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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허락할게, 엄마가 생각이 짧았던 거 같아.

-……

-대신 빨리 돌아와, 어차피 그 꼬마는 너 기억도 못할 텐데, 뭐.

-알았어.

한숨을 푹 내쉬며 머리를 짚은 여자가 명수에게 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망설임 없이 방으로 되돌아간 명수가 캐리어를 꺼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을 챙기다가 문득 책상 위 액자로 눈을 돌린 명수가 해맑게 웃고 있는 작은 꼬마 둘을 보며 작게 웃었다. 보고 싶다, 니가 날 기억해주면 좋겠어.

-

끝이 MP3에 연결된 검정색 이어폰을 귀에 꽂고 한 손에 캐리어 손잡이를 꽉 쥔 채 앉아있던 명수가 멀리서 제가 타야 할 버스로 보이는 버스가 오는 것이 보이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버스 머리에 주황색으로 버스의 번호와 출발지, 종점이 적혀있었다. 반대쪽 손으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 명수가 버스가 제 앞에 멈춰 서자 버스로 올라타 요금을 넣는 곳에 돈을 밀어 넣고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제일 뒤, 바로 앞자리에 하나 남아있는 자리로 가 앉은 명수가 검은색 목도리를 정돈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에서 성시경의 거리에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음 정류장은 수이입니다'

계속 한 곡만 반복되는 노래 사이로 들어오는 정류장 이름에 명수가 손을 죽 뻗어 근처에 있던 벨을 눌렀다. 슬쩍 일어나 하차할 문으로 가 선 명수가 버스가 천천히 멈춰 서고 문이 열리자 캐리어를 번쩍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뒤로 돌자 덤프트럭들을 정비하는 정비소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제 옆에는 자동차 부품 점으로 쓰이는 흰 건물이 하나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머리를 긁적인 명수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들었다. 이어폰 한쪽을 빼고 어딘가로 전화를 건 명수가 연결음만 울릴 뿐 전화가 좀처럼 연결되지 않자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보던 명수가 두건을 쓰시고 목도리를 칭칭 둘러맨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 할머니"

"……"

"제가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혹시 여기 어떻게 가는지 아…세요?"

말없이 저를 보는 할머니께 주머니에서 꺼낸 포스트잇을 건넨 명수가 알다마다, 하며 씩 웃는 할머니에 방긋 웃었다. 따라오라는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 보인 명수가 종종걸음으로 걸어가시는 할머니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왼쪽으로는 우사(牛舍)로 보이는 큰 건물이 하나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탱자나무들이 줄지어 울타리처럼 서 있었다. 다 왔다며 붉은 벽돌에 까만 기와를 얹은 집을 가리키는 할머니께 다시 감사하다며 인사를 한 명수가 붉은 벽돌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흰 트럭 한 대와 잘 타지 않는 듯 때가 조금 탄 흰 승용차가 마당에 주차되어 있었다.

"어…누구세요?"

빨래를 널러 나왔는지 바구니를 들고 집에서 나온 한 소년과 마주친 명수가 멍하게 소년을 쳐다봤다. 말이 없는 명수가 의아해하던 소년이 바구니를 내려놓고 집으로 쏙 들어갔다. 아빠! 누구 왔는데? 소년의 말에 방에서 나온 한 남자가 부랴부랴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나왔다. 명수의 앞에 선 남자가 웃으며 명수를 반겼다. 남자를 보며 살짝 웃은 명수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춥다며 일단 들어가자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캐리어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빠, 누구야?"

"빨래나 널어, 나중에 설명해줄게"

"치…"

입술을 삐죽인 소년이 내려놨던 바구니를 들고 빨래건조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남자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온 명수는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정리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밖과 그렇게 온도 차가 나지 않는 거실에 캐리어를 세워놓은 뒤 남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 뜨끈하게 데워진 바닥을 손으로 짚어보던 명수가 앉아서 이불을 덮고 추우니까 이거 덮어, 어여. 하는 남자의 말에 슬금슬금 이불 속으로 다리를 밀어 넣었다. 오오, 따뜻하다. 뜨끈한 이불 속에 방긋 미소를 지은 명수가 남자가 건네는 귤을 하나 받아들고 씩 웃었다.

"어째, 오는 길에 힘들지는 않았고?"

"네, 괜찮았어요, 이렇게 멀리 나온 건 처음이라서 재밌기도 했구요"

"명수, 너 온다고 해서 급하게 방 정리를 할라 했는데, 집이 그래 안 커서, 방이 없다"

"아…괜찮아요, 그럼 저는 어디서 지내요?"

우리 아들이랑 같이 써야 할 거 같은데… 남자의 말에 아까의 소년을 떠올린 명수가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다. 그제야 안심한 남자가 웃으며 일단 몸 좀 녹이라고 했다. 아까 받은 귤을 깐 명수가 귤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방을 둘러봤다. 아직 농사를 짓는 마을이다 보니 TV도 케이블이 아니었고, 아무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듯했다. 조그만 슬라이드 폰을 주시하던 명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소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빠, 나 빨래 다 널었어"

소년의 말에 알겠다며 소년을 제 옆에 앉힌 남자가 어제 말한 아빠 친구 아들이라며 명수를 소개했다. 추위에 발그레해진 볼로 명수를 보던 소년이 안녕하세요, 하고 웃으며 인사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아들도 왔으니까 짐 정리나 하는 게 어떠냐며 묻는 남자에게 그러는 게 좋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덩달아 일어선 소년이 먼저 방을 빠져나갔다. 소년을 따라 나간 명수가 캐리어를 끌고 소년을 따라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갈색 책상과 책장, 베이지색 옷장 2개와 이불장, 낮은 베이지색 서랍장 위에 놓인 까만 TV. 침대 하나 없고, 바닥에 깔린 푹신한 이불 두 장. 뭔가 쑥스러운 듯 베싯 웃어 보인 소년이 왼쪽 옷장을 가리켜 보이며 이 옷장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캐리어를 옷장 앞에 가져다 놓고 옷장 문을 열었다.

"근데요… 이 방에 저 말고, 제 동생도 있거든요…"

소년의 말에 명수가 고개를 돌려 성열을 쳐다봤다. 오늘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아직 안 왔어요. 소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캐리어에서 옷들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명수를 보던 소년이 순식간에 끝이 난 옷정리에 어벙벙하게 명수를 쳐다봤다. 옷… 그거밖에 없어요? 뭐 어떠냐는 얼굴로 소년을 쳐다본 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면 사면되지. 덤덤하게 말한 명수가 여전히 저를 보고 있는 소년과 시선을 마주하다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어, 저는 이 성열이에요! 동생은 이 대열이구요"

명수의 시선을 무엇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문득 제 이름을 말한 성열이 배시시 웃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방긋방긋 웃는 성열에 마주 웃어준 명수가 목에 둘둘 감고 있던 검은색 목도리를 풀었다. 캐리어 위에 대충 얹어놓은 명수가 카키색 야상을 벗어 옷장 옆에 있는 행거에 걸었다. 이불 위에 앉은 명수가 갑작스레 울리는 벨소리에 성열 쪽을 쳐다봤다. 민망한 듯 허허 웃은 성열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아무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듯했는데, 성열의 손에 들린 폰을 보던 명수가 제 예상이 틀림을 알아채고 슬쩍 웃었다. 전화를 끊은 성열이 뽀르르 걸어 방을 나갔다. 혼자 방에 남겨진 명수가 구석에 개어 놓은 이불을 꺼내와 덮고 누웠다. 이불처럼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뉘인 명수가 손을 죽 뻗어 야상 주머니에서 MP3를 꺼냈다. 이어폰을 양쪽에 꽂고 소리를 적당히 줄인 명수가 눈을 감았다.

-

눈을 뜬 명수가 MP3를 끄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다시 개어 구석에 놓아둔 명수가 야상을 입고 방에서 빠져나갔다. 추워서 그런지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안 구조를 살피기 위해 가까이 있는 문을 열어본 명수가 그곳이 화장실임을 알고 문을 닫았다. 괘종시계 옆에 상당히 크고 옆으로 나무문 4개로 된 여닫이문을 살짝 연 명수가 안에서 패딩을 걸치고 담요를 다리에 덮은 채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는 성열을 발견했다.

"어, 일어나셨네요!"

"아, 어… 아저씨는?"

"소 죽 주러 가셨어요"

"아…"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문을 닫고 다른 문으로 향했다. 슬쩍 문을 열어본 명수가 부엌임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야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집에서 나온 명수가 마당을 둘러보다가 남자가 있을 듯한 우사로 향했다. 약간의 비탈길을 올라간 명수가 열려있는 문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화들짝 놀라 뛰어가는 송아지를 보고 덩달아 놀라 뒷걸음질 쳤다. 안에서 우사를 치우던 남자가 그런 명수를 보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안으로 들어선 명수가 따로 길이 난 곳으로 걸어가며 소를 구경했다. 짚을 우물우물 씹으며 그 큰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이 신기한 것인지 명수는 연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소를 쳐다봤다.

"소 냄새 벨낀데, 괜찮겠나?"

괜찮아요, 하고 대답한 명수가 소 입안으로 점점 사라지는 짚을 보며 방실 웃었다. 옆에 있던 짚더미에서 짚을 조금 빼내 소 앞으로 내민 명수가 제가 내민 짚을 덥썩 무는 소에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런 명수를 힐끔인 남자가 외발수레와 삽을 가지고 소똥을 치우기 시작했다. 가만히 남자를 보던 명수가 슬그머니 우사에서 빠져나갔다. 우사 근처로 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신기하다는 듯 밭으로 발걸음을 옮긴 명수가 이름 모를 나무들을 보며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감나무"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명수가 저를 보고 있는 성열을 보며 작게 웃어 보였다. 바로 옆에 있는 건 사과나무. 명수가 보고 있던 감나무 옆에 서 있는 나무를 손으로 가리킨 성열이 설명을 덧붙였다. 신기해하는 명수가 더 신기하다는 듯 보던 성열이 휙 돌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성열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 명수가 마당으로 들어오는 성열을 닮은 소년을 보고 자리에 멈춰 섰다.

"왔네"

"어, 먹을래?"

"웬 붕어빵?"

"그냥, 근데 어제 그 사람이…"

명수를 힐끔인 대열이 성열의 말을 기다리며 붕어빵 봉지를 내밀었다. 대열이 건넨 붕어빵 봉지를 받은 성열이 맞아, 하고 대답하며 붕어빵을 하나 꺼내 물었다. 붕어빵을 문 채로 봉지 안에서 다른 붕어빵을 하나 더 꺼낸 성열이 명수에게 붕어빵을 내밀었다. 눈을 깜박이다가 붕어빵을 받아든 명수가 성열과 같이 붕어빵을 물었다. 입안 가득 팥의 단맛이 퍼지고, 붕어빵의 바삭한 겉껍질이 느껴졌다. 주머니에 손을 폭 집어넣은 대열이 들어가자는 성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동생이지?"

"네, 애가 원래 처음 본 사람한테는 저래도 친해지면 되게 시끄러워요"

성열을 따라가며 물은 명수가 성열의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닮은 거 같아.

-

제가 온다고 만든 닭볶음탕에 직접 담갔다는 김치, 깨끗하게 씻어놓은 배춧잎과 장. 흰 쌀밥을 푹 떠 입안으로 밀어 넣은 명수가 맛있게 양념이 베어 든 감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사내가 셋 사는 집임에도 요리 솜씨는 상당했다. 맛있게 밥을 먹던 명수가 제 옆에 앉아 밥을 깨작거리는 성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맛이 없어?"

"…아니요"

"근데 왜 그렇게 밥을 깨작거려?"

냄비 속에서 닭고기를 하나 건져 올린 명수가 살을 발라 성열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 가만히 닭고기를 보던 성열이 살며시 웃으며 밥을 명수만큼 떠먹기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성열을 보던 명수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가만히 명수와 성열을 주시하던 대열이 킥킥 웃으며 성열의 옆구리를 툭 쳤다. 성열의 째림을 받은 대열이 혀를 살짝 빼어 성열에게 메롱을 하고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입술을 삐죽인 성열이 다시 제 밥 위로 올라오는 닭고기에 베시시 웃으며 밥을 떴다.

-

이불을 덮고 앉아 귤을 까먹던 명수가 TV를 끄고 잘 준비를 하는 남자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제가 먹은 귤껍질들을 정리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꾸벅 인사한 명수가 방에서 빠져나와 제가 생활할 방으로 향했다. 가지런하게 이불을 펴놓은 성열이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성열과 다르게 바닥에 앉아 폰으로 게임을 하던 대열이 펴지도 않고 구석에 개어 놓은 제 이불을 들고 일어섰다.

"어디 가?"

"아빠 방이요, 여기서 3명 자면 좁을 거 같아서요"

"아…"

문에서 비켜선 명수가 대열이 방을 빠져나가자 천천히 성열에게로 다가갔다. 성열이 뭐하나 싶어 홀낏 본 명수가 일기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조용히 제 자리로 가 앉았다. 성열이 일기를 쓰는 것을 한참 지켜보던 명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꺼내둔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실로 가 대충 씻었다. 일기를 다 쓴 건지 이불 속에 폭 파묻혀 있는 성열을 본 명수가 불을 끄고 제 자리로 가 누웠다.

"성열아"

"……"

"성열아"

"…네?"

잠시 뒤척인 성열이 한 쪽 귀에서 이어폰을 슥 빼냈다. 그런 성열을 보던 명수가 그거 이어폰 끼고 자는 거야? 하고 물었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던 성열이 아차, 하며 네, 하고 대답했다.

"그거 귀에 안 좋은데"

천장으로 시선을 돌린 성열이 반대쪽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고 MP3를 껐다. 뭐 듣고 있었는데? 명수의 물음에 입술을 달싹이던 성열이 작게 내뱉었다. 성시경, 거리에서. 성열의 대답에 나랑 같은 거 들었네? 하고 신나라한 명수가 베시시 웃었다. 나도 아까 여기 올 때, 그거 듣고 있었는데. 명수의 말을 가만히 듣던 성열이 발그레 달아오르는 볼을 손으로 문질렀다. 형은 여기 왜 온 거에요? 갑작스러운 성열의 질문에 웃고 있던 명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음에 말해줄게, 잘 자"

성열에게서 등을 돌려 누운 명수가 눈을 꼭 감았다.

-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답지 않게 잠에서 깬 명수가 아직 어두침침한 방 안에 다시 자야겠다 싶어 눈을 감았다가 옆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눈을 떴다. 어제가 일요일이었나? 학교에 가려는 듯 와이셔츠를 입고 단추를 채우고 있는 성열을 본 명수가 꾸역꾸역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학교 가? 아직 잠에 절여진 목소리로 묻는 명수에 네, 하고 대답한 성열이 의자에 걸어놓은 넥타이를 매고 니트 조끼를 입었다. 패딩을 손에 든 성열이 가방을 가지고 방 밖으로 나갔다. 잠에서 깨기 위해 뺨을 두어 번 툭툭 친 명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고 성열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로 가 대충 세수를 한 명수가 부엌에서 빵 하나를 물고 나오는 성열을 보고 자리에 멈춰 섰다.

"더 안 주무세요?"

"응… 동생은?"

"밥 먹어요"

가방을 내려놓고 패딩을 입은 성열이 그 위로 가방을 메고 시계를 확인했다. 성열이 빵을 베어 물 때마다 빵 틈 사이로 흰 크림이 비죽비죽 튀어나왔다. 아, 진짜! 형, 같이 가자니까! 부엌문을 벌컥 열고 튀어나온 대열이 손에 가방을 들고 성열의 옆에 섰다. 명수를 보고 꾸벅 인사를 한 대열이 안 늦었다니까, 자꾸. 하고 성열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파드득거리며 옆으로 떨어진 성열이 킥킥 웃으며 양치를 하러 화장실로 쏙 들어가는 대열을 보며 인상을 썼다.

"학교 잘 다녀와"

"…네"

빵 하나를 벌써 다 먹어치운 성열이 패딩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화장실 문을 발로 밀어 열었다. 분홍색 슬리퍼에 발을 끼워 넣은 성열이 대열의 옆에 서서 양치하기 시작했다. 나 먼저 간다. 성열을 골려주기라도 하는 듯 먼저 화장실을 쏙 빠져나온 대열이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현관문을 벌컥 열고 나가면서 외친 대열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명수가 부루퉁한 얼굴로 양치를 하는 성열을 보다가 남자를 찾아 부엌으로 들어갔다.

"벌써 일어났네? 밥 먹을 끼가?"

웃으며 긍정의 대답을 한 명수가 남자가 내미는 밥그릇을 받아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김치찌개에 반숙 계란후라이. 먹고 그냥 식탁보 덮어 놓으면 된다, 나중에 치울 거니까.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슥 빠져나가는 남자를 보다가 밥을 먹기 시작했다. 문득 밥을 먹다가 몇 신가 싶어 시계를 찾아 확인한 명수가 이제야 막 7시가 된 시간에 화들짝 놀라 행동을 멈췄다. 그러다가 어깨를 으쓱한 명수가 다시 밥을 마저 먹고 싱크대에 그릇을 집어넣었다. 막 부엌에서 빠져나온 명수가 문득 제가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방으로 들어가 캐리어를 열었다. 제가 항상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꺼낸 명수가 배터리를 확인하고는 충전기를 꺼냈다.

"나중에 성열이 오면 같이 나갈까?"

가만히 앉아 생각하던 명수가 그래야겠다, 하고 중얼거리며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방으로 간 명수가 TV를 켰다. 제가 원래 있던 곳과 채널이 틀려 하나하나 돌려가며 재밌는 프로그램을 찾던 명수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딱히 재밌는 프로그램이 없어 이불을 덮고 누웠다. 가만히 누워서 뜨끈한 기운을 느끼고 있던 명수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히터로는 느낄 수 없는 뜨끈함이라 그런지 상당히 졸려옴을 느낀 명수가 그냥 눈을 감고 잠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

오래 잔 것 같음에도 아직 졸린 눈을 뜬 명수가 너무 많이 자서 띵한 머리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 막 4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 깜짝 놀랜 명수가 조용하기만 한 집 안에 숨을 푹 내쉬고 다시 누웠다. 고등학생이니까 늦으려나? 가만히 생각을 하던 명수가 몸을 일으켰다. 하품을 쩍 한 명수가 일어서서 방으로 향했다. 충전이 다 된 걸 확인한 명수가 옷장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겼다. 두툼한 야상을 입고 카메라를 어깨에 멘 명수가 집을 빠져나왔다.

"어디 가나?"

"네, 마을 구경 좀 하려구요"

미소를 띠며 대답한 명수가 잘 갔다 오라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 싶어 뒤쪽으로 향한 명수가 계단식으로 된 밭들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눈동자를 굴렸다. 멀리에서 봐도 상당히 큰 나무가 3그루 정도 있었고, 빌라도 하나 있었다. 별장처럼 예쁘장한 집도 하나 세워져 있는 걸 본 명수가 즐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카메라를 켜 마음 가는 대로 셔터를 누르던 명수가 큰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고개를 쑥 들어올린 명수가 상당히 높은 나무를 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구름이 조금 있는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보며 셔터를 누른 명수가 찍힌 사진을 보며 만족감에 미소를 지었다. 좀 더 마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명수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과 밭들을 보며 셔터를 눌렀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집들을 보던 명수가 발걸음을 옮겨 개중 혼자 예쁘장한 집으로 갔다. 집 앞에 서서 가만히 집을 보던 명수가 살며시 웃었다.

"이런 집에 살고 싶다고 했는데…"

작게 중얼거린 명수가 즐겁게 웃었다. 카메라에 집을 담은 명수가 다시 집으로 가기위해 발거음을 옮겼다. 나머지는 다음에 성열이랑 가야지. 여짓껏 찍은 사진들을 보던 명수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카메라를 껐다. 발갛게 얼어버린 손을 후후 불어가며 집으로 가던 명수가 문득 익숙한 풍경에 자리에 멈춰섰다. 보조바퀴가 달리지 않은 두발 자전거를 타기 위해 연습을 하는 두 꼬마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한 명수가 베시시 웃었다. 형아, 손 놓으면 안 돼! 알았어, 계속 잡고 있을게. 처음에 잘 잡고 있던 명수가 천천히 가다가 손을 놓았다. 형아, 잡고 있지? 불안한 목소리로 묻는 성열에게 응! 하고 대답한 명수가 베시시 웃으며 자전거 뒤꽁무니를 쳐다봤다.

'어! 성열아!'

얼마 못가 자전거가 픽 쓰러지고 화들짝 놀란 명수가 도도도 뛰어 성열에게로 갔다. 길바닥에 주저 앉아 울먹이던 성열이 명수가 제 옆으로 오자 왕,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반바지를 입고 있었던 탓에 흰 살결이 바닥에 쓸려 핏방울을 몽글몽글 매달고 있었다. 어쩔줄 모르고 성열을 보던 명수가 울지 마, 하고 성열을 폭 끌어안았다. 명수의 옷자락을 꾹 쥐고 울음을 참던 성열이 살살 등을 쓸어주는 명수의 손길에 천천히 울음을 멈춰 갔다. 집에 가자, 약 바르게. 낑낑거리며 일어선 성열이 제 앞에 쪼그려 앉아 등을 내보이는 명수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찔끔 베어나온 눈물을 닦아냈다. 엎혀, 성열아. 눈을 꿈벅이며 명수를 보던 성열이 나 괜찮은데…하고 중얼거렸다. 가만히 제 등을 내보이는 명수에 조심스럽게 업힌 성열이 명수의 목을 끌어 안았다.

'형아…자전거는?'

'나중에 내가 가지러 올게, 일단 집에 먼저 가자'

발갛게 얼어버린 손을 만지작거리던 명수가 베시시 웃었다.

 

 

제목 뒤에 붙은 영어는 별 뜻 없습니다! 그저 예전에 썼던 글이라는 걸 표시하고 싶었어요.

요새 너무 우울하네요. 글 쓰는 것도 힘들어요. 시럽그대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겠어요?

나 이제는 더이상 가족이랑 트러블 만들고 싶지 않은데, 가족들은 이제 내가 싫은가봐요.. 솔직히 이해해요, 내가 하는 행동들 보면.

그냥 그래요. 힘들어서 혼자 이야기해봤어요.

 

시럽그대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미안해요..

나니그대는 정말 고마워요, 저 솔직히 사람들 기억속에서 잊혀졌을 거 같았어요 ㅋㅋ 사람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

그런데도 댓글 달아주고... 언제 기회되면 나니그대를 위한 글도 적어주고 싶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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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나니예요 제가 정말 좋아했던 글이네요 반촌!저는 제가 좋아했던 작가님들 글 안 잊어요ㅜㅜ어떻게 잊어요 절 우ㅣ해 써주신다면 정말 가묘ㅏ하죠ㅠㅜ작가님 힘내세요 가족들이 작가님 싫어하는거 아닐거예요 힘내시고ㅜㅜㅜ
11년 전
도토리.
역시 나니그대가 최고에요 ㅎㅎㅎ 이 글, 가끔 열어보면서 왜 이렇게 썼지 하고 후회하는 글이ㅣㅣ에요, 가끔 심심하면 뒤에 더 끄적였다가 지우기도하고 그대로 끄적여놓기도 하죠. 언젠가 완성이 된다면 이곳에 올라오게 될 거에요. 가족이 제발 절 안 싫어했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저혼자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슬픈 일이니까요! 언제나 고마워요 나니그대 ㅎㅎ
11년 전
독자2
제가 작가님 좋아해여!!혼자 아니예여!나중에라도 올라오면 정말 잘 읽을거예요
11년 전
도토리.
♥ 그대덕분에 오늘은 우울하게 넘기지 않을 수 있을 거 같네요 ㅎㅎ 기분 좋을 때 이만 자야겠어요, 오늘만큼은 우울한 기분이 아니니까요!
11년 전
독자3
안녕히주무세요!!굿밤!!
11년 전
독자4
감성 이에요 우와반촌이다!!!!!!끼약
11년 전
도토리.
끼약 감성그대 댓글 달린거 깜박했어요 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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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도토리.
ㅠㅠㅠㅠㅠㅠㅠ시럽그대때문에 진짜 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와 저 진짜 힐링받는 구 같아요ㅠㅠㅠㅠㅠ진짜 열심히 쓰랴고하는데 너무 우울해서 ㅠㅠㅠㅠㅠ 저 진짜 아무리 상담받아도 도무지 나아지지를 않아요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뭔가 됫게 애잔한 글이에요 작가님 ㅠㅠㅠ힘든일있르면 ㅎ힘내세여!
11년 전
도토리.
ㅎㅎㅎ 고마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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