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빚쟁을 빤히 바라보는 택운이의 눈을 보면서
너빚쟁은 뭔가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어
"도와줄게요. 다시 말 탈 수 있게 해줄게요"
사실 너빚쟁은 어떻게 해야 택운이가 다시 말을 탈 수 있는지,
말을 타지 못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몰라
하지만 택운이의 얼굴을 바라보자마자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빚쟁이 택운이를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너빚쟁의 의견에 따라서
다음 날부터는 너빚쟁과 함께 말을 타는 게 아니라
정택운 혼자 말을 타는 연습도 병행하게 됐어
너빚쟁은 말을 타는 택운이 근처에 서 있었어
그런데 너빚쟁과 말에 탄 정택운이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게 되면 말이 또 난리를 치는거야
너빚쟁이 바로 달려가자마자 말은 거짓말같이 순해졌지만
택운이는 말에서 떨어져 다칠 뻔 했어
그걸 보면서 너빚쟁은 마치 너빚쟁이 정택운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미래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처럼
택운이도 너빚쟁과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말을 잘 탈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지만 확신이 든 생각은 아니라 아직 택운이에게는 말하지 않았어
그렇게 너빚쟁은 택운이가 혼자 말을 타는 걸 돕고
택운이는 철벽 방어를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어
너빚쟁은 택운이 곁에 생각보다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어
어디론가 갑자기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편한 일상을 즐기게 해줬고
항상 너빚쟁을 챙겨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고 든든해졌어
물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도 아닌 한국어를 쓰면서도
오히려 더 어려운 조선시대 생활에
행색과 스타일이 조선의 것이라고 보기는 영 아니였던 너빚쟁은
울며 겨자먹기로 외출하기 보다는 택운이의 큰 집 안에서 생활하는 날이 많았어
대신에 가끔 택운이가 장이 서는 곳에 데리고 나가주기도 했어
원래는 머리를 늘 푸르고 다녔지만 정택운이 그런 머리를 하고 다녔다간
사람들이 너를 깔보고 무시할 거라고 말한 이후로
너빚쟁은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머리를 하는지 눈여겨 보기 시작했어
이제 막 열 살이 넘은 것 같은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길게 땋아서 늘어트리는 것 같고
스무살이 넘은 것 같은 너빚쟁 또래의 여자부터는 머리를 말아 올리는 것 같아서
그 때부터 너빚쟁은 머리를 묶어 당고머리를 하고 다니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그 머리를 보고 정택운이 별말 하지 않길래
이 정도면 괜찮나보다 생각하고 머리를 그렇게 하고 다니기 시작했어
그런 스타일의 머리는 사실 조선시대 결혼한 여자들이 하는 머리라는 걸 모른 채 말이야
그 날은 말 타는 연습 대신에 심심해 하는 너빚쟁을 데리고
택운이가 장에 같이 가준 날이였어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너빚쟁은 새로운 옷이 필요해졌어
언제까지나 택운이네 집에 있던 옷을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정택운은 자기가 말을 타게 해주는 도움의 대가로 옷을 한 벌 사준다고 했어
나름 설레하면서 어떤 색의 옷을 살까 고민하며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는데
너빚쟁 머리 모양은 똥머리지, 옷은 택운이네 집에 있던 옷을 입은거라
부잣집에서나 입는 고급 옷이지, 말이 낯설어서 택운이 뒤에만 서있는 너빚쟁을 보고
가게 주인이 부부 금실이 좋아보인다고 웃으면서 말했어
그 말을 듣고 당황한 너빚쟁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주인은 너빚쟁이 고민하던 두 가지 색상의 옷을 가지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렸어
너빚쟁은 당황한 표정으로 택운이를 바라봤지만 택운이는 그냥 고개만 으쓱했어
잠시 후에 주인이 옷을 가지고 나왔어
그런데 너빚쟁은 둘 다 마음에 들어서 가판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어
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니까 정택운은 둘 다 사라고 하는데
너빚쟁은 아직 완전히 혼자 탈 수 있게 된 건 아니니까 양심에 찔려서 하나만 받겠다고 말했어
다음에 말을 혼자 탈 수 있게 됐을 때 다른 하나를 사달라고 하면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어
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니까 주인이 그러면 들어가서 입어보고 나오라고,
입어보면 어떤 색이 더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다고 하면서
나오면 부군이 옷 골라주실거라고 너빚쟁 등을 탈의실로 떠밀었어
너빚쟁은 부군? 갸우뚱하면서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안으로 들어가는데
어쩐지 택운이 얼굴음 좀 붉어진 듯해
그런데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너빚쟁은 나올 생각을 안하는거야
그제서야 서있던 정택운은 아차 싶어 주인에게 물어보기 시작했어
혹시 옷을 갈아입는 곳이 방 같은 곳이냐 했더니 당연히 어디 들어가서 입어야 된다고 대답했어
그래서 놀란 정택운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주인이 막는거야
아무리 부부여도 옷 갈아입는데 불쑥불쑥 들어가는 거 아니라고
"갔어. 떠나버렸어"
갈아 입는게 생각보다 늦으시네 하는 가게 주인 옆에서
정택운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빚쟁이가 들어간 곳을 바라보며 서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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