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w. 옥수수소세지
Q.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하셨다구요?
"네. 제가 ㅇㅇ 씨를 좀 아는데,
아마 배가 더 불러오면 사진 같은 건 절대 안 찍으려고 하실 분이거든요.
곧 있으면 저희 결혼 기념일이기도 하고
저희 셋이서 미리 가족사진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서요."
"참 기특하죠? 요즘 아주 예쁜 짓만 골라하는 것 같아요.
우리 집 복덩이야, 복덩이."
(뿌듯) "제가 바로 그 복덩이입니다."
EP. 08: 부부의 추억 여행
"워허우! 거기, 오빠 시간 좀 있어??!"
"저야 시간은 많은데... 아직 아가씨가 조심하셔야 해서요."
남편이 죽고 못 사는 아내의 능글맞은 유혹에 이리도 무미건조한 이유요?
그건 바로, 지금 ㅇㅇ 씨가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는 한참 전이라는 것이죠. 요즘은 함부로 포옹까지 다 마다할 정도로 남편은 많은 것을 인내하며 자제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그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일부러라도 남편을 더욱 자극하기 바쁜 아내. 자꾸 지훈 씨 다리에 제 뒤꿈치를 부비적거리시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걸 보니 아마 재미를 들리신 것 같아요. 저런, 그러다 남편 진짜로 울겠어요.
짓궂으시네요 정말.
요즘 매번 그럴 때마다 지훈 씨는 ㅇㅇ 씨의 눈까지 피하며 꾸욱 참으시느라 피가 바싹바싹 마르시는 중이라고 합니다. 아! 맞다. 어제 밤만 해도,
"방울토마토 얘기 해줄까?"
"응. 해 줘."
"한 방울토마토가 횡단보도를 귀엽게 통통 튀기면서 건너고 있었어. 근데 지나가는 트럭이 못 보고 걔를 밟은 거야! 그때 무슨 소리가 난 줄 알아?"
"무슨 소리가 났는데?"
(쪽) "이 소리!"
"..."
"..."
"ㅇㅇㅇ. 너 왜 자꾸 나 꼬셔? 나 나가서 잘래."
"야아!! 어디가아! 주지훈!!"
백발백중이라며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스킬, 요즘 젊은 친구들이 가장 많이 쓴다는 토마토 신공의 효과는 매우 대단했죠. 물론 다른 의미로요.
남편의 입술에 아내의 짧은 키스가 닿자마자, 남편은 짧게 미간을 찌푸리다 토라진 듯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제 베개만 급히 챙겨 바닥이 쿵쿵 울릴 만큼, 누가 봐도 나 삐쳤어요- 라고 주장하는 발을 옮기며 거실에 있는 소파로 향했어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혹여 아내와 상콤이가 놀랄까 문은 또 굉장히 살짜쿵 닫고 나가셨죠.
어딘가 소심하긴 한데 참으로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닐 리 없습니다.
옆에 아내가 없으면 쉬이 잠에도 못 드는 남편은 결국 뜬 눈으로 몸을 뒤척이다 날밤을 지새우셨다고 해요. 동이 트는 걸 보고나서야 다시끔 안방으로 돌아간 남편이 어렴풋한 잠에 들었을 때는 이미 일어나야 할 시각이 한참 지났다고요. 앉아서도, 서서도 자꾸 눈을 감는 남편을 깨우느라 애를 먹은 아내는 남편의 귀에 소곤소곤 애정 어린 쌍욕을 박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내의 짜증 끝에서야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나셨죠.
"야, 평생 잠 들고 싶은 거 아니면 눈까리 똑바로 떠라."
"여, 여보! 상콤이 다 들어! 욕하지 말라니까아..."
신박한 모닝콜. 쏟아지던 잠이 한방에 달아났으니 성공이긴 하네요.
자나 깨나, 잠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도 아내 생각 뿐이군요.
신경 쓸 일이 너무나도 많은 임신 초기이니 만큼 항시 조심하고 절대 무리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절망적인 말씀을 떠올리며 지금 이 순간도 애국가를 머리와 가슴에 되새기는 남편.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셨던 지훈 씨는 이런 식으로 저와 아내의 사이를 가를 줄 몰랐던 상콤이가 처음으로 얄미웠다고요.
물론 아주 쪼오오끔 이었다 강조하시면서요.
지훈 씨, 설마 또 우는 건 아니죠? 목소리가 조금 떨리시는 거 같은데.
말과 행동이 많이 다르시네요 ^^
남편을 놀리느라 이제서야 준비된 드레스를 착용하러 커튼 뒤로 사라지신 ㅇㅇ 씨. 한참 전부터 준비를 다 끝마친 남편은 건너편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어 아내가 모습을 보일 타이밍에 맞춰 미리 사진 찍을 준비를 하며 기다립니다. 두어 번 제 가슴을 토닥이며 심호흡을 하다가도 설레임에 씰룩이는 지훈 씨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휘어지네요. 매우 올바른 자세입니다.
괜히 저희까지 심장이 콩닥거리는 것 같아요.
"자기. 리액션 준비 됐어?"
"네에!"
"나 나간다?"
"네, 나오세요. 보고 싶어요."
"오케이."
"하... 겁나 예뻐."
다들 박수. 아내를 황홀한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다 제 핸드폰까지 내던지며 보인 바람직한 자세 아주 좋아요. 아니오. 전혀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의 이런 조건 반사적인 반응은 매우 적당합니다.
곱디 고운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있는 날이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 이리도 특별한 날에는 무조건 주지훈 씨가 위에서 선보인 훌륭한 예시를 따르도록 하세요.
꿀팁입니다.
그날과 같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화사한 미소를 지은 채 저를 바라보는 아내를 마주하니 괜히 감회가 새로운지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신 것 같네요.
정말이지 주책바가지가 따로 없어요.
"웨딩드레스 몇 벌 사줘야겠는데? 공주님이네, 공주님."
"드레스 입는게 이렇게 버거울 일이야?! 죽을 뻔 했네.
솔직히 말해. 나 살찐 거 같지?"
자- 여기서 잠깐!
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의 함정에 빠지면 안 돼요.
절대,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솔직히 말하면 안 됩니다.
다들 잘 아실 거라고 믿어요.
"그때도 완벽했고, 지금은 더 완벽해.
나 눈물 고인 거 안 보여? 우리 결혼할 때 생각 나고 좋은데 난."
"뭐래애... 결혼식 엄청 싫어했으면서."
"결혼식을 싫어했나. 자기를 못 본다는 게 싫었던 거지."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결혼식을 올리는데 못 본다니요?
"어, 뭐야! 형부!!!"
"와악쒸!!!!!!! 깜짝이야..."
"내가 식 전에 신부 보는 거 금지라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아, 알아.. 알지. 난 그냥 우리 애기 잘 있나 확인 차,"
"신랑이 툭 하고 여기로 오면 하객은 누가 맞이해?
형부 다 큰 애기 너무 잘 있으니까, 좀 가요- 제발."
"아아! 가, 가!! 간다니까."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런 것이겠죠.
신부 대기실 앞에서 승희 씨에게 붙잡혀 끌려나가기를 수백 번. 매번 저리 굴복 당하면서까지도 헤실헤실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종종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뛰어 본 승희 씨가 말하기를 이토록 해맑은 신랑은 생전 처음이시라고요. 저 팔불출이 대체 무슨 톱 배우냐며 혼자 국가 망신이란 망신은 톡톡히 시키신다고도 하셨어요. 저희에게 비밀이라고는 하셨는데 어쩔 수 없죠.
결혼식을 올리기 전 아침에 신랑은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볼 수 없다는 단순한 절차를 지키기가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던가요.
그저 미신이기는 하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후회하는 것 보다야 낫죠.
그렇게 마지막으로 떠밀리 듯 쫓겨나온 지훈 씨는 한층 풀이 꺾인 채 시무룩한 표정으로 하객들을 맞이하셨죠. 이 좋은 날에 집에 우환 있냐는 질문까지 받겠어요. 제발 표정 좀. 그때, 지훈 씨의 안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립니다. 어라? ㅇㅇ 씨네요. 설마 ㅇㅇ 씨도 지훈 씨가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하신 건 아니겠죠...?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레알 극한직업 동상이몽 전 스태프.
다짜고짜 주지훈 당장 이리로 와- 라는 말 한마디에 드디어 웃음을 터뜨린 지훈 씨는 매우 깨발랄한 스텝과 함께 휘파람을 불며 ㅇㅇ 씨에게로 향합니다.
아이고, 저리도 좋을까요.
"우리 서로 보면 안 되는 거 알지? 그새를 못 참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톱 배우 맞네요. 저 뻔뻔한 것 좀 보세요.
주지훈 씨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주지훈."
"응?"
"오빠가 나중에라도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아하! 예비 부부가 가장 많이 하는 걱정 중 하나군요.
어떻게 평생을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냐는 흔한 그 걱정이요. 암요, 중대한 약속인데 당연 두렵기도 두렵겠죠.
하지만 저를 눈에 담자마자 들리우는 ㅇㅇ 씨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놀란 지훈 씨의 표정을 좀 보세요. 저희가 감히 끼어들자면 정말 쓸데가 그지 없는 걱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쪼르르- 그녀의 앞으로 뛰어가 제 무릎을 꿇고서 시선을 맞춘 지훈 씨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지다 못해 아주 흘러내리고 있어요.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은데. 너만 나 계속 좋아해 주면 돼."
"나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거 같아... 원래 결혼식은 다 이래?"
"글쎄... 나도 결혼은 처음이라."
"짜증나. 왜 자꾸 웃기려고 해애! 나 지금 진지하다고!"
"이미 늦었어. 오늘 너 나랑 결혼해야 돼, 코 제대로 꿰였다고 너."
"..."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에?"
"생각해 봐. 어짜피 우리 둘 없으면 결혼식은 시작도 못 해."
"..."
"..."
"...딸기 맛."
"초코 맛도 사줄게. 얼른 갔다 오자."
특별한 건 없지만 꽤나 낭만적이지 않나요?
괜한 긴장감에 떨고 있는 ㅇㅇ 씨를 달래고자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다정히 그녀의 손을 잡은 지훈 씨와 ㅇㅇ 씨는 그렇게 연인으로서의 마지막 데이트를 즐기러 예식장을 몰래 빠져나갔죠. 아무리 자유로운 스몰 웨딩이었다고는 하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식장에 입장한 신랑 신부는 아마 이 둘이 최초이자 꽤 오래도록 유일무이할 것 같습니다.
두 분의 깜찍하고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하객 분들 모두가 매우 다양한 패닉 상태에 빠져 대략 한 시간을 심각한 혼란 속에 휩싸인 채 한바탕 야단법석이었지만, 곧 부부가 될 두 사람을 위한 날이니 만큼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다고 하네요.
그래요! 두 분이 행복하면 된 거죠 뭐.
이런 것도 다 추억 아니겠습니까?
"이건 등이 포인트."
"자기야- 대박이야. 지금 난리 났어."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던 남편은 넋이 나간 채 기립 박수를 치다가도 호쾌하게 포즈를 취하는 아내의 모습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걸 잊지 않습니다. 그런 그녀의 장단에 맞춰 더욱 더 열정을 불태우며 한껏 집중한 얼굴로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제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미네요.
"나 어때?!"
"연락 돌릴까? 지금 당장 파티 열어야 돼."
"아, 또- 파티하면 난 거 알지? 오랜만에 꾸미니까 기분이가 좀 좋은데?!"
"여보, 우리 이렇게 춤 추는 건 좋은데 촬영은 대체 언제쯤 해?"
아내의 흥에 못 이긴 척 같이 삐걱삐걱 춤을 추기 시작하는 남편.
왠지 실제 결혼식 준비 과정도 이랬을 것 같은데요.
다시 보아도 참으로 놀라운 쿵짝입니다. 천생연분이네요.
EPILOGUE.
Q. 아이스크림이요?
"몰라요. 내가 진짜 앤 줄 알아.
요즘도 조금만 우울해 보이면 맨날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그래요."
"사실 저희 결혼 서약에도 적혀 있어요.
내가 평생 아이스크림 사줄 테니까
다른 남자가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나의 이유들 ❤️ |
귱 꾸까 꾸리 놔쯍 다내꺼 대추배청 댕쥰 도담도담 도라방스 도레미 두부 둠칫 떡보끼 또담 뚜비 라미 레몬 룰루 망고 몽몽 뮤리무 박력녀 복슝아 뿌 삐빅 샬뀨 소슈 썬 아봉 에잇 엔 오잉 우리 웅이 잉스 주쥰귀염뽀짝말랑콩떡 지그미 트위티 파스타 하마 햄치즈 헬로키티 |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홍홍
오늘 소재의 주인공, 빠밤!
몽몽님 감쟈합니당❤️
결혼식날 장면을 조금씩 가미해 보았어요!
그대의 마음에 드는 글이길...
동상이몽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네요!
늘 말씀드리는 거 같지만 항상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들이 제 힘이자 원동력이랍니다
정말정말 사랑해요❤️
오늘도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럼 저는 더욱 재밌는 글로 다시 인사드릴게요!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