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은 것들을 해결 해 주기를
꼭 잡고 있는 두 손에 느껴지는 온기가 부디 당신에게는 오래 기억되지 않기를
수없이 지었던 미소가 부디 흐릿해지기를
더디지만 천천히 당신이 나를 잊어 가기를
나로인해 당신이 오랫동안 아프지 않기를
시간을 되돌 릴 수 있다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모질게 너를 끊어 냈더라면,
"너무나도 따듯한 당신의 품 안에서 혼자 남을 당신을 걱정 해.
지금까지 당신을 붙잡고 있는게 내 욕심을 아닐까, 나만 생각한 이기적인 생각을 아닐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가 만나기 전으로 되돌리고 싶어.
기억을 다 지울 수 있으면, 우리가 마주보고 웃던 기억들을 다 없애버리고 싶어.
그러면 남겨진 당신이 좀 덜 힘들까. 뭐 그런 생각을 해..
끝까지 이기적이었던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웠어.
재현씨, 나는 당신 곁에서 충분히 행복했어.
내가 떠나고 나면, 내가 못 났을 때만 기억해 줄래?
나 때문에 당신이 오래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랑해."
준희의 일기장, 언제인지 날짜는 나와있지 않지만 꽤 오래 전부터 준희는 이별을 준비해 왔었다.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준희의 일기를 다시 읽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만큼 덤덤해진 재현이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준희의 일기장에 답장을 쓴다.
"알잖아. 돌아가도 다시 너야. 그 시간 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지만 나는 다시 갈거야. 당신이니까. "
늘 같은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하며 손을 뻗었는 데 이제는 그 무엇도 잡히지 않는다.
그제야 고개를 돌려서 봤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도 없고, 당신도 없다.
그저 나만 혼자 남아있을 뿐이다.
내가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그 밤,
당신의 손을 잡고,
품에 안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그 밤,
문득 당신을 닮은 것들이 스쳐서 너무 그리운 밤이다.
돌이켜 보면 그 해 겨울은 지독히도 추웠다.
나는 겨울을 좋아한 게 아니었다.
당신과 함께 했던 계절을 좋아했을 뿐이다.
참 많이도 사랑했다.
부디 내가 오랫동안 슬프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신의 마지막 부탁은 들어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