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소희와 며칠 전부터 가고 싶었던 카페에 도착해 시간을 보내다가 아까 만난 복학생 선배와 아는 사이냐고 묻는 소희에 어제 그 옆집 남자라고 대답하면 소희가 잠깐 놀란 듯하다가 어깨를 툭 쳐 왔다.
"뭐야? 완전 운명이네!"
"뭐래, 그냥 우연히 계속 겹치는 거지."
"야,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라는데~ 내 생각엔 너랑 그 선배는 운명이야."
"내가 너 드라마 그만 보랬지 --;;"
계속 옆에서 놀려대는 소희를 무시하고 있으면 갑자기 예지의 핸드폰이 울렸고 재하에게서 오는 전화에 무슨 일인가 싶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야, 이예지! 너 이소희랑 같이 있지?
"응, 왜?"
- 이따 개강모임 있으니까 오라고. 장소는 문자로 보낼게.
"뭐? 야, 2학기에 무슨 개강모임이야!"
- 너 1학기에 오지도 않았잖아! 뭐, 이번에 복학한 형들도 있고 1학기 때 제대로 못 했으니까 한 번 더 해야지.
"아, 싫어."
- 너희 안 오면 나 친구 없단 말이야. 알겠지? 꼭 와. 끊는다~
"야, 야! 신재하!"
전화가 끊기고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자 옆에서 소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고 통화 내용을 설명해주니 입을 틀어막는 소희였다.
"아, 신재하 이 미친놈!"
"그래서, 갈 거야?"
"야, 이번에도 안 가면 걔 한 달 동안 우리 들들 볶을걸..."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긴 하네."
결국, 재하가 보낸 장소로 도착했고 들어가자마자 시끄러운 분위기에 눈을 찌푸리고 있으면 멀리서 재하가 일어서서는 "야, 이예지, 이소희! 이쪽으로 와!" 하며 불러댔다.
소희와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재하의 앞에 앉아있는 세종이 보였다.
"형들, 얘네는 저랑 동기예요! 아, 아까 보니까 세종이 형 예지랑 아는 사이 같던데 맞아요?"
"아, 응. 우리 같은 오피스텔 살아."
"오~ 그럼 이예지 너가 세종이 형 옆에 앉고 이소희 너는 도환이 형 옆에 앉으면 되겠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아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고기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건너편에 앉아있던 도환이 갑자기 예지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세종이랑 같은 오피스텔이면 옆집?"
"아, 네!"
"헐, 옆집이었어?"
"세종이가 어제 자기 옆집에 예쁜 애 산다고 그랬거든."
"와, 형 진짜요? ㅋㅋㅋ"
"아 뭐래, 우도환 조용히 해."
도환의 말에 예지가 세종을 쳐다보면 세종은 술이 들어간 탓인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그러자 재하가 "선배, 이예지 같은 스타일 좋아하세요?"라며 놀려댔고 세종은 정신없는 분위기에 물을 들이켜기 바빴다.
그렇게 한참을 술을 마셨을까, 갑자기 옆에서 그대로 엎드려버리는 세종에 놀라서 쳐다보면 도환이 익숙하다는 듯 "또 뻗었네." 하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은 거죠?"
"응. 원래 술 마시다가 혼자 저렇게 뻗어."
"와, 세종이 형 보기보다 술 약하네."
세종이 뻗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술자리가 끝나갔고 하나둘 집으로 가고 예지도 갈 준비를 하다가 도환이 부축하고 있는 세종을 한 번 보고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세종 선배는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그래도 되겠어? 뭐, 얘가 술주정은 없긴 한데."
"괜찮아요. 바로 옆집인데요."
"그래, 그럼 부탁 좀 할게."
그렇게 취한 세종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 쪽에서 내렸고 다행히 제정신은 아니지만 걸을 수 있어 보이는 세종을 부축하고 집 앞에 도착했다.
알아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세종을 신기하게 한번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예지도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오전 수업이 없어서 느릿느릿 학교에 갈 준비를 한 뒤 문을 열고 나왔을까, 순간 옆집에서도 열리는 문에 그쪽을 쳐다보면 잠깐 놀란 듯한 표정의 세종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아, 네..."
"속은 좀 괜찮으세요?"
"네, 어제 저 데려다주셨다고..."
"뭐, 어차피 옆집이니까요. 근데 말 편하게 하기로 하셨잖아요."
"아, 그러네. 내가 정신이 없어서. 아무튼, 어제 고마웠어. 힘들었을 텐데."
"아니에요~"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잠깐 정적이 흐르다가 세종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저녁에 시간 있어?"
"저녁이요? 네, 뭐."
"내가 밥이라도 살까 해서. 시간 되면 저녁에 볼까?"
"네, 연락 드릴게요."
마침 도착한 1층에 예지는 세종에게 인사를 하고 내렸고 밖으로 나오니 소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소희는 예지를 보자마자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어제 별일 없었어?"
"별일은 무슨. 근데 왜 그딴 표정 짓고 있냐?"
"아니, 술 취한 남녀가 단둘이 있는데 아무 일이 없었다고?"
"난 안 취했었거든? --;;"
"큼, 뭐 어쨌든~ 난 둘이 뽀뽀라도 할 줄 알았지."
"미쳤어? 뽀뽀는 무슨."
"뽀뽀가 왜? 요즘엔 초딩들도 뽀뽀는 취급도 안 할 걸 ㅋㅋㅋ"
"아,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치, 아니 근데 세종 선배는 너한테 좀 관심 있는 거 같다니까?"
강의실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꺼내고 있으면 울리는 카톡 알림음에 핸드폰을 확인했고 오늘 수업 몇 시에 끝나냐는 세종의 메시지였다.
'4시에 끝나요!'
- '난 5시 반에 끝나거든. 그럼 6시 정도에 집 앞에서 만날까?'
'넹 그럼 그때 봬요!'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도착해 화장을 조금 고친 후 뒹굴뒹굴하고 있었을까, 시간을 보니 6시가 다 되어가 나갈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마침 세종도 나오려던 참이었는지 옆집에서도 문이 열렸고 서로 눈이 마주친 둘은 머쓱한 듯 웃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글쎄요. 웬만한 건 다 잘 먹어서..."
"ㅋㅋㅋ 그래? 혹시 초밥 좋아해?"
"네 좋아해요!"
세종은 "그럼 초밥 먹으러 가자." 하며 작게 웃었다. 그렇게 동네에 한 초밥집에 도착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 예지는 입을 떡 벌렸다.
"여기 완전 맛집인가 봐요! 사람 완전 많네요..."
"사람 많은 거 별로 안 좋아해?"
"아니에요~ 맛있으면 됐죠 ㅋㅋㅋ"
"저기 창가 쪽으로 가자. 그래도 저쪽은 많이 안 시끄러울 거야."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예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진을 한번 찍고 먹기 시작하면 그런 예지를 빤히 쳐다보는 세종이었다.
혹시 입맛에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세종에 예지는 한 입 먹더니 웃으며 맛있다고 해왔고 세종은 다행인 듯 예지를 따라 웃었다.
"여기 진짜 맛있는데요?"
"ㅋㅋㅋ 그 정도야? 다행이네."
"선배 덕분에 이런 맛집도 알게 됐네요."
"그럼 나랑 다음에 또 오자."
세종의 마지막 말에 예지는 잠깐 당황했지만, "우리 동네 친구잖아."라며 말을 이어오는 세종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때 내가 준 쿠키는 먹었어?"
"아, 네! 진짜 맛있었어요. 어디서 사신 거예요?"
"쿠키? 아는 형이 베이킹 하는데 이사 선물로 몇 개 만들어 줬거든. 혹시 그런 거 좋아해?"
"엄청 좋아하죠~ 저도 주변에 베이킹하는 사람 있으면 진짜 좋을 거 같아요..."
"ㅋㅋㅋ 그럼 나중에 시간 될 때 그 형 일하는 카페 같이 갈래?"
"진짜 그래도 돼요?"
"응. 그 형이 사장이라서 괜찮아."
"오~ 좋아요!"
밥을 다 먹고 나와 세종에게 "잘 먹었습니다."하고 인사를 하면 세종은 그런 예지를 보며 작게 웃다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뭐, 우리 집 문 두드려도 되고."라며 말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집으로 향하다가 이대로 들어가긴 뭔가 아쉬운 마음에 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 커피 한 잔 마시고 갈래요?"
"커피?"
"네. 여기 주변에 제가 자주 가는 카페 있는데 저녁 사주셨으니까 커피는 제가 쏠게요!"
"아, 안 그래도 되는데. 밥은 내가 사주고 싶어서 사준 거야."
"에이~ 저도 커피 사고 싶어서 그래요!"
"ㅋㅋㅋ 그래 그럼."
"선배, 혹시 카페모카 좋아하세요?"
"응. 커피는 거의 다 좋아해."
"여기 진짜 카페모카 맛집이거든요!"
"그래? 그럼 난 카페모카."
주문한 카페모카 두 잔이 나오자 세종이 "잘 마실게." 하며 음료를 한 입 마셨고 예지도 따라서 한 입 마시고는 세종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 예지가 웃겼는지 세종은 갑자기 인상을 썼고 "왜요? 별로예요?" 하는 그녀에 세종은 다시 표정을 풀고 "너무 맛있는데?" 하며 장난스레 말했다.
"아, 놀랬잖아요! 분명 여기 맛없다는 사람 없었는데..."
"ㅋㅋㅋ 너 표정이 너무 웃겨서 그랬어. 진짜 맛있다."
"맞다, 혹시 번호 좀 줄 수 있어?"
"네?"
"내가 너 카톡밖에 없어서."
"아, 그러고 보니 번호교환도 안 했네요 ㅋㅋㅋ 선배 번호 찍어주세요! 제가 전화 걸게요."
카페에서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 가야겠다 싶어 집으로 향하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세종이 갑자기 생각난 게 있는 듯 예지를 불렀다. 예지가 세종을 쳐다보자
"학교 갈 때 내 차 타고 같이 가면 어떨까 해서.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라고 묻는 그에 "정말요? 전 진짜 감사하죠!" 하며 웃자 "그럼 내일 또 문 앞에서 만나는 걸로." 하는 세종이었다.
"... 저 선배, 혹시 소희도 같이 태워주실 수 있나요?"
"그래, 소희한테도 말해 줘."
"넵! 감사합니다!"
그렇게 서로 각자 비밀번호를 누르고 세종이 먼저 "내일 봐."하고 들어갔고 세종의 현관문이 닫히자 예지도 들어가려던 찰나 세종의 현관문이 다시 열렸다.
뭐지 싶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세종이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한마디 하고는 다시 들어갔다.
"잘 자."
안녕하세요! 덕심이에요ㅎ 드디어 신작을 들고 왔습니다요😊 우연인연은 조금 천천히 진행될 거 같아요! 중간중간에 다른 작품들도 들고 올 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