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푸실리 베이컨 크림치즈파스타랑 해물 로제 파스타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어김없이 여유있는 우리 가게에
잘생긴 손님 한분이 찾아오셨어요.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파스타를 2개나 시키더니 노트북을 켜고는 무언가 열심히 보고 있어요.
한 사람이 먹기엔 분명히 양이 많을거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지난번에 왔던 이상하고 잘생긴 남자보다 훨씬 나은것 같아요.
"어써오쎄효~ 민군주눼 퐈스따임다~"
바깥에서 호객행위나 하랬더니 가게 망신시키고 있는 저 모습도 이제 익숙하구요.
그 잘생긴 손님은 빛깔고운 파스타를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갑자기 가방에서 얼굴만한 카메라를 꺼내 초점을 맞추더라구요.
무기인줄 알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지켜보니 좋은 각도를 찾아 사진 몇 방을 찍고는 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해 전송하는듯 했어요.
웬만한 여자도 저렇게까진 사진 안 찍을텐데요.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니 두 개의 파스타를 한 입씩 먹고는 곰곰히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노트북에 뭔가를 적는것 같아요.
"아이고 힘들어라 누나 저 일 열심히 하죠?"
"응. 호객행위를 하랬더니 취객행위를 하고있네."
"우리가게 엄청 인기많은것 같아요!
아까 어떤 여자분들이 전화번호 알려달라길래 다 가르쳐 줬어요!"
"...무슨 번호?"
"사장님 번호요! 헤헤"
"..."
정국아 넌 이제 죽었다.
말없이 정국이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다시 그 손님에게 눈길을 돌리니
파스타를 먹으면서 우리 둘을 굉장히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에요.
그 눈빛에 악의가 없다는건 알겠는데...
먹고
먹고
또 먹어도
정말 잘 먹는거 있죠.
보고 있자니 왠지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 먹이는 엄마같이 뿌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으이, 을브으 을흐르 을(어이 알바야 일해라 일)..손님, 음료는 서비스입니다."
"헐 세상에, 감사합니다!"
"..에?"
제가 지금 잘못 본 건가요?
지금 음료수 서비스??
사장님이 직접???
큰일났어요..
아무래도 우리 사장님이 많이 아프신거 같아요..
테이블에 음료수를 올려놓기가 무섭게 휴게실로 사라져 버리는 사장님을 멍하니 바라보다
계산해 달라는 손님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어요.
그나저나 저거 양 엄청 많았는데 진짜 혼자서 다 먹어치웠네요. 대단해라.
"저기 직원분 죄송한데요 여기 가게 사진좀 찍어도 될까요?"
"네? 아 네 물론이죠."
사진을 찍을수 있게 잠시 구석으로 비켜주니 이것저것 찍고는 덤으로 밖에서 호구행위를 하는 정국이까지 찍어갔어요.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사진을 찍어간 손님이 사라지고 한숨 돌리며 의자에 앉아 쉬고있는데
알림음과 함께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인기 파워블로거가 오랜만에 글을 올렸더라구요.
웬일인가 싶어 바로 눌렀죠.
[가게 입구엔 젊은 남자직원이 이렇게 어서오라는 춤을 추고있어요!]
[내부도 깔끔하고 괜찮은것 같구요, 남자들도 부담없이 즐길수 있을것 같아요.]
[파스타도 정말 맛있더라구요. 싱싱한 해물이 입안에서 씹히는게 기분 좋아지는 맛이에요.]
[사장님이 직접 서비스까지 해주셨어요! 직원은 두 분인데 모두 친절해요.]
[잇진의 민군주네 파스타 후기 끝!]
"이거...좋아해야 하는거야?"
"우왕 저거 나다. 저 유명해진거에요? 아싸"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눈치한번 빠르네."
"인생은 타이밍이야."
"사장님은 무인도에 혼자 갇혀도 살아남을 인간이에요, 진심으로."
"갈 일 없어. 근데 내 휴대폰 해킹당했냐? 뭔 놈의 문자가 계속와."
"그거 제가.."
"아이고 정국아 빨리가서 호객행위 해야지!! 가자아!!!"
정국이의 등을 떠밀며 휴게실을 나왔어요.
그냥 사장님은 모르는게 나을것 같아요.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