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연애 중인 엑소 디오와 탑시드 홈마 너징 썰 05
BGM : 블락비 - 빛이 되어줘
5편은 과거 시점입니다.
과거 시점은 몰입을 돕기 위해 소설 형식으로 씁니다.
#13.
[ 열 일곱, 새로운 학교에 입학을 하고 적응을 하기에 바쁘다. 그 바쁜 와중에서도 고등학생이란 타이틀 아래 묶여 갇혀있는 우리들.
성적의 압박에 눌려 날개가 부러지고 마음이 찌그러져 강제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꿈이 있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다들 그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죽도록 원치 않는 공부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점수와 등급에 나날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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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로 넘어가려는 가을인 11월,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의 이른 아침에 버스에서 내리자 겨울이 올려는 것인지 꽤나 찬 바람이 쌩하고 분다.
집에 가면 겨울 옷을 꺼내야 겠다, 하는 가벼운 생각을 하며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이제 동복과 춘추복의 혼용기가 올 때도 된 듯 싶은데 아무 말도 없는 학교에 모두가 가디건만을 입고 춥다며 투덜대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조그맣게 동조를 표하며 명찰을 왼쪽 가슴에 끼워 달았다.
신호가 바뀌고 15분 쯤 남은 등교시간에 발걸음을 바삐해 걸어갔다.
교문 앞엔 어김없이 선도부들이 두 줄로 서 있었다.
다른 학교보다 규율이 엄격하기에 화장도 머리 염색도 교복 변형도 할 수 없는 우리 학교이다.
나는 규정보다 조금 짧은 치마를 끌어내리고 명찰을 달았는지 다시 확인한 다음 긴 머리를 느슨하게 하나로 내려 묶고 선도부가 서 있는 가운데로 지나갔다.
아이들을 잡고 있는 선도부원의 차트를 흘끗 보니 걸린 아이들이 몇 되지 않았다.
저번 주에 아이들을 그렇게 들들 볶아대더니 마음을 다잡은 아이들이 꽤 많나보다.
선도부를 통과해 머리를 풀고 손으로 슥슥 빗은 뒤 중앙 현관의 계단을 오르던 나는 누군가에 의해 가방 끈이 붙잡혔다.
걸음이 멈춰진 내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엔,
" 오징어! 같이 가. "
나랑 벌써 4년 째 친한 친구인 정수정이 있었다.
영양가 없는 대화 ㅡ오늘 급식에 닭볶음탕이 나온다더라, 언어가 누구를 볶아서 학부모가 빡쳐서 찾아온다더라, 하는 등의ㅡ를 하며 교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중앙 계단 바로 옆의 우리 반 교실. 사물함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교실에 들어가 2분단 맨 뒤에서 두 번째에 있는 내 자리에 앉았다.
내 옆자리에 앉는 수정이는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의자 위에서 키티모양 쿠션을 꺼내 끌어안으며 앉았다.
나는 수정이가 쿠션 위로 얼굴을 기대는 것까지 보다가,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 풀기 시작했다.
이제 이번 단원이 끝나간다. 오늘까지 이번 단원을 끝내리라 생각하고 제일 좋아하는 샤프를 꺼내 12번을 풀기 시작했다.
조금 있다가 수정이도 자리로 돌아와 앉고, 계속해서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 시간동안 문제집을 여섯 장을 풀었다.
그리고 조회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 나는 샤프를 내려놓았다. 교탁에 서 있는 담임은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정이는 아예 깊게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옆구리를 콕 찌르자 수정이가 놀라면서 일어나더니,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앞을 봤다.
담임은 대충 교실을 슥 둘러보다가, 이내 간단한 전달사항을 죽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 때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고 아이들과 담임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처음 보는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서 있었다.
수정이는 옆에서 고등학생이 왠 전학, 하며 궁시렁대기 시작헀다.
담임은 예,예 하며 몇 번 미소를 짓더니 그 아이를 교실로 들였다.
전학생이니 잘 적응하게 도와줘라, 하는 등의 식상한 멘트를 뱉던 담임은 아이에게 자기소개를 시켰다.
" 도경수야. 잘 부탁해. " 단 여덟 글자만을 내뱉은 아이는 꽤 귀여운 듯도 한 인상이었지만, 남자다운 인상도 섞여있었다.
하얀 피부와 짙은 눈썹이 더 더욱 남자다운 느낌을 자아내는 신기한 분위기의 아이였다.
그 아이는 살짝 떨리는 듯한 무표정으로 시선을 쭉 돌리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그 순간 정면으로 마주한 아이의 눈에 놀라 살짝 눈이 커졌다.
다시 급하게 원래의 크기를 되찾은 내 눈은 이내 급하게 담임에게 향했다.
담임은 그 아이가 앉을 자리를 찾는 듯 교실 안을 쭉 둘러봤고, 담임은 수정이의 뒷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수정이의 뒷자리에 앉으라며 보냈다.
그 아이가 잠시 주춤했다 걸어오는데, 내 앞에서 정확히 두 눈이 마주쳤다.
그 아이의 눈은 꽉 차있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예쁜 초코브라운 빛 눈동자.
담임이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마치고 교실을 나가자 그제서야 교실에 어슬렁대며 들어오시는 박찬열.
그러고 보니 전학생의 옆 자리가 박찬열이다. 나야 반 년동안 익숙해졌지만 쟨 처음이라 귀가 꽤 아플텐데... 싶어 괜히 안쓰러워졌다.
수정이는 니가 날라리냐 무슨 지각을 안 하는 날이 없냐 하며 욕을 하다가 문득 시선을 돌려서 수정이의 뒤에 어색하게 앉은 전학생의 팔을 툭 쳤다.
" 야. "
" ……? "
" 너 좀 잘생겼다. 나랑 친하게 지낼래? "
그래. 수정이는 늘 이랬다. 수정이는 엄청난 친화력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자기 이름도 모르는 애한테 잘생겼다며 친구하자고 말을 거는 것처럼.
그 모습을 보다보니 예전의 나와 수정이의 모습이 떠올라서 조금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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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국의 유명 대학에 계약을 하고 강의를 하는, 유명한 교수셨다.
그래서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내 동생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두 살 차이가 나는 내 남동생.
동생은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많이 약했다.
어머니가 임신 중에 미국으로 갈 준비를 하시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늘 잦은 병치레와 약한 체력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곰살궂진 못해도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는 나에 비해, 나이를 먹어도 한없이 아이같았던 내 동생.
계약기간 10년이 끝나고 한국으로 다시 되돌아가려 전학수속까지 밟아 놓았을 때, 동생이 크게 아팠다.
급성 백혈병에 걸려 버린 내 동생.
어머니와 아버지는 동생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동생과 미국에 남으시기로 했다.
동생이 급하게 앓아누워 생사를 오가는 것에만 신경쓰던 우리 부모님은, 내게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으셨다.
내가 미국에 남는지, 한국으로 가는지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으셨다.
아픈 동생과 부모님을 보면서 당시 열세 살이었던 나는 훨씬 더 어른스러워져야만 했었다.
나는 그런 부모님의 상황을 이해했고, 나 스스로 견뎌내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폐를 끼치지 않으려 일부러 동생에게만 신경쓰시라며 밝은 모습만 보였다.
부모님은 내게 미안해하셨지만, 나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나를 잊으신 게 아니라, 나를 많이 챙기시지 못한 것 뿐이다.
그동안 넘치는 사랑을 받은 걸로도 부모님께는 결코 갚을 수 없는 은혜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커서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지만, 동생은 부모님이 없으면 곧 죽는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더욱 내 생각은 확고해졌다.
사랑하는 동생과, 동생을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나는 조금 양보를 하기로 했다.
부모님은 내가 한국으로 가기로 예정된 날짜의 일주일 전에서야 피곤한 얼굴로 집에 들어오셨다.
이곳 저곳에 동생의 골수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으러 한 달여 중 하루도 제대로 집에 들어와 쭉 뻗고 주무신 적이 없는 부모님이셨다.
나는 피곤하실 부모님을 위해 그동안 인터넷을 보고 따라했던 요리 몇 가지를 해서 밥을 차려드렸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보고, 피곤한 얼굴로도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으셨다.
그 날 나는 부모님께,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어차피 예정된 수속이고, 미국에서는 동생만 신경쓰시기에도 바쁘실 테니까.
부모님은 지금껏 한 번도 부모님께 무언갈 요청해 본적이 없는 내가 이렇게 또렷하게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을 보시고 약간 놀라워하셨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 날 장편의 이메일을 누군가에게 보내셨다.
내가 안방의 침대시트를 정리하고, 부모님께 피곤하실테니 얼른 주무시라고 말씀드리자 부모님은 웃으셨다.
그리고 일 주일. 나는 일주일 동안 모든 것을 정리했다.
미국에서의 모든 추억과, 부모님의 따뜻한 품. 그리고 열 한살이지만 철없는 아이인 내 동생.
여기서 기억 속에 있는 모든 삶을 살았는데도 그 기억들과 추억들이 캐리어 세 개에 여유롭게 들어가는 내 짐들에, 조금 씁쓸했다.
그리고 하루 전. 부모님은 내게 부모님 친구 분의 댁에서 머물게 될거라고 하셨다.
나와 동갑인 여자 아이가 있고, 그 분들은 따뜻한 분이시니 잘 대해 주실 거라고.
한국에 가면 예의 바르게 인사 꼬박꼬박 하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늘 바른 생각으로 살라고.
출국하기 전, 동생의 병실에 들렀다. 늘 투정부리고 내 물건을 뺏어가거나 부숴서 가끔씩은 미웠던 내 동생.
동생은 침대에 누워,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누나, 가지마, 미안해, 아파서 미안해. 와 같은 단어들을 불규칙적으로 내뱉는 내 동생이 너무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자기의 몸만으로도 너무나 아프고 힘들텐데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누나인 날 위해서도 울어주고, 그 모습도 너무 예뻐서 사랑스러웠다.
동생은 한참동안 아직 다 크지 못한 내 품에서 울었다. 그리고 동생이 어느 정도 그쳤을 때, 동생에게 내가 가장 아끼던 팔찌를 선물로 주었다.
「세훈아. 이거 누나가 제일 아끼던 팔찌야. 기억나지?
「응. 나 주는거야?」
「응. 나중에 세훈이가 얼른 다 나아서, 한국 와서 누나 볼 때까지 쭉 하고 있어야 돼! 알겠지? 누나 없는 동안, 누나 분신이라고 생각해.
생각 많아지면 팔찌에다 말도 하고, 누나 보고 싶으면 팔찌 보고 누나 생각하고. 응?」
「으응... 절대로 안잃어버릴게! 약속!」
「그래애. 약속!」
그렇게 세훈이를 달래주고 병실을 나서자, 부모님은 바로 공항으로 날 데려가셨다.
부모님은 끝까지 내게 눈물은 보이지 않으셨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거창하게 챙겨주시는 것보다, 이런게 훨씬 좋았다. 부모님은 끝까지 날 위해 주셨다.
부모님은 그저 내 손을 꼭 잡고 계시다가 비행기를 타기 전에 조그만 상자와 편지 두 장만을 주시고, 꼭 끌어안아 주셨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는 한 번도 안겨보지 못한 그 품이 너무 따뜻했다. 이만한 사랑을 받는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한국에 도착했다. 얼떨떨하게 아직은 어린 나는 안내된 게이트로 빠져나갔다.
그 곳엔 우리 부모님과 연배가 비슷해보이는 부부와, 나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 저 분들이 엄마아빠가 말씀하신 분들이구나.
나는 그 분들께 허리숙여 꾸벅 인사했다. 그러자 그 분들은 예의도 바르다며 웃으셨다.
정말 좋으신 분들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집에 들어가서 어색하게 웃고, 이 방이 네 방이다, 하며 소개도 받고, 어색한 저녁 식사도 마쳤다.
2층에 있는 방에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는데 마지막 계단에 그 아이가 서 있었다.
눈을 살짝 올려 그 아이를 보자, 그 아이는 약간 차가운 듯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야.」
「……?」
「너 되게 예쁘게 생겼다.」
「...어?」
「나랑 친하게 지내자. 내 이름은 정수정이야.」
말투를 보아하니 그 아이도 딱히 살가운 편은 못 되는 것 같았지만, 나만큼 낯을 가리진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냥 꿈뻑꿈뻑거리며 쳐다만 보자, 그 아이는 답답했는지 아예 내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자신을 소개하며 친하게 지내자던 수정이. 갑작스럽고 뜬금 없었지만 그게 열 일곱까지 이어지는 우정의 첫 화살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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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잠시 당황한 듯 하더니 푸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고 그래, 하고 대답했다.
두 명이, 이름이 뭐야? 정수정이야. 너는? 아. 도경수랬나. 하며 대화할 동안 조금 낯을 가리는 나는 말을 걸지도 못하고 그저 앞을 보고 앉아있었다.
그 때 한 2분 사이 그 아이와 꽤 친해진 듯한 수정이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그 애한테 나를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 얘는 오징어. 내 짱친이야. 아 짱친 뭔지 알지? 짱짱 친해. 얘 되게 말도 없고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하여튼 인형같애. 생긴것도 인형같지 않아?
좀 초라한 인형? 하여튼. 근데 얜 그렇게 부르는 거 싫어한다? 근데 의외로 진짜 착해. 친해지면 되게 잘해줄거야. "
하고 내 소개를 주욱 늘어놓던 수정이가 말을 멈추고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그 아이에게 오징어야. 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이게 늘 수정이의 친구와 내가 친해지는 방식이었다.
그 아이는 그 큰 눈으로 내 손을 보더니 살짝 맞잡았다. 도경수야, 하며 웃는 그 아이의 웃음은 아이같고 예뻤다.
" 응. 저기 병신같은 애 있지. 저 눈 크고 키 크고 이빨 많은 애. 어? 사람은 치아라고? 응. 여튼 입 안에 하얀 거 많은 애. 쟤가 박찬열.
엄청 시끄러워. 친해지면 좀 귀가 아프긴 해도 재밌긴 재밌는데, 화나면 진짜 미친 개야.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로 비글이라 불러. "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ㅡ오오, 너 잘생겼다. 물론 나보단 아님. 아 닥쳐. 야, 나랑 같이 놀래? 그래. 그럼 매점갈까? 매점? 우리학교 빵 짱 맛있어.ㅡ에 한숨을 내쉬었다.
쟨 처음 보는 애한테도 저러네...
다행히 곧 1교시 시작 종이 쳤다. 선생님이 들어오자 꽤 조용해진 반에 그제야 겨우 머리에 평화가 찾아온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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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주변을 둘러보자 아무도 없었다. 오늘 나온다는 닭볶음탕 때문에 다들 먼저 급식실로 뛰어내려간 모양이었다.
나는 그다지 밥을 먹고 싶지 않아서 그냥 자리에서 못다푼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이제 한 열 페이지만 더 풀면 단원이 끝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교실에서 느긋하게 천천히, 샤프를 들고 문제를 풀었다.
문제에 밑줄을 긋고 단서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는 노트에 Sol) 이라고 적고 풀이를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그렇게 집중해서 문제를 풀고 있는데, 뚝 하고 눈 앞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몸을 일으켜 내 앞에 떨어진 것을 보니 초코빵이었다.
고개를 위로 올려보자 그 곳엔 도경수가 서 있었다.
" 밥 안먹길래. 뭐 좋아할지 몰라서 그거 사왔어. "
머쓱한 지 약간 시선을 피하며 말하는 게 꽤 귀여웠다. 나는 살짝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고맙다고 간단히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부끄러운 듯 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초겨울의 바람이 차갑다.
#14-1.
쌩쌩, 찬 바람이 불어온다. 이젠 니트 조끼 위에 자켓을 입고, 패딩까지 입어야 겨우 버틸 수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흘러내려온 빨간색 목도리를 다시 끼워 올렸다.
1년의 마지막 시험인 2학기 기말고사가 시작되는 날이라, 다들 손에 노트나 책을 들고 입으로 무언갈 중얼거리고 있다.
나도 한 손에 정리 노트를 들고,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그림을 그릴 때, 신호가 바뀌고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계속 노트를 보던 나는, 뒤에서 툭 치는 손길에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찬열이와 수정이, 그리고 경수가 있었다.
이미 신호는 지나가고 빨간 불이 켜졌다. 나는 노트를 덮고 그 애들을 제대로 마주보았다.
시험 당일인데도 손에 아무것도 없이 껄렁껄렁 학교를 온 폼들이 딱 그 애들 같았다.
찬열이와 수정이는 그 애들끼리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또 사소한 이야기ㅡ누가 문자 보내는 속도가 더 빠른가에 대한ㅡ를 하며 쓸데없이 벌이는 논쟁.
그렇게 티격거리면서도 수정이의 흰색 머플러가 흘러내리자 또 손을 주머니에서 빼서 머플러를 콕 꽂아주는 찬열이.
딱 보면 둘이 좋아하는데 왜 맨날 싸울까. 서로는 아마 눈치도 못채고 있겠지.
괜히 웃기고 우스웠다. 그 때,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지 살풋 웃는 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한 달 동안 늘 같이 지내고 같이 밥도 먹고 같이 공부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지만, 늘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눈이다.
예쁜 초코브라운 색의 꽉찬 눈동자. 그 눈동자가 보이지 않게 휘어지는 눈꼬리가 예쁘다.
나도. 어쩌면… 찬열이가 수정이에게, 수정이가 찬열이에게 갖는 감정을 경수에게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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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과거의 징어 시점입니다.
급하게 어두워진 분위기 죄송해요.
※ 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
ex. [베브]
이런식으로 신청하실 암호닉을 [] 괄호 안에 넣어주세요!
시험기간이신 독자분들을 위해서 앞으로는 매 화 받을 생각입니다.
늘 부족한 글솜씨에 대해 부끄럽습니다. 뒤죽박죽인 이야기지만, 늘 읽어주시고, 귀찮으실텐데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지적/문법 오류 지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