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알바생들, 주방으로 집합."
손님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간만에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즐기나 싶었는데 사장님께서 우릴 부르시네요.
귀찮긴 했지만 이례적인 부름에 뭔가 싶어 밖에서 노는 정국이를 데리고(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어요.
"웬일이래요 사장님이 직접 우리를 다 부르고."
"배고파서 요리 좀 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거 같아서.
니네 반응 보고 신메뉴 올릴까 생각중이야."
"오! 아싸! 먹을거!"
"잠시만요, 수저가 어딨더라..
그래서 그 신메뉴 이름이 뭔데요?"
"스파이시 핫 페퍼 스테어 프라이드 라이스 케잌."
"....뭐라고요?"
"오오 고급진 이름이다...!"
혹시 쇼미더머니 오디션장인가요?
아뇨 잘못 찾아오셨어요.
"아니 이걸 어떻게 발음해요 사장님....
손님들 래퍼 만들라고 작정했나."
"전통 유럽풍의 아주 고급스러운 요리야. 매콤한 맛에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껄."
"헤헤 사장님 근데 이 스파이시 핫팩 스떼오 후라이드 맛있어요."
"사장님, 좋은말 할 때 이름 떡볶이로 바꿉시다... 정국이 혀에 쥐나기 전에.."
그렇게 우리 가게엔 새로운 메뉴 하나가 추가되었답니다.
그리고 오늘도 저는 곤경에 처할뻔한 정국이의 혀를 악덕 민사장네로부터 보호해 주었어요.
-
정국이의 난청이 하루하루 심해지는것 같아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하루동안 정국이와 호석오빠에게 메뉴 읽는법을 가르치기로 했어요.
"종이랑 펜 받았지? 지금부터 내가 여기 메뉴 부를테니까 듣고 정확히 적어야돼.
그리고 정국아, 너 한국인이야.. 들리는대로 막 적으면 안돼."
"넹."
"질문!! 이거 다 맞추면 상품 뭐 있어???"
"네 제가 뽀뽀해 줄께요."
"미안하다. 오빠가 잘못했어."
말이 많을때 한번에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역시 효과만점!
"와 나 좀 잘한듯, 백점 맞을듯."
"형님, 긴장 타시죠? 지금까지 장난 좀 쳐봤습니다만.
웃음기 빼고 진지하게 적었어요."
"에? 그짓말? 너 아까 1번에 베이컨 적을때 망설이는거 내가 다 봤다???????"
"에ㅔ에?? 아닌데??????아닌드에에에???????"
티격태격하며 멀어저가는 저 한심한 뒷태들을 바라보다 정국이가 적어놓은 받아쓰기 종이를 펼쳐보았어요.
얼마나 잘했으면 저렇게 자신만만할까요?
[베이콘 크림 파스타]
[등신 니조또?]
[깔보나]
[알리오 몰리오]
[골뱅이 파스타]
말없이 구겨서 테이블이 아닌 쓰레기통으로 던졌어요.
깔끔하게 골인.
이번엔 종이비행기로 접혀있는 호석오빠의 종이를 펼쳐보았어요.
[베이컨 크림 파스타]
[등심 니저또]
[깔고나라]
[(그대 내맘) 알리오, 모를리오..]
[뱅골레 파스타]
이 막귀들을 어쩌면 좋을까요.
혹시 주변에 이비인후과 아는데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아니, 정신병원이라도 좋아요.
제발..
정답 |
1. 베이컨 크림 파스타 2. 등심 리조또 3. 까르보나라 4. 알리오 올리오 5. 봉골레 파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