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굉장히 짧습니다. 절대 양심상 10p는 못 받겠네요, 다음글은 분량 빵빵하게 찾아뵙겠습니다!
관계의 미학
W. Bohemian H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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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고백데이라네요? 이런 거에 많이 뒤처지는데 알아만 가네요. 이런 날의 고백 성공률이 꽤 높았다고 문뜩 지나가다 흘려 들었던기억이 스치네요.
아무래도 아무것도 아닌 날보다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온 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주저리 늘어놓지 않고 오늘 고백데이다, 이런 식의 운을 떼고 단도직입적인 이야기 서술이 가능하니까요.
아무래도 늦어가는 시간 다들 사랑의 성공하셨길 바라며 노래 한 곡 듣겠습니다.
glen hansard의 falling slowly"
열한시 십오분, 감기가 올라 검은 폴라니트 끝자락을 더 끌어올리며 생수를 찾아 쥐곤 잠시 헤드폰을 벗은 원우는 천천히 목을 축이며 오늘따라 반토막문자가 아닌 애정과 아픔, 수십개의 감정이 뒤섞인 장문의 사연들에 마우스를 쥐었다. 새벽녘으로 향하기 전 용기를 쥐고 망설이는 이들로 사연페이지가 마비 일보직전이였고, 그는 '고백' 단 두글자를 입술로 오물 거리며 반복해 되뱉었다. 하지만 그의 묵직한 목소리는 부산스러운 막내작가의 발재촉에, 곧 끝나가는 음악 소리에 흔적없이 덮여버렸다.
열한시 오분부터 새벽 한시 오분, 잠결에 저 모르게 빠지기 참 좋은 적합한 시간 때 벌써 라디오 3년차였다. 마지막곡이 플레이 되고 그는 오늘도 일정한 시간, 기지개를 펴곤 원고를 모아 저의 왼손에 쥔 뒤 라디오부스 조명이 두어개 남을 적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피곤함에 있는 것이, 무관게인 제 3자의 시각에서라도 안쓰러움의 채워지지 못할 수 없었다. 하나 둘 퇴근을 시작한 스탭들 사이로 원우는 코트를 걸쳐입고 빠져나와 손가락을 중간쯤까지 턱, 덮어버린 니트자락을 올려 시계를 확인한 뒤 귓전을 찌르는 전화벨에 미간을 약간 찌푸린 뒤 주머니를 뒤적거려 저의 얄미운 소음의 주범에게 손을 뻗었다.
"여보세요"
"난 네 여보가 아닙니다마안!!"
"술 마셨냐?"
"쪼-끔? 회식이였어, 이 놈에 회식 증말... 어디신가 나와 같은 직장인의 비애를 겪는 나의 동지! 전원우!!"
"라디오 지금 끝났어. 주소 찍어 보내, 오분 안으로"
"옙!! 기다린드아앙..."
휴대폰을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은 원우는 몸을 틀어 비상구로 향했다. 고층에서 멈춰서 내려올 생각이 도통 없어 속을 태우기엔 그가 허용하지 않았기에 재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밟아 내려갔다. 그리고 그가 주차장에 들어와 시동을 걸 쯤, 짧막한 ㅇㅇ의 문자에 원우는 이마 께에 살짝 맺힌 땀을 손으로 훔친 뒤 악셀을 밟았다. 히터를 틀지 않은 라디오 부스 안은 그 어느 추위보다 강했지만 현재 차 안은 더워 미칠지경이였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몸에 오른 열을 식히려 창을 열지 않은 이유는 조금 후에 태울 ㅇㅇ의 추위를 격히 타는 성향 때문이었으리, 원우는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거칠게 핸들을 꺾었다.
"저언- 워누!!!!!!!!!!"
갓길에 차를 급히 세우고 여전히 네온사인 화려하다 못해 빈공간 없이 메운 거리로 걸어가자 그의 눈에 보이는 붉은 힐. 정확히 붉은 힐을 손에 쥐고 한두발짝 걷는 ㅇㅇ의 모습이 눈에 가득차고 원우는 제 머리칼을 한번 넘긴 후 자연스레 그녀를 등에 업은 뒤 여직 침묵을 일관한 채 한 손에 힐을 들고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다. 컨디셔너 두 병, 초콜릿 세 봉지, 그리고 엹은 스타킹 두 켤레. 취한 그녀에게 항상 쥐어주는 물건의 목록을 달라질 수가 없었다, 뚜껑을 따 그녀의 앞에 올리자 정확히 삼분의 이를 목으로 넘긴 뒤 초콜릿을 입 안으로 집어넣는 행동, 두어번 반복의 끝은 다시 그녀를 업는 일이었다.
등판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목을 꽉 끌어안는 그녀를 옆좌석에 태우고 시동을 건 뒤 얼어버린 손목이, 갑갑해 풀러낸 두개의 단추가 그의 신경을 수없이 건들여 결국 히터를 켠 원우는 차 뒤로 손을 뻗어 보드랍게 걸리는 가디건을 들어 그녀의 머리 뒤로 넣어준뒤 다시끔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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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2시간 선잠에서 허우적거리기를 수어번 결국 잠을 포기하고 주방으로 나온 그는 거실에 덩그러니 놓인 시계의 째깍임에 고개를 돌리니 분침은 '7'을 가르키고 있었다. 새벽 5시까지 잠을 막은 이유에 대한 책망 또한 순간이다. 한숨을 내뱉으며 뻐근한 눈을 비빈 뒤 커피 한 잔 손에 쥐려 찬장을 뒤지던 그는 다급한 도어락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찌 저의 집보다 훨 많은 시간을 들어와 보내면서 비밀번호를 이리도 많이 오류를 내고 마는지, 결국 커피포트를 찾다 말고 설렁설렁 걸어 문을 여니 대충 셔츠와 치마를 입고 머리를 흐트러지게 묶은 그녀가 위태롭게 족히 7cm의 높이를 넘은 듯 보이는 힐을 구겨신으며 말했다.
"차 키, 차 키!!!! 늦었어 엄마아으유.."
ㅇㅇ의 출근시간은 정확히 일곱시 오십 오분, 현재 시각 일곱시 칠분을 반쯤 넘겼고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협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켜 요일의 개념을 인지시키니 그녀는 저의 머리칼을 쥐어 뜯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왠지 알람이 안 울린다했어!!!!!!!!!"
"잘한다"
방방 제자리에서 휴일의 달콤함을 느끼지 못한 자책에 뛰는 ㅇㅇ를 구경하다 이내 뒤돌아 주방을으로 향한 그는 모든 일이 놀랍지 않은 마냥 다시 커피포트를 찾아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802호와 902호 윗층 아래층의 사이를 두며 가깝다 못해 혈연관계라 칭하기에 전혀 무색하지않은 터, 그들은 오래된 흔한 말로 '남자사람친구와 여자사람친구'였다. 자책의 시간은 어느새 끝을 맺었는지 바람처럼 들어와 소파에 기댄 그녀에게 커피를 내밀고 그녀의 옆에 앉아 담요를 덮자 ㅇㅇ는 피곤한 토요일 아침, 여간 부산스러움이 아니였던지라 고개를 소파에 기댄지 삼분도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그의 쪽으로 눕혀 원우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깨우면 알지?"
"라디오 원고 쓰게 내려와, 지 무게는 생각을 안해"
"이 정도면 양호한 거거든? 아 맞다, 나 소개팅했다"
"그럼 걔랑 놀지 여기서 자리 깔고 누운 이유가 뭐야"
"잘 됐으면 그랬겠지, 근데 글쎄 정말 영 내 스타일이 아닌 거.
어 딱 너랑 똑같았다, 완전 개철벽남"
리모콘을 들어 ㅇㅇ의 영화목록을 주욱 살피던 그는 손가락을 멈칫, 잠시 움직임을 정지시켰다. 손 안에서 리모콘이 미끄러지지 않은 것에 어쩌면 감사하는 그였다, 눈을 껌벅껌벅 느리적하게 감았다뜨며 깊게 찾아온 잠을 내치지 않는 그녀가 결국 잠들어버리자 세상모르게 곤히 눈을 감은 그녀의 어깨까지 담요를 끌어 덮은 뒤 그는 마른세수를 하며 허한 속을 뱉었다.
잠든 ㅇㅇ가 깨지 않도록 조심히 안아 그녀를 침실에 눕힌 후 거실 커텐을 열어젖히니 세상은 도화지였고, 그 또한 모든 것이 백지화 되었다. 고백데이라는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 며칠전뿐만이 아니였음에 이유분명치 않은 감정을 인정한 것은 오래건만 친구 이상의 무언가가 될 가능성은 이미 현저히 낮았고, 그는 그 가능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년째 짝사랑, 스무살의 딱 반절. 그 때를 기점으로 감정은 시간을 타고 증폭되었고 차일피일 미루던 고백 앞에서 망설이던 차, 턱 막힌 벽 앞에서 짜증아닌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너무 오랜시간의 편안한 관계는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이 얽메여버린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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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항상 받습니다! 암호닉분들께는 번외 드릴 예정입니다
제가 써놓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쓴 거지 싶은 글이네요...
분량 욕나옴네....
0.5, 상, 중, 하로 나뉠 짧은 글이구요. 복숭아 연재하며 천천히 올릴 예정입니다. 복숭아 전개자체가 제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1인칭이라 많이 미숙해 본래 제 스타일을 추구해 글을 써봤는데 아무래도 이 글도 나중에는 쓰레기통에서 만날 것 같네요... ㅎ
복숭아는 이번 주 주말에 최대한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왜나면 이번주 김장해서...흐븝ㅂ,,,
다시 만날 때에는 멀쩡한 멘탈로 다시 밝게 찾아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독자님들 모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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