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시겠어요?"
"여기 뭐가 제일 맛있어요?"
"음..기본적인 토마토 파스타나 베이컨 크림 파스타를 손님들께서 주로 많이 주문하세요."
"그럼 토마토 파스타 주세요."
주문이 적힌 쪽지를 들고 주방에 널브러져 있는 사장님께 갖다드리니 미적거리며 프라이팬을 달구네요.
이 알바 그만두기 전에 한 번은 사장님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정국이의 똘끼 반의 반 정도만 떼어줘도 참 좋을것 같은데요.
정말 세상 부끄러운줄 모르는 아이에요.
"야 알바!! 진짜 큰일났다 빨리와!!"
"헐 왜요!"
"토마토 다떨어졌어. 가서 가져와."
정말 세상 열심히 살 줄 모르는 분이에요.
숨은 왜 쉬는지 정말.
창고에 가서 토마토를 가져와 던져주니 사장님의 머리에 한 번 맞고 손에 불시착했네요.
불행히도 토마토는 터지지 않았어요. 아쉬워라.
"저기..직원님"
"으어 깜짝이야..하하 필요한거라도 있으세요?"
"다른게 아니고 그, 이 나무 수저통 원래 이렇게 부실한가요..?"
"...네?"
손님이 내민 손에는 깔끔하게 반 동강이 난 수저통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어요.
두꺼운 나무였는데..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저통 두 조각을 받았어요.
"어..이게 이렇게 쉽게 부서질 리 없는데..."
"제가 실수로 이 안에다 반지를 떨어뜨려서 꺼내려고 손을 집어넣었는데 쩍 하고 갈라졌네요..이거 죄송해서..."
"아뇨! 바로 새걸로 갖다드릴께요..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받은 나무조각을 지나가는 정국이에게 쥐여주었지요.
"정국아 선물."
"오예 선물이다!"
밖에서 실컷 뛰어놀다 잠시 쉬러 들어오나 싶었더니 나무토막을 받아들고선 다시 쌩 하고 나가버리네요.
저걸 누가 말려요..
급한대로 부엌에 들어가 궁시렁대며 요리하는 사장님을 뒤로하고 머그컵 하나를 집어들었지요.
"손님, 죄송하지만 이거라도.."
"아 감사합니다."
하고 손님이 머그컵 손잡이를 잡는 순간,
똑! 하는 깜찍한 소리와 함께 손잡이와 컵 부분이 정확히 분리되어버렸어요.
허공에서 짝을 잃은 손잡이를 잡은 손님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고있던 손잡이를 조심스레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어요.
"죄송합니다.."
"아뇨..! 아닙니다 진짜 괜찮아요! 컵이 오래돼서 좀 많이 약해졌나봐요ㅎㅎ"
허허 웃으며 분리된 머그컵을 들고 부엌에 들어가니 여전히 무기력하게 서있는 사장님과 마주쳤어요.
"들고갈땐 멀쩡했는데 컵이 왜 그모양이야"
"저 손님 굉장히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마이너스의 손.
건들면 다 뿌서져요"
"너한테 그릇주는 내 심정이다 임마, 음식 다됐으니까 빨리 가져가"
행여나 그릇 놓칠까 조심조심 테이블에 놓아주었어요.
다행히 접시는 안 깨지더라구요.
계산을 하고 마지막까지 문을 열고 나갈때까지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지켜보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유리창 너머로 서서히 멀어져가는 손님의 뒷모습도 잠시 별안간 정국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네요.
"흐어엉 누나...손가락 너무 아파여..캐스터네츠 연주하다 찍혔어.."
"뭔 캐스터네츠?"
"누나가 준거..흐어어 아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평범한 나무쓰레기도 이렇게 알뜰하게 재사용하는 아이가 또 어디 있을까요.
큰 덩치로 찡찡대는 정국이를 달래주려는데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네요.
자세히 다가가 보니 문 손잡이 일부가 분리되어 바닥에 나뒹굴고 있어요.
말없이 주워들고 한참을 쳐다보았지요.
"와 문고리 부서졌다. 누나 저거 고쳐야 하는거 아니에요?"
"...아니, 필요없어."
아무래도 이 가게 터가 좀 안좋은거 같아.
알바 계속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