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들으면서 읽으시면 더 좋아요!
"김석진, 나 술 좀 사주라."
"내일 결혼하는 애가 술 먹으면 어떡하냐."
내일은 그녀의 결혼식.
그 사실 때문에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는데,
늦은 밤 갑자기 걸려온 그녀의 전화에 이제는 그 손이 벌벌 떨린다.
우리가 대학교 다닐 때 자주 가던 치킨집.
"내일 결혼이라서 마음이 싱숭생숭한가보네, 술 사달라고 하는 거 보면."
"어, 이제 정말 결혼하는 거잖아.."
"예쁜 가정 꾸려서 넌 잘 살 거야."
"고마워, 정말. 진짜 친구는 너 밖에 없어."
친구.
두 글자에 속이 또 쓰려왔다.
"그래, 괜찮아. 다 괜찮아."
지금 이게 누구를 위한 위로인지.
그녀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2. 민윤기
"인사해 자기야, 내 친구 민윤기!"
밝게 웃으며 곧 신랑이 될 사람에게 날 소개하는 그녀.
속이 타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윤기 씨.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 네,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네요."
"이렇게 멋지신 분하고 친구라니까 불안한데."
"아, 예 뭐.."
"와이프가 제일 절친한 친구라고, 너무 고마운 친구라고 했어요.
꼭 한 번 만나뵙고 싶었는데, 결혼식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 축하드려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말했지만 속이 뒤틀렸다.
식장을 빠져나와 도망치듯 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아까 그 남자의 손을 잡고 빨간 카펫을 밟는 것은 차마 보지 못할 것 같아서.
3. 정호석
"솔직히 그 새끼가 잘못한 거 아니냐? 어?"
"그래."
"걔 만나는 거 너무 힘들다, 진짜 지친다."
"연애하는 게 힘들지, 당연히."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아, 나 정말 그만할까보다.."
"헤어지게?"
다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남자친구 욕을 하는 그녀를 보며 희망을 느꼈다.
분명히 그녀가 힘들어하고 지쳐하는 것을 보면 슬퍼해야 맞는 것인데, 반대로 기쁨을 느꼈다.
곧 헤어질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가 헤어지면, 이제 친구가 아닌 남자로 다가서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녀가 내게 건넨 흰색 봉투를 받아들고는 바보처럼 벌벌 떤다.
"호석아, 나 결혼해. 엄청 싸우고 해도 결국엔 이렇게 됐네."
담담하게, 그러나 기쁨을 담은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래, 정말 잘 됐다.. 축하해."
4. 김남준
그녀의 결혼식장.
멍하니 앉아서 식이 시작하기만을 기다린다.
식은 5시 시작이라고 했다.
오지 않기를 기도하고 기도했던 오늘.
결국 와 버렸고, 나 역시 내 마지막 사랑을 보내려고 이 자리에 왔다.
"신랑 신부 입장-!"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걸어온다.
내 입가엔 미소가 걸렸지만, 그 미소는 이내 쓴웃음으로 바뀌어 버렸다.
"역시 내가 골라준 게 예쁘네. 네가 입어서 그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웨딩드레스가 둘 중에 뭐가 더 예쁘냐며 묻던 그녀가 생각났다.
그리고 지금 그녀 옆자리에는, 턱시도를 갖춰 입은 다른 남자가 서 있다.
5. 박지민
"안녕하세요, 박지민이라고 합니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엄청 소중한 친구라고."
"얘가 그랬어요? 하하, 엄청 못살게 굴 때는 언제고."
가식적인 웃음으로 애써 웃어보이려 노력했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결혼하면 얼굴도 자주 못 볼테고.
식이 시작하기 전에, 딱 1분이라도 그녀와 단둘이 있고 싶었는데,
어째서 신랑이 될 저 사람은 조금이라도 그녀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걸까.
앞으로 영영 그녀 옆에 붙어 살 거면서.
난생 처음 다른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참동안 그녀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한 번만 얘 안아봐도 되죠."
그리고 나는 바로 그녀를 꼭 안아버렸다.
당황해서 흠칫한 그녀를 토닥이며 더 꼭 안아버렸다.
6. 김태형
"결혼식 못 가서 미안해."
그녀의 결혼식이 있고 나서 몇 일 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마 결혼식에 갈 수 없었다. 회사 일이 급하다는 핑계로 둘러대고 가지 않았다.
"태형아 나 지금 좀 바빠서, 내가 또 연락할게!"
그렇게 자고 일어났는데, 카톡이 여러 개 와 있었다.
-태형아 이거 봐봐 예쁘지?
그녀가 신혼여행을 가서 찍은 예쁜 풍경 사진들.
그녀가 찍힌 사진도 있었고,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을 볼 때 속은 뒤집혔지만, 그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렇게 계속 행복해."
비록 한동안은 죽을 것처럼 힘이 들겠지만,
너를 잊을 수 있게, 나 보란듯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7. 전정국
그녀의 결혼식은 다음 주 토요일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자는 그녀의 말에 마음 설레었는데, 청첩장을 주기 위해 만나자고 한 것일 줄은 몰랐다.
"뭐 그렇게 빨리 해."
굳은 목소리로 묻는 내게 그녀는 웃으며 그렇게 됐다며 답해온다.
"와 줄 거지?"
"...응."
애써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알겠다고 한 뒤 급한 일이 있다며 그 자리를 떴다.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듯 집으로 향한 나는 청첩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결혼? 하,"
짧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운 나는 한쪽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세상을 보고싶지 않았다.
"웃기지도 않아."
내 사랑이 너무 바보같아서.
***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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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빠진 거나 새로 신청할 것은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암호닉 신청자분들께는 나중에 어느 정도 글이 많이 채워지면 텍파 제작에 특전이 있을 거예요 :)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늘 부족한 글인데도 재밌다고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드...
pt.12 에서 만납찌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