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연애 중인 엑소 디오와 탑시드 홈마 너징 썰 09
BGM : 주니엘 - Everlasting Sunset
브금 추천 받아요. 좋은 노래, 함께 나눠요.
☆암호닉★ & 죄송합니다. (심각한 일 아님 주의) |
하트님 / 망고님 / 몽환님 / 데헷님 / 붕어빵님 / 루루님 / 양말님 / 소문님 / 캔디님 / 굥슈님 / 몽키매직님 / 윤아얌님 / 밍쉘통통님 / 매미님 / 규수님 / 세시반님 / 니니님 / 오리꽥꽥님 / 챠됴르님 / 여세훈님 / 동글이님 / 핫뚜님 / 유민님 / 한끝님 / 여름님 / 뿌뿌몽구님 / 홈마님 / 야광별님 / 푸우곰님 / 웅이님 / 비밀님 / 둘리님 / 버블티님 / 비타민님 / 져니님 / 변맥현님 / 몽몽구님 / 셜록님 / 맨투맨님 / 판다님 / 단풍님 / 초코하임님 / 휴지님 / 씽씽님 / 짱구짱아님 / 호유님 / 씽씽카님 / 됴꼼지님 / 퐁퐁님 / 홍차님 / 피자님 / 몀님 / 나녀닝님 / 됴됵됴님 / 코코팜님 / 구래서님 / 연님 / 웬디님 / 이유님 / 쀼쀼님 / 쫄보님 / 나그랑님 / 텐더님 / 꽃징어님 / 갈비찜님 / 옌니님 / 블랙펄님 / 팀탐님 / 배고파요님 / 반비님 / 긴가민가님 / 잡초님 / 비타오백님 / 보쌈님 / 망고님 / 모닝님 / 솜님 / 봄빛님 / 우롱차님 / 핑크님 / 딸기스무디님 / 됴됴됴님 / 천상의목소리님 / 치킨마요님 / 구글님 / 헤운님 / 가을님 / 길라잡이님 / 심장님 / 로로님 / 치아부자님 / 단호박님 / 대다나다님 / 좋아해님 / 초록창님 / 물방울님 / 여우비님 / 홍홍님 / 종구몽구님 / 봉봉님 / 절봉이님 / 쪼꼬님 / 베리님 / 둡뚜비님 / 됴르르님 / 아망떼님 / 눈두덩님 / 팅커님 / 우즤아코님 / 또님 / 첸첸님 / 냠냠님 / 컴백님 / 사우똥님 / 몽짱님 / 감자튀김님 / 란느님 / 솜사탕님 / 참외님 / 블루베리님 / 천재교육님 / 열무김치님 / 셜록님 / 미미님 / 슈슈님 / 땅땅님 / 준짱맨님 / 새싹님 / 복숭님 / 칙촉님 / 피글렛님 / 스윙칩님 / chandsj님
제가 못 본 암호닉이나, 오타가 있는 암호닉이 있으면 댓글로 말해주세요!
양말님께 죄송한 의미를 담아 머리를 박겠습니다.
…저 왜 못봤을까요? 아닌데? 분명히 봤는데... 헐 답글까지 안녕하세여~~ 하면서 달아드리고 정작 암호닉에는 3화동안 안넣어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해요... 사랑합니다...
제가 전 화들의 댓글은 꼼꼼히 못봤거든요. 그 때문에 전 화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은 많이 못 봐요. 죄송하지만 가장 최신에 올라온 글에 암호닉 신청을 해주시면 보다 빠른 속도로 암호닉에 오릅니다.
머리 다시 박아야 할까요... 저 정말 저능아 인증..? 죄송합니다... 여러분 혹시나 제가 급하게 재정리한 암호닉에서 또 빠진 게 있거나 오타를 냈거나 중복되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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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징어와 수정이는 어제 엑소 방송을 보다가 세 시 쯤에 자기 위해서 수면실에 들어갔다.
내일 수정이가 일어나면 깨우라는 말과 함께 기절하듯 쓰러지고, 징어도 똑바로 누워서 잠에 들었다.
징어는 여느 때처럼 알람 없이도 일곱 시 정각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자기 주변을 정리하고, 수정이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수정이는 조금 비몽사몽하다가, 징어가 주변 정리도 해주고 일으켜주니까 눈을 비비면서 징어를 따라온다.
징어와 수정이는 간단하게 한 번 더 씻고, 체리 블라썸 향 바디로션을 똑같이 바르고, 챙겨온 옷들을 입었다.
거울 앞에 가서 대충 물기가 빠진 머리카락을 슥슥 빗고, 선풍기 앞에서 말렸다.
대충 다 된 것 같은 징어가 수정이에게 가자고 말하려고 수정이를 찾았는데,
거울 앞 의자에 앉아있던 수정이는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아서 꺼졌다며 금단 증상이 오는 것 같다고 찡찡댔다.
징어는 검은색 아이폰을 들고 수정이와 집으로 향했다. 물론 수정이의 금단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거의 뛰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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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이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졸리다며 방에 들어갔다.
핸드폰을 몇 번 들여다보더니 특별한 게 없는지 그냥 옆에 두고 자는 수정이.
징어는 원래 핸드폰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 터라서 딱히 궁금한 것도 없었다.
징어는 뭘 할까 고민하다가, 작업실에 들어가서 남은 박스를 포장하기로 한다.
혼자서 박스를 이리 접고 저리 접고, 뽁뽁이도 몇십 개를 쭉쭉 풀어서 넣고.
대규모 작업을 한 시간 정도 하던 징어가 문득 배가 고파서 고개를 든다.
어제 남은 치킨이 생각났지만, 아침부터 치킨을 먹기는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징어는 김치볶음밥이라도 하려고 부엌으로 나가 본다.
대충 완성한 징어가 수정이의 몫을 남겨두고 자기 몫을 그릇에 담아서 작업실로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어제 네 시부턴가 들어가지 못했던 인터넷이 생각나서 그릇을 들고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언뜻 보니 무슨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았다. 뭐, 늘 그렇듯 오빠 예찬들이 쭉 늘어져있긴 하지만.
내일 진행하는 라디오 녹음의 시각을 확인하고, 컴퓨터를 끄려던 징어의 눈에 띄어서 그 손을 멈추게 한 게 있었다.
-엑소 11월 컴백하나... 11월 중순, 쇼케이스 열 예정-
11월에 쇼케이스를 연다니, 컴백 기념 쇼케이스인가 싶기도 하다.
아직 컴백한다고 쇼케이스를 열기엔 이르기도 하고,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새로운 시작이라도 의미하는 건가. 어찌 되었든, 쇼케이스를 연다면 수정이의 멜림픽 실력이 한 역할을 해 주겠지.
징어는 무덤덤하게 그 글을 스크랩해놓고, 징어의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징어는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배너에 박힌 여러 링크를 타고 다른 홈페이지에도 방문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수정이의 팬픽 홈에도 들어가 보는데, 수정이의 최신 글에 달린 댓글이 394개나 되는 걸 보고 잠시 놀랐다.
징어는 사실 수정이의 팬픽을 그렇게 댓글까지 달아가며, 몇 번씩 보아 가며 열심히 읽지는 않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수정이는 언제나 퇴고가 끝난 다음, 처음으로 글을 보여주는 상대가 징어였다.
징어는 그 글을 검사를 해주듯, 맞춤법이 틀린 것은 없는지, 어색한 부분은 없는 지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거기다가, 징어는 24시간 동안 수정이가 어떻게 스토리를 이어 나갈 것인지를 듣고 있다.
이미 결론까지 다 아는 상태에서 글을 보는 거라, 별로 그렇게 열심히 읽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수정이 본인도 그다지 원하지 않았다. 수정이도 징어의 홈에 올라오는 사진을 하나하나 외우고 있는 건 아니었고.
하지만 그런 징어가 보기에도 이번 글도 참 수정이답게 문체가 매끄럽고 단어 하나하나가 멋졌다.
다시 찬찬히 글을 읽어보던 징어가 또 다시 감탄한다.
이번 제목의 뜻 또한 수정이와 징어가 함께 정한 것이었다.
수정이는 늘 그 간단한 뜻을 가진 제목의 뜻을 마지막 화의 마지막 문장에 적어 놓는데, 그 완벽함이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번의 ‘NEVAEH’ 라는 제목의 뜻은 ‘뒤집혀진 천국’ 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에 맞게, 글은 퇴폐적이고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집착과 함께하는, 뒤집혀진 천국.
그래서 어떤 팬들은 수정이의 말을 배경으로 쓰거나, 일코를 한다면서 카톡 상태메시지에 적용해놓기도 한다.
…어쨌든 그 소름끼칠 정도의 필력을 가진 작가는 징어의 옆방에서 늘어져서 자고 있다.
징어는 잠시 생각하다 모니터의 전원만 끄고 그릇을 밖에다 내놓기 위해 작업실을 나선다.
징어가 빠져 나간 사이에, 징어의 책상 위에 있는 검은색 아이폰은 쉴 새 없이 화면이 켜지고 있다.
거의 5초에 한 번 꼴로 울리는 알림. 하지만 방에 다시 들어온 징어는 그를 알지 못한 채로, 책상을 등지고 다시 바닥에 앉는다.
#22.
징어와 수정이는 드디어 박스 포장을 다 끝냈다. 한 쪽 벽에 가득 쌓인 박스들을 보자니, 정말 기운이 다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일은 엑소의 스케줄을 가야 하기 때문에, 징어와 수정이는 얼른 정리하고 자기로 한다.
다음 날, 아침에 수정이를 깨운 징어가 카메라를 챙겨 든다.
사실 라디오 스케줄은 저녁에 있지만, 맨 앞에 앉기 위해선 얼른 가야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급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늘 그렇듯 별다른 치장을 하지 않는 징어와는 달리, 수정이는 이래저래 꾸밀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
수정이의 옆에 앉아서 수정이가 몇 개의 화장도구를 쓰는 지 세어보던 징어가 수정이가 끝! 하며 일어나자마자 바로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얼른 방송국이 있는 곳까지 가서 빠르게 건물 안에 들어갔다.
방청권을 보여주고 입장을 하자 의자들만 가득한 부스가 나온다.
징어와 수정이는 제일 예쁘게 나올만한 자리를 골라 앉고, 열두 시간정도 기다리는 동안 이 자리에서 뭘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매 번 그랬지만, 참 할 게 없다. 열두 시간을 그냥 허공에 버리는 기분이 들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들게 된다.
핸드폰을 계속해서 만지작대는 수정이와는 달리 핸드폰을 잘 만지지 않는 징어라, 더더욱 할 게 없었다.
징어는 조금 기다리다가, 징어와 친한 찬열이의 홈페이지 마스터가 도착하자 징어와 수정이의 자리를 좀 맡아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고 부스를 빠르게 빠져나간다.
사실 그 홈마스터는 수정이의 사촌동생이다. 수정이와 워낙 십년 동안이나 붙어 살다보니 수정이의 가족들과도 친한 징어이다.
그 사촌동생은 자리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바로 쉽게 들어줄 만큼 착한 성격이라 징어처럼 사생 짓도 안하고, 찬열이의 사진만 찍는다.
뭐, 가끔 공항에 가거나, 출퇴근길을 목숨 걸고 찍긴 하지만. 뭐, 그런 소식들은 전부 홈마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는 정보일 뿐이고.
다른 홈페이지들에 비하면 완전히 순둥이 축에 든다. 하지만 수정이의 사촌동생은 키도 크고, 세게 생긴 인상 때문에 아무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홈페이지를 함께 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오기 때문에 더더욱.
징어가 늘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면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는데, 스케줄이 겹치는 경우가 드물어서 자주 볼 일은 없긴 하지만 혹시나 다른 거친 홈마들이 늦게 와서 징어와 수정이의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언제나 그 사촌동생이 막아주었다.
그래서 얼마 전, 징어는 고마운 마음에 징어가 그동안 틈이 날 때마다 찍었던 찬열이의 사진들을 모아서 보내줬다.
그러자 고맙다면서, 앞으로도 그런 부탁은 늘 들어주겠다고 웃으면서 답장해주었다.
아, 이 동생은 수정이와 찬열이가 사적으로 아는 사이란 걸 알지는 못한다.
그냥, 수정이가 찬열이를 가장 좋아하는 것, 그리고 수정이가 팬픽 홈을 운영하는 것만 알고 있다.
가끔씩 수정이가 남는 책들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홈에 수정이의 책 리뷰를 남겨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정이의 책을 알리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착한 동생이란 것은 분명하다.
오늘은 사촌 동생 덕에 다행히도 시간을 허공에 버리진 않게 된 징어와 수정이.
징어와 수정이는 나와서 시내를 돌아다닌다. 못 먹은 아침도 먹고, 예쁜 옷들도 사고, 수정이는 책을 사고, 징어는 카메라 렌즈를 구경하고.
이것저것 사고 나서 카페에 들어가서 스무디를 시킨 징어와 수정이는 혹시나 정신없는 와중에 잃어버릴까봐 백팩에다가 오늘 산 물건들을 집어넣는다.
언제나 징어와 수정이는 백팩을 메고 다니는데, 이런 곳은 사람도 많고, 다들 앞의 무대에 빠져 정신이 없는 와중에 남의 물건을 가져가려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징어와 수정이는 늘 소중하게 여기는 지갑 속 사진, 그리고 수정이 같은 경우엔 반지. 그리고 징어는 카메라 등을 잃어버릴까봐, 늘 꼼꼼히 행동한다.
그래서, 둘은 일어날 때도 쓰레기를 주우면서 혹시나 떨어트린 게 있는지, 어떤 물건이 떨어져 있는지 잘 살펴본다.
징어의 홈페이지는 탑시드 홈페이지이기 때문에, 징어가 프리뷰를 올리는 공식 SNS의 팔로워는 거의 5만 명에 달한다.
고가의 카메라나, 캠코더, 렌즈, 지갑 등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징어는 뒷정리를 하다가 나온 물건들을 모두 모아서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SNS에 올린다.
그런 분들은 보통 정말 어쩔 줄 몰라 울면서 RT 부탁드려요, 하며 글을 퍼뜨리는데, 징어와 수정이는 그런 분들에게 많이 물건을 되돌려 드렸다.
이제는 무슨 물건이 없어지면, 징어의 트위터로 이러한 물건을 보지 못하셨냐며 멘션을 보낼 정도였다.
수정이도 징어와 함께 여러 액세서리나 카드와 같은 것들을 꼼꼼히 모아서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
그런 탓에 징어와 수정이는 더더욱 개념 있고 착한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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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어와 수정이는 라디오가 시작되기 두 시간 전에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왔다.
벌써 사람이 가득한 라디오 부스. 징어는 겨우겨우 사람들을 헤치고 수정이의 사촌동생이 맡아 놓은 징어와 수정이의 자리에 앉는다.
두 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다리는 것도 아닌 편에 속했다. 징어와 수정이는 그 시간을 그냥 몇 가지 생각을 하면서 흘려보낸다.
징어는 오늘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 어떤 각도에서 찍어야 예쁘게 나올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곧 편집에 들어가야 할 포토북도. 구상을 대충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린다.
수정이는 계속해서 수정이의 글을 읽으며,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살핀다.
이미 다 정해진 스토리 라인이지만, 혹시나 덧붙일 게 있는지 생각하고.
가장 오묘하고 예쁜 뜻의 단어를 찾아서 일부러 유의어를 사전에 찾아가며 가장 알맞은 단어를 고른다.
그 때, 수정이를 누군가 뒤에서 톡톡 친다. 수정이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뒤에 있던 분이 수정이의 얼굴을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아. 이거 떨어져서요. 하면서 수정이에게 머리 끈을 건네주었다.
수정이는 감사합니다. 하며 받아들었지만 무언가 기분이 찜찜하다. 왜 얼굴을 그렇게 빤히 쳐다봤을까?..
수정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경수와 찬열이가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수정이는 이내 그 생각들을 모두 잊고, 앞의 찬열이와 경수에만 집중을 한다.
#23.
경수와 찬열이는 생각보다 꽤 익숙하고 유연하게 진행하기 시작한다.
가을 특집이라 그런지, 감성적이고 쓸쓸한 멘트들이 주를 이루었다.
찬열이 특유의 저음과, 경수 특유의 억누르는 것 같은 목소리가 더해져서 무언가 더 생각이 많아지는 느낌이 든다.
경수가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가, 차분하게 멘트를 하기 시작한다.
"요즘, 밖에 나가면. 많이 서늘해졌죠. 옷섶을 여미고 한 발짝을 내딛을 때마다, 얼굴에서 부서지는 바람이 꽤 차가워요.
초가을, 세찬 바람이 불 때마다 하나둘씩 떨어지는 낙엽들.
가을. 어쩌면 우리에게 자신을 재정비하고 준비하기 위한 단계가 아닐까요?
힘든 시련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자기를 반성하는 시간과, 그로 인해 성숙해지는 시간.
생명을 다하고 떨어지는 낙엽처럼, 자라고 영글어 수확되는 벼들처럼.
어쩌면 가을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저 높이 있는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는 마지막 층계의 계단이 아닐까요?
저 높이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주황빛 햇살을 맞으며, 한 층 더 어른스러워지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요?
여름의 열병이 지나가고, 열병이 어지르고 간 여러분의 마음속의 바쁜 일상을 다시 정리해주는 시간이 아닐까요?
감수성 풍부해지는 10월, 그리고 가을.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세요?"
그렇게 말을 하는 경수를 찍던 징어가, 그 말을 듣고 마음 깊숙이에 새겨놓는다. 정말 예쁜 말인 것 같았다.
마지막 층계의 계단이란 말이 정말 맘에 와 닿았는데, 어쩌면, 아주 어쩌면. 저 말은 징어에게 꼭 필요한 말인지도 모르겠기 때문에.
…열병이 휩쓸고 간 우리의 마음속의 바쁜 일상이라.
이제 푸르렀던 나무들은 모두 색을 잃어가고, 사람들도 이제 더더욱 바빠지고.
여유를 잃어가는 일상. 인위적인 삶 속에 갇혀 사느라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의 자유들.
나의 열병이 어지른 것은 무엇일까. 내가, 성숙해지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카메라로 경수를 찍으면서도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드는 징어였다.
천천히 생각을 멈춘 징어는 다시 경수에게 집중한다.
경수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대본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날 저녁에 징어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
'131012 : 경수야. 넌 내게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주황빛 햇살 같은 존재야. 항상 우리를 환하게 틔워주어서 늘 고맙고, 앞으로도 우리의 빛이 되어줘.'
* * * * * * *
꼼꼼한 사람들만 얻게되는 복선!
대놓고 티내니까 다들 알아가! 정말 공공연하게 티를 내고 있죠.
이제 슬슬 다크한 세계로..☆★
베브입니다.
브금 Everlasting Sunset 이라는 노래는 분위기와, 주황빛 햇살이라는 소재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어요. 괜찮나요?
다음 화는 본편에 Q&A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만약 질문이 없으시다면, 제가 눈물을 머금고 저의 글에 숨겨진 하나하나의 뜻을 풀이할게요.
Q&A로 하실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ex. [베브] 이런 식으로 [] 괄호 안에 신청하실 암호닉을 넣어주세요.
괄호 안에 넣지 않으시고 암호닉을 신청하시는 분들은 제가 못 볼 확률이 많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맞춤법 지적 / 문법 오류 지적 / 오타 지적은 감사히 받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재밌다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11화부터 아무래도 소설 형식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고, 나중에 꼭 보답할 생각입니다.
다음 편에서 뵐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