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부제와 bgm은 글의 복선입니다, 주의 깊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복숭아
W. Bohemian Heal
벌써 일년이 된 것 같아
너만 생각한 건
이런 내 맘 넌 몰랐겠지만
내겐 여전히 큰 진심이 있어
밤을 꼴딱 새어 글자는 지렁이오, 시야는 절반넘게 좁아짐과 동시에 물기찬 듯 흐려지니 곧 고개가 떨어질 것 같았다. 오십분을 채우는 일정한 파동에 결국 고개를 차가운 책상 위에 올리려던 찰나 담요라 칭하기엔 좀 더 물컹했지만 부들하진 못한 접촉감에 의문을 품고 잠에 들었다. 뭐든 졸음을 막을 턱 없으니
".....자?"
"어"
히터 바람에 휘감겨 꽤 오랜시간 눈을 감았다 몸을 일으킨 후 갑갑한 마이를 벗어 걸친 뒤 교과서를 꺼내려 사물함으로 향하는 ㅇㅇ는 몰랐다. 그녀가 몸을 일으켜 사물함으로 향할 쯤 저려오는 팔을 주무르며 꿈실꿈실 움직이는 그녀의 눈치 한 번 보고 피곤한 듯 눈을 비비는 권순영을.
08: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아 추워버라, 야 진짜 크리스마스는 한 달이나 남았는데 뭔 놈의 겨울이 시작부터 시리다냐"
"그러니까!!! 어후 진짜 징하게도 춥네"
"넌 안 춥냐"
"그닥"
배경화면만 툭 툭 두들기며 말을 아끼는 나의 우측, 권순영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의 대답을 나만 듣지 못했다, 어느 대답이었건 권순영은 ㅁㅁㅁ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당연한 우울함은 수없는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숨 쉬고 있었다. 제대로 다가가보기도 전에 끝이라니, 허무함만 가득차 마른세수를 하며 손을 꼼지락대고 있으니 어느새 꿀과 비교불가적인 10분은 흘러가버렸는가, 종이 치고 있었다.
일찌감치 수업을 접고 불은 꺼졌다. 영화 한 편 틀어져 시끌시끌한 소음은 다행히 접혀져 있었다, 옆 빈자리가 미워 최승철 곁으로 옮겨 앉으니 어딜 갔다 이제야 온 건지 그는 뒷머리칼을 헤집으며 의자를 끌어 뒷편에 앉았다.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말은 순도 100%의 거짓말이였고,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을 기했을 뿐이다. 대체 무슨 장면의 내용인지 자막을 읽기도 전에 뒤엉키는 생각에 머리만 흩뜨렸다.
"졸려?"
"전혀"
"졸리면 얘가 인간이냐. 나무늘보지"
"입닥해라. 아 기운없어...."
"줄까?"
"오- 최승철. 잘 먹을게"
팔을 뒤로 뻗어 권순영을 향해 휘적거려 입을 막은 뒤 최승철이 건넨 빵을 입에 넣자 권순영은 내 손을 떼어낸 뒤 입가를 닦아 내었다. 산만한 교실의 공간에서 심란한 마음을 접어두고 최승철의 마이를 목 끝까지 끌어당겨 덮은 후 영화에 집중할라치니 등에서 쿡 쿡 찔러오는 통증에 고개를 획 돌아보니 참 환히 웃고 있는 권순영은 내 고개를 오른쪽으로 밀어버렸다.
"안 보여"
"이게 진짜!!!"
너를 짝사랑한다한들, 우리가 어디 가겠는가. 그래봤자 9년째 함께 하루의 절반은 더 붙어 있는 애증의 관계며 쓸데없는 신발사이즈까지 꿰어 아는 사이임은 분명한데. 설레임도 설레임이지만 착잡한 마음을 이리저리 들쑤시는 권순영에 몸을 일으켜 그의 목을 팔에 건채 몸으로 눌러버리자 금새 요란해진 반의 분위기, 눈에 보이는 건 안좋은 시선으로 나를 건들이는 나의 마음을 헤집는 권순영 뿐이였다.
".....개스키"
("......개새끼")
"으 즈등이를 그능, 우으"
("이 주둥이를 그냥, 아오")
결과는 한 달 후 스물이라는 현실을 앞에 두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는커녕 유일히 찬기 몰린 교실 뒷편에 무릎 꿇고 앉아 양 손 든 채 반성문을 입에 물고 있었다. 다시는 싸우지 않겠습니다 한 문장 밑줄 쫙. 넥타이를 풀어헤지고 가장 윗 단추가 뜯긴 행색이 약간의 승리감은 있었지만 결과는 저린 팔을 두들겨야 하니 골이 당겼다. 수업을 파하는 종이 침과 동시에 돌덩이와 같은 팔을 내리고 주무르니 다시 살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여간, 언제 고칠래? 손이 먼저 나가 이거 진짜"
"그러게 내가 건들이지 말랬지. 개냐? 말하면 좀 들어처먹지?"
"기집애가 못하는 말이 없어. 그 날이냐?"
"죽을래?!!! 미친 그딴 걸 물어!!!!!!!"
"아 이거 줄라고!!!!! 또 또!!!!!!!!!!! 가지고 꺼져 아 진짜!!!!!!!!!!! 아 최승철, 최승철!!!!!!!!!!!!!!!!!!!!!"
짝사랑이지만 애증의 관계이며 9년지기 친구인 사실이 변하지 않듯, 엄연히 뚜렷한 다른 성을 가진 육신아닌가. 그에게 평생 내가 친구라 하여도 은근하게 다시끔 그 가정을 각인 시키며 나의 신경을 긁으니, 대충 휘갈긴 반성문을 구겨 권순영에게 던지고 달려들자 권순영은 나를 안아 떨어뜨리려 애썼다. 다리는 바둥바둥 대며 폭주하는 나의 허리를 꽉 안고 흔들어 떼어내려는 권순영은 수년이 지났지만 나를 떼어내긴 글러먹은 듯 했다. 가까스로 나를 잡아 떼어낸 이석민과 최승철에 숨을 몰아 쉬니 그는 쇼핑백을 던지며 안 그래도 엉망이 되어버린 저의 셔츠 매무새를 정리하였다. 쇼핑백 안에 들은 브라우니, 그리고 수제 초콜릿과 쿠키. 엉겨붙어 그와 2차전을 벌인 것이 단 삼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엷은 미소가 튀어나오려 근육이 움직였다. 중증이다 이런.
점심을 먹고 올라와 역시 복잡한 생각과 최악의 마법이 자꾸 달콤함을 유혹해 쇼핑백으로 손을 뻗으니 자연스레 파리 두 마리가 다가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냄새는 개와 다름없으며 그들은 파리처럼 수없이 주위를 윙윙되었고 그냥 존재가 두려울 정도로 비글비글했다.
"한입만"
"난 그냥 하나 다 줘. 이 오빠가 격하게 사랑해줄게"
"염치 말아먹은 새끼들.. 오늘 급식 니네가 가장 많이 처드셨거든요?"
"은근 슬쩍 지 빼는 거 봐. 어머어머 정말 어이 없네"
"그러니까 말이야. 같은 식욕을 가진 동지들끼리 하나씩 먹으면 딱이겠네"
"내가 얘를 준 걸 왜 니네가 처먹어. 입 안 치우냐"
이내 ㅁㅁㅁ과 함께 교실을 들어온 권순영은 내 앞 두 마리의 파리를 치워냈다. 그 옆에 서 있는 ㅁㅁㅁ에 신경계가 몰려 그의 정확한 말에 집중치 못했지만 그는 저의 할말을 끝내고 옆 의자를 끌어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너의 옆에 의자를 끌어앉는 ㅁㅁㅁ의 브라우니 한 조각을 입에 넣으려다 뚝 떨어진 식욕, 브라우니를 놓아두고 갑작스레 갑갑해지는 속에 브라우니를 내려두자 권순영은 그대로 집어들어 내 양 볼을 한 손에 쥐었다.
"너답지 않게 왜 내려두냐. 먹어"
"놔라"
"빨리"
나 혼자의 감정이며 그는 꿈에도 살아생전에도 모를 현재 나의 상태지만 괜시리 그가 미웠다. ㅁㅁㅁ와 함께 앉아 소소히 대화를 나누고 쉬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그가 나의 단 한순간도 헤아리지 않는 그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저 나 혼자 짙게 끼어버린 구름을 몰아낼 힘이 없었다. 볼에 닿는 그의 온기어린 손을 치워내고 가장 조용한 공간을 찾아 교실 밖으로 몸을 돌려버렸다.
***
"..설마 비야?"
"눈이 그토록 많이도 쏟아졌건만 이번엔 또 무슨 비야. 너 우산 있어?"
"있으면 지금 너랑 서 있지 않겠지"
세상을 덮었던 첫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직 달갑지 않은 폭우에 발을 동동 구르며 창문에 붙어 한숨을 쉬다 권순영의 행방을 찾으니 그는 ㅁㅁ에게 우산을 쥐어주고 있었다. 꼭 남산에서의 답을 듣지 않아도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그들을 지나쳐 교실을 빠져나와 정문에 서니 비는 한여름 소낙비처럼 미치도록 쏟아졌고 나는 신발끈을 꽉 묶은 채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축축하게 젖어 달라붙는 옷이, 무거운 가방이, 시린 추위가 삼합으로 겹쳐오며 좀 더 걸음을 재촉했다.
투두둑, 수십분 내 위로 쏟아지는 비의 강도는 높아지고 동네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주저 앉았다. 나 좀 한번만 봐주지 나쁜새끼, 서러움이 솟구쳐 눈가를 양 손바닥으로 누르니 비가 그쳤는지 나의 몸을 감싸던 비가 사라져 몸을 일으키니 주춤, 발자국소리. 최승철이였다
"..벌써 다 맞았네"
말이 없었다. 달려왔는지 그는 숨을 몰아쉬었고 나는 그저 다시 걸음을 옮겼다. 키가 맞지 않아 오른쪽으로 기운 우산 때문에 어깨가 젖어들어가고 그를 모른 채 내 눈치만 보는 최승철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집 앞에 선 그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고, 나 역시 아무 말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몸을 뉘이고 가방을 벗을 기운도 없이 시계만 바라보다 흘러간 20분. 도어락이 풀리고 신발을 벗은 채 거실로 들어서는 권순영의 움직임에 강제로 눈을 감았다.
"...ㅇㅇㅇ? 너 왜 젖었어"
"방금 눈 감는 거 다 봤어, 일어나"
"너 비 오는데 집에 어떻게 왔어, 설마 비맞고 걸어왔냐? 야 ㅇㅇㅇ"
그냥 눈을좀 더 질끈 감자 권순영은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냥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다시 내 앞으로 걸어와 수건을 머리 위에 올려둔 뒤 자리를 잡고 앉아 물었다. 끈질긴 자식, 그냥 좀 가지. 답답한지 언성이 아주 미약히 커진 너의 목소리에 결국 몸을 일으켜 이층으로 빠르게 뛰었다.
"야 ㅇㅇㅇ, 야!!!"
그가 문을 열기 전 문을 잠그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 추위에 오랫동안 서 있어 몸은 얼음덩어리였고 뜨끈함에 적신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어느새 조용해진 방 밖에 조심히 문을 열자 문을 덜컥 붙잡는 큰 손에 고개를 올려다보니 다름아닌 권순영은 여직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추 떨어진 교복에 마이까지 그대로였고 그는 머리를 한번 쓸어올리고 숨을 내쉰 뒤 물었다.
"화 내서 미안. ...집에 어떻게 왔냐고"
"최승철이랑"
".....둘이?"
"어"
그는 굳어진 표정으로 별 이야기 없이 고갤 끄덕인 후 뒤돌아섰다. 대체 이 오랜시간 나를 기다리곤 이 물음의 대답을 들으려던 이유가 무엇이였을까, 비를 너무 오래 맞아서일까 미쳤음이 분명했다. 빗속에서 다가 와주었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을 권순영임을 뻔히 알면서
나는 무슨 충동적 사고인지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이럴거면, 아무것도 아니였으면 나 다치고 화나 내지 말지. 화해하고 안아주지나 말지, 일일히 챙기지 말지. 그러지 좀 말지. 괜히 기대하게, ...이 나쁜 새끼야"
비는 너무도 거세게 쏟아졌고 그 비처럼 나는 울었다. 너의 진심이 무어건 모든 게 미웠고 너를 좋아하는 이 순간에 고통까지 외면하고 싶었지만 언제나 몸과 마음은 따로 춤추었다.
정적은 길었고 집 안은 무척 고요했으며, 곪아 터진 상처에 나는 아이처럼 소리내어 울다 그 울음은 찰나 속으로 먹혀 들어가며 차갑고 온기 없는 이질감이 입술에 닿으며 모든 것은 정지되었다. 시계바늘의 소리조차 먹먹히 사라지며 그는 내 손목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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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Bohemian Heal입니다!
우중충한 일주일을 끝내고 돌아와 열일 했네요ㅠㅠㅠㅠㅠ 승철아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복숭아 아직 남았어 너의 자리는 아직 남아있다!!!! 드디어!! 두 사람의 사이에 진전이 보일듯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너무 아쉽지 않겠어요? 복숭아 아직 남았어요..흐허헣ㅎ 남은 화 동안 두사람이 과연 온전히 이어질지, 첫사랑의 법칙을 넘지 못할 지 꾸준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질문 받는 시간 가질까 하는데 혹시 궁금한 점 있나요? 있으시다면 꼭 남겨주세요! 많으면 질문 받는 시간을 꼭 갖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