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보관소
w.1억
"어으..추워... 넌 안 추워? 난 엄청 추운데.. 야이씨...기분 풀어!! 길을 모를 수도 있지! 에헴!"
"…10분이면 갈 길을.."
"뭐어!!"
체육대회가 끝나고 벌써 2개월이 흘렀고, 12월이 되었다. 다음주 금요일은 방학이라, 그 전에 강이랑 개그쇼를 한다기에 같이 보러 가는데.. 택시 타자는 강이 말에 괜히 버스를 탔다가 못 보러 간 것이다.
아, 체육대회 이후로 어떻게 됐냐면..
"내가 돈까스 쏠게."
"2시간 전에 먹어놓고 또 먹으려고?"
"야아아아 우리 아까 먹어봤자 호떡 두개랑 오뎅 두개밖에 안 먹었잖아! 어차피 쇼도 못 보러 가는데. 밥이나 먹자아~"
"…어휴."
나는 재욱이를 좋아하는 걸 포기했다.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아니? 지금도 힘들다. 짝사랑이라는 것이 너무 힘들어 체육대회가 끝나고 나는 재욱이에게 따로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아침에 인사 정도만 하고, 또 재욱이는 작은 축구 경기 때문에 바빠서 자주 교실에 오지는 못 했다.
물론 내가 재욱이 짝사랑을 포기한다고 했을때. 민시가 놀라서 자빠지려고 하는 걸 겨우 붙잡았었다. 그냥 나 좋아하는 사람 만날 거라며 웃어보이면, 민시는 그제서야 내 맘대로 하라며 웃어주었었다.
물론 인엽이랑 민시 사이에도 발전은 없다. 늘 그렇 듯 치고박고 싸우는 상황만 반복이 돼서 나는 고갤 저었다. 우리는 역시 안 되나보네..
짝사랑을 포기하면서 힘든 전은 꽤나 많았다. 재욱이는 나를 안 좋아했었으니 상관은 없지만, 나는 많이 좋아했었으니.. 계속해서 신경을 쓰게 되었었다. 지금은 신경 안 쓰려고 계속 노력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그리고 오히려 짝사랑을 포기하니 재욱이를 대하는 게 조금 더 편해졌다. 처음엔 말도 못 걸고 어색해했는데. 지금은 너무 편해졌다고 해야되나.
"야 강아 근데 대학교 어디 갈 거야? 뭐 되고싶어?"
"…모르겠는데."
"모르긴 왜 모르냐!?"
"넌?"
"난 학교 선생님!"
"……."
"?"
"그래."
"너 반응 은근 짜증나. 나 공부 잘해! 물론 도현이 처럼 막 그렇게는 아니더라도!"
"누가 뭐래.."
"야아!!"
다음 날.. 아침 일찍 학교에 오게 된 우리는 강이를 둘러싸고 앉아있다. 우리의 시선이 따가운지 강이가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라고 해봤자 민시,나,인엽이일 뿐이지만..
"뭔 말이 하고싶은 건데."
"그러니까. 너는 나중에 뭐가 되고싶냐."
"…되고싶은 거 없는데."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모였다는 거지."
"내가 되고싶은 게 없는데. 너네가 왜 모여."
"친구가 되고싶은 게 없다는데. 모이는 게 잘못인가? 어? 그래??"
인엽이의 말에 나랑 민시가 '아니?'하고 고갤 저었고, 인엽이가 고갤 끄덕이며 강이에게 말한다.
"자, 꿈이 없다면.. 자네가 무엇을 잘하는가에 대해서 한 번 토론을 해볼까?"
"뭐래.. 넌 있냐?"
"꿈?"
"응."
"비행기 조종하는 사람."
"……."
"ㅍ_ㅍ..."〈- 민시 , 을
"…어째.. 송강보다 네가 더 시급해보이는데."
"왜애! 승무원 별로야? 나랑 잘 어울리지않아?"
"그거 아무나 하냐?"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어휴.. 이걸 친구라고.."
웃음이 나왔다. 뭔가 꿈 얘기하는 것도 인엽이 답다는 생각에 모두가 웃어버렸다. 늘 대화에 끼지 않고 웃음이 없던 강이도, 이번 만큼은 웃고있었다.
"뭐야 이재욱 왔냐? 야야 송강 꿈 없대. 우리가 정해주자."
"송강보다 너 먼저 도와줘야 될 것 같은데."
"뭐? 아니거든? 나 꿈 있어!"
재욱이의 등장으로 인해 조금은 불편해져서 웃음이 어색해졌다. 그렇게 막 많이 불편한 건 아니다. 둘이 있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참을 수 있으니까.
"야 노을! 너는 뭐가 하고싶냐?"
"나 선생님!"
"푸흡!!!"
"야 왜 웃냐!"
"안 어울려."
"그건 나도 알거든??"
인엽이가 안 어울린다며 자꾸 놀리기에 결국엔 또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렇게 안 어울리나.. 잠깐 재욱이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눈을 바로 피해야했다.
무조건 그래야 되는 것도 아닌데. 꼭 정해진 것 처럼 항상 늘 나는 너와 눈이 마주칠 때면 눈을 피해야만 했다. 최대한 너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려고 노력을 하려는 편이다.
하지만, 나에게 부정적인 생각일 들 때가 있다.
"을아. 안녕."
체육대회 이후로 너는 아무렇지않게 나에게 인사를 했고, 나는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고, 너에게 왜 그런 거짓말을 했냐 물어볼 수도 없었다.
물어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에서 나를 지키기에는 너무 큰 힘이 들었다.
체육대회 이후로 애들은 모두 나를 욕하기도 했고, 편을 들어주는 애들도 꽤 있었다. 2개월이나 지난 지금.. 아무도 우리에 대해서 아무 신경을 안 쓰는 듯 싶다가도, 나은이가 내게 인사를 할 때마다 학교가 뒤집어진다.
밥을 먹고있는데 인사를 하고 간 나은이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안녕' 했고, 이럴 때마다 나은이와 같이 다니는 무리는 나를 욕한다.
자기들 딴에선 안 들리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너무나도 잘 들렸다.
"진짜 노을 쟤도 대단하다.. 친구도 사랑도 다 뺏어가놓고선 뻔뻔하게 인사를 다 하냐."
"그러니까.. 나은이가 너무 착해서 그래. 나같으면 전교생 앞에서 더 난리쳤을 걸? 그때 방송사고 아니었으면 노을이 여우인 거 아무도 몰랐을 거 아니야."
"노을이 고민시랑 같이 있는 건 둘째치고.. 남자들이랑 저러고 있는 거 속보여. 양다리 걸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돌아가면서 사귀나."
너무 화가났지만, 늘 그렇 듯 꾹 참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숟가락으로 밥을 퍼먹다가 민시랑 눈이 마주쳤고,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갑자기 내 옆에 앉은 도현이가 의자를 소리나게 끌고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다. 모두가 놀라 도현이를 올려다보았다.
"할 말이 있으면 와서 직접 말해. 유치하게 숙덕 거리지 말고."
"……."
"너네 때문에 밥맛이 뚝 떨어진다."
도현이가 저 말을 끝으로 식판을 들고 가버렸고, 나는 급히 도현이를 따라 일어섰다.
도현과 을이 그렇게 가버리고, 조용하던 급식실은 소란스러워진다.
"……."
"……."
"……."
민시까지 기분이 안 좋은 듯 가버리자, 인엽이 강이와 재욱의 눈치를 보다가 이 무거운 분위기를 깨보자 웃으며 입을 연다.
"야 일단 밥은 좀 먹자~ 사람 사는데 어? 밥은 먹어야지~그래야? 쟤네 엿먹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말이 없자, 인엽이 한숨을 작게 쉬며 고갤 젓는다.
도현이랑은 운동장에 있는 벤치에 앉게 되었고, 나는 도현이를 보기가 미안해졌다.
"괜찮아?"
"응? 아.., 응! 난 괜찮은데.."
"저런 애들 말 괜찮은 척 하면서 무시하지 마. 저런 애들은 뭐라고 안 하면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미안해."
"왜 미안해?"
"나 생각해서 애들 앞에서 큰 소리 낸 거잖아."
"그게 왜 미안해."
"……."
"네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싶어서 한 건데."
도현이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래 고마워. 덕분에 그래도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어.
도현이는 먼저 교실로 올라갔고, 나는 매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가지고 교실로 올라가는 길에 익숙한 냄새에 고갤 돌려보았다. 이재욱이었다.
내 앞에 서서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던 이재욱은 교실로 가려는 듯 나와 같은 방향 계단으로 향했고, 나도 따라 올라갔다.
몇칸 올라갔나.. 이재욱이 잠시 멈춰서 무심하게 내게 말을 건넸다.
"억울하지도 않냐."
"…어?"
"오해는 풀고 살아야 될 거 아니야. 마주칠 때마다 저러는데."
"…오해 풀 게 어딨어."
"……."
"어차피.. 자기들이 생각하고싶은대로 생각할 건데."
"……."
멈춰있는 이재욱을 뒤로하고 먼저 몇칸을 밟고 올라서다가 너무 조용해 뒤돌아보면 이재욱이 나를 멀뚱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럼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가자."
"난 억울해서 못살 것 같은데."
또 무심하게 나를 지나쳐 먼저 가버리는 이재욱에 나는 멋쩍은 듯 다시금 웃어보인다. 이 짧은 대화라도 얼마만인지 근데 하필 왜 오랜만에 대화가 이 모양 이 꼴인지.
비하인드
학교 끝나고 청소시간
"아까 노을 표정 봤어? 우리 완전 신경 안 쓰는 척 하는데 다 보여 그치."
"그러니까. 친구들 없이 혼자 다니면 우리 무서워하잖아."
반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을이의 욕을 하고있던 나은의 무리들에 비해서 나은은 늘 웃으며 애들에게 그만하라고는 한다.
"우리 착한 이나은~ 이렇게 착해서 대학 가서는 어쩔래? 확 그냥 노을! 우리가 가서 뭐라해줄까?"
"됐어.. 일 크게 만들고싶지도 않아. 솔직하게 말해서.. 그때 방송사고 때문에 을이한테 사과하고싶기도 하고.. 요즘 좀 고민이 많아.."
"뭔 사과야. 걔가 사과해야지! 내가 걔 전교회장 오빠랑 애들이랑만 안 친했어도 확!!"
"확. 어쩌려고."
재욱의 등장에 모두가 놀란 듯 했다. 모두가 헉- 하고 입을 틀어막고 재욱을 바라보았고, 아무도 말을 하지 못 했다.
그럼 재욱을 그들을 지나쳐 한 남학생에게 교과서를 건네주며 '잘 썼다' 말하고 사라진다.
헐.. 뭐야 나 진짜 깜짝 놀랐어.. 하며 웅성 거리는 여자 애들은 진정할 틈도 없이 또 나타나는 다른 사람에 또 화들짝 놀란다.
"복도까지 너네 목소리가 들리던데 이건 뒷담이 아니지않나. 그럼 이게 학교폭력 아닐까."
"…어?"
"들었으면 해서 하는 말이면 직접 가서 말해. 뒤에서 너네끼리 떠들지 말고."
강이 할 말만 하고선 가버리자, 여자들은 벙쪄서 자기들끼리 서로 번갈아보았고.. 또 진정할 틈 없이 누군가 나타났다.
"미안하지만, 내 잔소리도 남았다."
"……."
"우리 노을 괴롭히지 마라. 애가 있지? 너~무 착해서 너네 봐준다고 하는 거. 우리가 봐주지 말라고 달래는 중이거든."
"……."
"우리 브로 화내면 진짜 개무서우니까. 이제라도 멈추시길. 그럼 안녕."
여자들은 인엽까지 사라지자 더 벙쪄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저 친구들과 대화라고 나눠보지도 못 하는 친구들이었기에 오히려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나은의 표정이 좋지가 않다. 그와중에 인엽은 강이에게 매달려 귀찮게 말한다.
"야 야 야야 강아! 너 진짜 개간지났어! 너도 친구를 위해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아주 노을이랑 친해졌다고 아주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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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따지믄 1부 2부 중에서 이번편부터 2부인 걸로 ...♥
그래서 이번편은 짧게 2개월 뒤엔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주고싶었달까용
이제 이야기도 풀어나갈 거니카 답답해도 조큼만 참기루울 ~>_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