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화부터는 부제목에 집중해주세요, 글의 복선들입니다.
복숭아
W. Bohemian Heal
"너 좋은 말로 할 때 가져와라"
"아 하루만 빌려줘!!"
"그래서 내가 가지고 다니라고 했지. 당장 가져와.
야 ㅇㅇㅇ!!!"
닥ㅇ드레 이어폰. 뭐든 손에 들어가면 망가지거나 잃어버리거나 두가지 이유로 순영은 ㅇㅇ에게 집안에서 함께 있지 않는 이상 저의 물건을 잘 빌려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귀가 밝은 탓에 단체로 방을 쓰는 오늘 같은 날이면 그에겐 필수품이였다. 9년을 함께해서 닮아버린 것인지 ㅇㅇ 역시 단체생활 중에는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기 일 수 였다. 짧은 다리로 달린다는 것이 이미 성장이 끝나가는 권순영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허리를 잡아채 땅에서 다리를 분리해 버리자 그녀는 바둥바둥 되며 허공에 또 다시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 이 기집애가!!"
"하루만 빌려줘!!!!"
"둘 다 안 들어가?!!!"
밤바다 모래사장에서의 전쟁은 그 누구도 아닌 그들의 담임의 한 마디로 끝나게 되었다.
04: 31,536,000
***
"이따가 아홉시에 나갈건데 같이 갈래?"
"그 시간에 어딜"
"오늘 불꽃놀이 한다잖아"
"어어어어ㅓㅇ 갈래"
"따뜻하게 입고 나와. 아홉시까지 식당 앞"
졸업여행은 19년 인생에 억압적 생활의 마무리이니 그리움만 쌓이게 둘 수 없지 않는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니 옅은웃음에 머리를 툭툭 두드리고 제 갈길 가버리는 권순영에 나역시 숙소로 돌아갔다. 편의점 앞 권순영이 쥐어준 우유를 빨대를 들어 푹, 꽂고 한참을 물고 재잘거리니 저녁을 먹은 뒤 따뜻한 공기가 졸음으로 밀려 왔다. 잘 거냐며 어깨를 쥐고 흔들던 승완은 어느새 포기했는지 내 볼을 죽죽 늘리다 옆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고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야"
"야"
"아 진짜. ㅇㅇㅇ"
"아으어우어어!!"
"입에 테이프를 붙여놓을 수도 없고, 너 안갈꺼야?
"갈 꺼어어으어...아 졸려"
약속시간이 지났는지 일어나지 않는 나에 결국 배정된 내 방으로 올라와 내 앞에 쭈그려 깨우던 권순영은 한숨을 내쉬며 내 팔을 잡고 몸을 일으켜 날 데리고 그대로 방을 나왔다. 눈이 떠지질 않아.. 앞이 보이질 ㄴㄴ해... 비몽사몽 권순영의 손에 이끌려 숙소를 나와 걷다보니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제정신으로 돌아오며 한기를 느꼈다. 빠른 걸음으로 걷는 너에 거의 달리다 싶이 널 쫓아도 네 발걸음은 여전히 내게 빨랐다.
숨차게 뛰어 네 머리통을 점프에 한 대 치니 그제서야 뒤를 돌아본 권순영은 최대한 내 발걸음에 맞추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자 다시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불꽃놀이는 막 시작되고 있었다. 머리 위 검은 도화지를 수놓는 빛에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보기를 몇 분의 시간, 여직 적응 되지 않은 몸에 추위가 느껴져 발을 동동이니 조용히 내 얼음장같은 손은 따뜻한 누군가의 손에 잡혀져 있었다.
왼손에 휴대폰을 들고 이리저리 손가락을 움직이는 최승철. 따뜻하면 됐지 뭐, 네가 아프지 않게 잡은 손을 빼지 않고 여전히 밤하늘에 영혼까지 빼앗길듯 사고를 내려놓자 귓전에는 자꾸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우기 시작했다.
"아 뭘 모르네! 좀 싼 거로 오래 하자고!!"
"불꽃놀이의 묘미는 화려함이지!!! 돈 없는 거 자랑하냐?!!"
"아니라고 막대불꽃이 존나 소소하고 얼마나 예뻐!!!!"
"그럼 그 예쁜 거 너 혼자 들고 뛰댕기다 미친놈 취급 받던가!!! 헝!!!"
그냥 아무거나 하면 되지,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도 싸우냐.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니 휴대폰을 집어 넣고 어느새 최승철은 나를 끌고 개판으로 바닷물을 손에 모아 철퍽철퍽 서로에게 뿌리는 이석민과 부승관의 앞에 놓여진 불꽃놀이 세트를 쥐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오늘 원없이 모래사장 위를 달리는 듯.. 손을 꽉 잡고 최승철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그들에게서 꽤 멀어지자 너와 나는 숨을 몰아쉬며 모래사장 위 설치된 그네 위에 털썩 앉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꽤 양이 되는 듯한 불꽃놀이를 쥐고 마주본 채 왠지 터져나오는 웃음에 한참을 웃다 막대에 불을 붙이는 너를 보다 주머니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에 휴대폰을 꺼냈다.
- "초딩이냐?"
"뭐 또, 뭐!"
- "네가 그네를 타긴 왜 타. 내려"
"아 봤음, 이리로 오지. 또 고나리"
"끊어"
아 이 무뚝뚝한 시키... 전화를 뚝 끊어버린 탓에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내 앞으로 불쑥 들어온 작은 불꽃막대에 화들짝 놀라가 세번째 막대에 불을 붙이며 내민 최승철에 팔에 나는 막대를 받아든 채 헤실헤실 웃었다. 얼마만에 해보는 불꽃놀이인지, 끝까지 타들어가는 막대를 바라보다 내 앞에 주그려 앉는 대형견 같은 형체에 초점을 형체에 맞추니 어느새 권순영은 내 앞에 앚아 있었다.
"재밌냐?"
"완전"
"다 했네, 내 놔. 손 버려"
"그거 뜨거워"
"그래서 지금 내가 들고 있잖아"
언제 가져간 건지, 다 타버린 막대를 가져와 손 위에 올려둔 너에 뜨겁다며 다시 가져오려던 찰나 내 손을 제지하는 권순영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최승철이 건넨 불꽃막대를 쥐고 내 앞에서 흔들어보이며 살짝 웃는 너에 나 역시 다시 막대를 쥐고 허공에 순간순간 스치는 글자를 적어내려가며 또 다시 넋을 놓았다.
"앗 뜨거! 아우!!"
넋을 놓고 막대를 흔들다 기어코 손에 닿은 불꽃에 삽시간에 붉게 손가락이 달아올라 쥐고 몸을 움츠리자 놀랐는지 최승철은 내 손목을 잡고 당겨 상처를 보기 시작했다. 데인 부근이 아려와 나도 모르게 후끈한 손가락을 잡았다 급하게 떼어내고 눈물이 맺히자 어느새 내 앞에 서 나를 꽉 끌어안고 고인 눈물을 소매로 보이지 않게 닦아주는 권순영이었다. 딱 눈물만 닦아낸 뒤 떨어진 권순영은 내 볼을 톡톡 두드렸다.
"..부었네, 많이 아파? 정신을 어디 팔은 건데 ㅇㅇㅇ. 그만 가자"
"그래 ㅇㅇㅇ. 다음에 와서 나랑 다시해, 춥다"
최승철은 내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말 없이 상처 위로 부채질을 해주며 함께 걷는 최승철과 내 머리 위로 손을 턱 올리고 뒤에서 걷는 권순영 그리고 뒤에서 달려오는 어수선한 두 놈. 밤바다를 등지고 함께다 곧 놀란 기분이 가라앉은 나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 가까운 카페로 달려갔다.
"너 지금 먹으면 백퍼센트 살찐다에 내 용돈을 건다"
"그럼 내 손모가지를 건다!"
"얼마에요"
"500원 추가해서 휘핑 아예 많이 올려주세요"
"너 휘핑만 먹고 나한테 토스하면 죽인다"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는 권순영에 대충 고개를 주억인 뒤 기다리니 금새 어딜갔다 온 건지 카페로 뒤늦게 들어온 최승철은 권순영의 등에 기대어 있는 나를 툭툭 치고 뒤돌아보는 동시에 내 손을 제 앞으로 가져왔다. 여기 와서 편의점을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편의점 봉지 안에서 소독약과 후시딘을 꺼낸 너는 자연스럽게 뚜껑을 따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
"아 따가워!!!"
"멍 때리다 바보 같이 손 데인 게 누군데?"
"하여간 이건 졸업이라 아니라 입학을 해야 돼. 초등학교 입학"
"권순영, 입 다물"
"데일밴드 주머니에 넣어둔다. 답답하다고 떼지마"
팔뚝을 주먹으로 툭툭 치자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어내는 권순영에 한소리 하려니 앞에 놓아진 커피에 욕지기 대신 까치발을 들어 겨우 닿는 앞머리칼을 헤집자 권순영은 짜증증 가득 섞인 얼굴로 날 밀어냈다. 카페를 나와 숙소로 돌아오니 곧 소등하겠다는 방송이 울려퍼지고 우리는 문 앞에서 항상 그랬듯 인사 없이 제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와 아직도 끝이보이지 않는 휘핑크림을 베어물며 게임이나 하자며 둥글게 자리를 만들고 있는 친구들의 무리로 들어가 앉자마자 시작된 시끌한 게임, 얼마나 흘렀을까 항상 흐름이 다 그렇듯, 진실게임이 모두 그렇듯 호감을 표현하는 시간이 되어 서로 마치 복숭아처럼 분홍빛 얼굴을 비추며 지목된 친구들은 저의 마음에 꾹 숨긴 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진심을 들으려 점점 분위기는 고조 되었고, 즐겁게 웃었으며 승완이 돌린 볼펜은 나를 가르키고 있었다.
"뭐, 나? 난 정말 없어"
"너 권순영이랑 꽤 붙어있잖아. 몇 달째 짝지이기도 하고"
"전-혀. 나를 가장 잘 아는 게 권순영이니까 짝지 인거지. 편하잖아"
"정말? 좀 의외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권순영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고, 그 감정이 한번도 '호감' 좋아한다는 그런 류의 감정일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가까히 할 수록 감정선은 무뎌진다는 이야기가 나에겐 정답이라고 생각 되었다.
결백한 나의 표정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볼펜을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열두시를 넘긴 시간, 절대 잠들 생각이 없는지 수없는 이야기가 오가고 한참 즐거움에 승완과 과자를 뜯도 있던 차, 시끌시끌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휴대폰을 보니 다름아닌 '권순영' 세 글자가 박혀 있었다.
"뭐"
-"나와"
"아 꺼져"
-"잠깐 나오라고, 니 방 앞이야"
"에이씨"
한참 즐겁고만 왜 불러내고 지랄이신가 싶어 초코하임을 손에 쥐고 문을 벌컥 여니 이어폰을 꼽고 나와 같이 초코하임을 들고 벽에 기댄 네가 있었다.
"왜, 뭐, 이 밤에 뭐 때문에 오는데?"
"이거"
"이어폰?"
"어. 가져가"
휴대폰에 꽂았던 이어폰을 고스란히 내게 건네는 너에 뭔가 싶어 가만히 쳐다보니 내 손바닥을 펴고 그 위에 이어폰을 올려둔 뒤 내 손에 쥔 초코하임을 가져가 버린 너였다. 시방 지금 나랑 먹는 거랑 물물교환하자는겨? 이어폰을 준 네가 고마웠지만 그건 둘째치고 지금 내 초코하임을 가져간 거냐? 개념이 없네. 이어폰을 주머니에 쏙 넣고 다시 초코하임을 향해 손을 뻗자 단번에 입 안에 넣어버리고 내 후드를 씌운 뒤 앞이 보이지 않게 모자끈을 꽉 조여 리본으로 묶어버리고 복도 끝 뛰어가버리는 너에 나는 애꿎은 벽을 쾅쾅 칠 수 밖에 없었다.
- 작가시점 -
ㅇㅇ의 과자를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온 순영은 막 씻고 나와 침대에 누운 승철의 옆에 누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승철이 흘깃 본 순영의 휴대폰 배경화면은 ㅇㅇ의 생일, 그와 그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였다. 열여덟의 ㅇㅇㅇ가나 지금의 ㅇㅇㅇ 달라진 거라곤 조금 더 살이 빠지고 키가 컸다는 것 빼고 변화점이 없었다. 승철이 이내 잠들고 3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순영은 여직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고, 월광이 올곧이 창 안으로 들어와 그를 비춰 왔다. 시린 바람에 아주 약간 열어둔 창 틈 새로 들어오는 소리는 겨울바다의 작은 숨소리만 방 안을 매울 뿐이였다.
그들은 몰랐다. 카페 안 승철이 ㅇㅇ에게 약을 발라줄 때 그의 머리칼이 땀에 젖어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잠든 밤 예민함에 잠 이루지 못하는 순영이 밤새 제 휴대폰 배경화면만을 들여다 보았다는 사실을.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그래왔었다는 그들의 진심을. 서로 알 턱이 없었다.
What do I say We didn’t have to play no games
I should've took that chance I should've asked for u to stay
And it gets me down the unsaid words that still remain
- f(x) Goodby summ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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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동시연재 시작합니다. (주소는 알려드릴 수 없는 점 인티규정이기 때문에 이해 부탁드립니다ㅠㅠㅠ)
어제 저녁을 먹고 인티를 들어오니 강탈 되어 멘붕으로 하루를 보내고 다시 가입하였습니다. 흐아 정말 눈 앞이 캄캄하고 힘든 하루였네요...
하루였지만 다시 돌아와서 마음 편하네요, 옆에서 다독여준 소울메이트한테 급 고마움이 크게 밀려옴..크흡,
앞으로 더 성실히 여러분 곁에서 오래오래 연재하는 Bohemian Heal되겠습니다. 어제 달린 댓글은 위에서 보시다시피 사정 상 못 달아드렸어요 죄송합니니다 ㅠㅠㅠ
오늘 하루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