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빚쟁은 그 남자를 봤을 때 뭔가 낯익은 얼굴이라 놀라서 어????하면서 돌아본건데
그 남자는 진짜 무슨 귀신 본 듯이 기겁을 하면서 놀랐어
그리고 막 벌벌 떨면서 너빚쟁에게 다가오는데 너빚쟁은 도망가야하나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어
"너 별이 맞지? 너 진짜 별이 맞아?"
너빚쟁 이름을 부르면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너빚쟁 쪽으로 다가오는 그 남자는
한쪽으로 매고 있던 가방도 떨어뜨리고 너빚쟁에게 와서 팔을 붙잡고 물어봤어
일단 너빚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다고 했어
이 남자 얼굴이 어딘가 익숙해서 너빚쟁은 어릴 때 기억이 별로 없어서 죄송한데 이름이 기억이 잘 안난다고도 대답했어
"우리 친구 사이 였어?"
"맞아, 맞아. 나 홍빈이야. 이홍빈"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이 이홍빈이라고 소개했어
입 안으로 이름을 굴려보는데 익숙한 듯 낯선 이름 같았어
그러는 사이에 그 남자는 추운데 밖에서 이러지말고 어디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해
그리고 나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어.
"여기 뒤에가 우리 집이야. 가서 우리 부모님한테 인사도 드리자. 반가워 하실거야. 아 맞다. 원식이도 아직 이 동네 살아"
그렇게 얘기하면서 떨어뜨린 가방을 주워가지고 뒤에 있는 대문으로 들어갔어
뭔가 너빚쟁은 제대로 된 과거의 인연을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어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너빚쟁을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된거야
먼저 들어간 홍빈이를 따라서 너빚쟁도 들어가려고 하는데
대문이 연 상태에서 고정되는 게 아니라 다시 스르르 닫히려고 해서
너도 모르게 손을 대고 문을 살짝 연거야.
그랬더니 대문 너머에 보이는 곳은 완전히 다른 곳이였어.
아, 허탈하다
그렇게 며칠을 또 떠돌면서 지내게 됐어 그리고 조금씩 우울해지기 시작했어
한국이 아닌 곳에서는 언어도 잘 안 통하니까 딱히 말 걸어볼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숨으면서 다니기 바빴는데
한국에서는 언어가 통하니까 편의점 알바생한테 물어볼 용기도 있고 그런거였거든
몇번 현재의 한국으로 가보고 나니까 이제는 일상적인 생활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고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기도 한거야.
어쨌든 거의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는거니까
그러다가 그 날도 약간은 침울한 기분으로 문을 열었어
그랬더니 전의 그 궁궐같은 곳이 보이는 거야
근데 이번엔 문을 열자마자 그 앞에 정택운이 서있었어
정확히는 둘이 동시에 손잡이를 잡고 있었던거야
정택운은 너빚쟁을 보자마자 엄청 놀란 표정을 지어
그 얼굴을 보면서 너빚쟁은 정택운을 바라봤는데 손에 자물쇠랑 쇠사슬이 들려있었어
그러니까 너빚쟁이 방금 창고에서 나왔는데 그게 원래는 문을 꽁꽁 닫아두는데라서
들어갈 방법이 없고 설사 들어간다 해도 누가 도와주지 않는 한 밖에서 잠글 수 있는 곳이 아닌거야
정택운은 정말 멘붕상태에서 멍하니 서있다가 멀리서 부르는 소리가 들릴 때 쯤에야 정신을 차렸어
정신을 차린 정택운은 너빚쟁을 다시 창고에 밀어넣고 다시 문을 닫아버렸어
밖에서 작게 말소리가 들리고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이윽고 주변이 조용해졌지
너빚쟁은 그 안에 갇혀서 일단 정택운을 기다리기로 했어
어차피 문이 잠겨 있어서 열 수가 없고
그 말은 이 창고에서 벗어나서 저 밖으로 갈 수도,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는 뜻이니까 말이야
사실 정택운은 전에 말이 자신을 보고도 난리치지 않은 이후에
약간의 용기를 얻어서 몇 년 전에 창고에 넣고 쳐다보지도 못했던 승마도구를 꺼내보려고 한거야
그래서 자기 보물창고의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었더니 그 안에 너빚쟁이 있었던 거지
전에 너빚쟁이 자기는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고 했는데 정말 신출귀몰하다, 진짜 귀신은 아닐까하면서 멘붕하고 있었는데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일단 빚쟁이를 숨기기로 한거야.
그리고 너무나 신기한게 그 날도 하루종일 말이 자기를 보고도 지랄발광을 안하는거야.
그 때나 지금이나 변수는 빚쟁이밖에 없으니까 정택운은 일단 너빚쟁을 잡아놔야겠다 생각을 했어
밤 늦은 시간에 정택운은 홀로 창고로 와서 문을 열어줬어
그리고 너빚쟁을 보자마자 한다는 말이 귀신이냐는거야
너빚쟁은 어이가 없어서 전에 말하지 않았냐고, 나는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이라고했어
이번에는 아까 낮의 상황이 있어서인지 정택운이 아주 조금은 신뢰하는 느낌이야
그러면서 이 늦은 시간에 갈 곳은 있냐고 묻는데
너빚쟁은 여기에 갈 곳은 없어도 이 문만 열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답했어
정택운은 그런 너빚쟁을 빤히 바라보다가 따라오라고 해.
너빚쟁은 어차피 마땅히 갈 곳이 없으니 일단 정택운을 순순히 따라가
뭐 설마 죽기야 하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정택운이 미리 준비해놓은 방에 너빚쟁을 밀어넣으면서 오늘은 여기서 자라고 말했어
너빚쟁은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려고 뒤를 돌았는데
그새 방 밖에 있던 정택운이 문을 닫으면서 바깥에서 문을 잠그는거야
당황한 너빚쟁이 뭐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안하면 내일 아침 인사도 안하고 갈게 뻔하니까 잠그는거라고 얼른 잠이나 자라고 해
너빚쟁은 뭐 어차피 정택운이 자기 상황을 다 알고 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으니까 알겠다고 대답해
방도 생각보다 괜찮아보이고 꾸준히 청소를 하고 가꿨는지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야
그리고 어차피 정택운 곁에 최대한 많이 붙어있어야
한국에 돌아가서도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으니까
좋은게 좋은거지 하면서 잠에 들어
너빚쟁을 방 안에 밀어 넣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택운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상 앞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에 빠져
그 여자랑 있으면 말이 온순해져, 그 여자는 누굴까
일단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그 여자를 데리고 마굿간에라도 가볼 생각이야
도움이 된다면 금은보화를 주면서라도 며칠 더 붙잡아두고 싶어
근데 그 여자 이름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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