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테이블 스파이시 해물 크림파스타."
"사장님 귀찮다고 접시 던지면 안돼요."
오늘도 정말정말 즐거운 알바생활이에요.
평소보다 더욱 무기력해보이는 사장님덕분에 저는 열일하게 되었으니까요.
"주문하신 스파이시 해물 크림파스타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창가자리 테이블에 홀로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이쪽을 쳐다보네요.
순둥하게 생긴 얼굴을 보니 마치 망개떡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에요.
"감사합니다."
어딘가 귀엽게 생긴 외모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네요.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포크로 새우를 콕 집어올리고는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저를 불러요.
"...저기!"
"네 손님, 무슨일이세요?"
"이 새우 냉동새우인가요?"
호기심 가득어린 표정으로 냉동새우냐는 질문을 하는 손님에게 이정도 쯤이야 하고 침착하게 대답했지요.
"아뇨, 저희가게는 아침에 들어온 신선한 새우를 사용합니다."
우리가게 자부심 중 하나인 신선한 재료사용을 어필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해드렸어요.
그런데 제 말을 들은 손님의 표정이 확 바뀌면서 새우를 찍은 포크를 탁, 소리나게 내려놓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네요.
"그럼..이 새우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아이였던거죠?"
"네?"
"새우야...불쌍한 우리 새우..."
"저, 손님?"
"잠시만요..알바님..새우가 너무 불쌍해요.."
"아..아뇨! 새우는 분명 좋은곳으로 갔을꺼에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크게 상심한 표정으로 울먹이는 손님을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또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낸 사장님이 이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던지고 가네요.
"이 새우 양식용이야. 애초부터 죽을 운명이었던거지."
하고는 유유히 담배를 피우러 가게 밖으로 사라지네요.
덕분에 충격에 빠진 손님을 달래주는건 제 몫이 되었구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손님을 겨우 달래서 식어버린 새우를 먹여놓고 나니
...이번엔 홍합을 집어들고는 실연에 빠진 목소리로 묻네요..
"이 홍합도...어젯밤까진 새우와 함께 살아있었겠죠..?"
"...아뇨, 냉동입니다. 어젯밤엔 바다말고 냉동실에 있던 아이에요. 안심하고 드세요."
하고 말하니 그제서야 환해진 얼굴로 신나게 포크질을 하네요.
삶을 살아가면서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던것 같아요.
손님이 가고 담배를 한 갑 통째로 피고 왔는지 그제서야 들어온 사장님에게 말을 걸어보았어요.
"사장님, 오늘 좀 잘 생기신것 같아요."
"알아."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지만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