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연애 중인 엑소 디오와 탑시드 홈마 너징 썰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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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샤이니 - 사.계.후
#2.
징어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성격이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하다.
그래서 혹시나 자기가 경수의 앞길을 가로막을까봐 둘이 사귄다는 사실이 절대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는 편이다.
이 나이 때쯤이면 다들 커플이라고 자랑하고 싶을 만하고, 커플 아이템을 자랑하고 싶을 만한데, 징어는 오히려 그걸 꼭꼭 숨기기에 바쁘다.
경수와 맞춘 목걸이는 일부러 사람들 앞에 나설 땐 옷 속에 넣어 감추고 다니고,
홈을 관리하면서도 사담을 최소한으로 적게 해서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을 안 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사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렇게 화려하게 사귄 편은 아니었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징어와 경수가 사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수정이와 지금 몇몇 엑소 멤버들이 있다.
징어의 그런 깔끔한 관계에 징어와 경수가 사귀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별다른 걱정을 안 하는 편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징어가 경수를 끔찍하게 아껴서 경수에게 늘 입조심을 시키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징어는 언제나 화려함보다는 수수하고 단아한 것을 좋아한다. 외모도 조금 그런 편이고.
징어 평생의 가치관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진짜 연애란, 기다림과 배려가 베이스로 깔린 연애이고,
그 연애를 지금 하고 있기 때문에 징어는 결코 경수가 자신과 사귄다는 걸 티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징어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수에게 늘 애인이 있다고 하면 없다고 하고,
마지막 애인은 중학교 때라고 하라고 경수가 연습생이었던 시절부터 귀에 박히게 말을 했었다.
사실 그 행동을 시키는 것도 자신이지만, 그 행동에 가시가 박혀 피가 흐르는 것도 자신이란 걸 본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징어는 자신이 아프더라도, 경수만큼은 온실 안의 화초로 곱게 자라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징어는 원래 피아노를 쳤었다.
네 살 때부터 시작한 피아노는 수준급이었고, 늘 장래희망 칸에 피아니스트를 써낼 만큼 피아노를 좋아했었다.
그래서 늘 음악실에서 둘만 남아 징어는 피아노를 치고 경수는 예쁜 음색으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었다.
그런 예쁜 모습을 연출해가며 예쁜 연애를 했었다. 수정이와 찬열이는 밴드부 보컬과 기타를 담당했었고.
그래서 가끔씩 넷이서 피아노, 기타, 그리고 두 명의 보컬에 맞춰 노래를 한 적도 있다.
그것을 찍어놓은 영상은 아직도 CD에 담겨 네 명의 서랍 깊숙이에 꼭꼭 숨겨져 있다.
그런데 징어가 갑자기 그 꿈을 모두 접고 사진을 찍게 된 이유가 있었다. 이 쯤 되면 놀랍지도 않게, 역시나 경수 때문이었다.
경수는 늘 훌륭한 가수가 되고 싶어 했었다.
노래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고, 타고나기도 했고, 재능도 뛰어났으니까.
그리고 운 좋게 고등학교 2학년 때, 경수가 대형 소속사에 캐스팅이 되었다.
경수가 학교 축제에서 수정이와 함께 애절하고 감미로운 발라드를 부르는 것을 본 소속사 캐스팅 담당 관계자가 경수를 직접 수소문해 찾아가서 캐스팅 제의를 한 모양이었다.
수정이는 어차피 글 쓰는 게 자기 꿈이었으니, 캐스팅을 단번에 거절했었다.
하지만 경수에게는 꿈을 이룰 수 있는 확실한 최고의 길이였다. 하지만 거기에 걸림돌이 있었던 거였다. 바로 오징어.
경수는 자기가 데뷔를 하면 이제 징어를 못 만나니까. 그게 맘에 걸려서 한참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징어는 그런 경수를 알아채고, 경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이 평소 즐기던 취미와 그것으로 자신이 뭘 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여느 날처럼 같은 방향으로 집에 가고 있던 경수와 징어.
징어는 차분히 걷다가 학교 화단의 민들레꽃을 보더니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그 꽃을 찍었다.
하얀 피부에 카메라를 들고, 한 쪽 눈을 꼭 감고. 그러고는, 그 찍은 사진을 보여주려 카메라를 경수에게 넘겼다.
그 사진은 꽤 예쁘게 잘 나왔고, 경수는 웬 카메라인가. 하며 눈을 크게 뜨고 징어를 쳐다보았다.
징어는 경수의 표정을 보고 경수가 좋아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경수야. 나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열심히 예쁜 사진도 찍고, 너 데뷔하면 너도 찍으러 다니고. 그럼 너 데뷔해도 우리 안 떨어져도 되잖아.
니가 스케줄 있을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너 찍고 너한테 웃어줄게.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경수도 예쁘겠다. 그러니까, 캐스팅 제의 받아들여 경수야.」
경수는 그 말을 듣고, 입이 하트모양이 되도록 환하게 웃었다. 정말 고맙다는 의미가 함축된 웃음에 징어도 보답하듯 예쁘게 웃었다.
경수가 가수가 된 길은 그렇게, 행복하게 이어진 루트였다. 전혀 '가슴 아픈 희생' 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게.
그리고 현재.
징어의 홈페이지인 '베브앤디오' 는 징어와 경수가 좋아하는 색인 하늘색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깔끔한 디자인과 예쁜 사진들, 그리고 쉬운 가입절차에 회원들은 벌써 8000명이 조금 넘은 상태였다.
간혹 징어와 함께 사진을 찍고자 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징어는 공손하게 거절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징어의 홈페이지에는 사담이 많이 없다.
'Diary' 카테고리에는 딱딱하게 그 날의 날짜만 적힌 제목과 함께, 경수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글 몇 자만 올라올 뿐이었다.
그나마 응원의 메시지엔 팬으로써의 마음만 담아서, 정말, 오늘도 예쁘고 수고했다는 이야기만.
#3.
경수는 오늘도 사생 팬들에게 시달린다. 경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숙소에는 햇빛 하나 제대로 들지 않는다. 커튼으로 쏙쏙 숨겨놓은 어두운 숙소 안.
아까 행사가 끝나고 최대한 빨리 벤에 올라타 연습실로 들렀다가, 느즈막한 시각에 조심스럽게 숙소로 들어왔다.
주차장 입구에도 빼곡히 진을 치고 있는 사생들이 너무 무섭고 소름끼친다.
그들은 주차장 안으로 따라와, 경호원들의 만류에도 마구 차를 끌어안고, 차를 발로 차고 때린다.
결국 그런 사람들은 경호원들에게 질질 끌려 밖으로 내동댕이쳐지지만, 차에 들어있는 멤버들은 꼼짝없이 그 충격들을 온전히 느끼며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한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다. 난 이렇게 스토킹 당하고, 감시당하면서 살려고 가수를 했던 게 아닌데.
주변을 둘러보니 멤버들도 다 자신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많이 지치고 힘든 표정.
씻고 있는 찬열이와 세훈이, 그리고 루한이 형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얌전히 소파에 기대 앉아 씻을 차례를 기다리던 경수는 핸드폰을 꺼내 긴 잠금을 풀었다.
경수도 징어의 홈페이지를 알고 있고, 바빠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방문을 해본다.
매일 올라오는 자신의 예쁜 사진들. 징어는 구석에 숨어서 사진을 찍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이렇게 예쁜 사진이 어떻게 나올까.
오늘도 경수는 자신의 사진 중에 징어가 맨 밑에 오늘 제일 예뻤던 사진. 이라고 코멘트를 달아놓은 사진을 저장해서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는다.
카톡에 렉이 걸려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경수는 'Diary'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오늘도 새롭게 올라온 글을 확인했다.
'경수야. 오늘도 넌 밝고 예쁘고 멋있었어. 무대에서 제일 빛나는 경수야. 앞으로도 우리의 영원한 빛이 되어줘.'
짧지만 저렇게 예쁜 말들로 경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징어.
징어도 경수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쓸 말을 정할 때 진심이 담겨있지만 최대한 예쁜 단어를 골라서 쓰는 편이었다.
경수는 징어의 진심이 담긴 말을 보고 작게 미소 지으며 캡쳐를 한다.
저렇게 24시간 따라다니는 사생 팬들보다 징어의 사진이 훨씬 예쁜데 왜 사생 팬들은 꼭 저런 힘든 짓을 할까.
이렇게 절제해서 찍어도 충분히 예쁜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경수는 이내 그들의 목적이 사진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든 걸 파헤치고 싶어서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워버린다.
혹시나 해서 커튼을 젖혀보면 아래에는 엑소를 24시간 따라다니는 사생들이 쭉 진을 치고 앉아있었다.
커튼이 젖히자 한 명의 손가락질로 다들 카메라를 꺼내드는 게 꼭 벌레떼 같았다. 경수는 몸서리를 치며 커튼을 다시 닫았다.
-
경수야, 빛이 되어줘. 이 말은 징어가 경수의 티저가 떴을 때, 불안해하고 이 길이 정말 자신에게 맞는 건가 고민하던 경수에게 해주었던 말이다.
'난 널 빛나게 해줄게. 그러니까 넌 나의 빛이 되어줘.'
간단하지만 예쁘고 여러 의미가 담긴 그 말에, 경수는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경수가 말실수를 했던 날, 그 날은 특별히 징어가 힘들게 앞으로 나와 퇴근길에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그나마 팬들이 지금보다는 덜 극성이었던 그 당시까지만 해도 징어의 카메라는 바로 알아보는 경수였으니까, 경수가 바로 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징어는 경수의 사진을 조금 찍고, 경수와 눈이 마주쳤을 때 카메라를 조금 내려 예쁘게 웃어주었다.
경수가 정말 좋아하는 그 웃음으로. 그리고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잘했어. 우리의 빛이 되어줘, 경수야.」
경수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차분해져서, 편하게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리고 징어는 차가 떠나자마자 바로 카메라를 챙겨 조금 멀리에서 기다리던 수정이와 함께 집으로 갔다.
택시를 잡아 벤을 쫓아가는 팬들을 비집고 나오기란 참 익숙해지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 날 징어의 홈페이지 'Diary' 카테고리에 올라온 글.
' 120408 : 경수야. 오늘도 잘했어. 많이 떨렸지? 노래도 잘했고, 춤도 잘췄고, 멋있었어. 이젠 내가 아니라 우리의 빛이 되어줘.'
이 글은 경수에게 캡쳐되어, 경수가 힘들 때마다 보는 글이다.
경수의 Screenshot 폴더의 첫 사진이자, 경수가 가장 많이 보는 사진.
#4.
징어와 수정이는 한 집에서 함께 산다.
중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친했던 사이이기 때문에, 스무 살이 되자마자 둘이 독립을 해서 같이 사는 것이었다.
징어와 수정이가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자, 환한 센서등이 둘을 비춘다.
오늘 하루 종일 밖의 시끄러운 소음 가운데에 있어서 피곤한 기색이 없지 않아 있는 둘이었다.
수정이는 징어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징어는 튀지 않게 수수한 것을 좋아하지만, 수정이는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찬열이와 수정이는 경수와 징어에 비해 훨씬 사귀는 티가 많이 나는 커플이다.
어떻게 보면 참 모범적이고 예쁘게 사귀는 연예인과 일반인 커플의 예일 것이다.
징어와 경수는 모범적이기는 하지만 티가 전혀 나지 않아 본인들만 즐기는 연애니까 패스.
둘의 예쁜 연애를 아는 사람에게 단연 최고로 티가 나는 단서를 꼽으라면 아마 찬열이가 늘 끼고 다니는 반지라고 할 것이다.
팬들은 모르겠지만, 사실 그 반지는 수정이와의 커플링이다.
몇몇 팬들이 무슨 반지냐고 물어보았지만, 찬열이는 웃으면서 친구한테 받은 소중한 반지라고 한다.
굳이 따지자면 맞는 말이기는 하다. 여자'친구'인 수정이가 준 반지니까. (수정이가 주었다는 점을 주목하도록 하자. 찬열이가 준 게 아니고, 수정이가 준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이내 그 반지에 관심을 잃어버렸다. 워낙 매 번 끼고 나오는 반지들이 비슷비슷하고 여러 개라서.
징어는 수정이와 찬열이가 막히지 않고 예쁘게 사귀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옆에서 수정이를 조금 컨트롤해준다.
예를 들어, 커플링 같은 것은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잠시만 빼서 늘 소중히 들고 다니는 지갑에 넣어놓는 것이라던지.
지나치게 티 나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문자나 카톡을 하는 것은 피하도록.
요즘 카메라 화질로는 몇십 미터가 떨어져 있어도 카톡 내용과 그 상대쯤은 쉽게 알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징어이기에,
경수나 찬열이, 그 외의 엑소 멤버들에게도 그 위험을 잘 알려주고, 늘 행동을 조심하도록 주의를 준다.
처음 엑소가 데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수정이는 징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정이는 비밀을 만들거나 숨기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에 '일코'따위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했고, 남들과 같은 평범한 팬질은 싫어했기 때문이다.
징어는 그런 수정이의 말을 듣자마자 고등학생 때부터 다른 가수의 팬픽을 써왔던 수정이와 어울리는 캐릭터로 당연하게 엑소의 팬픽을 쓰는 팬픽 작가를 떠올리게 되었다.
찬열이와 만난 뒤부터 일종의 예의로 팬픽 쓰는 것을 그만두었지만, 과도 국어국문학과이고 작가를 꿈꾸며 늘 심심할 때 라이트 노벨을 쓰는 수정이는 징어의 말을 듣자마자 그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겼다. 손바닥을 짝 치면서.
일단 홈페이지를 만들고, 포토샵으로 화려한 수정이와 찬열이의 취향에 맞게 검은 바탕에 핫핑크색 메뉴로 예쁘게 꾸민 홈.
'크리스탈리에' 라는 엑소의 레전드 팬픽홈의, 크리스탈이라는 필명의 작가는 바로 수정이였다.
수정이는 개방적이고 시원한 성격이기 때문에, 구속 받거나 구속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남 커플의, 그것도 자신의 애인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쓸 때에도 별 감정을 느끼지 않았고.
찬열이도 그런 성격이기도 하고, 수정이가 원래 팬픽을 쓰던 것을 알고 있었던 찬열이는 그 말을 듣고도 웃으면서 글을 읽기만 했다.
그러니까, 딱히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수정이는 주로 찬열이가 들어가는 커플링을 많이 쓰지만, 엑소의 여러 커플링을 많이 쓴다.
하지만 수정이에게도 일종의 취향 존중 구역이 존재했다.
수정에의 홈 메인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찬열이는 왼쪽에 있는 것이 좋아요.
찬공러지만, 글은 여러 가지입니다.
수위를 원하신다면 다른 홈을 찾아가 주세요.
리버스, 취향 존중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의 예의입니다.
+) 뉴키즈 재판 수량 설문조사 진행 중입니다.
-링크-
ㅇㅇ월 ㅇㅇ일까지 진행하니, 그 때까지 완료해 주세요.'
위의 공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정이의 레전드 팬픽인 '찬백 뉴키즈'는 초판 때 몇백 권을 판매하고, 이번에 진행하는 재판도 아직 기간이 남았는데 650권을 훌쩍 넘어섰다.
감정 표현이 절실히 묻어나는 수정이의 매끄러운 글 솜씨와, 뛰어난 문장력과 문체에 웬만한 사람들도 거부감을 많이 갖지 않았다.
그저 인어였던 한 엑소 팬이 탑시드 홈마와 늘 함께 다닌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 사람들이 알아본 결과 그 인어 분은 엑소의 최고 레전드 팬픽 크리스탈이라는 게 밝혀졌고,
크리스탈이란 작가의 최애가 찬열이란 사실은 거의 공공연한 사실이므로 사람들은 수정이가 찬열이와 같은 아이템을 갖고 있는 것에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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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마자, 일단 둘은 씻고 머리를 틀어올려 묶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작업 방에 들어가 작업을 시작하는데, 이 시간은 최대한 집중을 요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각자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시간이다.
일단 징어는 작업 책상 주변이 굉장히 깨끗하다.
물건들도 다 바구니에 분류해서 담아놓고, 데스크 탑에 연결되었던 유에스비들은 다들 조그만 통에 정리되어 차곡차곡 쌓여있고.
카메라 렌즈도 여러 종류가 먼지하나 없이 닦여 따로따로 흠집이 나지 않게 잘 감싸져서 한 곳에 모여 있다.
데스크 탑 앞의 작업 의자는 몇 시간 동안 포토샵 작업을 해도 피곤하게 하지 않도록 최대한 편한 것으로 골라서 팔걸이에는 무릎 담요를 예쁘게 개어 걸어놓았다.
수정이는 글을 쓰는 특유의 작업이니만큼, 집중이 되지 않고 잘 써지지 않을 때 집중력을 키워주는 여러 사탕과 초콜릿 등으로 옆이 쭉 늘어져 있다.
키보드는 집중이 잘 되도록 소리를 죽이기 위한 실리콘 덮개가 씌워져 있고, 모니터는 눈이 부시지 않도록 여러 설정을 해 놓았다.
수정이는 주변이 깨끗하면 오히려 공허하고 민망해지는 성격이라, 작업 책상 위에는 온갖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다.
가끔씩 징어가 빗자루를 들고 저기서 컴퓨터랑 키보드, 마우스만 빼고 다 버려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옆 책상의 징어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수정이의 책상이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작업을 시작한다.
수정이는 수량조사로도 벅찬데, 새 작품을 얼른 내야 하기 때문에 노트에 여러 가지 단어를 배열하며 스토리를 짜 나간다.
이번 작품은 집착을 베이스로 잡은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처음이지만, 어린아이가 사탕을 먹고 싶어하는 것처럼 사소한 것에 대한 약한 집착이라 거부감은 크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 고른 소재였다.
그나마도 망설여져 아예 레벨 7부터 볼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놓을 예정이었다.
사탕에 대한 집착 같은 달콤한 집착, 결론은... 이런 말들을 늘어놓으며 글을 쭉쭉 써가는 수정이.
반면 징어는 카메라를 데스크 탑에 연결시키고, 흔들린 사진이나 눈을 감은 사진은 지워낸다.
오늘 찍으면서도 정말 예쁘게 나왔다 싶은 사진이 두 장이 있어서, 그 사진을 기억해내 따로 폴더에 넣어놓았다.
얼마 뒤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나올 포토북에 들어갈 사진들을 모아놓는 폴더에.
징어는 다른 사진들을 잘나온 것들만 추려서 모두 작업을 하고, 블러 처리, 흑백효과처리, 각종 색채를 살려 예쁘게 포토샵을 한다.
사실 징어는 깨닫지 못하지만 징어의 사진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사진이 이런 식으로 예쁘고 분위기가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징어는 작업한 것 중 비교적 예쁜 사진 30개만 골라서 홈페이지에 업로드를 시켜놓는다.
오늘 올리는 사진 중 가장 예쁜 사진은 맨 아래에 따로 가장 예쁜 사진이었다고 표시해놓고.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Diary' 카테고리를 켜서 짧은 글을 쓴다.
'경수야. 오늘도 넌 밝고 예쁘고 멋있었어. 무대에서 제일 빛나는 경수야. 앞으로도 우리의 영원한 빛이 되어줘.'
잠시 고민하다가 확인 버튼을 누른 징어는 이리저리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창을 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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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외로 굉장히 좋은 반응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5화 때 몰아서 받을게요. 빼먹을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댓글 써주시고, 소재가 좋다고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부족한 글인데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 2편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