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은 시렸다, 그리고 권순영은 한 마디에 답도 없이 손목 대신 동사 직전의 내 손을 쥐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볼이 붉게 오르고 기침이 새어 나와도 말 없이 걷던 우리 둘 사이 마치 벽이라도 놓인 듯 했다. 점점 권순영의 마음은 복잡하게 알 수 없었다, 왜 화가 났는지 그 하나 이유도 알기 어려워졌는데 그가 나를 거부한 이유는 어찌 알까 싶다. 다리가 저려와 잠시 숨이라도 고르기 원할 쯤 빠른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는 너의 팔을 붙잡자 그제서야 그는 자리에 멈춰섰다.
"추워?"
한숨 아닌 한숨 한 번 들이킨 후 그는 여기있으라는 말 한마디 남겨버리고 사라졌다. 짧은 순간에 휘적휘적 사라진 그를 기다리며 대충 몇시나 되었을까 확인하려 시계를 찾아 몇걸음, 시끄러운 폭발음에 뒤를 도니 한강 주변 야경에 수를 놓는 불꽃에 결국 나의 발걸음조차 빼앗겨 버렸다. 스무살 다시 그와 함께 하기로한 바닷가의 기억에 추위에 얼었던 입 이유있는 온기에 녹아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모든 이유가 그로 인한 것이었기에 다시 입가에 그려낸 호선이 얼어붙는 것은 삽시간이었지만 말이다. 자리를 떠났던 너는 꽤 시간을 지체치 않고 다시 돌아왔고 내가 권순영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는 여전히 말을 아끼며 입술을 피가 쏠리게 물고 있었다.
함께 향한 곳은 늦은 시간 열은 심야식당, 음식의 종류라곤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그런 식당이었다.
서로가 아닌 창가를 마주한 채 나란히 앉아 각자의 국수 한 그릇 놓아둔 이 상황 더 이상 우리는 온화한 분위기에 두 사람이 아니라는 그 사실이 히터바람 조차 곁에 맴돌 수 없게 힘들었다.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은 더 이상 없다. 대체 이런 이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 후회 또한 할 수 없게 빈 공간에 가득 찬 복잡함이 젓가락을 들 수 없게 조종했다.
“나 찾으려 왔어?”
“아니”
짧은 질의응답. 인간은 아무리 버려도 개인주의적 본습은 버릴 수 없다. 나또한 그런 류에 하나 속했을 뿐이고 당연하게 대답이 긍정이길 바랐다.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죄는 아니지 않는가, 애정결핍장애라는 말을 단순히 그들이 정말 악한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다. 상황이 만들어 내는 거다, 애정을 그리고 사랑을 바라는 것이 상황에서부터 시발점이 되어 점화 그리고 폭발하는 모든 것은 상황. 내가 그에게 진심을 털어버렸던 그 상황부터 이 질의응답이 시작되어 버린 거다
“그럼 왜 왔는데?”
간절함에 거부를 놓았을 때 그 모든 것을 쉽게 이해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확실했지만 그보다 더한 건 이해하기 그리고 수용하기 싫었다. 아직은 고집스러움을 놓기 싫은 나의 명확한 마음을 접어 굽히기를 외면하는 그토록 듣기 거부한 어린
침묵의 무게는 몇 킬로그램에 해당될까, 나의 육신을 짓누르는 이 침묵은 견디기 힘들 무게였다. 귀를 닫은 채 몇 번의 젓가락질 그 뿐인 권순영에 그토록 궁금증으로 원한 질문들에 답이 단 한 번의 순간조차 없었던 이 모든 허공에 흩어진 나의 질문과 나의 모든 것을 다해 네가 현재 단 일 분은 미웠다.
최악의 크리스마스인 셈 이였다.
***
크리스마스는 파도에 묻히고 마지막 방학은 살을 처참히 베어내는 칼바람에 흩어지고 언제나 그랬듯 새 해의 그 일출을 보기 위해 강제적으로 차 안에 타 목구멍을 턱, 막은 뒤 좀처럼 내려갈 생각 없는 고집스러운 멀미와의 동행에 기분은 저 기압 층을 이뤘다. 현재 긴급히 높아진 파도 위 밤 새 작업 중인 오징어잡이 위 서 있는 이 기분을 누가 이해하리. 더 이상의 버티기는 이미 포기한 채 멀미약을 삼키기 위해 가방을 뒤적거리니 손에 쥐어잡히는 이물감이라곤 먼지뿐이었다. 차 안이 아니었다면 가족 틈 새 끼어 있는 이 상황이 아니었다면야 거친 욕지기가 울렁거림을 누르고 거침없이 튀어나왔을 것이 분명하다. 멀미약을 챙기지 않은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무것도 떠오르지도 제시 할 수 도 없었다.
“##ㅇㅇㅇ”
식은땀이 척척히 등에 맺혀 찝찝하다 못해 견디기 짜증스러운 상태의 최고조에 이르렀을 쯤, 나를 거쳐 창문은 반쯤 내려감과 동시에 무릎 위 익숙한 약 상자가 놓였다. 평생 떨어낼 수 없는 관계는 단 한 가지뿐이다. 그는 어느새 그 정도의 관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인의적으로 말을 아껴도 결국 부딪혀버리는 사이이자 관계, 손에 쥔 약상자에 땀이 차 축축해졌다.
창밖이 석양의 선명한 색으로 물들었다. 순식간에 뒤로 지나쳐 가는 모든 것이 울렁거리는 감이 더해질 차, 권순영은 들이치다 못해 퍼붓는 듯한 찬바람에 다시 창문을 닫았고 내 손에 쥐어져 축축해진 애꿎은 상자를 빼앗아 약을 꺼내 건넸다. 단 한마디의 재촉도 타박도 아닌 그 하나 행동에 나는 어떤 반응으로 권순영에게 대해야 정답일런 지에 대해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사진 찍어서 보내, 같이 가자고 그렇게도 졸랐건만. 매정하긴”
“지랄마”
“권순영이랑 쿵짝쿵짝 재밌게 놀다가 오지 마. 아주 그냥 거기서 살지, 엉?”
“시끄러, 내일 내려갈 거야”
“하여간 사진이나 잘 찍어 보내고, 빨리 자던가. 너 내일 늦게 일어나서 못 봤다. 잠결이라 못 찍었다 이따위 소리 하기만 해, 그 즉시 강원도 올라가서 새해 첫 날부터 둘다 눈갱하고 서로 족치는 거야”
“부탁하는 주제에 아주. 잘 거야, 꺼져버려”
“끊을 거야, 나쁜 기집 애야.”
도착한 펜션 방 안 시덥지 않은 농담과 투닥거림 끝에 전화기를 놓고 시께로 시선을 향하니 어느새 아홉 시와 열 시 그 중간에 걸쳐 오른 시간, 창 밖 바다 위 흐트러지지 않은 올 해 마지막 월광을 스쳐 거실로 나가니 그 눈 앞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이라곤 권순영 뿐이었다. 그의 왼손에 들린 물기 맺힌 캔맥주가 여직 익숙하지 못했고, 둘 함께 앉아 있는 이 공기 또한 익숙하지 않았다.
“마실래?”
적막으로 채워진 거실을 그는 단 한 마디로 메웠다. 나의 긍정적 대답에 권순영은 몸을 일으켜 냉장고로 향했고 이내 과자 한 봉지와 캔맥주 한 캔을 내려놓았다. 처음 입을 덴 알콜은 아니였으므로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청량감과 알싸함을 연속해 들이켰다. 볼륨을 줄인 티비 화면은 약 십 오분 가량 남은 새해의 이야기를 떠들어 댔고 나느 손에서 맥주를 떼어낸 뒤 그에게 물었다.
“올 해 가기 전에 서로 딱 한 가지만 묻자”
“뭘”
그는 고갯짓으로 대답을 대신 하였다. 단 한 가지의 질문 전 바램이라면 이 밤이 긴 악몽으로 되새기는 일이 없길 하는 단순한 바램 하나 뿐이었다.
- 작가 시점 -
"지금 이 순간까지 모두 통합해서 좋아한 적 없어?"
달의 그 영롱함이 여울져 바다에 사무쳐 육지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그 파도에 시선을 빼앗기던 ㅇㅇ는 그 파도 대신 그를 온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온전한 시선 속 복합적인 그녀조차 전부 느끼지 못하는 그 모든 생각을 순영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맥주캔은 바닥을 드러냈다, 찰랑 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었고 그는 남은 소량의 알콜을 들이켜 비운 캔을 플라스틱 쟁반 위 내려두었다. 어떤 답이 그녀를 웃게 하며 어떤 답이 그녀가 저를 등 돌릴 것이며 어떤 답이 정답인지 아주 잘 아는 순영은 ㅇㅇ보다 좀 더 큰 어른이었고 그는 쇠자물쇠라도 걸어둔 듯 무거운 입술을 열었다.
"어"
창 밖 환호 소리는 두꺼운 유리를 관통해 그들에게도 들리우고 그 순간 순영의 대답을 기다리며 새해의 카운트다운조차 잊은 그녀와 그런 시선을 피한 그의 사이 그들은 서로 각자에게 미치도록 뜨거우며 선명할 스물을 맞이하고 있었다.
***
저의 생각 이외로 그녀는 그리 울음을 삼키거나 등 돌리지 않았다. 차라리 그런 모습으로 끝났다면 그들은 아주 뒤돌아설 수 있었을 가능성이 그쪽으로 더 높았다, 모든 게 칠흑같던 밤을 뒤로한채 드센바람을 애써 외면하며 앉아있는 이 바닷가는 북극마냥 아주 시렸다. 일출을 위해 몰려든 이 많은 인파 사이까지 비집고 들어온 이 바람에 고개를 묻고 목도리 안으로 손을 넣은 그녀는 거셈의 수위를 넘어가는 추위에 결국 모두 부질없는 행위임을 인지한 채 인파 사이를 빠져 나왔다. 그녀의 행방을 묻는 ㅇ여사에게 휴대폰을 흔들어 보인 후 한적한 바닷가 한 켠 모래사장 위는 부들부들 한 것이 그나마의 위로였다.
이 바닷가 이전 그 때와는 다른 감정을 지닌 자신이었으나 그 변화점이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그저 옷깃을 여밀 뿐이었다.
가끔 금지된 선을 밟고픈 욕망을 지닌다, 현재 ㅇㅇ 역시 그랬다. 금방 얼어붙을 것을 아주 잘 인지하며 어젯밤의 월광을 머금어 품은 파도에 발을 담그어 보고 싶은 그 생각은 아이와 같으며 쓸데없는 욕망이었다. 그녀가 오른쪽 신을 손에 쥐고 왼쪽 신을 벗으려 신발끈을 풀러 내었을때, 그녀의 앞에는 일출의 눈부심이 아닌 그림자가 빛을 가려냈다.
"신발 내놔"
끈을 풀러낸지 단 일 분 채 지나지 않아 순영은 ㅇㅇ의 신발끈을 조여 매곤 그녀의 손에서 신발을 앗아 신겼다. 저의 앞에 앉아 신을 신기는 그는 친구보다 좀 더 오래 생을 앞질러 걸은 몇 살 터울의 덧대어 보자면 오빠같았다. 오른쪽 신의 신발끈까지 모두 묶고 몸을 일으킨 순영은 저의 무스탕을 ㅇㅇ의 팔을 잡아 기워넣었다. 귀찮음이 서린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 ㅇㅇ는 알아챌 수 없었다.
"신발끈이 아니라 이제 구두 굽이 부러져도 나는 없어. 한 사람만 보려 하지마, 더이상 어린 아이처럼 굴려 하지도 말고. 어린아이처럼 굴고 싶을 때가 있다면 부모님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진짜 친구 옆에서 일년에 두어번만 그러라고. 너 스물이야"
구름에 가려져 발걸음을 돌리려던 이들이 다시 뒤를 돌아볼 무렵, 그렇게 동이 틀 무렵. 그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진심과 아주 근접함과 동시에 옅은 거짓을 포장해 그녀에게 던지곤 등을 보였다. 몇 시간과 같이 그녀는 같은 모습이고 싶음이 간절하였지만 이성이 그녀를 모두 지배하기엔 언제나 한결같이 순영보다 어린 존재가 ㅇㅇ였다.
What do I say We didn’t have to play no games
I should've took that chance I should've asked for u to stay
And it gets me down the unsaid words that still re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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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인가요, 오랜만이네요. 아직도 키보드가 도착하지 않아 정말 눈물겹게 완성한 복숭아 11화 이제야 수정을 마치고 올리게 됬습니다. ((혼자 감격)) 아침에 도서관가서 멀티미디어실에 숨어 두시간씩 쓴 결과가 이따위라서 미안해요.. 아마 복숭아는 다음화 혹은 다다음화에 작별인사를 해야하는데 저도 보내기가 아쉽네요. 순영이 자꾸 나쁜노무시키 만들어서 미안해요. 그래도 시즌 2에선 이 나쁜노무시키가 달라지는 날이 오겠죠,,? 결말까지 한두발짝 남은 복숭아 좀 더 열심히 완성도 높여 항상 만족하실 수 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사랑합니다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