 먹을 수 있으니까 맛있는 거 많이 사와."
"뻔뻔함이 하늘을 찌르시네요. 변백현한테 니가 오늘 좀 져줘. 장군처럼 맞서 싸우지 말고. 싸움꾼이야, 둘다."
"안 그래도 나 오늘 완전 쫄보됐잖아. 걱정 마세요."
"그래, 로비에서 변백현 한 번 보고 가야겠다. 내일 봐."
나한테는 그렇게 화내더니, 김종대는 가기전에 얼굴 보고 가라고 했나보네..휴대폰을 확인한 김종대가 손을 흔들며 병실을 나갔고 살짝 침울해진 나와 고민에 빠진 찬열이만 남았어.
"우울하죠."
"응."
"저도 우울해요."
"백현이 보고싶다."
"뭐야, 별로 안 좋아하는 척 다 하더니."
"네시에 퇴근이랬는데."
나한테 마구마구 화내도 얼굴이 보였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백현이는 뭐하고 있을까,하는 생각까지 같이 들었어. 무슨 일이 있길래 아직도 퇴근을 안하고 있는거지.
"아, 너 초롱이한테 말 걸고 싶지?"
"근데 딱히 할 얘기가 없어요, 그 인턴처럼 공통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이따 초롱이가 약 주러 오면 백현이 뭐하냐고 물어봐, 오늘 회진 다른 사람이 돌았다고."
회진도 종인이가 대신 돌고, 오늘 바쁘긴 바쁜가봐. 내가 직접 초롱이한테 물어보긴 조금 민망해서 찬열이를 시켰어. 내 말에 찬열이는 대화거리를 찾았다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냈어.
"좀만 기다려요."
곧 투약시간이 되었고 칼같이 시간을 지키는 초롱이를 맞이하기 위해 찬열이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어. 몇 분이 흘러 병실로 카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내 커텐부터 먼저 걷혀.
"선배님, 저녁 드셨어요?"
"응, 초롱이는?"
"아직이요, 오늘 병동 터졌어요.."
"또?"
"응급수술 연달아 잡히고..어떤 환자분이 트레이 뒤엎구.."
"아이구.."
잔뜩 울상인 초롱이가 죽겠어요, 하고 힘빠진 소리를 했어. 그래, 좀 죽겠다. 그렇게 몇마디 나누곤 손목시계를 확인한 초롱이가 가본다며 나가고 찬열이랑 대화하는 걸 귀를 쫑긋 세우고 엿들었어.
찬열이가 변백현이 오늘 한번도 안보였다고 거짓말을 치며 어떻게된거냐 물었고 초롱이가 아, 하고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대답을 해.
"그 쌤 오늘 계속 수술 들어가시느라.."
"그럼 언제 와요?"
"음, 퇴근 삼십분 전에 수술이 잡혀서..그게..세시간짜리였나, 그럴거예요. 간단한거라."
"간단한 수술이, 세시간..?"
"외과에선 간단한 편인데.."
낯을 많이 가리는 초롱이는 환자들한테 싹싹하게 말 붙이는 걸 못했고 찬열이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지. 나랑은 성격이 많이 달라서 조금 더 신경쓰이는 애였어. 생글생글 웃으면서 환자들이랑 수다도 떠는 보미와 달리 초롱이는 뒤에서 엄청 울었거든. 잠시 초롱이의 과거를 생각하며 추억을 회상하는데 찬열이가 커텐속으로 쏙 들어와.
"누나, 누나 썸남 수술때문에 늦는대요."
"썸남이 뭐야, 우리 나이에.."
"아직 사귀지는 않는 것 같고 둘이 좋아하니까 썸남이죠, 뭐."
그렇게 시덥잖게 찬열이를 놀려먹다가 소등시간이 되었어. 병원에서 일할 때는 시간이 화살처럼 달리는 느낌이었는데 입원해있으니 정말 느리게 가는 기분이야. 오늘 하루도 갔다싶어 침대에 누워서 눈을 꿈뻑였어. 백현이는 언제 오려나.
그렇게 몇 분을 있었을까,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잠을 자려 눈을 감았는데 조용한 발소리가 들려. 일부러 발소리를 죽이는 조심스러운 소리야. 백현인가 싶어서 자는 척 눈을 꼭 감았어. 내 예상이 들어맞았고 내 옆으로 인기척이 느껴졌어. 백현이 몸에서는 수술실 특유의 냄새가 풍겼어. 오늘 얼마나 수술실에 박혀있었는지 알 수 있는 냄새였지.
백현이는 이불을 끌어다 목 끝까지 덮어주고 내 머리를 두어번 쓸어넘겨. 손에서도 라텍스장갑의 고무냄새가 나는 것 같아 살짝 인상을 찡그렸더니 바로 백현이 손이 떨어져나가. 그리곤 가운을 벗지도 않고 자는 건지 별다른 소리없이 고요해졌어.
곧 색색대는 백현이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제야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잠들어있는 백현이를 쳐다봤어. 팔짱을 끼고 옆으로 돌아누워 자고 있는 백현이는 짤막한 보조침대탓에 다리도 굽힌 채였지. 얼마나 피곤했던 건지 이불도 안 꺼내고 잠들어버린 모습에 낑낑거리면서 내 발밑에 있던 이불을 펴서 백현이 위에 덮어주려고 하는데,
-삐삐삐삐삐삐
야속하게도 백현이 주머니 속 수신기가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해.
"으.."
-삐삐삐삐삐삐
"..가..가요..외과.."
-삐삐삐삐삐삐
"외과..병배켠..임니다...."
-삐삐삐삐삐삐
".....아,"
잠결에 웅얼웅얼 대답한 백현이는 꿈 속에서 콜을 받았나봐. 내가 살짝 어깨를 흔들었더니 깜짝 놀라서 일어나. 축쳐진 눈꼬리에 피곤함이 가득하다는 걸 인지하기도 전에 백현이가 수신기를 확인하고 병실을 뛰쳐나갔어.
사람 피를 쪽쪽 빨아먹네, 병원이.. 한숨을 폭 내쉬며 백현이가 언제 올까 생각을 하다가 꾸뻑 잠이 들었어.
"아.."
한참을 잤을까, 답답한 명치 끝을 움켜잡으면서 잠에서 깨버렸어. 속에 가스가 찬 것처럼 답답해서 낑낑거리며 상체를 세워 앉았어. 그렇게 앉아있었더니 이번엔 속이 꿀렁거리면서 헛구역질이 막 나.
"욱.."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울렁거림에 입을 틀어막고 숨을 색색 몰아쉬었어. 어떡해야하지, 하고 생각을 한 순간 속에서 장기가 역류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아까 먹었던 것을 게워냈어. 잔뜩 더러워진 손바닥과 이불을 보고 참았던 눈물이 팡 터졌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 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눈물만 흘렸어. 한 번 속을 게워내도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 느낌에 명치부근을 잡고 끅끅거리며 헛구역질만 하는데,
"왜 안자, 깬거야?"
백현이가 커텐을 열고 들어왔어. 깜깜해서 보이지 않는 건지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안경을 벗으며 물어왔고 나는 백현이의 모습에 엄마를 본 것 마냥 안도감이 들며 더 서러워져버렸어.
"..백현아..나,"
"응, 왜. 뭐 필요.., 어?"
"나, 속이 너무..울렁거리구.. 이불도..다 망치고.."
"왜 그래, 속이 안 좋아? 언제부터 그랬는데, 잠은 언제 깼어. 응?"
깜짝 놀란 백현이가 보조등을 켜며 내 얼굴을 살피며 질문을 마구 던지는데 나는 그냥 눈물만 뚝뚝 흘렸어. 속이 너무 안좋아..이 말만 반복하는 나를 보고 백현이는 구부정하게 있던 내 어깨를 잡아서 똑바로 세웠어.
"다 해, 참지말고 토해."
허리가 세워지면서 정말 토할 것 같은 느낌에 입을 막고 고개를 내저었는데 백현이가 입을 막고 있던 내 손을 잡아빼더니 한 순간에 등을 주먹으로 탁 내려쳐. 보통 사람들이 토하는 사람 등 쳐주는 수준이 아닌 정말 내 속에 있는 모든 게 튀어나올 정도로 강하게 쳐내리는 힘에 나는 속절없이 속을 모두 게워냈어.
"뭐 먹었어."
"..으,으.."
"김종대랑 뭐 먹었어, 얼른 말해."
"죽, 죽.."
"병원에서 나오는 미음 아니지."
"..나, 힘들어.."
자꾸만 다그치는 백현이탓에 결국 서러움이 폭발했어. 백현이가 원래 욱하는 성격이 아니라 분명 뭔가 많이 쌓여있긴 한데,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잖아. 얘가 퇴근하고 와서 내가 뭘 해 줄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그런데 자꾸 나한테 화를 내니까 나는 그게 너무 서러운거야. 그리고 원래 속에 뭐가 막혀있을 때는 등을 탁탁 두드려주는게 별 효과가 없고 한번에 충격을 주면서 빼내야한다는 게 맞는 말인데. 평소에 병원에서 응급처치 할 때도 등을 주먹으로 내려치거든. 그런데 그게 내 일이 되었을 때는 엄청나게 섭섭한 일로 다가온단 말이야. 백현이는 그냥 속을 편하게 해주려고 등을 쳤을텐데 나는 그게 괜히 서러웠고 잔뜩 화가 난 백현이 말투가 섭섭해 엉엉 울면서 눈물을 쏟아냈어.
방금까지 눈물만 뚝뚝 흘리던 애가 아예 대놓고 오열을 하니 백현이는 살짝 당황한 듯 손을 멈췄어.
"..왜, 어디가 불편한데."
변백현은 내가 뭐 어디 아파서 심하게 우는 줄 알았던지 내 명치부근을 손으로 살살 쓸어내렸어. 나는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서러웠고 거기에 화가 난 백현이도 섭섭했어. 얘가 나랑 연애할 때였으면 이렇게 했을까,라는 생각부터 심지어는 고등학교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어. 고등학교 때 내가 제 아이스크림을 사서 뛰어오다가 이마를 찢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질 것 처럼 업고 병원으로 뛰더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나한테 전화를 하지 그랬어."
"..내가, 아플 줄 알고, 아팠냐구..너는, 자꾸..화만 내고.."
"그럼 아팠을 때 전화를 했어야지."
"..전화,하면.."
"아까까지 잘 자던 애가 갑자,"
"올 수 있기는.. 해?"
"갑자기.."
"전화하면..니가 올 수 있기는 하냐구.."
백현이 앞에서 그렇게 운 것도 처음이었어. 연애 때부터 이렇다 할 만큼 백현이가 날 섭섭하게 한 적은 딱히 없었고, 섭섭하게 한 들 하루도 안되어서 풀어주려고 온갖 수를 다 쓰는 변백현 덕에 나는 정말 모든 걸 받고 살아왔어. 그래서 이 짧은 시간에 더 생소함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는 지도 몰라. 얼굴만 봐도 깨가 쏟아지는 신혼 3개월은 눈만 마주쳐도 싸움 나는 기간이기도 한다고들 했는데. 그 삼개월을 우리는 한 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지나가는 줄 알았어. 나는 백현이가 화내는 걸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백현이가 화를 내면 쉽게 마음 상해했고, 더 섭섭함이 생기는 것일지도 몰라.
같은 병원에서 일을 했고 나는 피곤함을 백현이한테 치대듯 푸는 것에 익숙했고 백현이는 내 투정을 받아주는 것에 익숙했어. 나는 백현이한테 화를 내는 일이 잦았고 백현이는 내 욱하는 성격을 받아주는 것에 능숙했지. 그래서 내가 화를 내고 토라지면 백현이는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리며 품 안에 집어넣곤 했어. 하지만 백현이는 나에게 화를 내는 일이 없었고 그래서 난 백현이가 화를 내면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랐어. 말 그대로 처음겪는 경험 앞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셈이지.
"응급 수술 들어간 애가, 전화를 받을 수나 있어?"
숨을 고르며 터져나오는 눈물에 말까지 뚝뚝 끊겨가며 한마디씩 내뱉던 나는 겨우 안정을 되찾고 백현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어. 김종대가 나보고 변백현 몰아붙이는데 도가 튼 나쁜년이라고 욕을 하곤 했는데, 나 이번에도 백현이를 몰아붙이는 나쁜년이 되나봐.
"..일단 손 줘, 나중에 얘기해."
겉으로 보기에는 내가 백현이를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꼴이었지. 백현이가 뭐라 변명할 수 없는 말로 내가 꼬투리를 잡았으니. 백현이는 항상 안정적으로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자기 직업을 미안해했고 연애할 때도 상당히 신경을 쓰던 부분이었어. 결혼하고도 그 행동은 변하지 않았고 백현이의 이런 행동에 가장 큰 이유를 부여한 사람도 나였어. 몇 년 전 내가 백현이를 밀어내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의사라는 직업때문이었으니까. 백현이는 병원 일이 피곤해서 집안 일에 소홀한 적 한 번 없었고, 오히려 내가 체력이 약한 편이라 집안 일에 소홀해지기 일쑤였어.
하지만 이번에도 의사라는 이유 탓에 죄인이 되어버린 백현이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어.
"손 이리 줘봐. 그거 뽑아야지."
손으로 입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양 손이 잔뜩 더러워져 있었고 수액이 들어가던 손등 또한 토사물 범벅이 되어있는 상태였어. 그 손을 백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 반창고를 살살 뜯어냈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등을 말끔하게 닦았어.
"손을 왜 이렇게 떨어. 아파서 그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조용하게 들려올 때마다 나는 긴장을 했어. 아까도 말했다시피 백현이가 화내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나는 백현이가 화를 내면 긴장을 했고 손까지 덜덜 떨 정도였지.
"화 안내. 아까 뭐 먹었어?"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백현이가 시선을 맞춰왔어. 하지만 나는 입을 꾸욱 다물었어.
"그래, 그럼 언제부터 속이 울렁거렸을까."
이번에도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백현이도 예상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만 했어.
"내가 지금 어떻게 할까."
백현이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왔고 나는 가만히 이불만 쳐다보고 있었어.
"이불을 갈아줄까, 씻겨줄까, 약을 처방해줄까.."
"..."
"내가 어떻게 할까, 응?"
잔뜩 지친 듯한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살짝 들었고 백현이는 정말로 어깨가 무거워보였어. 고등학생 때는 나를 업고 뛰었고, 대학생 때는 힐을 벗어던진 나를 업고 집까지 걸었고, 병원에 취직해서는 녹초가 되어버린 나를 업곤 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마구 들면서 멈췄던 눈물이 다시 퐁퐁 솟아났어.
"왜 자꾸 울어."
백현이가 한 쪽 손으로 내 얼굴을 살살 매만졌어. 내가 정말 백현이한테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걸까, 김종대가 했던 말이 정말 맞는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어.
"왜 울어,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ㅡ
와따와따 또 와따
이제 좀 지겹죠
너무 많이 와서 지겹져..근데 맨날 싸워서 빡치죠..
사실 요즘 많이 잉여잉여하기도 하고 제가 글을 못쓰는 이유는..소재가 없어서이기 때문에....(눈물)
다음에 어떻게 전개가 될지만 잡히면 놋북잡고 끝까지 쓰는 편입니당! (소재를 던져달라는 무언의 협박맞아요)
분량이..또 폭탄이 되었지만..언제나 그랬듯..내용은..딱히 없습니당..'*'
이렇게 ..이번 썰이 끝나버리면..저는 또 분량구지로 돌아가겠죠..?
사실 요즘 1편부터 고치고 있어요..지금 1-3만 수정된 상태인데 갑자기 고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시면
1. 말투 바꾸고 싶음
2. 정주행한다고 하는 분들 생기면 말리고 싶음 ( 앞편들이 너무 거지같아서..)
3. 분량 진심 코딱지;;
그래서 앞부분은 차차 고칠테니! 뭐..읽든지 말든지...츤츤..
전체적인 스토리가 변하지는 않지만 장면 추가나 삭제는 있을거예요. 왜냐하면 내가봐도 진짜 빼고싶은 장면이 너무 많아섴ㅋㅋㅋㅋㅋㅋ하...흑역사 펼쳐보는 기분?
분량도 굉장히 적었기 때뭉에..어케 저걸 10포인트나 주고 읽으셨는지..다들 대단하신분들..
순서대로 고치고 그날 마지막으로 수정하는 편에 수정알림을 ..보내드릴지..말지는..아직..고민중...별것도 아닌 거가지고 쪽지 쌓이게하는 것 같고..
무튼 결론은 수정중이라는거예요!!!!!!!!!말주변 없어서 횡설수설 굉장하네요.
백현이와 여주가 아주 피터지게 싸우지만..얘네 결혼하고 한번도 안싸우지 않았어요?!??????아닌가?
이건 무튼 있을 수 없는 그런 일..네..
저는 현실에서도 망상에서도 커플커터인가봅니다..
무튼 안싸운거 한번에 몰아서 싸운다고 생각하셔요~~솔직히 내가 변백현이었으면 침대 뒤엎고 이혼했어여 여주가 드럽게 말 안들어서
하지만 망상이니까 우리 그냥 가볍게 봅시당!
오늘 굉장히 괴로운 화요일이죠. 다들 ..힘내세요..저는 뭐 방학이라 월화수목금퇼 죄다 즐겁습니다^~^ㅎ
(놀리는거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