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찾아온 여유로운 시간이에요.
아무도 없는 가게 안을 비추는 햇살로 광합성을 하려고 뻗는 찰나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붸뤼 핸썸한 가이 한분이 들어오네요.
무표정에서 묻어나오는 숨길수 없는 저 차도남의 기운에 절로 심장이 두근거려요.
가게 내부를 몇번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테이블 한구석에 앉길래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걸었죠.
"저...손님, 몇분이세요?"
"...김치찌개 하나."
"예?"
"공깃밥 추가해서."
"예??"
파스타 집에 찾아와서 다짜고짜 김치찌개를 요구하는 손님이네요.
처음엔 농담인줄 알았는데 그러기엔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서 어안이 벙벙해요.
어쩌지? 사장님이라도 불러야 하나..
난처한 표정으로 우물쭈물 거리자 성가신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네요.
"못 들었어? 김치찌개 내오라니까."
"저 손님, 죄송하지만 여기는 김치찌개는 만들지 않는.."
"주문하신 김치찌개 나왔습니다 손님."
"엄마 깜짝이야...!"
분명 방금까지 어디론가 숨어서 농땡이부리고 있던 사장님이 팔팔끓는 김치찌개가 든 뚝배기를 가져와서는
손님이 앉은 테이블 위에 놓아주고 순식간에 주방으로 사라지네요.
"...히 감사합니더."
방금까지 살벌한 그 손님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흡사 바보 비슷한 웃음을 흘리며
파스타용 숟가락을 들고는 쩝쩝거리며 먹기 시작해요.
주방으로 돌아오니 사장님이 열심히 김치찌개를 먹고있는 남자의 뒤통수를 뜨겁게 노려보네요.
"사장님 순발력.. 김치찌개는 언제 만드셨대요, 미래에서 오셨나?"
"내 점심."
"..?"
"저놈이 내 점심 빼앗아갔어."
"저번부터 궁금한데 사장님이 먹는음식은 왜 그렇게 정성들여 만드는거에요?"
"내가 먹는거잖아."
"맛있어요?"
"아니"
"아..네."
그 후로도 사장님은 한참을 주방에서 아니꼽게 서있다 김치찌개를 다 비운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휴게실로 들어가버려요.
못마땅하다는 티는 팍팍 내지만 끝까지 일은 하기 싫나봐요.
계산을 해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김치찌개는 우리가게에 없는 메뉴라 가격이 없네요.
보통 식당에서 김치찌개 한그릇 얼마하더라..?
곰곰히 생각해내려는데 손님이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요.
"윤기형 잘먹었심더, 저 갑니다!"
사장님과 아는 사람이었나 봐요. 가게 안쪽에서 꺼져! 하고 외치는 사장님의 소리도 들리고요.
그렇게 해맑은 인사만 남긴 손님은 그냥
나가버리네요..
요즘 잘생긴 남자들 중에 이상한 사람이 많은것같아요.
조심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