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W. Bohemian Heal
"야 권순영"
"뭐"
"세상에 산타는 존재한데, 영국인가 어딘가 산타마을도 있잖아"
"네 산타가 나였으면한다, 뭐 그런 요점 말할 꺼면 꺼져. 바빠""기대 안했어, 시발롬아""아!! 아 이 기집애야!! 일부러 밟았지?""그럼 실수겠냐?! 다리 접고 살던지"열 여덟의 크리스마스 이브, 아주 작은 새끼손가락 손톱만큼의 기대로 미리 청산시켜버리는 권순영에 기대한 자신이 잘못이라며 옆에 누워 일찌감치 방영하는 나홀로 집에를 보며 누운 그의 발목을 밟고 지나치자 순영은 발목을 움켜잡았고 ㅇㅇ는 그의 머리맡 음료수를 낚아챘다.이브 밤 역시 회식으로 늦는 부모님 탓에 거실 한가운데 이불 두 개 깔아 소위 간의영화관이라 칭하며 만들어 앉아 열두시를 넘기기 이분 전 결국 크리스마스를 앞에 둔 채 순영의 어깨 위로 안착한 ㅇㅇ의 고개에 그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이불을 끌어 덮였다. 밤을 새우느니 어쩌느니 그리다 이야기 했음에도 잠의 유혹은 심히 달콤하고 매혹적이어 세상모르게 잠든 그녀에 손에 조심스레 선물을 쥐어주고 tv 볼륨을 줄인 후 그 역시 눈을 감았다.미국의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드는 이렇게 말했다."사물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하는 것이다."- 응답하라 1997 中 -
10: 강력한 비밀과 월시
***
"미안해"
울분 섞여 뒤죽박죽 날씨 또한 너무 시려 혈액조차 얼어붙어 움직임을 멈출듯한 이 순간에 미안하는 말에 내 작은 눈물은 구슬이 되어 바닥으로 추락해 흔적 없이 스며들었고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왜 미안한데"
"..가자, 춥다"
"말 돌리지마. 넌 다 들었잖아,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무슨 생각했는지!!! 왜 미안한데!!"
여직 손목을 꽉 쥔 채 온전한 시선이 다리 모두 힘을 단번에 풀렀다. 뒷걸음 한 발짝 내딛기 무섭게 땅에 맞닿을듯 넘어지려는 나에 두 팔을 잡고 일으켰고 우리는 다시 걸었다. 내일이면 다시 들어오지 않을 마지막 흐릿한 가로등에 그의 표정 또한 흐렸고 우리는 말이 없었다. 정정하자면 권순영은 나를 밀었다, 그리고 동네 앞 놀이터 발걸음을 재촉해 그와 차츰 차츰 거리를 벌려갔다.
"..들어가서 자"
고단한 하루를 전투적으로 하지만 그 어제와도 같이 순탄히 넘겨 보냈음을 보이는 고요한 집 안, 가지런한 신발장 위 두 켤레의 신에 조용히 이층으로 권순영과 함께 올라오니 그는 나를 지나쳐 다락으로 향했다.
수건을 베개 위 올린 뒤 몸을 뉘이니 눈두덩이 금속추라도 된 마냥 여간 무거움이 아니였다. 기어코 눈가에 방울이 맺혔다, 한 시 십여분쯤 잠시 앉은 시계는 여전히 일초 일분을 짚어 다시 시간의 항해를 시작했고 마치 꼭 하늘을 찌른 언덕 위 휘몰아친 장마폭풍 아래 오늘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권순영을 끝으로 내일이면 빛 잃을 가로등 밑에서 매듭을 지었다.
***
"오, 일곱시 사십분. 일찍왔네!!!"
권순영을 피해 소위 나무늘보라 칭하는 특히 아치은 더욱 심한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빠져 나온 시각은 일곱시 십오분. 여직 고요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복도를 걸어교실문을 여니 권순영의 옆자리 내 자리에는 최승철이 앉아 있었다. 정확하게 표한다면 잠들어 있었다, 잡담소리에 저의 잠을 방어하려 이어폰을 꽂은 모습에 자연히 발뒷꿈치를 들고 가방을 부승관 책상 위에 올려둔 채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거절에 대한 미안함은 상황에 닥쳤을때 가장 크다, 어색함만 맴돌아 버릴 공기를 약간이나마 미루어보려 최대 조심스레 행동하던 차 나의 행동은 부승관 덕에 아주 산산히 조각나고 또한 물거품으로 의미가 사라졌다.
"은 득츠? 조용히 드르으!!!"
'안 닥쳐? 조용히 들어와'
"졸업 전까지 지각이나 안하면 감사한 ㅇㅇㅇ가 이 시간에 학교에 다 있고. 혹시 약 먹었어?"
"아 닥쳐, 다시 잘거야"
"그래, 그래야 ㅇㅇㅇ가지. 근데 권순영은? 안 보이네"
"내가 아리"
"그럼 네가 알지 뭐 내가 아냐? 진짜 같이 안 왔어?"
"안 왔어!! 안 왔다고!!!! 몰라, 나한테서 찾지마!!"
함께 있는 시간이 길면 주위 사람들은 당사자도 아닌 내게, 또는 그에게 서로를 찾는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 딱 불편해진 내 심리와 관계. 그뿐이었다만 그 달라진 두 가지가 심야를 지배하고 하루를 지배했다. 괜히 성질이라며 입을 내민 부승관을 무시하고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다. 일주일 뒤면 스물일 고삼에게 30일 방학식은 너무 가혹하다. 학교만 아니였다면 벌써 거리를 배회하며 그를 피했을 터, 하루 권순영의 얼굴을 볼 생각에 일찌감치 멀쩡한 땅 꺼뜨릴듯 깊은 한숨이 튀어나왔고 잔뜩 흐뜨려놓은 #ㅇ여사의 책상서류들 마냥 생각은 엉켰다.
"안 먹었지, 아침?"
의미없는 카톡창만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길 십여분 남짓, 책상 위에 올려진 풀빵 한 봉지와 딸기우유를 쥔 손의 주인은 최승철이었다. 그의 앞 하도 큰 목소리를 내어 부승관과 티격태격 되어 잠에서 깨었던 것이였는지 약간의 미안함과 약간의 어색한 공기가 너와 내 사이를 채웠다. 하지만 금새 다가온 돼지 닮은 하이에나 한 마리, 아니 두 마리에 어색함은 곧 사그라 들었지만 더 대화가 오가진 못했다. 그리고 느낀 서로의 희미한 선에 우리는 등을 돌렸다.
일주일 남은 시간에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부승관은 여간 좋은 지 헤실헤실 거렸고, 이석민은 작정하고 날뛰었으며 권순영은 말 없이 부승관의 대화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갑갑한 이 거리의 모든 순간이 사실 굉장히 아팠다, 확실한 이유 없이 나를 내쳤고 정확한 의사표현 없이 흔들어놓은 너 자체가 내겐 모순적이였으며 미웠지만 어젯밤의 감정이 순간으로 식는다는 것은 불가능이였다. 그 어떤 축에 끼어도 응어리 진듯 답답함이 시원스레 내려가질 않을 사실에 결국 이어폰을 꺼내 연결후 고개를 책상 위로 묻었다.
- 작가 시점 -
저의 옆 책상 위로 고개를 묻은 ㅇㅇ를 바라보는 네 눈동자는 공통적으로 그녀를 온전히 담고 있었다. 그 어디 시선을 돌리다 얻어걸린 것도 아닌 아주 꾸준한 시선, 순영은 혹여 열이라도 나는 것인지의 의구심을 품은 채 손을 뻗었으나 이내 허공에서 핏기 없게 주먹을 강하게 쥔 뒤 교실을 나가버렸다. 급격히 아려진 날씨, 어쩌면 당연한 계절의 변화였지만 그 역시 거슬리며 그의 감정을 죄어 순영을 넥타이를 풀곤 교실 벽에 기대어 연거푸 마른세수를 하였다. 입김이 아지랑이 피어 얼어붙기도 전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복도에서 그는 한참을 서 있었다.
"어느 집이야. 빨리 불어"
"뭔 소리야"
"대체 어느 집이 초상 난 거야"
"신종 지랄이야? 뭔 개소리"
"그럼 지금 이 분위기 뭐냐, 세상에서 숟가락 놓는 게 졸업보다 슬픈 ㅇㅇㅇ는 아예 급식실도 안왔어. 또 권순영은 오분 전에 이 많은 삼겹살을 내게 양도하고 도중에 가버렸고 너는 지금껏 한 숟갈도 안 떴다. 뭐 초상난 거야, 아님 강력한 비밀을 들키기라도 했냐?"
"밥이나 먹어"
"아 같이 좀 알자. 비밀 있는 게 뭐 좋다고!"
각자 다른 이유로 힘든 시간이 남에게 그닥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의도한 상황은 아니였지만 얼음장 같은 셋의 분위기에 동면에 이르기 직전 다람쥐마냥 삼겹살을 양볼에 밀어넣던 승관은 석민에게 식판을 양보하고 젓가락을 물었다. 분명 다툼으로 인한 상황의 분위기였다면 그 싸움의 당사자가 ㅇㅇㅇ와 권순영이었다면 한 사람은 이미 반쯤 만신창이가 되어 있어야 했으며 살벌한 눈길이 오갔어야만 했다. 다툼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셋의 분위기가 남극일 이유는 쳇바퀴보다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려도 답이 없었다.
"셋이 뭐 있지?"
"글쎄 셋일지, 둘일지. 나도 모르겠다"
공간의 한계점.
숨 막히지 않았다면 다행일 일이었다. 행동 행위 자체는 뇌에서 내린결정에 의거해 옮기지만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키를 쥐는 것은 마음이었고 그 마음이라는 것은 보이지도 않으며 생각보다 제멋대로였다. 반항적였고 결과는 그녀에게 처절했으며 아팠다. 순영도 순영 나름대로 ㅇㅇ도 ㅇㅇ 나름대로 열심히 각자 저를 사랑하는 이 앞에 희미했던 선 위 짙게 덧칠을 하고 있었지만 물에 흠뻑 젖은 빨래가 마르기까지 비가 내린다면 꽤 오랜시간 밖에 놔두어야 하듯 이미 흠뻑 젖다못해 그에게 잠긴 마음을 거두어 말리기까지 볕을 찾아야 했고 자연히 수면 위로 떠올라 마르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그녀의 눈이 거의 감겨갈쯤 그녀의 작은 등판을 덮은 순영의 교복 마이, 얼음조각 박힌 듯 차가운 손은 ㅇㅇ의 이마에 닿았고 잠 들기전 접촉감에 움찔하는 그녀에 순영은 당황감을 감추고 급히 교실을 빠져 나갔다.
***
"설마 오늘도 야근이야?"
"미안해, 연말이다 새해다. 이맘때가 가장 바쁜 거 알잖아. 카드 올려두고 갈게 순영이랑 뭐 저녁 사먹고 영화 보고와"
"됐어, 크리스마스가 뭐 대수라고. 잘래 일 봐요"
성탄의 아침, 여전히 바쁜 우리 #ㅇ여사와 아빠의 흔적은 빠르게 집 안을 훑고 사라졌고, 권순영은 잠들었는지 인기척도 없었다. 그래도 성탄절이건만 어제와 그제와 다를바 없어 소파에 앉아 매년 돌아오는 영화에 시선을 옮기니 흔한 공백이 거실을 메웠다. 두 시간짜리 영화 두 편, 한 시간의 낮잠. 지루하기짝이 없는 일년의 단 하루 결국 방으로 올라와 옷을 챙겨입은 후 코트를 꺼내었다. 식탁 위 올려진 카드를 쥐고 조용한 권순영의 방을 지나 오랜만에나 다시 꺼낸 구두 위 올라 문을 열었다. 찬 공기에 폐가 얼어붙을듯 시렸고 목도리라도 하나 쥐고 나올 껄 이라는 짧은 한탄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음에도 빠르게 지울 수 있었던 것은 온 거리를 채운 캐롤 덕이였다. 혼자인 이는 극소수이며 다들 하나 둘씩 모인 인파 속에서 걸으며 충전 되지 않은 휴대폰에 밥을 요구하는 소리에 결국 휴대폰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아씨 더럽게 춥네..."
외로움은 그저 외로움이였다. 영하 5도를 넘긴 이 거리를 걷는 내가 등신이네, 등신이오. 종아리는 아리고 하도 추위 속 파묻혀있었으므로 손을 돌멩이처럼 둥그스름 단단하게 얼었다. 꽤 어둑어둑해진 시각 그나마 몸을 녹이던 카페에서 나와 커피를 쥐고 한강으로 틀어 강바람을 맡으니 나는 선택장애였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밤의 여백에서 하나씩 켜지기 시작한 작은 물감은 크리스마스 야경을 완성시켰고 도저히 걷는 것은 무리라 생각해 주저 앉기 일보직전 다리를 두들기며 벤치를 찾던 나는 아주 흐린 가로등, 마치 권순영에게 진심을 아리게 털어놔버렸던 그때 그 가로등 빛과 같은 흐릿함 위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을 때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그 흐릿함을 주시할 수 밖에 없었다.
"....야"
그곳 그 그림자는 땀으로 머릿결이 흠뻑 젖은 채 숨을 몰아쉬는 권순영의 것이었으니.
서비스편
= 권순영은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
"흔히 말하잖아,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가 않는다고"
밤을 향하는 여덟시, 동네 놀이터 그네에 앉아 무거운 침묵을 먼저 깨니 더 입을 떼기도 전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에 너를 올려다 보았다. 권순영 다음으로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고 권순영 다음으로 언제나 곁에 있었으며 그 다음으로 의지가 반쯤 가능한 '친구'였다. 시간을 달라는 건 불안한 희망고문일뿐. 아무런 감정을 감쌀 수 없어 빠른 시간 내 이야기를 털어버리는 것이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 나는 생각했다.
시선이 엇갈려 마음도 엇갈렸다는 것, 부정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가 나를 보는 그 순간까지 나는 권순영을 바라보았으니. 최승철은 답 대신 내 손목을 잡아 일으켜 저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친구로 안아주는 거야"
더이상 이성적 감정이 아닌 벗의 위로였다.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는 손, 처음과 끝이 영원히 같을 수는 없다한들 마음은 그리 쉽게 움직이질 않는다. 부동치 않는다하여 가볍지도 않은 것이 마음이다. 불완전한 사이는 딱 그것이다. 불완전한 사이를 정리하기까지 권순영과의 사이와 비슷히 시간은 길것이 분명했지만 현재 각자의 감정을 억눌러 부정치 않기로 한 것이 현재의 우리였다.
<작가의 말>
오랜만이에요, 엄청 늦었죠....
시험은 저번주에 끝났는데 개인적으로 안좋은 일들이 겹치고 지인들에게도 말 못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몸상태도 꾸준히 나아지질 못해서 연재를 잠시 중단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복숭아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차마 연중은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늦게나마 10화를 가져와 봤습니다. 독방에도 추천글이 많이 올라오고 꾸준히 댓글도 달렸지만 선뜻 기다려달라는 말도 못해 죄송해요. 그리고 복숭아 항상 사랑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다음편을 12편 내용을 들고 올지 승철이 번외를 들고 올지 정말 고민고민 해봐야 겠어요, 그럼 모두 굿밤되세요!!
10화을 올린 후 24시간 이후 암호닉 신청마감을 하겠습니다. 암호닉분들 한분 한분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