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사육사 크리스 x 너무 해맑은 알비뇨 사막여우 김종대
"하아..."
방금 동물원에서 가지고온 케이지를 현관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케이지를 봤다. 케이지 속이 답답한건지 갈작갈작대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차리고 케이지를 열자 퐁! 하고 튀어나와 여기저기 뽈뽈거리며 돌아다닌다.
"널...어쩌자고 데리고왔는지..."
그냥 아무생각없이 여행을 왔다. 그리고 한국의 동물원에 왔는데 재미있어보여 무작정 동물원 사육사가 되고싶다고 진로를 정했다. 그리고 크리스에게 맡겨진 동물은 사막여우. 그 사막여우가 2주전에 붉은 핏덩이같은 새끼를 낳았다. 그 사이에서 유독. 어쩌면 그냥 완전 하얀 사막여우를 발견했고, 알고보니 그 사막여우는 알비뇨 사막여우. 즉, 희귀 사막여우. 태생부터 몸도 약하고 겉모습이 달라 부모에게 버려지고 또래 사막여우보다 덩치도 작았다. 상처가 늘어가고 다 죽어가려는 사막여우에게 동물원에서 떨어진건 안락사였다. 이 조그마한 아이에게 아직 보여준것도 없는데 벌써 무지개다리를 건너라고 하라는건 잔인한것같다며 그냥 자신이 키우겠다고하고 대답도 듣지않고 데리고 나왔다. 지금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큰 귀를 쫑긋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막여우와 눈을 마주쳤다.
"아빠라고 불러."
"......"
"크리스아빠-"
"......"
"너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잘 지었다고 소문이 날까?"
"......"
"미미?삐삐?"
아무리봐도 구린 작명센스에 종대는 속으로 '저딴 이름은 청동기시대때 이름 아니야?'하며 크리스를 씹었고, 크리스는 한창 이름짓기에 빠져있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며 TV를 키면서도 뭐가 좋을까 하며 이름을 만들었다.
'갈게, 첸첸'
요즘 한창 유행하는 드라마에서 무심코 들은 첸첸에 꽃힌 크리스는 첸이 좋겠다. 첸으로 하자. 하더니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첸 올라와.' 하더니 종대를 침대위에 올리고 전기장판을 뜨끈하게 틀었다. 사막여우가 이름부터 더운지역이 들어가다보니 요즘같은 날씨엔 많이 약해지는걸 아는 크리스는 침대위를 종대에게 당연하다는듯 양보했다.
"크이쓰."
"......"
"아빠."
"...응?"
깜빡 잠든건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크리스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 아기?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뭐야!"
"첸!"
"첸?"
자신이 첸이라고 한 아이는 크리스가 되묻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는 멍한표정으로 종대를 바라봤다.
"아빠 더워?"
"응?"
"아빠 땀 흘려."
어기적거리며 기어와 크리스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준 종대는 헤헤거리며 웃었고, 크리스는 아직도 자신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못하는 자신을 욕하고있었다. 그런 크리스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기장판스위치로 다가가 전기장판을 끈 종대는 크리스의 옆에 누워 크리스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빠가 안아주세여."
"......"
"아빠 따뜻해. 좋아."
크리스는 자신의 품에 꼼지락대며 안기는 아이를 보고 일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라고 생각하고 종대를 품에 안았다.
***
아침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깬 크리스는 전화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 화들짝 놀라 전화를 받았다. 동물원측에서는 어차피 몸도 약해서 일찍 죽을아이 데려간거 후회하기 싫으면 데리고 오라는 말을 들은 크리스는 누가 죽고 살고 말하는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쪽에 이 이 아이를 안락사 시키라고 맡기는것만큼 멍청한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크리스는 백수가 되었다.
"하..."
"크이쓰?"
"첸. 아빠 이제 백수야."
"크이쓰 백수야?"
종대는 침대에서 일어난지 얼마 되지않은듯 머리가 붕뜨고 눈도 팅팅부어올랐다. 크리스는 실직자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첸아빠라는 명예아닌 명예도 함께 얻었다.
"아빠! 체니 배고파!"
"배고파?"
그러고보니 아침을 먹을시간은 이미 한참전에 지나있는 상태였다. 예민한 동물인걸 알면서 잊어먹은 자신을 자책하며 부랴부랴 부엌에 들어갔지만 혼자사는 남자는 한결같이 냉장고가 비어있다. 당황한 크리스는 종대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이 뭐가있을까 하다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맛있어?"
"웅! 아빠 짱!"
돈까스 가게에 전화해서 돈까스 두개를 시켰다.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입에 한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어삼킨다. 혹시나 탈이나 날까 노심초사하는 크리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가에 돈까스소스를 잔뜩 뭍히고 헤실거린다. 밥을 다 먹은 종대는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맛있다-맛있다! 하며 감탄했고, 종대가 두개를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크리스는 먹지 못했지만 종대의 모습을 보니 안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부모님의 말씀이 이해가 가는 크리스였다.
"근데 아빠."
"응?"
"체니 싫어?"
"아니? 왜?"
"근데 왜 우리 엄마는 날 버렸을까??"
종대의 말에 크리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니까. 종대의 엄마는 자신이 낳은 새끼가 다른 새끼와 다른 모습을 하고있어서 물어죽이려고했으니까. 그걸 알고있다. 종대는 자신이 버려진 자식이라는걸 알고있었다. 자신이 하얗게 태어나서 붉은 눈이라서.
"내가 미워서 그런거겠지?"
"첸 안미워. 예뻐."
"정말?"
"응."
"아빠는 나 맨날맨날 예뻐해줄거야?"
"당연하지."
"그럼 나도 아빠 사랑해."
따로 분리되어 지내던 시기에 크리스가 종대를 품에안고 토닥여주며 항상 사랑한다고 읊조려줬었던 기억을 잊지않은 종대는 크리스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는 그런 종대에게 다가가 품에 꼬옥 안아줬다.
"아빠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