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병원 : Prologue
w. Shelter
홍콩의 코즈웨이 베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어느 정신병원 내부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5층 가장 끝에 자리하고 있는 회의실에서 의사들이 전부 모여 분주히 차트를 넘기고
있었다. 초반에는 다들 바쁘고 관심있게 시작한 회의였으나 아침 여덟시에 시작한 간단한 오전 회의가 한시간이 지나도록 끝이 보이지 않자 의사들은 점점 지루함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였다. 시간은 계속해서 1분 1초가 흐르는데 그럴수록 굳은 동상이 되어 간신히 고개만 끄덕이던 그들은 하나 둘씩 턱을 괴며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풀려
눈을 한 번 깜빡이니 집 사람이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것도 같았다. 어, 근데 여보 미안. 왠지 거긴 더 가기싫어..
"병원 발전을 위한것이 아닌 환자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는 치료원이 되야 합니다. 누구든지 제 명예만을 위해 일하는건 의사로써의 자격 박탈이에요. 강조하는데, 오늘자
회의내용은 반드시 내일이 되어도 숙지하셔야 합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누군가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했다. 그 주인공의 옆에 앉은 사람이 놀라 팔을 살짝 치자 그 범인이 두 손으로 입을 막고는 눈치를 살폈다.
"음. 다들 좀, 피곤한것 같은데."
피로해보인다는 말에 다들 딴청을 피우다 급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아니라며 억지로 손사레를 쳤다.
"오늘은 이만 끝내도록 하죠."
원로 과장이 이끌던 회의였다. 그가 클로징의 삘이 물씬 풍기는 멘트를 던지자 다들 덥썩 물고는 내려간 자세를 고쳐앉고 얼굴에 다급히 미소를띄워냈다.
감동으로 일렁이는 표정이 무수히 많은 말을 뿜어내고 있었다. 과장님, 역시 지당하십니다. 우리 병원의 명물이셔 정말!
"아참,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과장이 PPT 마지막장을 넘기며 나가려던 발을 멈추고 화면을 향해 손짓하자 모두가 들리지 않게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금 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학창시절 밀
당계의 떠오르는 샛별 교장선생님도 조회시간에 저렇게까지 우리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지는 않았는데..
그 와중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던 사람도 두세명쯤은 있었다. 다른 의사들이 커피라면, 그들은 티오피정도 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브레인들이였다.
"며칠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다들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
회의실 안이 급 정숙해졌다. 종이 넘기는 소리로 소란스러웠던 주위가 눈에 띄게 조용해지고는 다들 헛기침을 하거나 덜덜 떨던 다리를 멈추며 정자세로 앉아 머리를 괜히 긁
적였다. 서로 눈치를 보며 볼펜으로 에이포 용지 위로 알 수 없는 낙서를 끄적이는 사람들이 삽시간에 다발했고 괜히 옆 사람 팔을 툭 치면서 '왜 그랬어.' , '내가 뭘!' 하는 무
언의 움직임도 보였다.
"...똑같은 일, 두 번 반복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
"잊지 않으면 다시 발생될 일 없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세심히 신경쓰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정말로 과장은 마무리를 하고 준비해온 자료들을 정리하며 회의실을 나갔다. 그제서야 숨통이 트인 의사들이 구시렁 거리며 기지개를 키고는 주섬주섬 가운과 짐들을 챙겼다.
"어우 정말 아침부터 피곤하다. 그치? 우리 오늘도 수고해요!"
그들은 애써 웃으며 한 사람씩 친한 동료에게 인사를 한 후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 안엔 세 사람이 남아있었고 두 명은 한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무어라 조용히 얘기를 나눴는데 그중 가장 먼 거리에 떨어져있던 머리가 짧은 한 사람이 무거워 보이
는 서류가방을 들며 자동문 열림버튼을 대강 누르고는 두 사람을 지목하며 한 마디 했다.
"루한씨, 잘 들었죠."
"......."
"허구언날 본인 능력만 믿지 말고. 환자의 밑바닥까지 잘 감시하란 말입니다."
"......."
"그...인간의 능력이란게 언제까지 갈지, 또 언제 바닥칠수 있을지 모르는거니까요."
짧은 머리의 남자는 그 말만을 차갑게 남기고서는 본인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마저 회의실을 나갔다. 그림자마저 사라지자 자동문이 쿵 하고 닫혔
고, 루한이라는 남자가 그의 말을 듣고는 어이없다는듯 웃었다. 그의 옆에 있던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루한이 오른 손으로 남자를 제지하며 팔을 잡아 당겨 자리에
앉혔다.
"저 사람 지금 뭐라고 한거야? 말이 좀 심한것 같은데."
"놔둬. 원래 저러니까."
"널 능욕하는거야."
"알아. 내 능력이 부러워서 그러는거겠지."
"아니 견제로 보이기도 하는데, 저건 견제를 뛰어넘는 짓이라고."
"무시해, 첸."
"무시로 될 일이 아니야.. 넌 그냥 저런 말 듣고도 가만히 있는거야?"
"응, 달갑지도 않은거 뭐하러 대응해.. 똑같은 사람 되는건데."
첸이라는 남자가 오히려 가만히 있는 루한보다 더 화가 난듯 싶더니 이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러다 한 손을 풀어 루한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루한."
"어."
"...혹시라도 다른 생각 할까봐 말해주는건데, 그거 절대로 네 잘못 아니야. 절대 아니다."
"첸."
"응."
"고맙다."
루한이 첸의 어깨를 한 번 툭 치며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힘있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첸도 그를 따라 의자를 집어 넣고 루한의 가방을 들어주며 말했다.
"어제 당직이였다며? 안 피곤해?"
"아, 조금 피곤하긴 한데 아직은 괜찮아."
"역시 넌 대단해. 나가자, 환자 보러가기 전에 커피나 한 잔 해."
"너가 사는거지?"
"짜식이.. 그럼 내가 사지!"
루한과 첸은 대학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였다. 같이 베이징대 의대 정신치료심리학과를 전공하다가 졸업을 하자 곧바로 베이징의 유명한 정신병원에서 2년 정도 레지던트로
함께 근무를 했다. 레지던트까지는 운이 좋아 함께였지만 천운이 따른건지 다시 2년 전 이곳 홍콩으로 정식 의사로 두명 다 발령을 받아 또 다시 나란히 오게 된것이다. 오자
마자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눈엣가시가 끊임없이 보였지만 루한과 첸에게는 그런 장애물따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마음이 다친 환자들을 치료하는것뿐
이였다.
"나는 레쓰비."
"어, 생각보다 싼데?"
"그럼.. 화이트초코카페모카?"
"아니. 우리 사이 좋게 레쓰비로 하자."
사이 좋은 친구 둘은 구내 매점으로 가는걸로 퉁을 쳤다. 루한은 해맑게 웃으며 첸의 어깨에 팔을 둘렀고, 어느새 그 남자가 말한 '루한씨, 잘 들었죠.' 의 의미를 루한이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했다는 사실을 첸은 모르고 있는것 같았다. 피곤한 친구에게 어떤 레쓰비를 사주는게 좋을까, 하며 소소한 고민만 할 뿐.
-
같은 시간 한국 서울의 한 종합병원, 그 곳의 내부도 아침 저녁 없이 분주했다. 서울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이라 각 층과 건물마다 치과, 정형외과, 내과 등등 여러 병동이 있었
는데 그만큼 여러 환자들과 보호자가 지나다녀 늘 사람들이 북적였고 어지러웠다.
"수영씨, 오늘 커피가 좀 맛이 없어."
"아. 제가 직업이 간호사라서요, 커피 타는데는 능력이 좀 없네요."
"에. 삐졌어?"
"아니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느 의사가 늘씬하고 머리가 긴 간호사에게 치근대며 커피가 맛이없네 어쩌네 하고 칭얼대던 중이였다. 간호사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영 맘에 안든
다는 표정으로 본체만체하며 링겔을 정리하며 한숨을 짓고 있는데, 그 사이를 진료차트를 읽으며 누군가 툭 치고 지나가자 커피를 들고 있던 그 남자의 손이 흔들려 손등과 흰
가운 위로 커피가 몇 방울 튀었다.
"앗 뜨거!!!"
"어, 어! 선배!"
"야 김준면!! 앞 안보고 다니냐! 나 지금 다칠뻔 했잖아!"
"아, 제가 지금 바쁘게 환자 좀 보러 가던길이라. 많이 뜨거우세요..?"
"그럼! 아니 뜨거운건 둘째 치고, 이거, 이거이거 어쩔거야. 우리 수영씨가 타준건데 아깝게 몇방울이나 흘렸잖아!"
"맛 없다고 하시더니.. 이왕 그렇게 된거 버리시죠?"
"아니, 수영씨 내가 그러려고 한 소리가.. 삐졌어? 안삐졌다면서 응?"
"아, 수영씨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어요."
"아! 네 김선생님 왜요?"
"나 지금 영아실 가는데 수영씨가 잠깐만 나 좀 따라올래요? 아이 상태 안좋으면 바로 링겔 좀 맞혀줘야 되는데 다른 간호사들은 자리를 비워서."
"아 그럼 금방 준비해서 갈게요. 아, 그리고 박선생님."
"응. 응?"
"저-기 커피포트는 바로 뒤에 있거든요? 앞으로 필요하면 저기서 타드세요."
"뭐?!"
30대의 의사는 간호사에 말에 당황하여 눈을 크게 떴고, 그걸 본 준면은 풉, 하고 웃고는 다시 읽던 종이를 마저 읽어가며 가슴께에 꽂혀있던 볼펜을 빼들어 무언가를 적기 시
작했다. 그가 발길을 돌린 곳은 205호실, 영아 입원실이였다.
"어디 볼까..."
준면이 보려고 찾아온 아이가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영아실로 들어오는 그를 발견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쌍수를 들며 환영했다.
"와, 선생님!!"
"어이구, 우리 영유 벌써 일어나있었구나. 밤에 잠은 잘 잤어? 아픈데는?"
"안아파요! 잘 자면 선생님이 맛있는거 사준다고 하셔서 한번도 안깨고 엄-청 잘 잤어요!"
"그랬어? 예쁘다."
준면은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주머니에서 작은 사탕을 꺼내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자 안그래도 분홍빛을 띄고 있던 아이의 볼이 더 발그레해지면서 반대편
손으로 준면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치켜들었다.
"선생님 최고..!"
"영유야, 이거 먹는 대신에 먹고 나서 이는 한시간 이후에 꼭 닦아야한다. 안 그러면.. 경수 선생님이 찾아와서 으르렁 할거야!"
늑대같은 손동작을 하며 아이 앞에 얼굴을 들이밀자, 아이는 무서워하는 척했다. 아이구, 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준면은 흠흠 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딸 아픈지 안아픈지 보러 와봤어. 혹시 조금이라도 열이 있다거나, 아프면 선생님 부르고. 응?"
"네!"
"이따 점심시간에 또 들릴게."
준면은 소아과 병동에서 5년차 근무중이다. 그는 자신이 돌보는 환자들을 늘 딸이라 칭했고,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반발할 필요따위 없이 그저 좋아하신다. 간혹 아버지가 없
는 아이들이 아파서 입원을 하면 그 아이들이 병원에서 나가야할때 준면을 제일 많이 찾곤 한다. 정말 자신의 아버지로 생각할 만큼 준면은 아이들을 누구보다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보다 있는 그대로의 작은 영혼들을 사랑하는데에 더 의미를 두는 요즘 보기 드문 순수한 의사였다.
준면이 아이에 대한 점검을 마치고 나가자 그제서야 영아실로 들어오는 수영 간호사를 막으며 말했다.
"아이 괜찮대요. 수액은 필요없을것 같아요."
"에이, 박쌤이 잡아두고 싹싹 빌려는거 뿌리치고 왔더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안색은 어때요?"
"많이 좋아졌어요. 아, 세훈이는 못봤어요?"
"아 세훈씨. 원장님이 아까 불러서 가는것 같던데?"
준면은 갸우뚱하며 그러냐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 세훈이한테 할 말 있는데.
"혹시 불려간지 얼마나 됐어요?"
수영 간호사가 고개를 저으며 잘 모르겠다고 하자 준면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하더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차트는 왼쪽 팔에 낀 채로 벽에 기대
어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 세훈아, 오늘 선배랑 영화나 보러 안갈래?
오늘 시간이 많이 남는 준면이였다. 끝나기 전 영아, 유아실 한 번 훑어보고 세훈이라는 신입과 영화나 볼까 하는 생각이였다. 세훈은 이제 갓 들어온 신입 레지던트였고 레
지던트 가운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들어온지 3개월 정도 된 세훈을 챙기기 위해 준면은 이것저것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세훈 역시 준면을 제일 많
이 따랐고, 오늘도 왠지 어렵지 않게 그 둘은 데이트를 할 수 있을것 같았다.
-
"에이. 선생님 그거 되게 재미없다.."
"..재미없어?"
"네. 좀 솔직히 말하면, 싱거워요."
"...싱거워?"
"스파게티에 소금 안친거 같아요."
"...하아..."
토끼 머리띠를 쓰고 앙증맞은 춤을 추던 찬열이 환자복을 입고 있던 어린 아이의 냉정한 평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놈의 병원은 왜 의사의 본질적 재능은 안보고 이런 말도
안되는 장기자랑이나 보고 앉아있겠다는걸까..? 유명 기획사에 꽂아주기라도 할거야? 내가 왜.. 내가 왜 어쩌다.. 크흡,
"다른 사람 눈에도 맘에 안들 정도야..?"
"네. 다른 사람까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제 맘엔 좀 안들어요. 제 점수는요"
"아..됐어..됐어..."
아이의 침대에 슬그머니 올라가 앉아 오른쪽 다리를 위로 올리고 그 위에 팔을 살포시 얹어 손으로 얼굴을 감싸던 찬열은 자괴감에 빠졌다.
사건은 2주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준면과 같은 병동에서 일하던 찬열은 곧 열릴 사랑의 음악회 프로그램에 간호사 및 의사 일부의 장기자랑 타임이 있을 예정이니 그곳에
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해오라는 원장선생님의 통보를 들은 후였다. 시도때도 없이 준면에게 문자를 하며 선배, 어떻게 해요. 하고 도움을 청했지만 준면은 그때마다 '안알
랴줌' 으로 시종일관 했던지라 찬열은 매번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다 떠오른 최후의 방법. 준면이 안되면, 다른 가까운 사람을 이용해먹어라!
"변백현..."
그런데 이거 춤, 변백현이 알려준건데..
"다 쓸데없어.. 다 필요 없다고.."
현실을 직시한 찬열은 다시금 머리를 쥐어싸매며 토끼 머리띠를 벗어 침대위로 패대기 쳤다. 나는 치료를 하러 온것인가, 치료를 하기 위한 스텝을 밟기 위해 고뇌를 하러 온
것인가.. 그러다가도 다시 백현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를 거는 찬열이였다. 중학생 정도 나이가 되는 어린 환자 아이는 그런 찬열을 보며 에휴, 하고 한숨만 내뱉었다.
그 문제의 장기자랑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하, 졸라 바쁜척해..."
백현이 두 번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핸드폰마저 침대 위로 집어 던지며 표정을 잔뜩 구겼다. 나를 여기서 구제해줄 사람은 누가 있는것인가... 시련에 닥친 여주인공 처럼
아이의 침대위를 비켜주지 않고 머리만 싸매고 앉아있었다.
"선생님 저 잘건데."
"그..그래."
아이의 말에 곧 토끼 머리띠와 핸드폰을 들어 자리를 비켜주는 찬열이였다. 내 소품, 내 폰 ...
-
그 시각 백현은 옆 동네 경수와 함께 하하호호 친목질을 하던 중이였다. 나른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는 백현의 전화기에 익숙한 셔플댄스 벨소리가 흘렀고, 백현은
핸드폰을 꺼내들어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아 또 시작이야' 하고 미간을 찡그리곤 이내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왜 전화 안받아?"
"아, 쓸데없는 전화야."
"누군데?"
"있어. 요새 춤 추느라 바쁜 놈!"
"음~ 댄스하는 사람이야?"
"뭐. 댄스까지는 아니고 그냥 허우대만 멀쩡한 놈 있어~"
경수와 신나게 박찬열 뒷담을 하던 백현이 또 다시 울려오는 전화에 질린다는듯 쳐다봤다. 얘는 진짜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의지남이야, 의지남. 경수가 그것을 보더니 그냥 전
화 받는게 좋을거같은데.. 하며 큰 눈을 굴리며 말했지만 백현은 들려오지 않았다.
백현은 종합병원 옆에 바로 딸린 정형외과에서 근무중이였고, 경수는 종합병원의 치과에서 근무중인 베테랑 의사들이였다. 둘 다 어린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레지던트 과정
없이 바로 들어온 실력자들이라 평판도 좋고 이미지도 몹시 좋았다. 백현이 시계를 보더니 진료시간이 다 되자 경수와 인사를 하고는 다시 제 동네로 돌아갔다.
경수는 백현이 준 녹차라떼를 마시며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왠지, 찬열이라는 사람도 백현이를 닮아서 굉장히 시끄럽고 재미있을것 같다. 문득 찬열의 존재가 궁금해지
는 경수였다.
경수가 녹차라떼를 다 마시고 사무실 옆 쓰레기통에 살포시 버린후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늘도 어김없이 얼굴이 익숙한 여학생 무리가 찾아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들 또 왔니?"
"선생님. 저 진짜 오늘은 이가 아파서 온거거든요?"
"진짜야?"
그가 넥타이를 풀며 옷걸이에 걸려있는 의사 가운을 입으며 말했다.
"그럼요!! 제가 무슨 맨날, 시간 많은 애도 아닌데.."
"야 너 남는게 시간이잖"
"닥쳐라 무수리, 조용히 하는게 네 신분에 좋을거다."
경수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만담하는 여학생들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아, 그래 그럼 보자. 어디가 아파?"
"사랑니가 날거 같아요."
"응? 간질간질하고 아프니?"
"..네. 아, 보세요. 보시면 알거아니에요 아-!"
무턱대고 입을 여는 여학생의 입 안을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던 경수가, 흠. 큰일인데. 하고 중얼거렸다. 학생은 흠칫하며 경수에게 물어왔다.
"..왜..왜요?"
"너."
"네, 네?"
"...이 안닦았지. 충치 되게 많다."
"......"
여학생의 얼굴이 곧 빨개졌다.
"선생님 맨날 보고싶지."
"아, 아,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럼, 내가 매일 네 치아 관리해줄테니까 오늘처럼 맨날 와."
"아, 시. 싫어요! 안와요!"
"왜~?"
"왜긴 왜에요 부끄러우니까 그러겠지!"
뒤에서 여학생의 친구들이 놀리며 말했다. 경수는 제 팔짱을 끼다 말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에서 있는 힘껏 입을 벌린 학생의 머리를 가볍게 콩, 하고 때렸다.
"난 충치 있는 여자 싫어."
단호한 경수의 말에 여학생은 충격을 받으며 책상위로 엎어졌다. 그리곤 바로 충치치료 2개월치를 끊었다. 물론, 경수는 장난이였다. 근데 진짜로 끊을줄은 몰랐지.. 하며 머
리를 긁적였다. 내일 오면 거짓말이라고 하고 환불해줘야겠다.
"아. 사랑니 검사 안했는데.."
경수가 모니터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뭐, 내일 오면 다시 말해줘야지.
-
암호닉 ☞ 낫닝겐 / 너구리 / 핫바 / 치즈스틱 / 조무래기 / 노란색연필 / 변골반 님들! 늘 제가 감사하는거 아시죠? ^^
드디어~ 들고 왔습니다. 원래 또다른 조각 썰 먼저 풀고 가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모자랄것 같아 잠시 스킵하고 연재 먼저 들어갔어요~
보아하니 열 두 멤버들이 차례대로 나올때 되면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모두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지만.. 가면 갈수록 주연과 조연들이 눈에 띄실거에요 흑흑ㅜ_ㅜ*
애들아 난 너희를 다 사랑해..인원이 많아 모두를 소화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해다오..
처음은 가볍게 자기소개식으로 프롤로그로 간단히 시작해봤구요, 루첸 부분이 많아보이는건 기분탓일거에요 (나름 그들의 중요 전개..라...)
앞으로 점점 주제가 잡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위주로 진행될거에요~ 다른 멤버들도 곧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함을 보여드릴게요. 다음편도 함께 달려주시면 감사하겠습
니다!
(첫편이라 구독료는 포함시키지 않을게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