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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녁을 먹으라는 남자의 말에 혼자 저녁을 차려 먹은 명수가 앉아서 TV를 보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서 거실로 나갔다. 발갛게 얼어버린 손을 비비며 들어오는 성열을 본 명수가 해맑게 왔어? 하고 물었다. 움찔하며 고개를 든 성열이 제 앞에 있는 명수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헤, 거참, 이 형이. 성열 뒤로 쏙 들어오는 대열의 모습에 또 다시 웃으며 명수가 대열을 반겼다. 시큰둥하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 대열이 명수와 성열을 지나쳐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성열아, 이번 주 주말에 시간 있어?"
성열의 대답에 명수가 히죽 웃었다.
-
"일어나 봐라, 밖에 눈 온다"
주말이라 그런지 잠에 푹 빠져있는 명수와 성열을 깨운 남자가 부스스 눈을 뜨는 둘을 보고 돌아서 방을 나갔다. 더듬더듬 손을 뻗어 행거에서 두툼한 패딩을 내려 입은 성열이 눈꼽을 떼어내고 재빨리 양말을 신었다. 하품을 쩍, 한 명수가 성열을 따라 야상을 입고 양말을 꺼내 신었다. 뽀르르 걸어가 현관문을 열고 나간 성열이 우와!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뒤따라 나온 명수가 얼마 내리지 않는 눈에 별거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성열을 쳐다봤다.
"헐! 눈, 대박!"
뒤늦게 나온 대열이 얕게 쌓인 눈을 맨손으로 모아 뭉쳐 눈뭉치를 만들었다. 눈뭉치를 성열에게 던져 맞춘 대열이 째릿하고 저를 보는 성열에 킥킥 웃었다. 눈도 별로 안 오는데 재밌어? 명수의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뜬 성열이 이정도면 괜찮은데요? 하고 말했다. 여기 겨울에도 비와요, 눈 오는 거 작년인가 그때 한번 봤었는데. 덧붙이는 대열의 말에 신기하다는 듯 성열을 보던 명수가 아아, 하더니 집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찍어줄게, 거기 서봐."
카메라를 들고 나온 명수가 눈을 맞으며 서있는 대열과 성열을 보며 손짓을 했다. 히죽 웃으며 성열의 옆에 딱 붙어선 대열이 브이를 그리며 활짝 웃어보였다. 어정쩡하게 웃으며 대열과 같이 브이를 그린 성열이 찍었다며 카메라를 내리고 웃어보이는 명수에 쪼르르 달려갔다. 사진을 보겠다며 오는 성열에게 카메라를 넘겨주고 사진을 보도록 한 명수가 성열의 머리 위에 쌓인 눈을 털어냈다. 오, 형 사진 잘 찍으시네요? 어느새 성열 옆에 서 같이 사진을 보던 대열이 명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명수가 대답없이 씩 웃었다.
"안 춥나? 밥 먹고 놀아라"
현관문을 열고 고개만 내밀어 말하는 남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성열이 카메라를 명수에게 다시 넘겨주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대열마저 집 안으로 들어가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간 명수가 카메라를 소파 위에 내려놓고 부엌으로 향했다. 한 밥상에 둘러 앉아 따끈한 밥을 먹던 명수가 먹고 치우라며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나가는 남자를 힐끔보았다. 아저씨, 되게 바쁘신가봐? 나는 집에만 있는데도 잘 못 보는 거 같아. 명수의 말에 성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겨울이니까요, 하고 대답했다.
"아, 형, 마을 구경 갈 거에요?"
저를 빤히 보는 성열에 씩 웃은 명수가 가자, 하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밥을 다시 먹기 시작한 성열이 오늘도 어김없이 제 밥 위로 올라오는 반찬을 먹으며 명수의 시선을 받았다. 그런 둘을 보던 대열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하나 남은 계란말이를 집으려 젓가락을 쥔 손을 뻗었다. 먹지 마, 라고 말하는 듯한 성열의 시선에 어정쩡하게 손을 멸치조림으로 돌린 대열이 입술을 삐죽였다. 하나 남은 계란말이를 집어 명수의 밥 위에 올려준 성열이 생글생글 웃는 명수를 보며 볼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히죽 웃은 명수가 발간 손끝에 열심히 손을 비벼가며 열을 내는 성열을 바라봤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오느라 장갑을 끼고 나온 명수가 힐끗힐끗 성열을 보다가 덥썩 성열의 손을 잡았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보는 성열에 추위에 발게진 코를 하고도 명수는 살며시 웃었다. 장갑 줄까? 명수의 물음에 눈을 두어 번 깜박인 성열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손을 꼼지락거리는 성열을 보던 명수가 오른쪽 장갑을 벗어 성열의 손에 끼워주었다. 그 짧은 찰나에 식어가는 성열의 왼손을 제 오른손으로 덥썩 잡은 명수가 베시시 웃었다.
"춥다, 빨리 가자"
성큼성큼 걸어가던 명수가 바람에 점점 손이 시려오는지 제 주머니에 성열과 꼭 잡은 손을 집어 넣었다. 발그레한 볼로 명수를 보던 성열이 목에 돌돌 감긴 명수의 까만 목도리에 코를 콕 박았다. 목도리에서 은은하게 향이 피어올랐다. 아마도 명수의 향인 듯 하다고 생각하던 성열이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빌미로 제게 더 붙는 명수에 목도리로 인해 보이지 않는 웃음을 지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얕게 쌓인 새하얀 눈 위로 명수와 성열의 발자국이 나란히 새겨졌다. 눈은 눈인지 뽀드득 소리가 났다.
"성열아, 이 길 좀 걸어가봐"
거기 오른쪽에 서서 걸어가. 꼼지락거리던 손을 쏙 뺀 명수가 성열을 길 오른쪽에 세웠다. 빨리 가보라며 손짓을 한 명수가 얼떨결에 걸어가기 시작하는 성열을 뒤에서 지켜보다가 카메라를 들어 올려 셔터를 눌렀다. 딱 한 장을 찍어 놓고 성열의 곁으로 도도도 걸어간 명수가 다시 성열의 손을 잡아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동글동글한 시선으로 저를 보는 성열에게 웃어준 명수가 왼손으로 카메라를 들어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눈매가 예쁘게 휘어진 웃음을 짓는 성열을 보던 명수가 속으로 아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성열아"
저를 보는 성열과 시선을 가만히 맞추던 명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뜸 카메라를 어깨에 맨 채로 성열을 끌어안은 명수가 성열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춘 성열이 제 허리를 꼭 감싸고 있는 명수의 팔에 바싹바싹 마르는 입술을 혀를 내어 축였다. 성열을 꼭 끌어안고 있던 명수가 입술을 꼭 깨물더니 성열의 볼에 입을 맞췄다. 화들짝 놀란 성열이 명수를 바라보자 명수가 성열을 다시 끌어안았다. 한숨을 내쉰 명수가 성열에게서 떨어져 성열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형…"
아예 나를 기억하지 못했었지. 작게 중얼거린 명수가 제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빨리 갔다 오자, 춥지? 제 말에 금세 고개를 끄덕이는 성열의 손을 좀 더 꼭 잡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이리저리 제가 가는 데로 따라와 옆에서 조곤조곤 설명을 해주는 성열을 보던 명수가 또 다시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어김없이 또 화들짝 놀라는 성열에 작게 웃은 명수가 성열에게서 떨어져 멍한 얼굴을 한 성열을 찍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성열에게로 돌아가 성열이 설명해 준 것을 찍었다. 이제 가요. 뜬금없는 성열의 말에 머뭇거리던 명수가 성열의 옆으로 따라 붙어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저는 어렸을 때 형을 본 기억이 없어요, 그러니까 하지 마세요"
기분이 상한 듯한 목소리로 제게 말하는 성열을 보던 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저대로 기분이 상한 듯 입을 꾹 다문 성열과 그런 성열의 말에 상처를 받은 명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살며시 잡은 손을 빼낸 성열이 무거운 침묵에 걸맞게 굳어버린 얼굴로 저를 보는 명수를 보며 흠칫, 하고 몸을 떨었다.
-
"진짜 빨리 오셨네요?"
대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목에 돌돌 감긴 목도리를 풀어 제게 건네는 성열을 보지도 않고 목도리를 받았다. 카메라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명수가 저를 빤히 보는 성열의 시선을 무시한 채 대열의 옆에 앉았다. 아, 근데 형 이름은 뭐에요? 귤껍질을 사과껍질 깎 듯, 손으로 돌돌돌 깎아내던 대열이 물었다. 김 명수, 하고 대답해준 명수가 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대열의 손에서 귤 반조각을 슬쩍 빼앗았다. 헐, 형! 한 입에 쏙 들어가버린 귤 반이 아깝다는 듯 우물거리는 명수의 입을 보던 대열이 털썩 누워 뒹굴거리며 남은 귤 반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워, 이번에는 형이 귤 까세요"
대열이 건네는 귤을 받아 든 명수가 베실 웃으며 대열마냥 귤껍질을 돌돌돌 깎아냈다. 반을 뚝 떼어 대열에게 건넨 명수가 가만히 남은 귤을 보더니 뒤에 서있던 성열에게 건넸다. 먹어. 고개를 끄덕이며 귤을 받은 성열이 휙하고 고개를 돌려 대열이 틀어놓은 TV로 시선을 고정하는 명수를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 근데, 형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귤껍질을 얇고 길게 까는 것에 도전하는 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귤껍질을 까고 있는 대열을 힐끔인 명수가 저도 귤 하나를 집어 들고 그냥, 하고 대답했다.
"헐, 끊어졌다"
헐, 하고 얼굴에 적혀있는 듯한 대열의 표정이 웃긴 명수가 피식거리며 웃다가 저도 대열을 따라 얇게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돌돌돌 사과 깎듯이 얇게 까지는 귤껍질을 보던 대열이 제 것처럼 끊어지지 않는 껍질에 신기해하며 귤을 주시했다. 헐, 형 완전 대박. 대열의 반응에 씩 웃은 명수가 반정도 남은 귤껍질을 마저 까기 위해 손을 놀렸다. 똑,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성열이 입술을 삐죽이며 명수의 귤껍질을 끊어버렸다. 성열을 쳐다본 명수와 대열이 마치 흥, 하는 표정으로 방을 빠져나가는 성열을 보며 한참을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귤을 손에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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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눈이 왔다며 남자가 만들어준 오뎅탕을 배부르게 먹은 명수가 대열과 나란히 이불 속에 엎드려 폰으로 게임을 했다. 누가 더 빨리 게임 스코어를 많이 올리느냐, 를 두고 한창 열을 올리던 명수가 막 씻고 나온 성열이 방으로 들어오는 것에 멈칫했다. 게임 캐릭터가 죽어가는 걸 힐끔이던 대열이 명수를 툭 쳐서야 명수는 정신을 차리고 죽어가는 캐릭터를 살려냈다. 여름에도 김이 나는 따뜻한 물로 씻는 다던 성열은 발그레하게 열이 오른 볼로 바닥에 앉아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있었다.
"아, 아아!"
대열이 소리를 지르며 폰을 내려놓고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게임 캐릭터가 죽은 걸 본 명수가 씩 웃으며 게임을 저장하고는 폰을 내려놨다. 이불 속에서 빠져나와 성열에게로 간 명수가 성열의 손에서 수건을 가져왔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보는 성열의 모습에 베실 웃은 명수가 머리를 말려주겠다며 나섰다. 대열에게 드라이기를 가져오라고 한 명수가 건네받은 드라이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은 뒤 드라이기를 켰다. 따끈한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해요"
드라이기 소리에 파묻힌 성열의 말에 드라이기를 끈 명수가 다시 되물었다. 아니라며 고개를 저은 성열이 빨리 머리나 말려달라며 명수를 재촉했다.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다시 드라이기를 켜 성열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보송보송하게 마른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제 방향을 잡지 못해 상당히 어지러운 머리 모양을 형성했다. 살며시 웃은 명수가 손으로 머리를 정리해줬다. 아, 이쁘다. 고맙다며 저를 돌아보는 성열에 저도 모르게 뱉어버린 작은 속삭임에 명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아, 그, 미안…"
어색하게 웃어보인 명수가 드라이기를 정리해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순식간에 이불 속으로 다시 돌아간 명수가 다시 폰을 집어 들고 대열과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빤히 명수의 뒤통수를 보는 성열과 얼른 게임을 켜라며 저를 재촉하는 명수를 번갈아보던 대열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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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싹 녹아버린 눈이 아쉬운 성열이 소파에 앉아 깨끗한 마당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햇살의 따뜻함을 느끼며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명수가 살며시 눈을 뜨고 놀러 갈까? 하고 말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명수를 본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끙, 하고 몸을 일으킨 명수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나왔다. 어김없이 명수의 손에 곱게 자리를 잡고 있는 카메라를 본 성열이 베시시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남자에게서 차키를 받은 명수가 컴퓨터를 하고 있는 대열에게로 향했다.
"성열이랑 놀러 갈건데, 같이 가자"
언젠가 순간 툭 놓아버린 말임에도 명수는 상관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바쁘긴 바쁜지 살짝 찌푸린 표정으로 앉아있는 대열을 보던 명수가 방문을 닫고 차로 향했다. 마당에 나와 있는 성열에게 한 번 웃어준 명수가 흰 승용차 문을 열고 탔다. 운전 할 줄 알아요? 명수가 운전석에 타는 걸 확인한 성열이 조수석에 타며 물었다.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여준 명수가 시동을 걸었다. 입김이 하얗게 번지는 차 안에 손을 한 번 호, 분 명수가 천천히 마당에서 빠져나왔다.
"어디 가요?"
도로를 따라 그냥 막 가는 명수에 성열이 어디 가나 싶어 물었다. 그냥 길 따라 가는 거지, 뭐. 책임감 없는 명수의 말에 입술을 삐죽인 성열이 안전벨트를 하고 주위를 살폈다. 저 멀리에 보이는 제가 다녔던 중학교가 보이자 성열이 반가운 마음에 가만히 중학교를 응시했다. 니가 다녔던 중학교지? 명수의 물음에 무심코 그렇다고 대답한 성열이 학교를 지나쳐 점점 멀어지자 입술을 삐죽이며 명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뒤늦게 놀란 성열이 명수에게 물었다. 씩 웃은 명수가 다 아는 수가 있다며 손을 뻗어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도 기차가 다닐지 의문인 녹슨 기찻길을 지나 오래된 긴 다리를 건너자 다른 읍내가 나왔다. 오늘이 장날인지 길가에 죽 늘어선 할머니들과 트럭들을 보던 성열이 한 쪽에서 옛날 과자라고 써 붙인 팻말을 달고 과자를 팔고 있는 트럭을 찾아내고는 명수의 옷자락을 잡아챘다. 우리 저거 사 먹어요. 잠시 멈추고 성열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겨 트럭을 본 명수가 작게 웃고는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어어, 안 사 먹을 거에요?"
장날마다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듯한 공터에 차를 주차한 명수가 차에서 내렸다. 덩달아 내린 성열이 명수를 졸졸졸 좇아 갔다. 과자를 파는 곳에 도착한 성열이 명수의 옷자락을 꽉 쥐고 제가 먹고 싶은 과자들을 골랐다. 그런 성열을 보며 웃은 명수가 계산을 해 성열의 품에 과자를 안겨주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베실베실 웃는 성열의 모습에 명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차에 타 다시 어딘가로 향하는 명수의 입에 과자를 하나 물려준 성열이 맛있다, 하는 명수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오독오독 과자를 먹기 바빴다.
"어, 우리 절 가요?"
안내 표지판을 보던 성열이 절 쪽으로 향하는 걸 깨닫고 명수에게 물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되묻는 명수에 고개를 저은 성열이 절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명수를 쳐다봤다. 어디 가는데요? 성열의 물음에 길 따라 가는 건데? 하고 대답해 준 명수가 길 가에 차를 세웠다. 뒷좌석에서 카메라를 가져온 명수가 성열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이거 누르면 켜지고… 이거 누르면 찍히는 거야. 성열에게 카메라 조작법을 가르쳐주던 명수가 너 찍고 싶은 거 찍어, 하고 말했다.
"……"
고개를 끄덕이는 성열의 모습에 웃은 명수가 다시 출발을 했다. 가만히 앉아서 유리 너머 도로를 찍는 건지 옆에서 꼼지락거리던 성열이 과자를 입에 물고 셔터를 눌렀다. 제가 찍은 사진을 확인 한 성열이 제 눈에 담기는 것과 다르게 나오는 사진에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 성열이 귀여워보인 명수가 손을 뻗어 툭 튀어나온 성열의 입술을 잡았다. 귀엽다, 진짜. 잡은 입술을 살짝 흔든 명수가 손을 떼고 멍하게 앉아있는 성열을 힐끔거렸다.
"…이런데서 음료수 같은 거 사면 비싸겠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던 성열이 물었다. 왜? 목 말라? 명수의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성열이 지나쳐가는 가게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와중에도 쏙쏙 들어가는 과자들을 보던 명수가 길가에 차를 세웠다. 뭐 마실래? 안전벨트를 푼 명수가 사이다요, 하는 성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 가게로 들어간 명수가 사이다와 밀키스를 하나씩 계산하고 차로 돌아왔다. 성열에게 사이다를 건넨 명수가 밀키스를 컵홀더에 내려놓고 다시 차를 몰았다.
"여기 물 색이 옥색깔이야"
명수가 주변을 따라 흐르는 옥색을 띤 하천 색에 신기해하며 중얼거렸다. 죽 하천을 따라 가니 저수지 하나가 나왔다. 내릴래? 차를 주차하는 곳에 멈춘 명수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밖에 바람이 많이 부는 듯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걸 보던 성열이 먼저 내리는 명수에 가만히 있다가 결국 차에서 내렸다. 난간이 있는 곳까지 다가간 명수가 저수지 물 색도 옥색이라며 성열에게 손짓을 해보였다. 명수의 옆에 선 성열이 저수지 색을 보며 추운 듯 팔을 싹싹 문질렀다.
"추워?"
가만히 성열을 보던 명수가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몇 장 찍다가 손을 호호 불고 있는 성열의 손을 잡았다. 차로 다시 갈까? 아무런 반응 없이 잡은 손만 빤히 보던 명수가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성열을 데리고 갔다. 천원짜리 지폐를 하나 밀어 넣은 명수가 요새는 이런 것도 비싸다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 마실래? 저 먼저 고르라는 듯한 명수의 행동에 손을 쭉 뻗어 블랙커피라고 적힌 버튼을 누른 성열이 쪼그려 앉아 컵이 나오는 곳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형은…"
제 커피가 나오자 쏙 빼낸 성열이 뜨끈한 컵으로 손을 녹이며 명수를 쳐다봤다. 성열이 눌렀던 버튼을 누른 명수가 성열을 일으켜 세우고 차키를 건넸다. 먼저 차에 가 있어. 고개를 끄덕인 성열이 쫑쫑쫑 차로 향했다. 가만히 성열의 뒷모습을 보던 명수가 커피를 꺼내들고 차로 향했다. 차에 타자 불던 찬 바람이 싹 걷히고 뜨끈한 히터바람이 몰려와 몸이 녹았다. 붉은 성열의 손이 종이컵을 잡고 있는 걸 보고 손이 많이 시린가, 하고 생각하던 명수가 홀짝거리며 커피를 마시는 성열에 생각을 끝냈다.
"추운데, 집에 가요"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커피를 마시며 왔던 길로 다시 차를 몰았다. 빈 컵을 입에 물고 있던 명수가 빈 컵을 내려놓기 위해 컵홀더로 손을 뻗었다가 아까 산 밀키스가 그대로 있는 것을 알아채고 밀키스를 집어 들었다. 컵홀더에 빈 컵을 내려놓고 밀키스를 땄다. 하얗고 달달한 밀키스를 마시던 명수가 저를 빤히 보는 성열의 시선을 느끼고 밀키스 캔을 내밀었다. 마시고 싶으면 마셔. 거절없이 캔을 받아들인 성열이 밀키스를 마셨다.
"이거 다 마셔도 되요?"
연신 캔에 닿는 성열의 입술을 보던 명수가 혀를 내어 제 입술을 축였다. 말없이 운전만 하는 명수를 힐끔이던 성열이 결국 다 비워버린 밀키스 캔을 손으로 꾹 잡은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길가에 차를 세운 명수가 의자를 뒤로 눕혀 성열을 눕혀주었다. 가만히 성열이 자는 모습을 보던 명수가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뽀얀 성열을 보던 명수가 성열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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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사랑 독자님들 나 오늘 염색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체리레드 했는데 티 엄청 많이 나요, 어떡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등교해야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잡혀서 벌점 받을 거 같아요....힝....배고프다...
나니그대, 감성그대 내 사랑 받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많이 받아요 엄청엄청!!!!!!!
이거 참 모자를 쓰고 등교할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