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언제나와 똑같았다.
익숙해질만도 한데 어색한 이방도, 외부의 그 어떤 접촉도 불가능한 이 집도, 여전히 쨍쨍한 여름날의 햇빛도...
달라진건 나하나 뿐이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더이상 나는 이곳도 이 곳에서 지새우는 밤도 그 무엇도 무섭지 않다.
지금 가장 무서운건 혹시 진호형이 나를 떠나진 않을까...그게 가장 무섭다.
어젯밤도 그가 찾아왔다.
오늘 수고했다며 전처럼 나를 안았다. 난 조금의 반항없이 그에게 안겼다.
피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더이상 그도 무섭지 않다.
다만 그렇게나마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진호에 대한 위로를 받고싶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 다시 한번 몸을 얽혔다.
그와의 정사로 찌뿌둥한 몸을 힘들게 일으키곤 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뜨거운 물이 머리부터 내려오는게 몸을 노곤하게 만들어 좋았다.
얼마나 씻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꽤 흘렀다고 생각되어 머리를 대충 털며 나와 언제나 처럼 거실로 향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이미 모두가 모여있었다.
계단부터 나를 계속 째려보듯 쳐다보던 김경란. 그리고 다른 이들 역시 똑같았다.
그렇게 나를 본다고 사라진 사람이 돌아올리도 없고 무슨 소용이람. 그들을 향해 조소를 흘리고 이상민 옆에 앉았다.
내 자리는 여기다...
[지금부터 더 지니어스 4회전 메인매치를 시작하겠습니다. 4회전 매인메치는 좀비게임입니다.]
"좀비?"
좀비라는 말에 다들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 역시 이곳은 사람도 실제 좀비로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인상이 써졌다.
게임 설명을 들어보니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괜히 지레 겁을 먹은 내가 한심했다.
무서울게 없다더니 좀비가 되는 건 무서웠나 보다.
"먼저 김풍씨, 앞으로 나와 카드를 뽑아주십시오."
딜러의 말에 한명씩 카드를 뽑았다.
뽑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참으로 다양했다.
그중 정문이의 표정이 심상치않다. 오늘은 살았구나 하는 저 표정....
좀비임이 틀림없다.
"성규씨, 앞으로 나와 카드를 뽑아주시기 바랍니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가 카드를 뽑았다. 역시나 인간.
인간이나 좀비나 내게 터치해줄 사람은 몇 없는데...전적으로 내게 불리하다.
나를 마지막으로 모두가 카드를 뽑은 상태였고 서로 좀비인지 인간인지 알아보기 위한 30분이 주어졌다.
"최정문, 김구라를 조심해"
"뭐라구요?"
내 어깨를 두어번 토닥이고는 자연스럽게 다른 무리로 끼어든 이상민...
둘이 좀비라는건가?
정문이는 좀 의심스러운데... 어떻게 알고 저러는거지?
그는 아예 저 둘을 좀비라고 단정시켜 놓은 것같다.
때문에 항상 같이 하던 김구라와 떨어져 친하지도 않는 무리에 손을 내밀고 있다.
간사한 인간....
"성규야! 빨리 와봐!"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쳐다보니 김구라가 방안에서 얼굴과 손만 내밀고 나를 향해 연신 손을 휘저었다.
"무슨일인데요"
"내가 지금 좀비란 말야"
"좀비예요?"
"그래, 근데 벌써 상민이가 날 의심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도움이라...아, 좋은생각이 났다.
아무도 나와 터치를 안하려 하고 저들끼리 살려하니 내가 그걸 다 망쳐놓으면 되겠구나.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