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부제목들은 복선입니다, 주의해서 봐주세요
+8화가 초록글 올라갔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ㅠㅠㅠㅠ
복숭아
W. Bohemian Heal
시작한 모든 것이 시간을 걸쳐 폭주를 할 그쯤,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 적용하기에 나는 어렸음이 분명했다. 청춘 앞에 마지막 나의 열아홉은 작별인사를 준비중이였지만 나의 첫사랑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기에 나는 어려, 여직 손에 쥐고 펴질 못했다. 금방 손틈으로 흘러 사라질 것을 그리도 잘 알면서도 사탕 문 다섯살난 아이마냥 욕심을 내었다.
09: 성장통(Growing Pains)
***
"경기 시작!!!"
삼일 전 일이다. 비가 미치도록 쏟아졌고 너에 대한 서운함이 솟구쳐 흘렀고, 입맞췄다.
급하게 멀어졌다. 그뿐이였다, 너의 부드러운 입술도 한순간의 오묘한 당황 그쯤으로 치부되어버렸고 서로 눈을 마주치면 금방 피했다. 권순영의 의도를 알아채기에 내가 너무 둔한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너는 복잡스러운 놈인건지.
한겨울에 고삐 풀린 망아지들을 위한 선물이라며 시작된 축구경기, 스탠드 밑에 앉아 개발새발이라며 제외된 부승관의 호빵을 빼앗아먹으며 집중하려니 벌써부터 넥타이까지 집어던지고 운동화를 다시끔 조여매는 권순영이 보여 고개를 돌렸다. 체육복이라도 입고 나올걸, 이리 추운 날씨를 버티기에 내 다리지방은 여직 두껍진 않은가 보오. 몸을 덜덜 떨며 시계만 바라보니 귓전을 때리는, 부승관과 거의 한몸이나 마찬가지인 이석민의 우렁찬 목소리가 모기마냥 들려왔다.
"패애앵ㅇ애애쓰!!!!!!!!!!!!!!"
"축구를 잘해야 패스를 하지 미친놈"
"그래서 넌 제외 당했고?"
"호빵이나 처먹어"
추위에 얼은 나의 몸을 녹일 이 호빵조차 함께 얼어버리니 왠지모를 배신감이랄까, 차가운 호빵을 부승관에게 건넴과 동시에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호각소리에 축구공을 미친듯이 차던 세 사람은 스탠드 밑으로 달려왔다. 대체 얼마나 뛰어다니면 저렇게 젖어버리는지, 더운 듯 머리를 털며 옆에 털썩 앉는 최승철에게 물을 건네주고 습관적으로 그를 찾으니 어느새 오른편에 앉아 ㅁㅁㅁ이 건넨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돌린 권순영과 눈을 마주쳤을때 당연지사 소스라치게 놀라며 서로 고개를 돌렸다. 달라진 거라곤 우리의 거리뿐이었다.
"이번주 토요일에 뭐해?"
"무계획 심심해죽겠어"
"놀이공원가자. 야간개장한데"
연말행사라나 뭐라나. 나야 좋아 고갤 끄덕이고 손가락까지 걸었다. 그리고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에 곁을 떠난 최승철을 주시하며 운동장을 바라보니 조금 늦게 뛰다라 향하는 권순영의 조끼는 어느새 내 옆에 구겨져 던져진 채 자리를 채웠다.
지루한 축구가 지나고 시끌시끌한 복도로 향하며 권순영의 교복조끼를 쥐었다펴기만 반복하다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감각에 고갤 돌리니 앞머리가 젖은 최승철이 보였다. 이 추운 날씨에 수돗가에서 장난이 벌어진 건지 그를 뒤따라오던 권순영조차 살짝 젖은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느새 나를 완전히 돌려 손끝을 먹어버려 가려진 소매를 올려접어준 뒤 앞머리를 헝클이는 최승철에 잠시 머리가 새하얗게 스케치북이 되었다.
"그럼 토요일에 롯데월드 가는 거야? 아싸!!!!!"
"누가 너 데려간데?"
이석민 데려가야 하나요.. 벌써부터 입을 나불거리며 이미 일곱살 어린 애 마냥 마음은 롯데월드 한복판에 둔 그를 외면하고 목감기가 왔는지 따가운 목을 축이려 가방에서 물을 꺼내려 몸을 일으켜 뒤로 돌아선 찰나 이마깨에 아주 미약한 충돌,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니 우유팩을 쥔 권순영의 얼굴이 보였다. 분명 9년동안 함께 비슷하게 먹고 자라왔건만 훌쩍 나를 올라선 권순영에, 그의 가슴팍에 부딪히고 권순영이나 나나 굉장히 당황한 기색이였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막았다.
- 작가 시점 -
순간의 정적, 그 체감속도는 하루 24시간을 뛰어 약 사흘의 시간정도였으리라.
승철이 접어준 소매에 입술을 묻고 그녀는 시선을 피하니 순영은 ㅇㅇ의 자리 위에 우유를 올려두곤 승철과 같이 머리칼을 흩뜨렸다. 잔뜩 헤집은 머리칼에 그의 손을 밀어내고 물을 꺼내 자리에 앉으며 그가 올려둔 우유를 살피니, 괜히 오랜 친구지기가 아닐수가 없는 듯 ㅇㅇ의 입에 항상 물려있던 딸기우유였다. 따뜻하게 목 안으로 퍼지는 은은한 딸기의 달콤함에 위로 당겨진 입가를 양 손가락으로 내리는 그녀였다.
Q: Between men and women could be friends?
"아주 쏟아붓는고만, 쏟아부어"
"오늘은 영 안되겠다. 버스 타고 가야지"
"근데 권순영은?"
"글쎄"
눈꽃이 뭉쳐 이루어 폭설로 내리기 시작한 어엿 두어시간에 좀처럼 그칠 생각이 없는 날씨, 하늘은 여직 어두웠고 하교가 걱정되는 그들은 몸을 웅크리고 교실 한부근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창가에 깊이 시선을 두었다. 일기예보에서 제외된 급한 폭설에 복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한숨소리, 밖으로 나돌다 들어와 자연스레 의자를 끌어 앉은 순영의 어깨로 반무의식과 반습관적으로 상체를 기대었다 가까이 느껴지는 순영의 숨에 화들짝 거리를 두는 ㅇㅇ와 그런 그녀를 주시하는 유일한 승철만이 그들 사이 창가를 바라보지 않았다. 어쩌면 격렬한 첫사랑의 감정이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그 모습이 소위 '바보'와 같디 칭하고 답답함의 한 장면일지언정 그들에게는 일초 한절의 스침 모두 광범위적인 친구관계 속 금 갈까 속 끓이는 터였다.
수업이 시작하는 종이 울린 지 아주 오래였지만, 연말 앞 공무원들의 일들이란 수독꼭지 돌린 듯 쏟아졌고 그덕에 졸업 앞 둔 그들의 수업은 정체없이 나른하였다. 변덕스레 눈과 비가 섞여 내려 하늘은 좀처럼 어두운 구름뿐이였고 학교가 끝난 뒤, 그들은 너나 할 거 없이 가방을 집어들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으아아아ㅏㄱ!!!!! 무슨 폭풍이야?!!!"
"몰라 아 완전 추워!!!!!!!!!!!!"
"으아난아아아야애아아애아!!!!!!!!!!!!! 비켜!! 존나 추워, 버스정류장까지 제일 늦는 새끼가 오늘 치킨 쏘기!!!!!!!!!!!"
"콜!!!!!!!!"
"야 ㅇㅇㅇ!!!!!! 신발!!!!!!!!!"
다들 머리에 얹은 가방하며, 살을 에는 추위에 호들갑이 운동장을 메웠다. 그 틈, 신발끈 풀린 채 뒤따라 달리는 ㅇㅇ의 어깨를 잡아 멈추어 그녀의 신발끈을 당연한 습관으로 치부해 섬세히 묶은 뒤 지나쳐 뛰어가버린 순영의 행동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잘 메어진 신발끈을 볼라치니 제 손 잡고 끌어당겨 뛰는 갑작스러운 행동에 고개를 드니 다름아닌 승철이였다. 화들짝 놀람과 동시에 승철에 발걸음에 맞추어 뛰는 ㅇㅇ는 어느새 순영과 비스무리해진 그의 온기에 몸을 움츠렸다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내었다.
***
-ㅇㅇ시점-
"야 다 비켜, 다 비켜. 치느니이ㅣ밍ㅁ!!!!!!!!!"
"아 손 떼. 돼지새끼"
"빨리 계산이나 하고 와. 으아아어아아!!!!!!!"
가장 늦게 버스정류장을 찍은 건 나였지만 지갑을 열어 카드를 내민 건 권순영이었다. 야근이라며 알아서 밥을 챙겨먹으라는 우리 #여사도 아빠도 연말 술자리 스케줄이 빡빡한지 몇만원의 용돈과 쪽지를 올려둔 채 아침일찍부터 헛개수음료를 털어드시며 나가버리고 어색함이 그지없는 곳에서 권순영과 단둘이 먹다가는 체해서 크리스마스 트리도 못볼 듯해 데려온 돼지들이였다.
"권순영 오면서 빨대 좀"
"내가 찬장에 올려놓지 말라고 했지"
"한번만"
"와 진짜 집에서도 제대로 시켜먹나보네. ㅇㅇㅇ 입에 우유 묻었어"
빨대를 손에 쥐기도 전에 급히 뜯어 한모금한 우유에 소매를 올려 대충 닦은 뒤 치킨을 열려 손을 뻗자 뒤통수로 날아들어온 옷무더기에 급 열이 받아 고갤 돌리니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권순영. 흰 후드집업 소매 위 묻은 딸기우유 자국에 내 손에 들린 우유를 탁자에 내려놓은 뒤 집업을 빼앗아 빨래통 위로 던져두는 그에 옷무더기 속 새후드집업을 꺼내 팔을 기워넣었다.
"이모가 소매로 닦지 말라고 몇번 이야기하셨어. 초딩아"
"치킨이나 처먹어 유딩아"
"유치한 시키들.. 너넨 아주 남매라 해도 믿겠다. 야 솔직히 니넨 그냥 동성이나 마찬가지지"
"아마 ㅇㅇㅇ 알고 보면 남자일지도"
" 9년동안 죽어라 싸우고 앞으로 그래도 얘 나한테 남매도 아니고 동성도 아니고 그냥, 여자야."
권순영의 그 한마디에 최승철이 건넨 치킨조각을 극세사 카펫 위 추락시킬 뻔했다. 당연한듯한 그의 한마디에 그쪽으로 돌아보았다 마주친 두 시선에 다시 제 자리로 시선을 자리잡고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이내 내려두었고, 그에 한마디에 떨리는 손을 쥐었다 펴내었으며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흐르는 분위기 속 나는 입술을 물었다.
그에게 고백 해야겠다는 마음이 뒤섞인 감정 속 불씨 하나 오르고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토요일, 그곳에서 그에게 말할 것을 아주 잠깐 순간으로 정의를 내렸고 나는 확신의 찬 감정에 아주 솔직해지려했다.
Q: The probability of success first love?
***
"둘 둘 둘. 딱 여섯 짝 맞네"
"그러게, 아 추워 빨리 들어가"
"넌 안 추워?"
"..딱히"
일이 있다며 먼저 가라는 말에 권순영보다 일찍 나와 다들 모인 롯ㅇ월드 입구 앞, 발에 채이는 돌멩이와 장난을 치다 익숙한 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곁에 선 ㅁㅁㅁ에 잠시 가슴이 턱 가라앉았다. 짝이 맞는다며 상큼하게 티켓을 손목에 차고 달려가버리는 부승관과 그 뒤를 잇따르는 이들에 시작된 하루가 왠지 즐겁지만은 않을듯해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으옼, 엄마ㅏ아아아ㅏㅏ!!!!!!!"
"우리 저거랑 그냥 모른 채 할까, 아무래도 쟤랑 있는 건 좀 아닌 거 같다"
"으허으어커어!!!!!!!!!!!!"
"이석민도.."
한창 놀이기구에 매달리니 스케이트나 타자며 내려온 아이스링크장, 평창동계올림픽이라도 나갈듯 당당히 스케이트를 신고 먼저 링크장으로 들어간 두 사람의 비명에 내 스케이트 끈을 묶던 최승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듯, 나 왜 저것들이랑 같이 온다고 했던가. 그들을 외면하고 권순영을 찾으니 ㅁㅁㅁ과 손을 잡고 일으켜주는 모습에 금방 시야가 물기어려 고개를 다시한번 털었다. 비 오는 그 날이 순간은 충동적이였던 한 순간이 분명했다, 별 기대 없었지만 이미 처참했다. 약간 쓰라림도 속 내에서 일었고 나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링크장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잘타네?"
"너무 부승관하고 이석민만 본 거 아니야? 이건 그냥 일반인수준인데"
"하긴, 근데 권순영은 좀 잘 타네. ㅁㅁㅁ도 그렇고"
"..그렇네"
최승철은 절대 못 느낄 쌉사름함에 좀 더 속력을 내어 얼음판에 발을 내딛었다. 이 하루, 그에게 고백하기란 아마 불가능일 것 같았다. 아니 영영 그럴 일이 사라질도 모르겠다. 여러가지로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마음에 무념무상하게 얼음판을 도는 차 뒤에서 거센 마찰과 함께 나는 얼음판 위로 넘어지며 무릎이 아렸다. "죄송합니다" 한마디와 꾸벅 허리를 숙이고 다시 갈길 나아가는 이에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키려니 권순영은 내 팔을 잡아 일으켜 눈을 털었다. 소매에 때 타는 것에 남들보다 두어배 민감하다는 놈이 소매가 젖어 얼룩질때까지 닦아내 그를 밀어내고 링크장을 나왔다.
"놀랐지. 괜찮아?"
"완전 아파. 무릎"
"어디 봐"
찢어진 바지 틈 새 보기좋게 붉그스름히 들어버린 멍자국, 최승철은 미간을 찌푸렸다. 링크장을 보면 쓰라림은 더 한데 그의 시선을 피해 볼 곳이 그곳뿐이었다, ㅁㅁㅁ과 장난을 치며 투닥거리는 모습에 몸을 일으켰다. 오후 늦은 시간 들어온 놀이공원은 어느새 저녁, 그리고 밤을 향해가고 있었다. 일년만에 온 놀이공원, 야외로 나가자며 손을 이끄는 그들에 뒤따르니 어느새 내 머리 위에 손을 얹는 권순영은 내게 물었다.
"아까 괜찮아?"
"어"
"순영아 이거"
"어 고맙다"
"가서 놀아. 천천히 갈래"
어둑해진 하늘 야외를 잇는 다리는 윈터페스티벌이 시작되었는지 화려하게 불빛이 장식했고 그와 한마디라도 하려 입을 떼려던 순간 권순영 앞 솜사탕을 내미는 ㅁㅁㅁ에 결국 그들을 보내었다. 앞서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어느 연인과 다를바 없어보였다는 사실을 너는 알까 모르겠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어 시렸고 하얀입김이 나오니 이 곳에서의 다가온 쓸쓸함은 더 컸다. 어느새 저만치로 향해 ㅁㅁ의 어깨에 손을 올린 그의 모습에 나는 목이 멨다. 이 강한 추위에 이 넓은 다리 위에서 반대로 몸을 틀어 돌리니 마주한 건 최승철이였다. 물기 어려 내 앞을 가로막은 최승철에 그냥 미치도록 격렬한 나의 첫사랑에 미움에 울음보를 터뜨렸다. 아무 잘못 없는 최승철의 앞에서 아주 아프게 울었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눈이 머리 위로 내려앉으며 머릿 속 그 연인같던 잔상이 헤집어 놓을 쯤 최승철은 고개를 숙이곤 나를 감싸안으며 입술을 겹쳤다.
"야 최승철 너 미ㅊ..."
"좋아해"
그리고 오늘 내가 권순영에게 할수 없었던 그 말을 건네며 눈물이 범벅된 나를 또다시 끌어당겨 입맞추는 너였다.
Q: Santa will exist?
- "실컷 놀았어? 엄마한테 전화 한 통도 없고, 순영이랑 같이 오는 거 맞아?"
"엉, 맞아. #ㅇ여사 미안해~ 진짜 즐거워서 전화 생각을 못했네? 30분이면 가니까 먼저 자요"
"중간에 잠들어서 순영이 등에 업혀 오지 말고 걸어와. 엄마 전화 끊을거야"
"알았어, 알았어"
밝은 목소리로 전화가 끊기고 다시끔 초점없는 두 눈으로 돌아온 나는 주머니 속으로 휴대폰을 넣었다. ㅁㅁㅁ의 곁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권순영의 배경화면은 한결같이 우리 둘의 사진이었다. 그냥 친구인가보다, 정말 둘은 만나고 있었구나. 한번 펼쳐 속시원히 말해보지도 못하고 보낼 첫사랑이 , 이 12월에 묶어 조용히 묻어야 할 속 푹푹히 끓이던 순간이 울음에 베었다. 다시 목이 콱 막혀 창가로 고개를 돌리고 여직 또 다른 낮처럼 환한 밤거리만 주시하니 손에서는 잡스러운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집에 가고 있어"
"..어? 어"
-"그럼 집에 가서 전화해, 뭐 하나 궁금해서"
"어 알았어"
의외로 담담하다 못해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최승철의 목소리에 오히려 내 목소리는 진동벨소리마냥 떨렸다. 떨림의 이유가 분명 '호감'은 아니였다, 그때 최승철의 돌발적인 행동 때문이라고 해두자. 버스가 정차하고 ㅁㅁㅁ은 내렸다. 그녀에게 손을 흔드는 권순영을 보며 체한 듯 답답함이 온 몸을 죄었다. 벌써 열두시를 넘긴 시간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권순영은 뒷자석으로 걸어와 내 팔을 끌었다.
"춥다, 가자"
단 둘이 걷는 이 순간이 참 어딘가 벽이라도 쌓아둔 듯 어색함이 그지없었고, 그는 자꾸 휴대폰을 만졌다. 양 주머니에 손을 우겨넣고 코가 어는 추위에 동동 길을 걷는 이 모든 순간에 여러감정이 교차되어 매듭을 묶었다.
"ㅇㅇㅇ"
"왜"
"최승철하고 사귀어?"
"뭐?"
"만나냐고, 둘이"
그게 대체 왜 궁금한 건지, 무슨 말인가 너를 올려다보니 어느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완전히 나를 향해 몸을 틀은 너는 내 입술이 떨어지길 바라는지 온전히 나를 주시했다. 친구 사이에 누가 누굴 만난다는 것이 그리 중요한 건인가, 그를 지나쳐 걷자 권순영은 내 손목을 잡아 돌렸다.
"물었잖아"
"안 만나. 안 만나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만나? 이게 대체 왜 궁금한데? 그럼 나도 좀 묻자. 너 ㅁㅁㅁ이랑 사귀어? 근데 왜 나랑 그떄 키스했는데. 그러면서 왜 자꾸 여지를 주고 건들이는데!!!"
내 손목을 꽉 잡은 너의 악력과 단호한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를 알아주길 원했던 여지에 나 혼자 속상해 눈물이 다시 비집고 흘렀고 너에게 소리를 쳤다. 놀란 기색 없이 여전히 같은 표정인 너에 몸을 틀어 걸으려니 아직 놓지 않은 손에 강하게 뿌리치려니 권순영은 다시 내게 물었다.
"그게, 왜 궁금한데"
"좋아하니까 묻지 아무 감정, 사이도 없고 아닌데 이 질문을 하겠어?!!!!!! 좋아하니까!!"
가로등 불빛의 수명이 깜빡거리는 밤. 스물이 되길 삼주도 채 남지 않은 그 흑연의 밤. 미숙한 나의 마음을, 갑갑히 졸라메었던 비밀을 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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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암호닉분들께는 번외편 메일링 예정입니다.
안녕하세요, Bohemian Heal입니다.
아까 잘못 글을 올린 줄도 모르고 나중에서야 알았네요, 저를 죽여주세요..ㅠㅠㅠㅠㅠ 미리보기 누른 줄 알았습니다. 다다음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어쩌면 저에게 중요할지도 모를 시험을 앞 둬 이번주는 컴퓨터를 켜지도 못하고 시험준비에 매진하다 몸이 상해 드디어 어제 감기몸살 커몬커몬... 하......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독자님들께 죄송해 최대한 많은 분량을 써내려 금요일 밤새 작성했습니다.
세 사람의 애정전선이 어떻게 뒤바뀌고 어떤 결말이 나올지 극비이라 제 글을 보고 있는 지인들에게도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복숭아는 중후반으로 접어들었고 많은 사랑부탁드립니다. 그리고 8화 댓글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사랑해요, 이렇게 많이 달릴 줄이야.. 사랑해요 독자님들! 10화에서 암호닉 마감 하겠습니다!
막짤은 언제나 옳은 준열이로...개정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