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굳이 같이 가자고 고집을 하길래, 등교도 같이하려나, 기대를 조금했다.
물론 민지에게는 매우 미안하고 나도 매우 민망하지만. 어쨌든 난 호원이가 걷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니까. 변태는 아니고..
그런데 역시 또 예상외로, 눈을 떠 보니 호원이는 없었다.
원래 밥을 딱 챙겨 먹이고 나도 준비해서 타이밍 봐서 같이 나가서 좀 떨어져 걷는다! 가 내 목표였는데…….
며칠 내내 나름대로 오늘은 혹시, 오늘은 혹시, 하며 기대를 했건만.
일주일이 넘도록 가고 없는걸 보면 아예 생각이 없는 거다. 치.
덕분에 눈치 안 봐도 되니 시간이 남은 나는 그냥 나가려다 거실의 스테레오가 눈에 밟혀,
문득 떠오른 우현이의 CD를 뽑아 들고 왔다.
"안녕-"
"어안녕-"
역시나 빈 내 옆자리. 어제 야자시간에 몰래 같이 까먹은 매점 빵봉지가 그대로 얹어져있다.
아이구.....이놈의 이성열.
이제 이것도 며칠이 이어지니 나름 요령이 생긴다.
내가 교실에 오자마자 가방을 주섬주섬 열어 비닐봉투를 꺼내니 인사를 하던 성종이가 그건 뭐냐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본다.
"쓰레기통! 쨘!"
그래...그렇게 안 쳐다봐도 어차피 쓰레기는 나 혼자 주워 담을 거 라는거 나도 알고 있어…….
어쨌든 그렇게 쓰레기통을 하나 장착해주고 교실을 둘러보니 일찍 와있을거라고 생각한 우현이는 없다.
슬쩍 고개를 빼어 보니 가방은 걸려있는데,
"누구 찾아?"
"어? 어... 그, 남우현, 어디 있는지 알아? 줄게 있어서……."
"남우현? 걔 음악실에 있을걸,"
"음악실? 지금?"
꼬맹이가, 지가 무슨 지후선배냐, 음악실은.
그래도 얼른 가방에서 CD를 꺼내들고 교실을 나와 계단을 올랐다.
/
음, 아무도 없는데?
그냥 문만 덜렁 열려있다.
이거 문 막 열어놔도 되는 건가…….
눈앞에 보이는 피아노의자에 털썩 앉았다.
손에 들린 CD를 그냥, 마냥 쳐다보다가…….음, 나도 피아노나 한번 쳐볼까.
칠 줄 아는 게 하나밖에 없지만, 뭐 어때.
단조고 장조고 플랫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는 채로 그냥 막무가내로 외워 치는 한곡.
누가 지은 거더라…….
어느 날 갑자기 호원이가 노래이름이 동쪽하늘의 비, 그니까 '동우'더라고, 신기하다며 들려줬던 곡인데,
주구장창듣기만하다가 쳐보면 어떨까싶어서 호원이를 졸라 몇 달 만에 겨우 배웠었는데..
피아노친다고 혼나지는 않겠지? 어쨌든 남우현도 여기 피아노 치러 오는거아냐.
쳐보기로 마음을 굳히고, 건반을 눌러봤다.
음...난데없이 과거로 날아와서 안친지 좀 됐는데, 반가운 건반의 무게감에 음이 튀는 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에어컨을 틀지않아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음악실, 그랜드 피아노는 아니라도 기분이 좋다.
종종 올까 나도, 아무도 없을 때.
한 두어 번쯤 쳤을까, 오랜만이라 그런지 손끝이 저릿저릿해서 잠깐 연주를 멈췄다. 그때,
"방금, 뭐야?"
"으억,깜짝이야.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방금, 뭐친거야?"
"어? 어, 아니, 그냥....아, 맞다 , 이거, 저번에 주워서..너 돌려주려고……."
"아, 다행이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어릴 때 앙칼진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좀 위축되었다고 해야 하나...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가만히 CD를 받아들고 뒤집어보며 확인하면서 작게 한숨을 쉬는걸 보니 진짜 다르다.
원래 청소년기에는 이렇게 성격변화가 급격한 건가..
낯선 호원이에게 적응해갈 즈음 되니까 얘가 또 어색하네,
그래도 어떻게든 말을 이어보려고 그거 싸인까지 돼있던데, 누구주려고 한거 아니냐니까 그냥 가만가만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내 눈앞에 CD를 들이민다.
"그냥, 내가 혼자 재미로 만들어본거야"
"아....어....응……."
아, 그래 너 부잣집자제분이셨지,
재미로 앨범 하나 만들려고 자켓사진 몇 장 찍는 거 일도 아니겠다…….
근데 이걸 왜 나한테 내미는데....?
"너, 가져"
"어?"
"그리고, 아까 그거, 가르쳐줘."
뭘 가르쳐줘, 나도 무대포로 배웠구만, 나 악보 볼 줄도 모르거든?
하고 거절했어야하는데, 강아지처럼, 연필로 슥슥 그려놓은 이모티콘 마냥 부드럽게 웃는 얼굴을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상냥한 얼굴에 익숙지 못한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대충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음악실문을 나왔다.
내가 나와서 계단을 내려가기시작하자 들리는 음악소리.
CD에 첫 번째로 들어있던 음악이다.
실제로 들으니까 느낌이 또 다르네, 일부러 더 느리게 치는 건가?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어후,바보,쪼다.
/
"아, 어디 갔다 와?"
"어? 나, 그냥 잠깐……."
"아까 호원이가 너 찾던데....어디 갔지?"
"진짜? 날 왜 찾지……."
음악실에서 내려와 교실에 도착하니 벌써 시간이 꽤 지나있다.
그리고 호원이가 날 찾았다는 의외의 소식.
호원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민지네 반에 갔는지 안 보인다.
말도 걸어볼 겸, 호원이 자리로 가서 음악을 듣고 있는 호원이의 짝꿍을 툭툭, 건드렸다.
얘도 전학생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이름이....명수였나? 김명수?
내가 건드리니 한쪽 이어폰을 빼고 내 쪽을 돌아보는데, 헐.
잘생겼다. 뭐지. 저런 얼굴이 있나, 헐, 그림 아니야? 헐?
혼자 속으로 헐, 헐을 남발하며 도무지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다가,
이건 아무래도 진짜 쪼다 같다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손을 거뒀다.
무슨 일이냐는 표정, 그러니까 눈썹을 살짝 움직여 미간을 찡그리고 눈은 지그시 떠 서있는 나를 올려다보고,
고개를 다 돌리지 않아 조금 날렵한 턱선이 드러나고, 입술은 또 조금 깨문…….
너무 변태 같은 묘사인가, 어쨌든 그런 현실감 없는 표정을 짓고 나를 올려다본다.
"어.....저기, 이, 이호원 어디 갔는지 알아?"
무슨, 참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우월한 사람 앞에서는 겸손해지는 법인가보다.
내가, 처음 보는 양아치 이성열한테도 막말하고 팔꿈치로 명치브레이커를 했던 내가
마치 하굣길에 '호원아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넌 나의 첫 번째니까' 라고 소리를 치며
호원이에게 직접 구운 쿠키를 안겨주던 옆 학교 여고생마냥 수줍게 물었다.
그리고 색소라도 탄 듯, 적당히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내가 우예 아는데, 지꼴리는대로 으데 갔겠지, 근데 니 내 아나?"
"..........뭐?.."
마, 말이 너무 빠르다, 순간 머리는 쪼다 같게도
아, 얘가 범상치 않게 생겼다싶더니 혼혈아구나, 외국에서 살다온거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가,
멍청한 표정으로 뭐? 하고 되묻고서야 아, 저게 경상도사투리구나, 하고 깨달았다.
덕분에 제대로 외국인취급당한 명수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어, 왜, 미, 미안, 아니, 근데 솔직히 말이 너무 빨랐잖아, 어? 난, 서울에만 살아서…….
"내가, 어떻게, 아냐고, 모른다고, 너, 누구냐고."
"아-..........미안해, 안녕! 난 장동우! "
아하, 기분 나쁠 수도 있었겠네! 그래도 잘생긴 친구하나 사귈 기회다 싶어서 얼른 사과하고 연달아 내 소개를 했더니
날 신기한 듯 본다.
멋쩍어하면서 그래도 악수나 한번 해야지 싶어서 손을 내미는데 누가 내 등을 툭툭 친다.
돌아봤더니 그렇게 찾던 이호원.
"아, 너 나 찾았었다며, 나 왜?"
"점심시간에, 나랑 밖에 잠깐 나갔다오자, "
"어? 나랑? 왜?"
"아무튼-.알았지? 야 이성종, 이성열 아직 안 왔어?"
/
음....왜 나랑 같이 가려는 거지?
가까이 보면, 민지도 있고, 좀 더 넓게 보자면 성열이도 있고..같이 나들이가려면 충분히 갈만하잖아.
식상하면 신선하게 잘생긴 니 짝꿍이랑 나가도되고, 근데 왜…….
호원이가 같이 하교하자던 며칠 전처럼 괜한 기대감에 내 기분만 솜사탕처럼 뭉글뭉글 커진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 아이스크림 다 녹는다."
"아, 먹지마악!! 니꺼 먹어 니꺼!"
"아 흘러서 그런 거거든? 누굴 돼지로 아나- 야, 못난이, 넌 또 왜 이렇게 느리게 걸어, "
"어? 니가 빠른 거거든-"
"내가 빠르긴, 니가 느린.....어, 내 핸드폰."
이성열이 입에 물고 있던 쮸쮸바를 성종이 손에 들려놓더니 바지주머니를 다 터는데, 휴대폰은커녕 비슷한 것도 안 나온다.
낭패라는 표정. 기다릴 테니 갔다 오라 그러니까 갑자기 씩, 웃는다.
뭐야, 이게 미쳤나,
"아-그냥 버리지 뭐, 귀찮다."
"뭐?!!"
"저-기 스탠드 맨 밑에 두고 온 것 같단 말이야, 아까 우리 앉아있던데."
"그렇다고 안가냐, 갔다 와- "
"싫어, 뭐 그 안에 우리집주소랑 내사진이랑 뭐 이것저것 다 있지만, 뭐 어때."
"아이씨......내가 갔다 올게 그냥."
결국 성종이가 다녀오겠다며 발걸음을 옮기고, 이성열은 막 웃기 시작한다.
일부러 그랬구만?
진짜 괴롭히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진짜.
내가 머리를 쥐어박으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는데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숨이 넘어가도록 웃는다.
그러고는 가자고 고갯짓.
"어? 안기다리고?"
"당연하지!! 아 너무 웃겨-"
"뭐가 그렇게 웃겨- 나 참, 아, 야, 진짜가게? "
"빨리 안 오면 너도 두고 간다? 다음시간 근현대사야, 숙제 있다던데?"
"아, 망했다. 너 했어?"
"했겠냐? 빨리 와-"
잠깐 운동장까지 내려갔다 오는 게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텐데,
내가 이성열과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오지 않은 성종이가 찜찜했지만,
오겠지 뭐, 하고는 교실로 올라왔다.
/
근데 점심시간에는 마음대로 밖에 나가도 되는 거야?
하고 물었을 때 성열이는 4교시 내내 잔 탓에 반쯤 잠에 취해있는 목소리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애들이 하도 밖에 나가서 점심 사먹어서 아예 못 나가게 했을걸―..넌 그것도 몰랐냐 병신아.
그래서 급식에 몇 주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오리훈제고기를 몇 개 뺏어 먹었더니 젓가락을 놓는다.
"안 먹어?"
"먹을 거야, 탐내지마. 물 없나 물? 목말라."
"물? 성종이.....가 없지,"
"어, 근데 쟤는 내 핸드폰을 만들러갔나, 점심까지 받아놨는데, 아무튼 못생겨가지고-.."
"자-꾸 못생겼대, 진심이야?"
"어, 당연하지! 야, 기범아 나도 물 좀!!"
"어-갔다먹어"
못생겼긴 커녕, 잘생겼다를 넘어 예쁘기만 하구만, 미의 기준이 이상한가..
호원이 짝꿍을 가리키며 잘생겼다고 했을 때는 격하게 동조했던 것 같은데, 뭐 저렇게 생겼냐면서-..
어쨌든 더 딴지를 걸려해도 성열이는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앞문으로 들어오는 기범이를 향해 뛰어간다.
그리고는 해맑게 나도 마실 거냐고 묻는다.
내가 끄덕끄덕 하자 그제서야 기범이한테 쟤도 줘도 되냐고 묻는 성열이.
물어보고 말한 거 아니었냐, 으이구.
성열이의 삿대질을 따라 기범이가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필사적으로 끄덕끄덕, 한다.
아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고요-..
성열이가 가져다준 물을 한모금마시고, 며칠 전부터 계속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아니, 도대체 나한테 다 왜 저래? 내가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아, 너 소문나서 그래, 완전 웃긴 소문-"
"그게 뭐냐니까, 넌 대답도 안 해주고, 그게 뭔데 진짜!"
"아-...궁금했어? 난 너 까먹은 줄 알았지, 푸하하학"
"아 빨리 말해봐봐, 뭔데 뭔데."
입맛 다 버렸어, 남은 급식을 다 먹지 못하고 성열이에게 퍼줬다.
애들이 그런 반응을 보일만한 이유가 있었다.
학기 초에 학교도 한 번도 안 나오고, 호원이네 집에 같이 살고.
부모님 없는 호원이랑같이 사는 걸 보면 뭐 집을 나와서 주먹으로 서울 시내를 재패하고
덕분에 학교도 반강제전학식으로 전학 오게 됐다는 그런..
마치 나한테 직접 들은 것 마냥 자세하고 세세하게 서술되어있는 소문.
생긴 게 좀 사납게 생긴 탓도 좀 있으려나…….
그건 처음에 호원이를 만나 호원이네 집 근처에 있는 학교로 전학 갔을 때도 있었던 일이라 별로 상관없지만.
왜, 왜 호원이까지 욕먹이냐는거야.
아, 물론 저번에 호원이가 작년에 3학년선배와 싸우다 소화기를 뿌려 대서
잠깐 등교정지를 당했다거나하는 얘기를 성열이에게서 들은 적도 있고,
대충 눈치를 봤을 때도 좀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서 스케일 크고 과묵한 일진 취급 받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나에 대한 온갖 소문과 맞물려 호원이는 어느새 막나가는 게이에,
잘나가는 양아치 하나에 빠져서 예쁘고 사랑스럽고 성실하고 착한 여자 친구를 매몰차게 버린 개새끼로 낙인되어가고 있었다.
매몰차게 버리긴, 집에다가 모셔다놓고도 자기 전에 몇 십 분을 통화하고, 잘 주무시라고 노래까지 불러주더만.
근데, 이성열 얘는 호원이친구라면서 왜 나한테 잘해주는거지, 자기친구를 그렇게 나쁜 소문에 휘말리게 하는데,
밥을 퍼먹는 성열이를 쳐다보는 내 표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이는 건지,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먹더니, 말을 한다.
"난 뭐, 이호원이 지네 집에서 재워줄 정도면, 애는 괜찮겠구나― 했지."
"아……."
"그리고 넌, 좀 착하게 생겼어, 좀...어...이상하게 착하게 생겼어."
저게 무슨 말이야…….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니까 성열이가 빵터져서 막 웃더니 기범이를 불러 물통을 돌려준다.
어쨌든 갑자기 나타난 나 때문에 괜히 안 좋은 소문에 휘말렸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미역국을 휘적거리고 있는데,
누가 등을 툭툭, 두드린다.
무표정하게 서있는 호원이.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밥 다 먹었으면 가자고 닦달을 한다.
"야, 안되거든? 나랑 같이 밥 먹을 거야- 나 밥 혼자 먹기 싫단말야 이 개새끼야!"
"너 맨날 같이 있는 예쁘장한 애는."
"아 몰라 이성종 어디 갔는지, 걔가 뭐가 이쁘장-하다고, 근데 너도 작년에 같은 반 이었잖아, 이름 하나 못 외우냐?"
"몰라, 어쨌든,"
"아, 뭘 어쨌든이야!! 안 돼 나 혼자 밥 먹기 싫다고오!!!!"
막 땡깡을 부려대는 이성열을 뒤로하고 교실을 나왔다.
점심시간에도 밖에 못나간다며, 어떻게나가게? 아니 그것보다 어디가게?
/
"아, 빨리 안가?"
"아니 못가겠다니까!!!"
자기는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닌지 당연스럽게 빨리 넘어가라고 재촉을 하는데 미칠 것 같다.
아니 넌 키라도 크지 난 내 키 만한 담인데 이걸 어떻게 넘어가라는 건지…….
차라리 막 개구멍 그런 거면 작은 몸집은 아니어도 잘 구겨 넣어서 들어갈 텐데 이건 뭐…….
내가 불안해하며 졸졸 따라간 호원이는, 학교뒤편의, 높다란 담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날더러 먼저 넘어가라고 눈짓.
뭐 어떡하라고…….
"씨.....뭐 밟아?"
"여기, 튀어나온 벽돌이랑, 저기 좀 경사져 있는 거랑, 그리고 나서 저-기 위에 있는 거 살짝 밟고 뛰면 돼."
"해볼게."
조심조심, 담에 손을 대고, 비교적 낮은 곳에 있는 조금 튀어나온 벽돌에 발을 디뎠다.
오, 이거 나름 할 만한데?
조심해, 하는 호원이의 말이 들린다. 이거 좀 생각했던 것보다 껌이구만?
아까 어디랬지, 가지런하게 쌓여져있는 벽돌 사이에, 비죽 튀어나와 경사진 벽돌하나가 보인다.
사실 나도 어릴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담 좀 넘었다지만 지금 교복입어서 좀 불편한데…….
발을 뻗어서 비스듬한 면에 발을 얹고, 팔에 힘을 줘 바로 다음 발을 옮기려는데, 바로 죽 미끄러져버리는 발.
"으앗!"
"야!!!"
아깜짝이야, 뭘 그렇게 소리를 쳐, 내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좀 미끄러졌구만..
내가 바닥에 내려와 다시 담을 넘어보려고 가까이 가는데, 호원이가 내 팔을 확 잡아당긴다.
"아 진짜 너는....남자맞냐? 민지도 넘는 걸 왜 못 넘어가지고는……."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뭘 비교를……."
자존심 상한다.
그걸 왜 굳이 민지랑 비교를 해.
그래서 민지랑 비교해서 내가 전혀 나은 점이 없는데, 그게 뭐!!
그래도 넌 어차피 한 6년쯤 뒤면 나한테 폭 빠질 거잖아!
아주 물고빨다못해서 씹어 먹으려고 안달날거면서!!
........뭐, 그건 나중의 얘기고, 나한테 전-혀 관심 없는 지금의 호원이는 갑자기 담 밑 땅을 발로 후비적댄다.
그러더니 엎드려 등을 내준다.
"아, 싫어. 내가 올라갈 거야!"
"시간 없어, 연습은 너 혼자 와서 하든가."
"이씨……."
하얀 셔츠에 흙이 묻는 게, 마음이 안 좋아서 망설이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등을 밟았다.
그리고 아까 미끄러졌던 경사진 곳을 밟고, 그 위의 돌을 밟고, 반대편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곧이어, 그냥 화단 울타리 넘듯이 가뿐하게 넘어오는 호원이.
치, 너 다리길다 그거지?
그런데 막상 담을 넘어온 호원이는 자기 다리 긴 거에 관심이 없는지, 갑자기 내 팔을 끌어당긴다.
"으?.....왜...?"
"다 까졌잖아, "
"어? 어디? 왜? 언제? 방금?"
"그래, 쪼다야"
쪼다라고 하면서 내 머리를 흐트러뜨리는 호원이에
팔을 접어서 내 팔 뒤쪽을 보니 아까 미끄러질 때 까진 건지 아주 처참하게 갈려있다.
으....까진걸 아니까 괜히 더 아픈 것 같은 느낌.
근데 쪼다라니, 너 벌써부터 그러기냐, 맨날 그러면서!
그러면서도 나한테 조그만 관심을 준 게 설레서, 그냥 벌써 저만치 가는 호원이를 뒤쫓아 걸어갔다.
아니 근데, 진짜 어디 가는 건데, 이렇게 담까지 넘어가면서, 응?
좀 있다가 민지랑3주년이라면서, 그럼 민지랑 나왔어야지…….
//
안녕하세요!!토요일저녁업뎃입니다~ㅎㅎㅎㅎㅎ
아 생각보다 챙길사람이많아지니 막상 호원이 분량이 적어지는 불편한진실...
괜찮아요 14편에는 더 많이나올거예요...ㅠㅠ....모자란 글 죄송합니다...
이게 뒤에내용을 미처수정으로못해서 결국 14편분량으로 넘어가버렸다는....원래 더 길었는데...ㅠㅠ...변명은 그만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재미있게봐주세요!!ㅎㅎㅎㅎㅎ열종도들어가고 에르님도 나오고 곧 성규씨도 등장시킬생각이지만,
야동의 시간이동에 더 집중되었으면 하는 저의 조그만바램..........이 있습니다^0^...어쨌든 중심은 야동!이니까요....그렇다구요그냥....^~^;;;;..ㅎㅎ..
늘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쉬운부분이나 바램이있다면 마음껏찔러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저녁되세요 물결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