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도경수X너징] 본격 썅년 퇴마물:: 여우사냥 03
★~암호닉~★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두비두바
향기
홍홍
하마
비타민
쟈나
똥백현
젤리
망고
니니
정은지
핑꾸색
영화를 보는 내내 도무지 스크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팝콘에 손을 가져갈 때마다 옆에 앉은 도경수와 손이 스치는 것을 신경쓰느라… 라든가, 뭐 그런 핑크빛 기류 때문이었다면 표값이 아깝지라도 않았겠지만, 불행히도 그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옆자리의 도경수보다 나의 주의를 더욱 집요하게 끌었던 것은, 그 옆자리에 뻔뻔하게도 고개를 들고 앉은 오서현의 존재였다. 상영관에 들어설 때 교묘하게 우리를 먼저 보내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도, 그렇게 도경수의 옆자리를 꿰어찬 것도, 팝콘통을 들겠다고 자청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그것을 도경수와 자신 사이에 내려놓은 것도……. 모든 것이 그녀의 계략이었고, 나를 비롯한 최혜리와 김종인은 모두 순식간에 그 치밀한 계획에 놀아난 소품으로 전락했다.
진짜. 개… 썅년.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고, 옆에서 김종인과 최혜리가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고 있는 것은… 아침에 뜬금 없게도 약속 장소에 나타난 오서현 때문이었다. 우리 셋 중 아무도 그녀를 부른 적 없는 것이 당연지사. 그런데 그런 그녀가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에, 영화 표를 들고 나타났다는 건… 남은 단 한 가지의 확률을 죽어라 부정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멍하게 그녀를 대면하고 있던 내게 환하게 웃으며 오서현이 한 말은, 일말의 기대마저 꺾어내어 버렸다.
"ㅇㅇ야, 왔어?"
"어 오서현… 니가 왜…"
"아, 나 경수가 불러서 왔어~"
결코 깔끔하지 못한 단어들의 조합이 마침내 나의 인지 가능 범위 안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문득, 집에 가고 싶어졌다. ……짜증나. 복수고 뭐고, 모두 그 쓸모를 잃어 버린지 오래였다. 지난 며칠 간의 일들이 굉장히 허망하게 느껴졌다. 뜨거운 무언가가 눈가로 몰려가는 느낌을 억지로 참아 내는데, 도경수가 도착했다. 아. 아까 집에 가 버릴껄.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여기 서 있는 건지도 모른 채 그저 먹먹한 눈으로 도경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ㅇㅇㅇ! 많이 기다렸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다가는, 안간힘을 써서 참아온 모든 게 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아 고개만 내저었다. 오서현. 너도 왔네? 응! 경수 너 머리 잘랐네. 잘 어울린다! 해사하게 웃으며 살가운 말을 하는 오서현을 보며 입술을 안으로 베어 물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내가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너는 왜 그렇게 멀쩡해? 어쩜 그렇게 말짱한 얼굴로 사람 마음을 도려낼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니가…
"야 ㅇㅇㅇ!"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어질 때 쯤, 김종인과 최혜리가 나와 마찬가지로 멘붕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났다. 둘의 등장으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삼자 대면은 비로소 끝이 났다. 김종인을 통해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건지, 최혜리의 얼굴은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본 마귀할멈마냥 무섭게 변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집에 가버리고 싶었지만, 옆에서 내 눈치만 살피는 김종인도… 나 때문에 자기가 더 분해하는 최혜리도…… 그런 것들이 미안해서 나는 차마 그러지도 못했다.
애써 영화에 집중하려 하는데, 지잉 하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가방 안에서 살짝 문자를 확인하자…
[야 기분 잡친다. 영화 끝나고 우리끼리 가자.]
최혜리였다. 그 문자를 보고 있자니 비로소 아까의 충격으로 잠시 집을 나갔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정황을 따져보자면, 도경수가 오서현을 직접 부른 것 같지는 않았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둘이 썩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아마 어떤 경로로 우리 넷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을 안 오서현이 나와 김종인, 그리고 최혜리 사이에서 일어났던 모종의 거래를 눈치 채고, 그 속에 포함되지 않은 도경수를 찾아가 부탁을 한 것이리라. 같이 가도 되냐는 그 질문에 도경수는 딱히 거절의 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 둘을 버려두고 자리를 뜨는 건, 그야말로 오서현이 구상한 완벽한 시나리오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최혜리의 얼굴을 마주보고,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일단 끝나고 김종인보고 얘기해 보라고 할게."
끄덕 끄덕. 소곤대는 최혜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애써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했다. 그래. 지금 이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 동안의 안일했던 나 자신을 조금 탓한 뒤에… 정신을 차리면 되는 거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냥 조금 기분 나쁜 거슬림 정도로 시작했던 장난은 이제 불이 붙어 겉잡을 수 없는 분노의 감정으로 번져 갔다. 그와 동시에, 복수를 향한 욕망이 불타올랐다.
내가 이 시대의 민소희다.
*
무사히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온 길거리에서, 나는 활짝 웃어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서현에게. 민소희한테 빙의한 김에 점까지 하나 찍어버리고 싶었지만… 뭐 어쨌든. 김종인은 어딘가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최혜리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고, 최혜리는 그런 김종인의 손등을 찰싹 때리며 무어라 무어라 욕을 씨부려댔다. 그리고, 도경수는 아직 굉장히 멀쩡해 보이는 이 분위기에 생긴 미묘한 균열을 감지하지 못한 듯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팝콘을 그렇게 처먹고 아직도 배고프냐 돼지야?"
"아나, 이 새키가 사람 빡치게 하네. 팝콘 배랑 밥 배는 다르다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투닥거리는 김종인과 최혜리에게 왠지 고마워졌다. 그래. 아무렇지도 않다, 이쯤은.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오서현의 시나리오에 물을 끼얹을 상상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되로 받으면 말로 돌려줘라. 언젠가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인생의 모토를 써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종이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썼던 말이 떠올랐다. 그 모토를 충실히 실천할 때가 왔다.
"ㅇㅇ야."
"어?"
화려한 복수전을 상상하며 답지 않게 실실대고 있는데 갑작스레 가까이 다가선 도경수가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어어?"
아. 열은 없네. 이마에 닿은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심장으로 퍼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경수의 손이 닿은 부분에서 콩닥, 콩닥 뛰는 맥박이 도무지 누구의 심장 박동인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도경수가 손을 떼며 말했다.
"아니, 아까부터 표정 안 좋아 보이길래. 어디 아파?"
"응? 아니, 안 아파!"
"아프면 들어가서 쉬어도 돼."
"진짜, 진짜 괜찮아."
암. 괜찮고 말고. 도경수 너는 모르고 한 일이니까, 특별히 한 번 용서해줄게.
그리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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헠헠...3편..!! 브금 때문에 헷갈리실까봐 그러는데... 코믹 아니에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르 코미디 아니에여..ㅠㅠ....또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