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DJ Okawari - Luv Letter
콩알탄썰
w. 콩알탄
사건의 발달은 여기서.
" 야 너네들 누가 수업시간에 쪽지하래! 압수야. 너네 둘은 뒤로 나가서 서있어."
사건의 발달은 이때부터.
선생님에 손에 들린 것은 다름아닌 쪽지였음.
보아하니 반 여자아이들 두 명이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면서 적은 쪽지 같았음.
선생님은 반장인 내게 그 쪽지를 전하며 어디 한 번 부끄러워 보라는 말과 함께 읽으라는 지시를 내림.
배고프다
나도
오늘 밥 뭐나와?
몰라 ㅋㅋ
또 이상한거 나오겠지, 싫다. 맛없어도 콩알탄 옆에서 먹고싶다 ㅠㅠ
걔네 ○○○랑 밥먹잖아
그러니까..근데 왤케 ○○○랑 친한거야 걔넨?
ㅁㄹㅋㅋ ○○○이 꼬신거 아님? 걔 여자인 친구들도 없잖아
걔 어느학교에서 왔대?
몰라 멀던데 일부러 중학교때 소문듣고 여기쓴거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일부러 애들 모르는척하고 접근?
헐 소름끼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약 진짜면 뭣도 모르고 걔네들이 잘해주는거 아니야? 불쌍하다..
근데 그렇게 막 이쁜것도 아니잖아
왜 뭐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수도?
걔네 이번에 단체로 1박2일 놀러갔다 왔다던데ㅋㅋㅋ?
혹시 거기서 뭔 일 있었던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ㅋㅋㅋ미쳤냐 애들이 그렇게 궁하게? 다 잘생겼잖아 ○○○ 아니라도 많을걸?
차마 다 읽을수가 없었음.
이게 내가 잘못보고 있는건가?
내 얘기?
콩알탄.
내 얘기가 확실했음
○○○.
내 이름이 똑똑히 적혀있는 쪽지였음
고개를 들어서 뒤에 서있는 두명을 바라보았음.
둘과 눈이 마주쳤는데, 둘 다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그득했음
뭐 어떻게 해야될지 감이 안잡혔음.
근데 이 쪽지가 나 말고 다른 콩알탄들의 손에 들어갔다간 어떤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되지 않았음
" 점심시간 메뉴 얘기하고 있는데요 "
자리에 앉고 쪽지를 치마 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음.
요새 애들은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한다며 울분을 토하시는 선생님을 뒤로한 채, 교과서에 얼굴을 마주대곤 깊은 숨을 내쉬었음
애써 교과서를 읽으려 하는데도 전혀 집중이 되고있지 않았음
머릿속에선 쪽지 내용이 돌아다니고 마치 하나하나의 무기가 된 듯, 머리를 찌르는 느낌이었음
내가 이상한 낌새를 보이자, 경수가 나를 똑바로 쳐다봤음.
" 왜그래? 어디아파? "
나는 그냥 웃으면서 수업이 졸리다며 찡찡댐.
경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나를 토닥여줌
쉬는시간이 되어도, 도저히 어떻게 해야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음.
그냥 평소처럼, 시끄러운 콩알탄들의 농담에 웃어주고,
매점에 다녀온 아이들의 과자를 뺏어먹다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며 자리를 피했음.
그리고 차마 읽지 못했던 나머지 쪽지를 펼침
단체로 1박2일 놀러왔다던데ㅋㅋㅋ?
혹시 거기서 뭔 일 있었던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ㅋㅋㅋ미쳤냐 애들이 그렇게 궁하게? 다 잘생겼잖아 ○○○ 아니라도 많을걸?
하긴.. 걔는 여자애들이 자기 얘기하는거 모를까?
걔 그때 정택운오빠한테 번호따일때 00이가 같이있었다했는데..
정택운? 대박; 걔 도데체 뭐하는애야
아니 어느정도 이쁘긴한데 그정돈 아니지 않아? ㅋㅋㅋㅋㅋ
아니 걔 눈치도 없어
ㅁㅈㅁㅈㅋㅋㅋㅋ 애들이 걔 별로안좋아하는데ㅋㅋㅋㅋㅋ
지는 막 친구들! 이러면서 다가오고ㅋㅋㅋ
ㅁㅈㅋㅋㅋ어짜피 콩알탄끼리 놀거면서 왜 친한척해;
좀짜증남 왜 동네에 있던 학교안가고 여기까지와서;
걍 전학
쪽지의 마지막이었음
전학?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음
일부러 접근한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조용한 고등학교 생활을 원했던 난데,
그리고 이 아이들은 모두 내게 웃으며 대해줬던 아이들인데..
모두 가식이었던거야? 애초부터 나랑 잘지낼 마음이 없었는데 바보처럼 보였겠다.
그때 쾅. 소리와 함께
" 문열어 "
박찬열의 목소리가 들렸음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문을 열었던거같은데,
그리곤 정말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짐
내 손목을 잡아챈 찬열이는 품에 나를 꼭 넣은 뒤, 내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음
찬열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느껴졌음
정말 순식간에.
" 백현아. 들었어? "
" 들었어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존나 어이가 없어서 "
" 이거? "
" 이게 그쪽지? "
" 누군데? 쟤네? "
" 백현아! 찬열아…! "
" 닥쳐 존나 듣기 싫으니까 "
" ㅋㅋㅋㅋ우리한테도 해봐. ○○이 욕 "
" 글로 쓰다가 말로 하려니까 안되나? 여기 연필이랑 종이 갖다 줄까? "
" 왜 말을 안해.. 우리가 ○○이가 아니라서 그래? "
" 좀 말 좀 해보라고!!!!!!!!!!!!!!!!!! "
이미 쪽지를 주고받은 여자애들은 울고 있었고, 내가 울고있으니 상황 파악이 된듯한 다른 여자애들은
행여 자신이 그 쪽지 내용에 들어있을까 불안한듯 했음
정말.
아무도 없었구나.
나를 좋아해주는사람.
교실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하고 다른 콩알들도 상황파악을 못하다가
내가 울고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다들 달려오기 시작했음.
순식간에 교실은 난장판이 되어갔고
다른 콩알들이 쪽지를 돌려가며 읽음과 동시에
얼굴이 굳어져가는걸 볼 수 있었음
" 우리 ○○이가 모르는 척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
" 미친 우리가 호구야 ㅋㅋㅋㅋ? 와 진짜 내용봐라 개어이없어 진짜 "
" 우리한테 몸이라도 팔았대? 과대망상 존나 쩌네 "
" 우리가 매달리는거야 똑똑히 들어 아 진짜 존나.. "
" 얘들아…………. "
" 니들이 뭘안다고 지껄여 "
" 재밌어? 재밌냐고? 나랑 재미좀 볼래? 진짜 재미있게 해줄게 "
" 그만해…. "
내에게 시선이 집중되는게 느껴지며, 반 내부의 공기가 멈추는듯한 느낌이었음
" 그만하자 내잘못도 있겠지. " 하고 웃어보이자, 변백현이 성큼성큼 다가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음.
" 바보야? 왜 그런걸 보고 가만히 있어. 말을해야지! 우리가 너가 말안한다고 모를거같애?
이거 잡자마자 손 부들부들 떨면서 눈이 그렇게 흔들리는데, 우리가 존나 호구야?
너 우리가 친구 아니야? 왜 너 혼자 갖고갈라그래!!! "
" 나는…. "
결국 다시 울음을 터트리며 겨우 말을 이어감
" 나는…. 내가 어떻게해야…될지. 잘 모르겠어…. "
울면서 얘기하자 표정이 갑자기 변한 백현이는 그냥 나를 안아주며 한숨을 푹푹 내쉬기 시작했음
그사이에 준면오빠가 생활지도부로 쪽지를 넘기겠다고 하는 소리, 무슨 생활지도부냐며 화를 내는 세훈이의 소리, 분노를 참지못하던 찬열이를 종대가 말리는 소리, 아이들이 어수선대는 소리, 몰려든 아이들을 쫓아내는 종인이의 목소리, 여러가지 소리가 들려왔는데도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 했음
그때
" 울지마. 지켜줄게 "
하고 백현이의 크고 가는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데
그순간, 다시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음.
" 네가 누구든,
어떻게 생겼든,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있던간에,
너는 너야.
내 친구고,
내가 평생 안고 갈 사람."
" 울지마. "
" 미안해. "
" 이제 평생 지켜줄게. "
" 내 여신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