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과 다정 그 사이
by. 워커홀릭
사실 당연히 현빈에 투표하려고 들어간건데 하정우도 있는 걸 보니 차마 못하겠어서 결국 아무한테도 투표하지 않고 창을 꺼버렸다.
뭐.. 나 하나쯤 투표한다고 결과가 바뀌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왠지.. 투표 해버리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서.
투표창은 꺼두고 인터넷이나 하는데 역시 하정우냐 현빈이냐로 난리가 났다.
둘 다 연기력으로는 깔게 없어서 진짜 취향차이라고들 하는데... 내 취향은... 음... ㅎㅎ
가벼운 마음으로 팬들이 쓴 글을 읽고 있는데 그중 댓글 하나가 눈에 띈다.
'근데 현빈이 하정우 싫어하는 것 같던데 둘이 붙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ㅇㅈ 인터뷰하는거 보니까 기싸움 오지던데
ㄴ 현빈이 받아도 웃기고 하정우가 받아도 웃기겠다 ㅋㅋㅋ 개꿀잼이겠네
역시 아직까지도 인터뷰 영상으로 말이 나온다. 뭐.. 평생 따라 다닐 것 같긴한데 진짜 누가 상을 받든 더 말이 많아 질 것 같다.
"...내가 쪼끔.. 더 많은데.."
"근데 이건!!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잖아요!!"
"내가 이기면 좋은거 아닌가.."
"그건 맞는데.. 진짜 막상막하에요!"
내가 투표를 하는건 아니지만 계속 엎치락 뒤치락 하는게 신기해서 현빈이랑 같이 구경하고 있는데 내가 자기 편을 확실히 안드니까 삐진건지 계속 자기가 높다며 어필한다.
"내가 안받아도 상관 없나보네"
"그게 아니라.."
"그래~ 뭐 전남편이 받든~ 남자친구가 받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막 대놓고 말하는거보면 신경을 안쓰는것 같기도 하고.. 쓰는 것 같기도 하고...
-
결국 대망의 시상식날이 오고야 말았다.. 마지막 투표날에는 한 5%차이로 하정우가 이겼는데.. 대상은 누가 받을까 내가 다 긴장된다..
대상 후보인만큼 평소보다 더 신경써서 의상도 챙기고 스타일링도 깔끔하게 해놓으니 새삼 잘생겨보인다.
평소랑은 다르게 오늘만큼은 긴장이 되는건지 유독 굳어있는 현빈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남들 몰래 엉덩이를 살짝 쳐주니 놀래서 나를 쳐다본다.
" ? ㅎㅎ"
"미쳤나봐.."
"아닌데요.."
"누가 보면 어떡할라고"
"아무도 안봤어요!"
"ㅋ..."
.
시상식이 시작되고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제 대상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대기실에서 화면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함성 소리가 커지면서 현빈 원샷이 잡혔다.
mc가 대상후보에 오른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
"일단 저희 영화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영화가 잘 된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이렇게 대상 후보까지 올라서.. 음, 후보에 오른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ㅎㅎ"
현빈은 깔끔하게 잘 얘기했고, 그 다음엔 당연하게도..? 하정우에게 마이크가 넘어간다.
현빈과 후보에 오른게 어떠냐는 질문에 하정우가 멋쩍게 웃다가 입을 연다.
"뭐.. 영광이죠. 워낙 잘하는 배우니까.."
하정우가 얘길하자, 현빈과 하정우를 동시에 비추는데 묘한 기싸움이 느껴지고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
그냥 누가 받든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는.. 그런 상황.
금방이라도 대상을 발표할 것 같았는데 그렇게 한 20분을 질질 끌다가 드디어 발표 직전이다.
대기실에 있는 스텝들은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숨죽이고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
내가 받는상도 아닌데 너무 떨려서 두손을 꽉 쥐고 눈을 감고 기다리는데 화면에서 '영광의 대상은! 현빈씨입니다!!' 하고 말하는 순간 팬들의 함성소리와 대기실에 있던 스텝들의 함성이 섞여서 난리가 난다.
현빈이.. 대상이라니.. 내 상도 아닌데 괜히 울컥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화면도 제대로 못보고 고개를 숙인채로 감정을 추스리고 있는데, 어느새 무대로 올라간 현빈이 수상소감을 시작한다.
"와.. 이거를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좋은 영화 만들어주신 감독님 그리고 영화촬영 스텝분들 다 너무 감사드리구.. 이렇게 사랑받는 영화가 될 수 있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관객분들, 팬분들 다 너무 감사합니다.
아마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전 이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다 여러분들 덕분이에요. ㅎㅎ.. 어.. 회사 관계자분들, 스텝분들.. 그리고 우리 가족.. 너무 사랑하고.. 어.."
준비라도 한 듯 수상소감을 줄줄 말하던 현빈이 잠깐 머뭇거리며 말을 멈추자, mc가 하고싶은 말이 있냐며 묻는다.
그러면 현빈은,
"어... 이걸 여기서 말해도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살면서 또 이런 상을 언제 받아 볼 수 있겠나 싶어서요.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요.."
계속해서 머뭇거리는 현빈에 mc가 무슨말이든 하라며 시간 많다고 괜찮다고 말하자 그제서야 말을 이어간다.
"우리 스타일리스트... 주연아. ㅎㅎ"
순간 들리는 내 이름에 멍하니 쳐다보지도 못하던 화면에 집중하자, 행복해보이면서도 울 것 같은 현빈의 얼굴이 보인다.
"주연아. 어.. 항상 옆에서 잘 챙겨줘서 너무 고맙구.. 힘들때도 많았을텐데 늘 힘이 되줘서 고맙고. ㅎㅎ.."
"사랑해. 대상 받으면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랑하고.. 고맙고.. 어.. 네.. 헣ㅎㅎ..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고백에 놀란것도 있지만, 뭐랄까.. 설명 못할 감정들에 눈물이 난다.
결국 현빈이 무대에서 내려가는건 보지도 못하고 내가 먼저 대기실을 벗어난다.
비상구 계단쪽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마음을 추스리고 대기실로 돌아가려는데, 이제 시상식이 다 끝난건지 하나 둘 배우들이 들어가고있다.
대기실 앞에 거의 다 왔을까, 지나가던 하정우와 마주쳤는데 순간 멈춰서 머뭇거리는 나와는 달리 분명 날 보고서도 아무 말 없이 지나가 버린다.
그치.. 이게 맞는거지.. 그래도 싱숭생숭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대기실 앞에 서서 들어가지도 않고 가만히 땅만 쳐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나타난 현빈이 '들어갑시다~'하며 나를 대기실로 밀어넣는다.
.
대상 기념으로 온 뒷풀이 자리에서 현빈도 나도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셨다.
이런 자리가 잘 없기도 했고, 오늘은 대망의 대상을 받은 날이니까. 모두가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새벽 6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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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겠다고 하고 늦어서 미안함다.... 현생... 후... 대신 다음글은... 핫..하게... 한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