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도경수X너징] 본격 썅년 퇴마물:: 여우사냥_01
★~암호닉~★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두비두바
향기
홍홍
하마
비타민
쟈나
똥백현
젤리
망고
당황스러움은 점차 괘씸함과 분노로 변해갔다. 생각해보면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해놓고는 눈물 한 번 쏟음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180도 돌려놓은 그 년의 완숙한 스킬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음 교시 동안 나는 수업에 집중도 못한 채 뒷자리에서 내 뒤통수를 보고 있을 그 년의 얼굴 표정만 상상하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뻔했지만. 마치 넌 나한테 안 된다는, 승자의 여유와 뻔뻔함을 고루 갖춘 얼굴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 년은 만족이란 걸 도무지 모르는 년이었다. 아까 복도에서의 그 만행은 자신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걸 알았던건지. 아니면 나를 완벽하 가해자로 못박아버리려던건지. 다음 쉬는 시간 내 자리로 온 오서현이 내가 여태 본 중 가장 가식적인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ㅇㅇ아… 미안해. 내가 아까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아서… 아까 감정적으로 북받쳐 있어서 그랬나봐."
당장이라도 가운데 손가락 두 개를 눈 앞에 들이 밀어주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고 말했다. 이런..샹년을 봤나.
"어, 괜찮아."
니 년 마음대로 모든 게 흘러가게 두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최대한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싸늘하게 튀어나간 말은 어쩔 수 없었다. 난 아직 진정한 샹년이 되기에는 수련이 좀 더 필요할 듯 해…
"아… ㅇㅇ아……. 너… 혹시 화난 거야?"
"어? 아니.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굳이 번역하자면 '썩 꺼져버려라' 정도가 되겠다. 눈도 안 마주치고 그렇게 말하자 잠시 머뭇거리다가는 이내 홱, 하고 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오서현이었다. 사과도 참 빠르고 좋네. LTE다, LTE. 오서현이 사라지자마자 다가온 최혜리가 인상을 한껏 쓰며 말했다. 또 뭐래? 미안하대. 어우, 진짜. 여우다 여우.
*
인생은 예측할 수가 없다. 혹자는 그게 인생의 묘미라고도 하지만, 지금 나는 인생의 그 예측 불가능성을 저주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뭣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안일한 나 자신도 덤으로. 점심시간 최혜리를 통해 전해들은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다.
"아, 이 미친년!"
나보다 더 흥분해서는 소리를 질러대는 최혜리를 옆에 두고 나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점심 시간이 끝나고 왔을 때 눈시울이 빨개져서는 교실문 밖으로 나오던 오서현과, 교실 안에 들어섰을 때 느껴졌던 미묘한 분위기와, 방금 최혜리에게 들은 말들을 조합해보자면, 오서현은 점심 시간이 시작됨과 동시에 교실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 년 얼굴을 더 보고 있다가는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아 종이 치자마자 교실을 떠났던 나와 최혜리는 그 꼴을 보지 못했을 뿐이고.
"어, 서현아. 울어?"
그 꼬라지는 아마 이 상황에서 제 3자이나 마찬가지인 반 친구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아…아니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게… 아까 ㅇㅇ한테 너무 심한 말 한 것 같아서…… 사과했는데, ㅇㅇ가 많이 화난 것 같길래…"
"에이. ㅇㅇ가 그런 거 신경 쓰겠어?"
"아냐…. 분명 무섭게 쳐다보면서 말했는 걸……"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오서현은 모든 상황을 자기 마음에 드는 대로 각색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 영화의 감독인 것 마냥. 뭐, 사과를 한 것 까지는 사실이지만 그건 지금의 전개를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며, 동시에 나를 악당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에 가까웠다. 그리고 내가 화가 난 것 같다고? 알면 작작 좀 하란 말이다. 무섭게 쳐다보면서 말했다니…… 오 마이 갓. 오서현의 영화가 점점 공상과학 판타지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순리처럼 학교에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 재미있을 것 하나 없는 수업들의 연속에서 누군가 교실에서 울었다면, 그리고 그게 다른 누군가의 탓이라면. (심지어 오서현은 저가 우는 것이 나 때문이라고 이미 공고까지 한 체였다.) 배고픈 하이에나들은 그 가십거리를 놓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 진짜 빡이 치네, 빡이 쳐."
"…"
"아놔, ㅇㅇㅇ. 신경 쓰지 마. 시발. 그 자리에 있었던 여자애들 다 걔 연기하는 거 뻔히 보였대."
최혜리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이미 지난 세월의 풍파 속에서 수많은 '넌씨눈' 과 '답정너' 들 그리고 두 가지 모두 게이지 만땅으로 채운 샹년들을 응대했을 열 여덟 여고생들은 그 정도 연기에 속아넘어갈 만큼 순진무구하지 못했다. 그리고 눈물을 찍어내는 오서현을 본 순간, 오랜 기간 단련된 그들의 샹년 감지 레이더가 빨간 불을 울리며 위험 경보를 발동했을 것임이 분명했다. 분명 이따위로 행동하는 오서현은 자신에 대한 여자애들의 일말의 호감, 신뢰 그런 것들을 제 발로 뻥뻥 걷어차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버린다는 것은, 곧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 무엇을? 작정한 듯 나를 물어대는 오서현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을 향하고 있는 것인가.
그 순간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도경수의 얼굴이었다. 모든 것의 시작점에 도경수가 있었다. 그리고 오서현이 열정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이 일련의 연극 속에 계속해서 등장하던 인물도 그 애였다. 직감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오서현은 도경수를 좋아한다. 나도 도경수를 좋아한다. 오서현은 썅년이다.
세 개의 문장으로 수학여행 이후 지난 이틀 간의 행적이 모두 설명되었다. 오서현은 고작 하루 반 나절만에 내게 너무 많은 잽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KO승을 결정 지을 한 방은 없었다. 그렇게 더럽게 놀겠다, 이거지?
여우는 사냥을 해줘야 제맛인 것을. 딱 기다려라, 오서현.
/
전쟁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