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너 남친 존멋... 너희 무슨 영화냐?"
"ㅋㅋㅋ 그 정도야?"
"첫 만남부터가 운명 같잖아... 나도 그런 운명 같은 만남 겪어보고 싶다..."
"넌 이미 남친 있잖아."
"아 그러넹^^ 아무튼! 그럼 요즘엔 어떻게 만나?"
"학교 끝나고 잠깐 보고 주말에 보고 근데 아까 이재욱은 갑자기 왜 물어본 거야?"
"아... 하하... 그냥 점심 때 보니까 좀 멋있길래. 솔직히 너네 잘 어울리긴 했는뎅..."
"--;;"
"야... 야, 다 먹었으면 가자 ㅎㅎㅎ"
그렇게 주리는 혜윤과 헤어지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버스가 오려면 좀 남은 거 같아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을까, 누군가 주리의 이어폰 한쪽을 뺐다.
"몇 번을 불러도 쳐다보질 않네."
"뭐야?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언제부터는 무슨, 방금 왔는데."
"왜 불렀는데?"
"그냥. 아직까지 집 안 가고 뭐 했냐?"
"김혜윤이랑 치킨 먹었다. 왜?"
주리의 말에 재욱은 "돼지."라고 대답했고, 주리는 "이게..."라며 때리는 시늉을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이어폰을 꼈다. 그러자 다시 한쪽을 빼는 재욱이었다.
"사람이 옆에 있는데 자꾸 이어폰 낄래?"
"너랑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럼 너도 끼든가!"
"참나. 몸은 좀 괜찮냐?"
"뭐? 아, 어 뭐 덕분에. 근데 내 문자 봤냐?"
"아 보긴 봤는데 너가 고맙다고 할 사람은 아니라서 잘못 보냈나 했는데?"
"야! 날 뭐로 보고."
그 뒤로 아무 말도 오 가지 않고 있다가 주리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0분 정도는 남은 시간에 한숨을 쉬고는 재욱에게 "넌 몇 번 타?"라고 물었다. "11번."이라고 대답한 재욱에 주리는 핸드폰을 보더니 "어, 그건 곧 오겠다."라며 말했고 그녀의 말대로 한 2분 정도가 지나자 도착하는 버스였다. 하지만 재욱은 마치 자기가 탈 버스가 아닌 듯 움직이지 않았고 주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안 타?"라고 물으면 재욱은 "이다음 거 탈건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뭐래? 집에 가기 싫냐?"
"너 심심할까 봐 같이 있어 주는 거잖아."
"뭐래? 누가 있어 달래?"
그렇게 서로 먼저 말을 걸지 않았고, 이제 주리도 버스가 올 시간이 돼서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버스가 올 방향을 쳐다보고 있자 그제야 말을 걸어오는 재욱이었다.
"야."
"왜."
"여자친구 아니야."
"뭐?"
"그때 영화관에서. 여자친구 아니라고. 그냥 오해한 것 같길래."
"아, 그래. 아 나 버스 왔다. 간다."
"잘 가라."
재욱은 주리가 버스에 올라탄 순간부터 그 버스가 자기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보다가 버스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떨려 죽는 줄 알았네."
(2시간 전)
재욱은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다가 주리에게 온 문자를 보고 바로 열어보면 오늘 고마웠다는 문자에 피식 웃으며 답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 시간 영대는 경기 연습을 하러 나올 때가 됐는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재욱에 탈의실로 가보면 핸드폰을 보며 한참을 고민 중인듯한 재욱이 있었고 무슨 일인가 싶어 그곳으로 걸어가 재욱의 시선을 따라가면 '김주리'라는 이름에 다시 재욱을 쳐다보았다.
"뭐야? 언제부터 다시 연락했어?"
"어? 언제 왔냐?"
"계속 안 오길래 무슨 일 났나 싶어서 왔는데. 그건 그렇고, 너 그날 일 김주리한테 얘기했어?"
"뭘 해. 됐어. 어차피 다 지난 일인데."
"야, 그래도 말해야지. 아직도 걘 오해하고 있을 텐데."
"됐다~ 이젠 상관없지 뭐."
"쿨한 척은. 너 아직 김주리 좋아하잖아."
"뭐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자 새끼야. 다들 기다리겠다."
---
평소 같았으면 알람 소리에 눈을 깰 주리는 오늘은 알람 없이 눈을 떴다. 평소보다 가벼운 몸에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면 맨 앞자리가 7이 아닌 8에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을 해보니 8시 6분을 띄우는 시간에 "미친!!"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진작 버스를 타러 나가야 하는 시간인데 너무 늦어버린 주리는 어젯밤 머리를 감고 잔 자신에게 감사하며 빠르게 준비를 하고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계를 다시 보니 8시 21분. 지금 이대로라면 버스를 타긴 무리라고 생각한 주리는 택시정류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기엔 적당한 시간이기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천천히 걸어가면 반대편에서 누군가 자신을 불러왔다.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면 주리의 표정은 곧바로 굳어버렸다.
"김주리, 맞지?"
"..."
"와. 그대로네 넌~ 아 맞다 너 이수고로 전학 갔다고 들었는데 지낼만해?"
무시하고 지나치려는 주리에 보라는 헛웃음을 치더니 또 다른 질문을 했고 그 물음에 주리의 발걸음은 멈췄다.
"전학 간 학교에 바람 핀 전남친이 떡하니 있으면, 나라면 자퇴했겠다ㅎ"
"근데 어쩌냐? 난 너무 잘 지내고 있는데."
"ㅎㅎㅎ 잘 지낸다면 다행이지. 난 괜히 걱정했잖아. 너가 나 때문에"
"착각하나 본데, 고작 너 때문에 헤어진 거 아니야."
주리는 대답을 끝으로 보라를 지나쳐 택시를 타고 그대로 학교로 향했다. 가는 내내 아까전 상황이 생각나서 화가 차오른 주리는 혜윤에게 오는 전화에 조금 진정시킬 수 있었다.
"여보세요."
- 김주리 왜 안와아아!
"미안. 오늘 늦잠자서 택시타고 가는 중."
- 아 심심해 죽겠네...
"ㅋㅋㅋ 넌 나 없을 때 어떻게 지냈냐?"
- 몰라... 김영대도 없고 에휴... 아 맞다! 이번 주 주말에 뭐해?
"음... 딱히? 왜?"
- 약속 없으면 나랑 어디 좀 가자구ㅎㅎ
"그래 뭐. 근데 어디?"
- ㅎㅎㅎ 오면 말해줄겡. 그러니까 빨리 와!
"오키~"
다행히 조회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고 조회가 끝나니 밖에서 불러오는 혜윤이었다.
"넌 진짜 목소리가 왜 그렇게 크냐? 그래서 주말에 어디 가게?"
"그게... 그 전에 일단 약속해. 거기가 어디든 무조건 나랑 가주기다?"
"ㅋㅋㅋ 알겠어. 뭔데?"
"그... 이번 주 주말에 축구경기 하는데 나 혼자 가긴 심심해서..."
"축구경기면 이재욱도 있는 거 아니야? 아 싫어."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어차피 마주칠 일도 없어! 그냥 나랑 같이 가주기만 해라 응?"
"걔 얼굴 보기도 싫은데 축구하는 걸 보고 있으라고? 아 안 갈래."
"거기 사람 엄청 많아서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 갈걸? 응? 제발... 내가 그날 점심때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제발 주리야아아!"
"하... 그럼 혹시라도 걔랑 마주치면 나 바로 집 간다. 오키?"
"오키! 앗싸~ 약속했다? 그럼 주리야 수업 잘 들엉^^"
혜윤을 보내고 나니 괜히 가자고 했나 잠깐 후회가 됐지만, 다시 안 가겠다고 말하면 혜윤이 삐질 게 분명해서 주리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오늘은 재욱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경기가 다가와 바쁜 탓인지 아니면 마주치지 말자고 한 주리의 말을 들어주는 것인지 재욱이 교실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리는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가는 길에 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응 주리야.
"어디야?"
- 아, 나 지금 학교. 학생회 때문에.
"많이 바쁜가 보네."
- 응. 죽겠다. 어디야? 오고 있어?
"응. 이제 막 버스 탔어."
- 그래. 너희 집 앞에서 보자. 곧 끝나니까 나도 바로 갈게.
버스에서 내리자 집 앞에서 보자던 도현이 주리가 내리는 정류장에 서 있었고 주리가 뭐냐는 듯 바라보자 웃으며 "빨리 보고싶어서."라는 도현이었다.
"학교에선 별일 없었어?"
"응. 넌 요즘 엄청 바쁜 것 같다? 학생회 힘들진 않아?"
"괜찮아. 이제 축제 한 달 정도 남아서 좀 바쁘긴 한데 할만해."
"아, 이제 좀 있으면 축제구나. 아 맞다, 나 이번 주 주말에 축구 보러 가기로 했어."
"축구?"
"우리 학교 애들 경기하는 건데 친구 남친이 거기 있거든. 걔가 같이 가 달래서."
"아... 주리야, 혹시 그때 영화관에서."
"응?"
"아, 아니다. 재밌겠네, 축구. 잘 갔다 와."
"몰라~ 난 가기 싫어 죽겠다. 너가 나 대신 갈래?"
도현은 웃으며 "뭐래."하며 주리에게 약한 딱밤을 때렸고 주리가 째려보자 귀엽다는 듯 안아버렸다.
"너가 이렇게 귀여우니까 내가 너무 불안하잖아."
안녕하세요옹 덕심이에요옹 벌써 이렇게 5편이 끝났네요... 구현사는 총 9편 정도로 완결 날 것 같아요ㅎ 완결까지 얼마 안 남았다니... 다음 새로운 작품도 준비 중이니 많이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슴당! (참고로 그건 캠퍼스 물이에요😊) 암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