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도 되고 씹어도 되는 그런 브금.
02.
...좋아해요...좋아해요...좋아해요...좋아해요...
김종인은 후에 얼어붙은 날 보며 덧붙였다.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대체 누구를?물개를?변백현을?아님 자기 자신을!??나르시즘이야!?
.......그럴리 없다는거 알아..
"하아..."
미친 새끼.말도 안돼.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말이 안되는거야.날 놀리다못해 이따구로 장난을 치나?도가 지나치네...
"라고 생각하고싶다.."
"뭐?"
"장난 아니였겠지.장난이면 연기자해야지."
"뭐라는거야.도경수."
"...으오ㅓㅏ와오가ㅗ악!!!!!!"
...
"쟤가 왜저래.."
경수가 정체불명의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가는 걸 지켜본 백현이 넋놓은채 중얼거린다.
.
.
.
"언제부터?왜?무엇에?"
"....."
"뭐가 좋아서?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
"이건 말이 안돼!!!!!!!!"
"안대!"
손에 올려놨던 조조가 꺄악꺄악거리면서 짧게 따라한다.그래.맞아.이건 안대.정말 안대는거 아니니.
아,조조는 앵무새다.설마 코끼리를 손에 올려놨겠어?
난 모르겠어.조조야.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그래.솔직히 말해 김종인은 매력적이야.섹시하지.완벽해.
하지만 남자야!!맨!앞서 말했던 코끼리가 달려있는 그 남자!
그리고 남자이기전에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없어.
원망한적있어.싫어한적도있지.죽이고싶을때도 사실 있었어.격하지만..말야.
생각해보니 온갖 감정을 다 느꼈네.호감빼고는 말야.여지까지의 김종인은 비호감이였다 이거야.
근데 갑자기 고백이라니!!아니야.난 받아줄 의향이 없어.그래.이렇게 간단해.그럼 되는데...
"거절을 못하겠어.."
김종인은 즉답을 원했지만 온갖 변명을 대며 미루고 미룬게 내일의 점심시간이였다.
그때까지 난 거절을 하는 연습을 해야되는걸까.아니면 깨끗히 목욕을 재개하며 받아드릴 준비를 해야될까.
"뭐하냐.경수야.퇴근하자."
그래,일단 퇴근부터 할 준비를 하자.
종인 시점
그 날은 사실 기분이 평소보다 더 다운이 되어있었어.이유는 없었어.이유없이 기분 나쁠 때가 있을거아냐.
그 날이 그 날이였어.이렇게 말하니 내가 여자가 된거같은데..
어쨌든 그 날에는 관중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표정관리가 안되더라.표정관리를 할려고 해도 끝나고 선배들한테 잔뜩 깨질 생각을 하니 웃을 힘도 안나는거 있지.
그렇게 죽을둥 말둥 끝냈고 당연히 깨졌어.표정이 그게 뭐냐고 존나 까대는거야.
변명거리도 없어서 듣고있었어.거기서 전 지금 그날이란말이에여!할수도 없잖아?
했다간 난 씹변태가 되는거지.그리고 김종인 디스타임은 삼십분이 지나서야 끝났어.
드디어 끝났구나싶어서 건물내에 위치한 화장실로 가고있었어.입구까지 왔는데 누가 안에서 쨍알쨍알 말을 하더라고.
들어보니 내 욕인거야.참나..남자가 되서 뒷담이나 까고있는게 참 우습더라.
그래서 기분도 안 좋은데 쪽이나 줘야겠단 생각으로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어.
"그런게 어디 돌고래 조련사라고 할수있어?프로의식이 없어요!프로의식!!"
"얼씨구."
근데말야..
난 정말 이렇게 될지 몰랐어.
인생 한치 앞을 모른다고 그 말이 정말 맞지뭐야.
화장실에 들어섰는데 화장실의 지린내보다 그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굳어서 엉금엉금 걸음을 옮기는데 그 사람의 동글동글거리는 눈만 들어오고...
그 사람이 남자이고 남자화장실에서 아들래미를 빼고 있었다는 건 아무런 문제도 안되고 그냥 그 사람만 들어오는거야.
그 때는 그냥 너무 좋고 혼란스럽고 미치겠어서 억지로 미소 지으면서 지나쳤어.
그러고나서 혼자 생각을 해보니 그 남자는 조련사였던거야.이건 운명이다싶은거지.
정말 설레고 설레서 어떻게 밤이 갔는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해는 찾아왔고 어둠은 내 눈 밑에 남아서 안가고있더라.
내가 봐도 지금은 동물원이 아니라 옆 놀이공원 유령의 집에 출근해야될거같은거야.
"잠시만요."
"...뭐?"
"출근 잘못 하셨습니다.여기가 아니라 팬더 우리에 가시길 바랍니다.모른시다면 길을 알려드릴 의향도 있어요."
"꺼져.박찬열."
"알았는데 눈에 뭔짓을 했냐?"
"아무 짓 안했으니까 꺼져."
"툭하면 꺼지래."
역시 예상했듯 오자마자 박찬열이 내 눈을 보고 가만 두질않는다.징한 새끼...
"...아!찬열아!"
"....."
"뭐냐.."
"왜 그렇게 날 다정하게 불러."
띠껍네.
"장난이야.뭔데?"
"어제 찾아왔던 조련사들 기억해?남자 두명."
"경수하고 백현이가 오긴 했는데..두명이 맞나 모르겠다."
"경수?백현이?"
"응.그건 왜?"
"걔네 어딘데?"
"독수리하고 앵무새."
"...이따가 가자.나 소개 좀 시켜주라."
"..왜?"
"관심있어."
"......뭐라고?"
"관심 있다고."
"너 게이야?"
"그런가봐."
"미친새끼."
멀어지는 종인을 보며 찬열은 손에 쥐고있던 깡통을 던진다.
.
.
.
경수 시점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밥 먹는 시간이 이렇게 싫을수가..
출근을 하지않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지랄맞게도 소심한 난 하지못했다.
"밥 먹으러 가자.경수야."
"......"
"경수야?"
"...꼭 가야해?"
"너의 왕자님이 널 데리러 오시지 않아서 화가 난거니?만약 그렇다면 너의 왕자님에게 sos을 칠 의향도 있어."
"좀 닥쳐.이 하이모야."
"나의 위엄돋는 독수리를 욕보이지마."
"그래봤자 대머리잖아."
"어이,참새들.밥 안 먹냐?"
왔다..장난스레 웃는 찬열의 뒤에 그가 서있었다.
"오늘은 둘이 먹어라.우리 밖에 좀 갔다올게."
"둘만의 데이트를 망칠 생각은 없으니 먼저 꺼져줄게."
"김종인 좋겠네."
무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난 대담하게도 김종인과의 일대일 면담을 청했다.
난 이 일을 내 생의 가장 대담했던 일 5위안에 넣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변백현과 박찬열이 아주 요란하고 지랄맞게 하하호호 나간다.
둘이 나가니 그렇게 조용할수가 없네.
"저..시간 되시는 거 맞죠?"
"네.전 괜찮아요."
"멋대로 정해서 죄송해요.일단 나가는게..."
"좋을거같네요."
.
.
.
"......"
"......"
"......"
"......"
쪼로록하고 잔이 얼음밖에 남지않았으니 그만 괴롭히라는 신호를 준다.
둘다 아무 말없이 공원안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있은지가 10분이나 넘었다.
괜히 먼저 나섰나봐..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참지못하고 먼저 맞은편에서 입을 열었다.
"네.아니면 아니오 그 둘중에서 택하면 되는거거든요."
"...."
"물론 전 네가 좋아요.강요하는 건 아니지만요."
"..저는요..."
"아,잠시만요.저 할 말이 있는데 잠시 들어주시면 안될까요?"
"..하세요."
"제가 어떻게해야 진심이 전해질까 밤새 생각을 해봤어요.어떻게해야 경수씨가 나를 보는 눈이 나와 같아질까..
근데 전 그쪽에는 영 바보같은지라 답이 안나오더라구요.그래도 전 경수씨한테 거절받는건 도저히 볼수가 없어요.
아니,제가 지금 뭔말을 하는지 저도 잘 몰라요.바보같지만..위험하고 스릴충만한 영화 하나 보신다고 치고 한번 만나보시면 안될까요?굉장히 재밌을거에요.원하시면 물개가 노래부르는것도 보여드릴게요."
"....."
"남자인게 걸리시면 여장을 하고 만나드릴게요.보기에는 이래도 여장하면 그냥 떡대만 큰 여자로 볼거에요."
"....."
"....싫으세요..?"
모질게 거절을 하리라 맘을 먹었지만 바보같은 김종인의 말에 난 19살 늦겨울날에 나무앞에 서있던 날 기억해냈다.
그때의 난 지금 앞에 있는 김종인마냥 바보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절박했다.곁쳐보이는 나와 김종인을 보면서 난 내 생의 가장 대담한 짓 일위에 들 짓을 할 맘을 먹었다.
얼음을 먹으려는 듯 잔을 집는 그의 손을 곁쳐잡고 웃었다.
"손해 볼 짓은 아니겠죠."
"....아?"
"시간이 다 되서 지금 보지 못하는게 유감이지만 이따 물개가 노래부르는 건 꼭 보여주세요.기다릴게요."
입을 쩍 벌린 그를 두고 얼른 일어나 카페를 나섰다.등 뒤에서 알수없는 고성이 들렸지만 잘익은 홍시같은 내 얼굴을 돌릴수는 없었다.
.
.
.
이로써 내 추억되집기는 끝났다.재미없는 얘기일수도 있지만 지금 당신네들이 들고있는 교과서보단 재미있었기를 빌며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그때 그가 보자고 강요하던 위험하고 스릴충만하던 영화는 사실 스릴러물을 빙자한 로맨스코미디였다.
"경수야!!너 이 마시멜로우 안 먹을거면 나 먹으면 안되냐?"
"먹으면 그 마시멜로우모양따라 니 내장도 꼬일줄알아라.변백현."
"격한 새끼.."
+이렇게 병맛같이 동물원의 호모들이 끝났어요.이렇게 어이없게 끝났어요.
경수한테는 호구미를 강조시키려 점을 그렇게 찍어댔고 종인이한테는 수줍음을 표현하려 그렇게 점을 찍었는데 거슬리셨다면...그건 참 유감입디다.
또 할말이..어..전 격한 걸 좋아하는지라 제가 쓰는 건 욕이 난무하고 난무할거에요.
우리 어리고 순진한 징어들은 한 눈으로 보고 한눈으로 빼네세요.
그럼 빠빠이.
아,이거 텍파 가능하긴 한데...보실 분이 있다면 말이죠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단편 시리즈쓰러 전 메모장을 켜지만 언제 올지는 또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