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요? "
쑨양이 바보같은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왔다. 태환은 자기보다 한 뼘 이상 큰 그였지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싶어 손을 뻗어 그의 머리 위에 자신의 투박한 손을 올려두었다. 쑨양은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자국을 씻어내려는 듯 손으로 슥슥 닦고는 활짝 웃었다.
태환은 쑨양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태환은 화장품들로 바닥이 더러워진 방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쑨양에게 묻고 싶었지만, 제법 기분이 좋아보이는 녀석에게 함부로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아직까지도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 아저씨랑 같이 살게 됐으니까 청소도 해야겠네요! ' 하며 거실에 널부러진 옷가지나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태환은 그저 멀뚱히 서서 청소를 하기 시작하는 쑨양을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거실은 워낙 난장판이었기에 치우고 치울수록 치워야 할것들이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태환은 아무래도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티비 앞에 떨어진 양복 바지 하나를 집어들었다.
" 건들지 마! "
쑨양이 괴성을 지르며 태환을 밀쳤다. 태환은 넘어지진 않았지만 무척 놀라 집어들었던 옷을 바닥에 다시 떨어뜨리고 말았다. 당혹감에 물었다.
" 무슨 짓이야? "
" 만지지 마요! 우리 아빠 옷이예요. 함부로 만져버리면 우리 아빠 냄새가 사라져 버린다구요!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듯 태환은 고개를 갸웃 했다. 쑨양은 씩씩거리다 문득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잠시 엇- 하더니 무안했는지 몸을 뒤로 휙 돌리곤
" 미안해요, 갑자기 이래서. 미친놈같죠? "
한다. 태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 솔직히 여기 있는 그 어느 것 하나도 치우고 싶지 않아요. "
" ... "
" 그 날 그 일을 다 잊어버릴거 같거든요. "
엄마가 먼저 집을 나가시고 아빠도 집을 나가신지 벌써 9년이 지났어요.ㅡ 하고 묻지도 않은 개인사를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 엄마 아빠가 집에 나갈때 마다 뭐라고 하신지 아세요? "
" .. 뭐라고 했는데? "
" 지금 이 순간을 잊으면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했어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
" .. 글쎄. "
" 솔직히 저도 모르겠어요. "
-그래서 무식하게 그 두 분이 떠난 이후에 그 어느것도 건들지 않은 거였어요. 어쩔 수 없이 치우게 되어도 적어도 그 체취만은 남겨두려고 노력했어요.- 하고는 회상 하듯 말했다. 태환은 아까 그 방에 대한 의구심을 그나마 떨칠 수 있었다. ' 부부싸움을 하고 바로 집을 떠나버린거군. 그리고 잊지 말리는 말 때문에 치우지 않을거였고. '. 태환은 얼추 맞는 추리 인 것 같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쑨양에게 타일르듯 말했다.
" 쯧. 야. "
" ...네? "
" 내 눈치 보지마. "
" ... "
" 니 집에 내가 얹혀 사는 거잖아. 눈치는 니가 아니라 내가 봐야 하는 거야. "
-내가 니 집에 있는 동안은 너의 법칙에 따라주마. - 하며 쑨양을 안심시키는 태환이었다.
" ... 아저씨는 여기 갑자기 왜 온거예요? "
" 갑자기 그게 뭐가 중요해? "
" 궁금해서요. "
태환은 뭐라고 답해야할지 몰라 우물거리며 그저 아쩌다보니- 하고 넘겼다. 쑨양은 태환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
" 아저씨가 여기 있을 동안만이라도 어리광 부려도 돼요? "
태환은 뒷통수를 맞은 듯 아차 싶었다. 녀석은 오래 전부터 혼자 지내왔고, 좋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어두컴컴한 이런 곳에서 살고있지만 왠지 모르게 사회와는 다른 순결한 냄새가 나는 이 녀석에게, 과연 그가 이녀석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사정이 되는가 싶었다. 새하얀 쑨양이, 어둡고 더러운 나에게-. 태환은 순간 생각에 잠겼다.
" .. 안되면 별 수 없고요. 하긴, 곧 성인인 애가 어리광 부린다니. 말도 안되네요. "
하며 씩 웃는 쑨양, 그리고 멍하니 바라보는 태환.
태환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말했다.
" ... 부려, 마음껏. "
대신, 나중에 니가 도중에 관둘 수 있을때 까지만- 하며 살풋 웃었다, 태환은.
-
이게 얼마만이죠 정말? ㅎ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떠나신 독자분들도 계시겠죠..? 흑..
다들 그나저나 시험공부는 어떻게 잘들 되가시나요?
저는 하나도 손에 안집혀서 큰일이랍니다 ㅠㅠ
암튼 다들 힘내시고 다음화에서 뵈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