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도경수X너징] 본격 썅년 퇴마물:: 여우사냥_00
★~암호닉~★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두비두바
향기
홍홍
하마
비타민
쟈나
똥백현
빙글 빙글, 힘차게 돌아가던 술병이 점점 느리게 움직였다.
"…어, ㅇㅇㅇ이다!"
금새 조용한 환호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퍼졌다. 아. 망했다. 으레 고등학교 수학여행들이 그렇듯이, 밤이 되고 출석체크를 마친 조교들이 사라진 후 이 방 저방에서는 술파티가 벌어졌다. 그러니까 그건 일종의 공식적인 일탈 같은 것이었다. 선생님들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곧 고3이 될 학생들을 위해 암묵적으로 입을 다물어주셨다. 우리 방도 몇 개의 '메카'들 중 하나가 되었고, 밤이 되자 슬슬 아이들이 무리 지어 오기 시작했다. 몇 번 쯤 술이 돌아가자 자연스레 술게임이 시작되었다. 아는 게임 모르는 게임 모두 끌어와서 하다가, 몇몇은 지쳐 쓰러지고, 몇몇은 다시 방으로 돌아가고. 남은 무리들 중 한 명의 제안으로 (이제 한 물 갔다는) 술자리 공식게임 '진실게임' 이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사람, 이라는 뻔하디 뻔한 질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술이 몇 잔 들어간 이 알딸딸한 기분이 꽤나 좋아서.
"…음, 없는데……."
예상한대로 야유가 돌아왔다. 벽에 발라진 벽지의 조잡한 꽃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하나를 고르고, 마음속으로 세기 시작했다. 말한다, 안 말한다, 말한다, 안 말한다… 말한다.
"ㅇㅇ이 너, 정말 있다던데. 누구야?"
오서현.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였는데 요즘 들어 살갑게 굴기에 궁금해 하던 참이었다. 최혜리는 그 년 그러는 거 한 두번 보냐며, 분명 한 학년 위의 우리 오빠 때문이라고 했지만, 설마 그럴까 싶어 넘겨 버린 적이 있었다. 그 원숭이 같은 게 뭐가 좋다고……. 아무튼 정말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도경수."
입 밖으로 꺼내진 그 이름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오그라들어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켰다. 술이 조금 단 것 같기도 하고……. 오서현이 내 옆으로 바짝 가까이 다가왔다.
"어, 3반 도경수?"
고개를 끄덕이자, 예의 그 '남자 홀리는 눈웃음' 을 지으며 내게 말해오는 목소리가 어딘가 미묘했다.
"너희 완전 잘 어울린다. 내가 도와줄게."
옆에서 개뿔이, 너나 잘하세요. 오서현에게 들리지 않게 찰진 욕을 뱉는 최혜리 때문에 웃음이 터졌다.
"응… 그래."
*
오서현의 그 말이 정말 드립계의 한 획을 그을 개드립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다음 날 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올 때, 발목을 다쳤다는 이유로 도경수의 어깨에 한 쪽 팔을 걸고 내려오던 고 년을 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나 방금 엿 먹었구나.
"아, 저 년 저럴 줄 알았어. 어제부터 불안하더니만."
"최혜리… 나 방금 엿 먹은거냐?"
"어. 푸지게 먹은 듯."
오서현의 그런 '행태'는 수학여행이 끝나고 학교로 무사히 복귀한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그 년의 만행들을 낱낱이 고발하자면 너무 많기에, 몇 가지만 여기 옮겨보자면… 합반 수업 때 멀쩡하게 빈 자리들을 모두 내버려 두고 도경수의 옆에 수줍게 앉아 있는다던지, 나에게 와서 도경수가 자신이 우리 학교 여자 애들 중 제일 예쁘다고 했다는 둥의 말을 전한다던지… 하는 것들이었다.
"아… ㅇㅇ 너 경수 좋아한다고 했지. 미안…"
그 중에서도, 수많은 만행들 뒤에 덧붙여진 뻔뻔한 사과의 말들이 나를 점점 빡치게 만들고 있었다. 잠잠해지려 할 때 마다 기름을 조금씩 들이 붓는 오서현 때문에 하루하루 늙어가던 중……
"다음 교시 과학이지? 과학 부장, 교무실 올라와서 준비물 챙겨가라."
상점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과학 부장에 자원한 것은 정말 이번 학기 최악의 선택들 중 하나였다. 네에. 힘없이 대답하고 교무실로 향하는데, 언제 옆으로 온 건지 오서현이 말을 걸었다.
"ㅇㅇ야, 같이 가자!"
"…어?"
"너 맨날 혼자 들고 오는 거 안쓰러워서… 같이 가자, 들어줄게!"
꺼져 이 년아,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억지 웃음을 지었다.
"아냐 됐어. 나 혼자 가도 돼."
"너 지금 내 성의 무시하는 거야? 정말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건데…."
점점 교실 안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특히나 수학여행 이후 오서현과 나 사이의 미묘한 긴장 상태를 아는 여자아이들은 하이에나마냥 눈에 불을 켜고 우리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오… 아무튼 이 년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법이 없다.
"…그래. 일단 가자 그럼."
그제서야 꼭 울 것 같던 얼굴을 풀고 교실 밖으로 향하는 오서현의 발거음이 굉장히 가벼워 보였다.
*
오서현은 도와주겠다던 아까의 말이 무색하리만치 뻔뻔하게도 커다란 과학 공구 박스에서 달랑 비커 세 개를 꺼내서 손에 들었다.
"ㅇㅇ야. 나 손이 없어서 이거밖에 못 들겠다. 괜찮아?"
안 괜찮아 샹년아. 한숨을 쉬고는 무거운 공구 박스를 들었다. 아오 이건 또 왜 이렇게 무거워. 겨우 발걸음을 옮겨 교무실을 나왔을 때에야, 나는 오서현이 왜 굳이 나를 따라오겠다며 어울리지도 않는 착한 척을 해댄건지 깨달았다. 반장이라서 그런지 교무실을 자주 들락날락대던 도경수가 타이밍 좋게도 교무실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나는 순간 오서현의 엄청난 정보 수집능력과 상황 활용능력 및 순발력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 ㅇㅇㅇ?"
"아… 도경수. 안녕."
어색하게 덧붙여진 내 인사에 도경수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 때였다.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오서현이 옆의 벽을 짚으며 비틀댄 것은. 뻔히 보이는 속셈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지만 손에 들린 무거운 상자 때문에 나는 웃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경수야, 나 이거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될까? 자꾸 떨어뜨릴 것 같아서."
사실 오서현이 도경수한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이 없었다. 그저 빨리 과학실에 가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아니, 사실… 꼴 보기 싫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오서현이 여우짓을 하는 것도, 도경수가 거기 홀라당 넘어가는 꼴도 전부… 그냥 보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들을 지나쳐 가버리려는데, 양 팔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상자에 반쯤 가려 있던 시야가 깨끗해졌다.
"…어어."
"오서현, 그 정도는 너 혼자 들어. ㅇㅇㅇ가 든 상자가 훨씬 무거워 보이는데."
"어? 아… ㅇㅇ야, 무거웠어? 미안해…"
오서현이 내게 미안한 표정을 짓든 말든, 안중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구상자를 든 도경수의 듬직한 팔…그게 자꾸 눈에 콕콕 박혔다.
"야, 넌 무슨 여자애가 이런 걸 드냐. 남자애들 좀 시키지."
"그래도… 내가 과학부장이니까……"
"그럴 땐 융퉁성 좀 부려도 된다 이 말이야."
"…아, 응…"
나보다 먼저 과학실에 들어선 도경수 때문에 반 아이들이 크게 술렁였다.
"오오, 도경수!"
"야, 흑기사냐? 대박 대박."
아, 저것들 또 저런다. 옆에서 혀를 쯧 하고 찬 도경수가 상자를 책상 위에 내려 놓았다.
"ㅇㅇㅇ, 도경수. 너네 뭐야! 어?"
"대박. 둘이 사귀냐?"
"야, ㅇㅇ이 놀리지마."
반 애들을 둘러보며 그리 말하더니, 내 어깨를 한 번 토닥이고 과학실을 나서는 도경수 때문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문득 돌아본 오서현의 얼굴이 불그락 풀그락 해져 있어, 속이 시원해졌다. 너도 한 번 먹어봐라, 엿. 근데 뭐가 이렇게 불길하지…….
*
그 왜인지 모를 불길함의 이유를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과학 시간이 끝나고, 다시 공구 박스를 무사히 교무실에 올려놓은 후 교실에 도착했을 때, 복도는 한껏 소란스러워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기웃거리는데, 최혜리가 열이 잔뜩 뻗친 표정으로 내게 달려왔다.
"아, 시발. ㅇㅇㅇ 야 너 빨리 교실 들어가."
"…뭔 일이야?"
"아놔, 오서현 저 미친 년 지금 복도에서 쳐울고 있어."
"…뭐어? 왜?"
"몰라 아까 도경수가 너 대신 공구상자 들어준 거 때문에 그런가 봐."
"…허어."
나 참. 헛웃음이 나왔다. 애초에 지가 비커 두 개 들고, 그 중 한 개 들어 달라고 하는데 그걸 들어 줄 미친 놈이 있겠나.
"근데 더 대박인 건 애들이 왜 우냐 그랬더니, ㅇㅇㅇ 너 때문이래잖아. 미친 년 진짜. 아오."
뭐어? 절로 목소리가 커졌다. 진짜 골 때린다. 혼자 용 쓸 때는 그나마 불쌍하기라도 했는데… 오서현은 내 속에 남은 일말의 연민 마저도 싸그리 불태워 버렸다. 아 샹, 이거 놔봐. 빡쳐서 찾아간 자리에서 오서현은 정말 서럽게 울고 있었다. 잔뜩 굳은 표정으로 찾아온 나를 보더니 어깨를 움찔 하고 떠는 것까지. 정말 레드카펫이라도 걷게 해주고, 세상 모든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다 그 년의 품에 안겨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후, 한 숨을 쉬고 막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오서현이 선수를 쳤다.
"…ㅇㅇ아… 나 정말 힘들어……."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오서현은 다시 눈물을 꾹꾹 찍어내고 있었다. 그 년의 교복 소맷자락이 축축히 젖어드는 걸 보면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오서현의 옆에는 그 년을 추종하는 떡대 무리들이 보디가도라도 되는 양 떡하니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내가 나쁜 년 같잖아. 종이 쳤고, 최혜리가 나를 교실로 이끌었다.
시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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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썅년 퇴치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