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도경수X너징] 본격 썅년 퇴마물:: 여우사냥 02
★~암호닉~★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두비두바
향기
홍홍
하마
비타민
쟈나
똥백현
젤리
망고
니니
폭풍전야와도 같은 조용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왜인지 교실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를 한 이후로 오서현은 내게 별 다른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점차 그 일을 잊어가는 듯 했고, 교실은 다시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나는 그 고요가 죽도록 불안했다. 18년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이런 년을 만나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스스로 '썅년' 임을 받아들일 만큼 쿨하지 못했거나, 그 정도의 능력이 없었기에, 내게 별로 큰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곤 했었다. 하지만 오서현은 달랐다. 이 년은 분명 고단수였다. 최근 그녀가 저지른 일련의 만행들을 떠올려보자면… 그녀는 적당한 스토리 구성능력, 그것을 서포트하는 연기력에다가, 썅년 게이지 만렙을 겸비한 - 그러니까, 만만치 않은 - 상대였다.
오서현이 자기의 분야에서 만렙을 찍었음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그 년의 '썅년스러움' 이 가지는 미묘성이었다. 오서현의 행동들은 얄미움과 괘씸함의 경계를 오묘하게 넘나들고 있었다. 그 애의 행동들은 당하는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빡침을 선사했지만, 그것이 말로 변해 제 3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그 강력한 파괴력을 잃고,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 장난 정도로 전락해 버리던 것이었다. 그러니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치졸함과 궁색함에 굉장히 억울하게도, 부끄러워야 했다.
"…와. 오서현 이 년 이거 진짜 어떻게 해야 되냐."
"낸들 아냐."
바나나 우유에 꽂힌 빨대가 오징어라도 되는 듯 질겅질겅 씹던 최혜리가 아! 하고 바보 박 터지는 소리를 냈다.
"야! 완전 굿 아이디어 생각 났음."
"…뭐?"
"김종인!"
김종인은 최혜리의 절친… 그러니까, 지들의 말을 빌자면 불알친구, 다. 부모님의 친분으로 어릴 적부터 친했던 둘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무려 18년 째 붙어다니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들에는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었지만, 같은 이해관계가 성립할 때에는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곤 했다.
"김종인 뭐?"
"김종인 도경수랑 친하댔어. 걔한테 부탁해서 우리 넷이 같이 만나는 거지."
"만나면?"
"당연히 니가 꼬셔야지, 이 년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장 김종인에게 전화를 건 최혜리는 초스피드로 지금까지의 사정을 모두 설정했고, 계획을 전달했다. 내가 도경수를 좋아한다는 것까지 빼놓지 않고 말이다.
"야 그건 왜 말해!"
한참동안 한심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최혜리가 혀를 쯧쯧, 찼다.
"이게 우리 작전의 핵심 포인트니까. 너는 지금 오서현을 퇴치하는 것과 동시에, 도경수를 니 남자로 만든다는 목적이 있는 거라고, 알간?"
정신 없이 지나간 지난 몇 일 때문에 잊고 있었다. 내가 도경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축제 가요제에서 노래를 부르는 도경수를 본 그 날… 노래가 끝난 순간 감고 있던 눈을 뜬 그 애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친 그 순간… 그러니까, 나는 아마 그 때부터, 도경수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애를 모르고 지냈던 지난 3년이 무색해질 만큼, 나는 도경수를 많이, 좋아해버렸다. 나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투덜대던 최혜리의 쌍욕을 아침마다 들어가며, 몰래 도경수의 사물함에 음료수를 넣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음료수 셔틀을 자청한 지 고작 2주도 되지 않아, 도경수는 전학을 가버렸다. 나는 그저 7반의 누군가가 아버지 회사 일로 전학을 간다더라 하는 소문을 듣고, 교문 밖으로 나가던 마른 등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고… 그러고는 울었다. 도경수가 전학을 가던 날 아침, 그의 사물함에 남아 있던 작은 쪽지 때문에…….
[고마워. 미안.]
그런데, 그랬던 도경수는 보란 듯이 나와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건너 들은 말로는, 아버지가 다시 근처로 발령을 받았다고 했지만 그 이유야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입학식 날 아침, 운동장에서 그를 마주쳤다.
"안녕, ㅇㅇㅇ."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도경수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건, 기회였다. 물고서는 절대 놓치 말아야 할, 기회.
"근데… 최혜리. 나 궁금한 거 있어."
"뭔데."
"김종인은 왜 이거 도와주는거야?"
"아아. 그 새끼도 오서현 완전 싫어해."
"…왜?"
못생긴 게 얼굴 믿고 나댄다고. 덧붙여진 최혜리의 말에 나는 속으로 김종인이라는 세 글자를 연호해야 했다. 다음에 둘이 싸우면, 김종인 편 한 번 들어줘야겠다.
*
다음 며칠 간 이어진 오서현의 새로운 버전의 만행들은 내 심기를 크게 건드리지 못했다. 내게는 결정적인 한 방이 있었다. 도경수. 아직까지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제 3자로 머무르고 있는 도경수였지만, 그는 곧 이 모든 전쟁의 핵심적인 인물로 등극할 예정이었다. 아직은 오서현에게도, 나에게도 중립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오서현의 물밑 작업은 서서히,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게 도경수에게까지 그 마수를 펼치기 전에, 시작해야 했다. 내가 먼저, 해야 했다. 복도에서 도경수를 마주쳤을 때, 나는 한껏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 ㅇㅇ야. 우리 이번 주에 영화 본다며?"
"아, 응…. 최혜리한테 들었어."
최혜리한테 듣긴, 개뿔. 마음 한 구석에서 일말의 양심이 나를 콕콕 찔러대고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간지럽지도 않았다. 와, 나 그 영화 진짜 보고 싶었는데. 하는 도경수의 말에 나는 그저 조용히 미소지을 뿐이었다. 내 마음은 그 간의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을 생각에, 그리고 오서현에게 아주 커다란 엿을 먹여줄 생각에,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전 날 밤 주책없이 뛰는 심장 때문에 잠을 설쳤을 때도… 다음 날 아침,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느라 늦어버렸을 때도…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도…… 영화관 앞에 오서현이 동화 속 공주님 마냥 샤랄라한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하늘을 날던 기분이 순식간에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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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여러분 저 진짜 오서현이라는 분한테 악감정 없어요......우럭.. 오서현이라는 이름 가지신 분들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