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가 눈을 떴을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갑게 식어있는 그의 옆자리를 가만히 쳐다보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갖은 남자와의 관계에 뻐근한 허리를 겨우 부여잡고 바닥에 아무렇게 널브러져있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어젯밤 상민의 허리짓이 얼마나 격했는지 옷을 갈아입기만 했는데도 몸이 아파와 다시 침대에 누워버린 성규였다.
잠깐만 자야지...
눈을 감은 성규에 귀에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혼자 가누기 힘든 몸을 이끌어 문으로 향하려했지만 성규가 일어날 필요없이 이미 문은 열려졌다.
그리고 진호가 들어왔다.
"어디아파?"
시간이 12시를 가르킬때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성규에게 걱정하는 투로 물어오는 진호에 성규는 감기라며 몇번 기침하는 척 했다.
진호가 그런 성규의 옆으로 가 머리를 몇번 쓸어넘기며 열이 있는지 확인하려 하자 성규가 그의 손길을 쳐냈다.
거짓말을 제일 싫어하는 걸 아는 성규이기에 들키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한 짓이었지만
자신이 쳐내 빨개진 저 손을 어루만지며 손만 바라만 보는 진호를 보고 이내 미안함에 팔을 뻗어 손을 꼭 잡아버렸다.
"미안해. 그냥...난 형이 나 때문에 감기 옮을까봐"
"이 정도로 옮지 않아. 하여튼 내 걱정해서 그런거라니까 넘어갈게."
서로 한마디씩만. 딱 한마디씩 오가더니 정적이 흘렀다. 그저 서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상황이 어색하지 않아보이는게 오래된 연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성규가 몸을 무겁게 들어 진호의 어깨의 얼굴을 비볐다. 그런 그를 진호가 귀엽다는 듯 팔을 들어 머리를 쓸어넘겨주었다.
둘의 모습이 퍽 보기 좋았다.
하지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분위기가 깨졌다.
아픈몸을 일으키려는 성규가 안타까워 진호가 대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을 여니 상민이 있었다.
"왜 여기계신가 모르겠네. 그것도 이 대낮에"
"그러는 당신은 왜 이 대낮에 성규 방에 찾아오셨는데요?"
바로 앞에 보이는게 성규가 아니라 진호인게 맘에 안들었는지 입가에 미소도 한쪽에만 져있고 말투도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민을 다시 되받아치는 진호였다.
"뭐 사적인건데 굳이 당신한테 말할 필요가 있나? 성규랑 나랑 둘만의 비밀인데."
왠지 상당히 저를 무시하는투에 기분나빠지려는걸 성규 앞이라 겨우 참으며 상민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둘만의 비밀이라는 말에 진호가 성규를 쳐다보자 뭔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불안해졌다.
아마 저와 성규와의 관계를 조금씩 눈치채고 있는 듯한 눈빛에 진호는 항상 조심해야겠다고 항상 생각왔기에 아무렇지 않은척 굴었다.
"아, 그러세요? 그럼 둘만의 시간을 갖으시던가, 전 나갈게요"
"그럼 좀 빨리 나가주실까? 할 이야기가 좀 많거든"
분명 제 발로 나왔지만 내쫓긴듯한 느낌을 받으며 성규의 방에서 나왔다.
진호는 다시 제 방으로 가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했다.
도대체 둘만의 비밀은 뭘까? 무슨 일인데 김성규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웅크린걸까?
무엇보다 아직까지 방송은 왜 울리지 않는가.
***
진호가 나가자 상민이 그제야 기분좋게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성규에게 그 웃음은 무서움, 그 자체였다.
그 표정을 보니 어젯밤 저의 위에 있던 모습이 떠올라 토기가 올라왔다.
"홍진호랑 붙어서 뭐했어?"
"그냥 있었어요. 아무것도 안했어요."
성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을 건내는 상민의 행동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그였지만 무슨짓을 당할지 몰라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런 모습이 꽤나 맘에 들은듯 다시 웃으며 성규의 몸을 더듬었다.
하지만 상민의 손을 잡아 저지하는 성규에 의해 손길이 멈췄다.
"뭐야? 내가 지금 나가서 홍진호한테 말해달라는 뭐 그런건가?"
"제발. 낮에는 이러지말아줘요. 제발."
성규의 애원하는 말투에 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가 촉촉해져 말하는 모습이 꽤나 간절해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상민은 성규의 말을 저대로 해석해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상민이 성규에게 잘쉬라며 볼을 손가락을 톡톡 치며 나가서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밤에는 내 멋대로 해도 상관없다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