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남자 작업실에 제대로 된 홍일점 너봉.txt 04
(부제 : 기나긴 하루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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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 take 5 세븐틴 디노
Q. 디노군, 최근에 새로 오신 막내 피디님이 가장 아끼는 멤버 1등을 하셨다던데 기분이 어떠세요?
A. 진짜 누나 아니 피디님께 너무 감사드리고 실은 제가 피디님을 많이 좋아하거든요.
Q. 피디님이 무척 부럽네요. 디노군 같이 귀엽고 밝은 사람이 좋아해준다니.
A. 피디님도 저도 각자 막내다보니 아무래도 더 챙겨주시는 거 같아요. 피디님께서 말은 가끔 거칠어도 마음은 참 다정하신 분이거든요.
Q. 근데 디노군, 굳이 정말 굳이 피디님의 단점? 아니 이것만 고쳐준다면 완벽하다 하는 점이 있나요?
A. 어.. 진짜 없어요 없는데 솔직히 딱 하나 말하자며..
-찬아! 빨리와! 권순영이 불러!
A. 저 가야할 거 같아요! 죄송해요! 그리고 진짜 암것도 아니에요! 하하..
01-1
"누나 뭐 기분 좋은 일 있어요? 아까까진 죽을 상이더니."
"당연하지~ 누나가 하마터면 쓰레기될 뻔 했잖아."
"에? 누가 누나보고 쓰레기라고 그랬어요? 어떻게 누나한테 그런 말을.. 진짜 심했다."
"차,찬아! 이리와서 ㅇ,이것 좀 도와줘."
"어머 왜? 괜히 찔리시나봐 권순영~"
"뭔 소리래."
"형이 누나보고 쓰레기라고 그랬어요?"
"뭐 임마! 아냐 무,무슨 소리야! 앞뒤 말 다 잘라먹고 말할래 김칠봉?"
"어차피 우리 찬이는 내 편이거든?"
"웃기고 있다. 찬아 딱 결정해. 얘야 나야?"
"그야 당연히"
"당연히"
"누나죠."
"너 찬이를 얼마나 구워 삶은 거야? 우리 찬이 불쌍해서 이를 어째.."
"뭐래. 어쨌든 권순영 넌 나한테 쨉도 안됨. 우리 찬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어느 새 스무디 가게에서 나온 멤버들과 김칠봉이는 작업실로 가는 좁은 골목길을 앞뒤 두줄로 나누어 걸어가고 있었다. 앞엔 승관, 민규, 승철이가 뒤에선 순서대로 순영, 이찬, 칠봉이 걸어가고 있었다. 앞줄의 대화는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했고 간간히 다정한 웃음소리도 들렸지만 뒷줄에선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귀염둥이 낭랑 17세 이찬을 사이에 두고 순영과 칠봉이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었다. 그저 골목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것일 뿐인데도 이렇게 시끄러운 순영과 칠봉이었다. 그 사이에 낀 죄없는 순한 양 찬이는 그저 두 늑대들 사이에서 장단에 맞춰 허허 웃어줄 뿐이었다.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찬이의 사회생활 성장&적응기였다.
"김피디 우리 솔직해지자."
"또 뭘. 왜 자꾸 시비야."
"톡 까놓고 너 원우 아니었음 까먹었을거잖아."
"그,그건 모르지! 이제 고작 1시야! 저녁에라도 생각났을지도 모르잖아! 니가 뭘 알아"
"예예.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요. 암요"
"순영아 잊지마. 녹음날까지 D-7 이다."
"......."
"순영아."
"...응? 왜 칠봉아..?"
"잘하자."
승리감에 가득 찬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불쑥 순영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 치는 칠봉이의 모습에 순영의 이마엔 식은땀이 맺혔다. 녹음이라는 두 글자에 찬이도 서서히 웃음을 잃어갔다. 하.. 벌써 녹음날까지 일주일밖에 안남았구나.. 그나마 앨범 녹음이 아닌 특별무대용 리메이크 녹음이라 다행이다. 어느 새 자신을 쳐다보고 웃고 있는 칠봉과 눈이 마주친 찬이도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가끔보면 진짜 무섭다니까..
01-2
"사랑해"
-.........
"여보세요?"
무,뭐? 아 진짜 이 가시나가 못하는 말이 없네. 오른손으론 책꽂이에 꽂힌 책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고 왼손으로는 휴대폰을 들고 있던 원우가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추고 왼손을 어깨 아래로 떨어트렸다. 검은색 후드에 가려진 뽀얗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누가보면 야동이라도 보다 들킨 사람마냥. 3초간 정적이 흐르는 전화가 상대방에 의해 끊겨지고 원우는 천천히 고갤 숙이고 말았다. 과거 여럿 소녀들 울리게 생긴 참 잘난 외모완 다르게 동성친구같던 여자친구에게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는 원우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나보다. 얼굴은 양아치st 성격은 수줍은 소년st.
사랑해. 미쳤네. 그렇게 싱숭생숭한 맘으로 양팔 가득 책을 껴안고 계산대 앞에 서 차례를 기다리던 원우는 책을 고르는 동안 벗고 있던 안경을 끼고 쓰고 있던 검정색 마스크를 반쯤 벗었다. 계산대의 줄은 서서히 줄어 드디어 원우의 차례가 다가왔고 양팔 가득 안고 있던 책을 계산대 위에 우르르 쏟아놓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셜록홈즈, 김이나의 작사법... 그리고 슬램덩크 한정판.
"8만 6천원입...니다."
"여기."
"아아..예..저..저기 포이..ㄴ트...카드는.."
"아.. 맞다. 안그래도 최근에 잃어버렸는데 새로 발급받을 수 있을까요?"
"그..그럼 여기 이것들 좀 자,작성 해주세요.."
"저, 여기."
"아,아 예.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아니 안녕히가세요."
"예. 안녕히계세요."
원우가 나갈 때까지 고갤 숙이고 있던 직원은 서점을 나가는 원우의 뒷모습을 보며 그제야 고갤 들어 원우를 쳐다보았다. 방금 서점을 나간 키크고 마른, 검은색 후드와 검은색 마스크를 낀 피부가 뽀얀 청년. 텍스트로만 읽었을 땐 그저 잘생긴 꽃미남이겠거니 생각하겠지만 막상 1m도 안되는 거리에서 마주친 텍스트 원우의 모습은 상당히.. 뭐랄까.. 위협적이었다. 까딱 계산실수라도 해서 100원, 아니 10원이라도 잘못 계산했다간 내일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 180이 넘는 원우보다 훨 작은 직원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아, 무슨 알바 10시간 넘게 뛸 때보다 더 지쳐.
01-3
이지훈 '오빠'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씩씩거리며 체크카드를 꺼내 작업실 문을 쾅 닫고 떠나버린 작업실엔 지훈의 웃음소리만이 남았다. 불과 몇십분전까지만 해도 잠에 취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작업실에 도착했지만 역시 김피디와 함께하는 하루일과는 지훈에겐 상상 밖의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오빠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못들으면 안달나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닌데 왜일까, 지훈이 김피디를 약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호칭'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열세남자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그 사이에서 굴하지 않고 되려 남정네들을 휘어잡는 파워가 처음부터 칠봉이에게 주어진 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반년 전, 칠봉이는 낯가심이 참 심한 아이였다. 160이 겨우 넘는 키에 운동에는 전혀 취미가 없는 듯 뽀얀 피부와 말랑말랑한 볼살, 어쩌다 말을 걸면 기어들어갈 듯한 작은 목소리는 지금의 칠봉이의 모습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처음에 칠봉을 만났을 때 지훈은 저런 애가 디렉이나 제대로 보려나 싶어 걱정부터 했었다. 하지만 우리의 세븐틴, 덜 도른자는 있어도 안 도른자는 없다고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괴롭히기 시작했다지. 마침 자기나이 또래의 여자에다가 성격도 처음엔 순둥순둥해 보였으니 그야말로 세븐틴은 물만난 고기마냥 숨겨왔던 남고생미를 맘껏 발산했다.
"어.. 너 몇살이야?"
"맞아. 엄청 어려보이는데. 한 열아홉살?"
"어? 찬이랑 동갑아냐?"
"뭔 소리야. 어려도 너무 어리잖아."
"아 시끄러워. 내가 니들한테 물었어?"
"저,저기! 열아홉이긴한데 빠른년생이라.. 친구들은 96년생ㅇ.."
"아 그럼 나보곤 오빠라 불러야겠네."
"그래 96부터 95까지 오빠라고 부르면 되겠다."
"칠봉아~"
"네?"
"오빠랑 편의점 잠깐 가자."
"아.. 편의점이요? 네."
"무슨소리에요. 형 칠봉이 나 안무짠 거 먼저 봐주기로 했거든요?"
"편의점 잠깐 갔다오는거 그거 몇분 걸린다고. 양보 좀 해줘."
"아, 절대 안돼요. 방금 지훈이한테도 양보했단 말이에요."
"지훈이는 괜찮고 난 안 괜찮고? 내가 지훈이보다 나이 많은데?"
"형이 방금 제 상황이라면 김칠봉 저한테 양보할래요 이지훈한테 양보할래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당연히 이지훈이지!"
"그래 그럼 됐죠? 칠봉아 2층 연습실로 와."
"저.. 근데 오늘 약속때문에 30분 뒤에 퇴근해야 할 거.."
"그럼 칠봉아 순영이 안무 봐주고 와. 기다린다."
"김피디 여기서 잤나보다. 완전 편의점이네 24시간 풀작업이야."
"오늘 김칠봉 얼굴 팅팅 부었대요~"
"칠봉아 얼굴 부으니까 더 어려보인다. 찬이 동생해도 되겠어."
".....아 그래.."
"오늘 새벽까지 작업한 애한테 다들 그러고 싶냐. 못났다 진짜."
"괜찮아 형. 나 어제 칠봉이가 라면 먹는 거 봤어. 완전 잘 먹던데?"
"...배고프니까 그렇죠."
"지훈이한테 뭐 좀 사달라 그러지. 라면말고 김밥이라던가."
"괜찮아요. 곧 신곡 나올 즈음이라.."
"어? 그럼 김칠봉 세수도 안한거야?"
"하러 갈 참이었어."
"아 얼른 씻어. 좀있으면 녹음이야."
"...어."
"부승관 어서 놔라."
"형이 오늘은 양보 좀 해주세요. 맨날 형만 김칠봉 끼고 다니려고 하잖아요."
"무슨 소리야. 저번주에 나랑 한솔이 랩가사 봐준 거 말고는 따로 얘기한 적 없거든?"
"형! 우리 멤버들이 몇인데 겨우 저번주가지고 그러기는. 전 정확히 13일 전에 편의점 같이 간 거 말고는 칠봉이랑 따로 있었던 적 없거든요?"
"어? 마침 찾고 있었는데. 칠봉아 오빠 지금 서점 갈건데 같이 갈.."
"원우형!"
"전원우!"
"왜. 지금 둘 다 별일도 아닌 거 갖고 싸우는 거지? 내가 데려간다 칠봉이."
"어! 칠봉누나! 여기 있었네요. 저 이번에 순영이형 몰래 안무 조금 짠 거 있는데 먼저 봐주실래요?"
"칠봉아 오빠 좀 있다 받아쓰기 할건데 이것 좀 불러줘. 1층 연습실에서 명호랑 기다릴게!"
"김피디! 이번에 니가 애들 디렉 봐줬던 녹음본 어디 저장해놨어? 빨리 와서 열어봐 들어보게."
"칠봉아 나랑 김밥 먹으러 안갈ㄹ.."
"아!!!!!!!! 쫌!!!!!! 다들 좀 그만해!!!!!! 내 몸이 무슨 니들 머릿수대로 열세개니? 열세개야? 뭔 놈에 사람은 이리 많은데 다 나보고 해달래!
어련히 바빠보이면 퇴근도 좀 제때제때 시켜주고 피곤해보이면 안부먼저 물어보고! 사지멀쩡한 남자들이 열세명이나 되는데 못하는게 이렇게 많아!!!!"
"칠봉아.."
"그리고!! 그놈의 오빠소리 좀 그만해! 안 그래도 오글거려서 잘 못하겠구만! 여기서 딱 정해. 97이랑 특히 96까지 앞으로 나랑 친구먹어.
나 오빠라 안할꺼니까 오빠소리 한번만 더 해봐. 가만 안둔다."
그저 얌전하고 예예 고개만 끄덕이며 멤버들의 사소한 요구부터 진지한 상담까지 도맡아 해주던 칠봉이 몇천년의 폭발을 참아왔던 화산처럼 펑 하고 터진 그 후로 멤버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편한 여동생처럼 시도때도 없이 장난 걸고 하던 멤버들은 조금씩 칠봉이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지훈이처럼 무뚝뚝한 멤버들은 뒤에서나마 조금씩 김칠봉을 챙겨주게 되었다. 하긴 몇 년간 연습하면서 여자랑 말할 기회라곤 학교에서 밖에 없던 멤버들이 아닌가. 처음엔 칠봉도 그런 세븐틴의 맘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서로가 점점 더 편해지고 익숙해져가는 마당에 낯가림은 개뿔, 반년이 지난 이 시점에선 칠봉이의 말을 안 듣고 짖궃게 장난을 치면 1차, 2차 경고 후 예외없이 차별없이 누구든 등짝스메싱이다.
사실 처음에 지훈은 얌전했던 칠봉이의 예전모습이 더 좋았다. 지금은 놀리는 재미까지 더해져 더욱 치밀하게 칠봉을 놀리는 부석순과 그에 맞는 장단을 또 쳐주는 칠봉이의 모습을 보며 뒤에서 알게 모르게 한숨을 참 많이 쉬었던 지훈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시끌벅적한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하루하루 나름 이렇게 즐겁게 보내는 게 좋은거라고 생각하는 지훈이었다.
아니 근데 김칠봉, 아프리카에서 직접 재배하고 가게까지 차려서 직접 만들어 오는건가..
됐다. 살면서 김칠봉이한테 오빠소리 한 번 들어봤으니까 그걸로 된거지 뭐. 김피디 기다리는 오늘 하루 참 길다 길어.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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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진짜 저는 독자님들 덕에 힐링하는 것 같습니다ㅠㅠㅠ 그냥 저의 만족?을 위해 글을 써본 건데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주시다니 항상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 늘 좋아해주시고 참 감동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ㅠㅠ 독자님들 항상 제가 많이 아~낀~다~
암호닉은 우선 신청받지 않겠습니다! 다음기회를 꼭 노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