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Triple
W. BOHEMIAN HEAL
불가근불가원, [명사] 가까히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음.
01: 99%진실과 1%의 거짓
***
인간관계 내에서도 먹이사슬이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감히 예상해보자면 이 먹이사슬 존재 유무에 대해 아주 많은 사람이 '유'를 외칠 것이고 그 '유'에 대한 공감을 격히 할 것이라고 예상 해본다. 말단 사원은 그냥 한낮 척박한 땅 위를 평생 저의 집으로 삼아야 하는 지렁이고 고개를 들수록 꽤 많은 강자들의 세상과 그들의 구체적 삶이 보일 것이다. 꼭 그 곳에 나를 비집어 넣어 보자면 아마 토끼풀 뜯어먹는 강자의 눈치를 보는 살쾡이쯤으로 해두자. 토끼라 하기엔 그만큼의 순수함과 이 사슬세계에 말끔히 비어있는 지식을 가지진 않았다, 사슬세계 그 가장 꼭지탑의 속까지 이리저리 눈알 굴리며 긁어 모아 알게 된 모든 사실을 가진 토끼가 어디있겠는가. 잔뼈가 굵디 굵다, 그러니 건들이면 이따금 경고 대신 공격이 나가는 살쾡이 그 쯤일터.
"시간은"
"..금이다"
"경호직에서 단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인명이 상해를 입거나 혹은 사망한다"
"경호원은"
"...항시 긴장해야 하고 언제나 철저해야 하며 직업정신이 투철해야 이어간다"
"경위서(시말서) 써서 오늘 퇴근 전까지 제출하고 열 한시부터 외근이야. 배치 확정 김민규한테 보고 받고 오늘은 네 차 타고 나가"
그가 사무실로 들어가는 소리와 동시에 배짱좋게 접촉사고를 내었을 때와 비교불가히 미친듯이 뛰며 뇌를 울리던 심장박동은 그제서야 차차 멎어들었다. 이왕 늦을 거 근거리 약국에서 청심환 두어 알 사올 것을, 때 아닌 후회를 하며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찰나 간발의 차로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김민규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배짱 좋아, 나도 10시 출근 한번 해보자"
"꺼져 힘없어"
"벤틀리 건은 어떻게 됐어. 보험처리 하래? 네 명험 들이대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락 주세요 이렇게 한 마디 던져두고 엑셀 밟아 온 거 아니지?"
"..."
"대책없는 기집애, 청심환 줄게. 따라와"
단연컨대 오랜 친구 사이는 그리 좋은 영향만 끼치는 것은 분명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외칠 수 있다. 그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타박 대신 위로를 건넨다는 것이 오래본 친구 그 중 다른 점이었으리라. 어깨를 감싸고 머리를 흩뜨리는 그에 한시름 놓았고 의료실 의자가 각지며 기울어질 정도로 늘어져보았다. 오늘도 내일도 까이는 이 회사 이 살쾡이 자신이 제 삼자가 아닌 나의 눈에도 이리 불쌍하다 못해 미안해 보이는 데 그라고 달랐을리 없다. 배치 결과본 대신 커피 한 잔을 탁자에 올려두는 그는 그 옆 제 가방에 청심환 상자를 쟁였다.
"연락 받는 거 두려우면 내가 갖고 있고"
"나 저번달 집 계약 때문에 진짜 목돈이라곤 십원 두 개일텐데, 어떻하지"
"그러게 누가.. 안되겠다, 휴대폰 줘"
물 없는 해파리에게서 갈취 혹은 무엇이든 손쉽다. 상사에게서 된통 깨지고 나니 벤틀리의 청구료가 사고회로를 지배하였다. 강제적으로 빼앗긴 휴대폰을 그는 제 수트 안주머니에 넣었고 나는 탁자를 더듬었다. 아직 청구 전이고 모든 나쁜 상황이 벌어지기 이전이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곤 나의 직장 업무 뿐이다. 손에 잡히는 배치 결정본을 펴들고 이름 석자를 찾으니 꽤 괜찮은 현장은 모두 뒤로 한 채 현 시점 가장 핫한 기대주의 장소 위 찍혀있는 나의 이름이 인생 아주 처음으로 원망의 원망을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설마 이거 때문에 이 주전에 훈련 당겨서 다녀온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훈련이 너무 약했지. 기자부터 이번에는 무슨 파티까지 고용한다며. 그냥 네가 그리고 내가 아주 잘못 걸린 거지"
잘못 걸려도 한참 잘못 걸렸다. 경호원 인생에서 가장 회의감이 들 때를 꼭 하나씩 꼽아보자면 개인경호가 아닌 단체적 상황 경호 현장이다. 삼각 피라미드 생계유지형 인간, 이름 세 글자 이외의 속뜻이라면 속뜻이다. 어느 순간부터 암묵적 자기소개가 되어버린 나 혹은 나와 비슷한 패턴의 그들은 차라리 살을 부대끼며 다 두어마디 나눌 수 있는 개인경호직에 대한 안저과 정시적 수월감이 배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팀장 말로는 의료실 런웨이장 맞은편이래. 힘들면 이번에 한 실장 안 오니까 몰래 교대하고"
"안돼 한 실장 보다 팀장한테 더 밑보이면 사적관계고 뭐고, 모가지야"
"미리 쳐지지 말고 이제 들어가. 내가 괜히 따라가? 쉴드 전문인데 일 안하고 뭐하겠냐. 퇴근할 때 로비에서 기다려, 데려다 줄테니까"
김민규는 가운을 챙겨 입으며 내 손을 쥐어 일으킨 후 협탁 위 올려둔 시계를 들었다.손목을 감싸며 시계를 채우던 그는 요란한 진동에 시선을 옮겼고 어느새 그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우며 손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접촉사고, 상사의 꾸중, 평생지기라며 대학로 앞 포장마차 그 공간에서 매번 밤을 지새우며 시끄럽게 대화를 주고받던 친구의 또 다른 모습. 그리 괜찮은 하루의 시작이라 단정지어 넘기기에 꽤 악연 묻은 시작이었다.
***
"일정이 좀 밀렸데, 뭐 워낙 복잡하니까. 쇼 시작까지 세시간 넘게 남았는데 어후. 한 시간 후 부터 자리 들어가래. ㅇㅇㅇ, 너 뭐 나무늘보니? 아님 밥 먹고 드러누운 돼지니? 하나만 해 하나만."
"못하는 소리가 없어, 그 눈꼽이나 닦고 입 열지?"
"시끄럽습니다, 아까부터 김민규 바닐라 라떼 노래를 부르던데, 내 마끼아또도 사다주는 겸 건물 바로 우편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다녀오는 게 어떻겠니?"
"그냥 네가 마끼아또가 굉장히 먹고 싶은데 돈도 없고 갈 힘도 없고 귀찮아서 김민규를 파는 거라고 솔직하게 얘기해도 안가. 돼지야 네가 가. 추워 죽겠고만"
"김민규가 안 통하네? 이걸 확 불어, 오늘 새벽에 집 전화로 네가 나한테 늘어놨던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전부 말한다. 오늘 하루 통으로 날린 내 잠을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이거 밖에 없지, 암 야 김민규!"
"몹쓸새끼, 간다. 지금 당장 네 캐러멜 마끼아또 킹 사이즈 사러 영하 3도에 지금!"
랜선연애중으로 착각이라도 할 휴대폰 폐인 그 선을 넘나드는 이 얄미운 놈과 연을 끊던 가 해야지 라는 단 한 문장의 절실한 생각을 쥔 채 지갑을 챙겨 들었다. 미치도록 시린 바람에 저절로 미간을 찌푸리며 나온 길거리는 아주 차가웠다, 스타벅스는 대체 어디서 본 건지 정확히 위치를 찾으며 도로를 배회하던 나는 스타벅스 앞 주차된 범퍼가 보기좋게 찌그러져 버린 벤틀리 한 대의 존재감에 부승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방금 저의 동선대로 몸을 틀 충동적 행동을 갈등했다.
유독 시린 이 오후 부모 잃은 아이마냥 다리 동동 거리며 서 있을 수도 없을 터 벤틀리의 차주가 나올 때까지 주구장창 이 곳에 서 있는 것 또한 수용할 수 없었다.
"캐러멜 마끼아또 한 잔, 바닐라 라떼 한 잔에 휘핑 두 번 올려주세요. 이 컵케잌도 포장해주시구요"
"캐러멜 마끼아또, 바닐라 라떼 휘핑 추가, 컵케잌 세 개. 만 오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이 쿠키도 같이 계산, 해주시죠"
지갑을 여는 찰나 불쑥 옆자리를 들어찬 이에 고개를 드니 그는 매우 낯익은 실루엣이었다. 렌즈를 바꾸던가 해야지, 흐릿한 시야에 왼족눈가를 지분거리며 미간을 찌푸리니 결과적 그는 벤틀리였다.
카페 안 그를 찾을 새도 없이 나의 옆자리를 들어찬 뒤 오른쪽에 무게를 기울어 세운 채 당당히 내 손에 들린 카드를 요구하는 그의 시선에 어느 말 하나 건넬 새 없이 그는 나의 손에 들린 카드를 집어 계산대에 내밀었다.
"차 안에 지갑을 두고 왔는 데 제가 지금 좀 급해서"
"..어, 아. 네, 주차 된 거 봤는데 보다시피 저도 약간 급해서 그쪽 찾을 생각을 못했네요"
"아, 꽤 그래보여요. 아침이나 지금이나 당신 그 세번째 셔츠 단추 잘못 끼워맞춘 거 알아채지 못한 거나 뭐. 그리고, 여태껏 내 전화를 한통도 받지 않은 거 보면?"
"어, 제가 지금 휴대폰을..."
"연락 달라는 사람이 휴대폰을 비 소지중이면 이틀전에 뽑은 내 차에게 내가 다 미안해 지는데. 뭐 아직 블랙박스 뒤쪽에 달진 않았지만 엄연히 그쪽 과실인데 사과 한 마디 없고, 대부분 이런 상황에 사람들은 욕을 하곤 하죠? 그런 행동 할 시간도 없이 가긴 했지만"
"그건 정말 미안해요. 전화도 어디에 흘렸는지 맡겼는지 오늘 하루종일 정신이 반 나간 상태라고 하면 뭐 변명도 안되겠지만 사실이에요."
속사포와 같은 나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이와중 묻고 싶은 휴대폰만을 시선고정한 그의 모습, 그는 건성이었다.
무언가 더 이야기를 이으려던 차, 먼저 나온 아메리카노를 주고 빨대로 젓던 그는 몇 분의 시간이 지나서야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입술을 떼었다.
"당신이 변명을 하건 사죄를 하건 타이밍 한번 괜찮네요. 두 시부터경호원 들어간다는데 지금, 두시 십오분이에요. 뭐 나도 그쪽 관찰도 할 겸 늦었는데 쌤쌤치고 내 차 타고 들어갈래요 아님 이제 막 몰리기 시작한 저 기자 득실거리는 입구 뚫고 가볼래요?"
미쳤다. 미친파친솔친, 오늘은 날이 아니가보소...
제 손목시계를 매만지며 전혀 표정벼화라곤 찾을 수 없는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아 시각을 확인하니 당연지사 그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스쳤다. 이미 한 실장 또한 도착했거나 이미 주차장 한 켠 자신의 애마를 주차 중일 것이다. 그리고 창 밖 이미 몰리기 시작한 포토월에 한숨을 내쉬며 나는 미래를 아주 손쉽게 아주 정확히 예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내 탓이긴 하지만, 참 여러모로 그지 같네요"
이 시간도, 오늘 저녁을 포함한 이 하루가.
***
늦잠을 잤고 접촉사고를 냈고, 그 접촉사고의 피해 차량은 신형 벤틀리였으며, 저녁 그 언덕쯤 마무리 될 듯했던 쇼는 갑자기 지체됨에 결국 열두시 넘은 이 시간 모두 퇴근한 사뮐에 앉아 경위서를 작성을 겨우 마친 디 생각없이 거리 위에 놓인 상태. 빌어먹을 김민규는 태워준다면서 급작스레 저의 애인에게 홀랑 가버리며 나의 휴대전화 또한 돌려받긴 개뿔 손 안 쥐어보지도 못했다.
"도착 전에 얼어죽겠네, 하 김민규 나쁜새끼"
어찌 이리가던 저리가던 곧 동사직전임에 불구하고 길거리 지나치는 불빛은 뜨시다. 도시의 밤은 뭐 전부 그렇듯 굉장히 활기띈 낮과 다른 또 다른 낮이라 칭하지 않는가, 점심과 저녁을 거른 터 어디 요깃거리 하나 물고 걸을 참으로 걸음을 옮겼을 때 나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에 대해 대번 후회했다. 아니 지금도 역시 후회한다.
"열두시 사십오분 5관 영화입니다. 10분 전부터 입장 가능하시니까... 지금 바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단연컨대 나는 오늘 이 모든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주 최악이었다, 먹지도 않는 팝콘 메뉴판 나열된 창구를 지나 에스컬레이터 위 발을 디뎠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굉장히 한적한 대기석을 지나 어두컴컴한 영화관으로 들어오니 나락에서 혼자 놀던 기분은 아주 조금 진정이 되어가는듯 했다. 생각보다 강한 히터바람에 젖은 셔츠, 소매부근까지 빳빳해지며 허벅지 위로 수업이 떨구어졌던 머리카락에 애처롭게 뚝뚝 떨어지던 물방울 또한 잦아들 그쯤 영화는 시작되었다.
"좀 돌아가면 어때, 새 시작이 모험이 뭐가 어때서? 네가 말했듯 사랑할 시간은 아주 많이 남아있어"
말이 쉽다, 말이 쉬운 거다. 행동은 그 배 아니 수십배 어렵다는 것을 당사자가 아니라면 아주 모르겠지. 온 몸의 물기는 여직 남아 있었지만 그 물기와는 다른 것이 얼굴 포면을 타고 둥그렇게 흘렀고, 시야는 는 영화관 내부 안개라도 덮친 마냥 뿌옇게 앞을 가렸다.
"밖에 비가 왔나 봐요"
하루 영업 마지막 영화이며 아주 늦은 시각 심야영화, 제정신으로 들어와 앉은 좌석이 아니였으므로 이 영화관 내부 나의 옆자리 누군가가 있으리라고 애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주 낮은 어찌 익숙한 목소리에 답할 기운 없이 무릎을 끌어모아 고개를 묻었다. 그 후 그 목소리는 더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고 영화가 끝날 두 시간여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었던 이유는 나의 어깨를 쥔 온기 때문이이였다. 그리고 앞 놓여진 여성용 운동화는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들기 충분한 궁금증을 심었다.
"위로를 하기엔 우리가 오늘 아침 그리고 오후 단 두 번 본 사이에 어색하고, 일어나라 청승맞은 짓이다 다그치기엔 그럴 사이가 아니고 이정도 선의가 가장 맞는 거 같아서."
우연적인지 악연적인지 판단할 상황도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는 오늘 처음 마주한 새로운 이였고 그는 저가 쓰고 있던 야구모자를 내게 건넸으며 내 손목을 쥐어 일으켰다. 휴식을 원하는 사고회로를 억지로 돌려 이 상황을 꼭 정리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침묵, 결국 엔딩 크래닛 또한 끝을 보이고 다시 영화관의 암흑이 찾아오며 화면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을 그 때 그는 나를 안아 나의 등언저리를 수십초에 한번씩 그리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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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시즌 2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아주 많아서 정말 초긴장 상태로 미리 예정되었던 트리플 먼저 들고 왔습니다. 복숭아 마지막까지 얼마 안남아 이리 들고온 트리플.. 정말 열심히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작품이니 이 아이 역시 딱 복숭아만큼만 사랑 받을 수 있다면 소원없겠네요ㅠ
트리플은 경호원과 현재 의료직을 가진 동기 민규, 모델 원우 이리 셋의 힐링 로코물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다음엔 복숭아로 만나요!
막짤은 우리 어남류씨, 다들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