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하루네요.
재난문자가 또 오고. (한파주의)
이 놈의 겨울은 왜 뒷북을 이렇게 요란하게 치는지.
저는 이불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만 혹여 밖에 나가야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옷 따듯하게 입고 다니세요.
얇은 거 입지 말고.
비치는 거 입지 말고.
두껍게 입어도 예쁠테니까 따듯하게.
Livin Out Loud-I Can't Stop
봄은 천천히 흘러가 윤기의 알레르기도 조금씩 나아졌으면.
안약을 이제 안 넣어도 괜찮을 것 같아 남은 안약을 정리하면 옆에서 아쉬운 소리를 내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날씨가 온전히 풀리는 어느 날
윤기는 아침 일찍 옷을 챙겨 입었으면.
그리고 남준이에게도 단정한 옷을 차려입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다른 때와 달리 몇 번이고 남준이의 옷을, 자신의 옷을 확인하고
나가기 직전에도 머리를 정리했으면 좋겠다.
왜인지 안절부절하면서 준비를 하는 윤기가 통 현관을 나서지 못하고 있자 남준이가 그 모습을 보고 웃었으면.
허리를 숙여 윤기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충분히 예뻐.
아니, 예뻐보여야 하는게 아니라.
괜찮아. 충분해.
남준이의 웃음과 다정한 그 말에 윤기의 발걸음이 움직였으면 좋겠다.
차를 타고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으면.
윤기는 중간에 큰 베이커리에 들려 케이크를 샀으면 좋겠다.
작은 와인과 함께.
누구 생일이야?
그건 아닌데, 단 걸 좋아하셔.
...?
어디를 가는지 말을 해주지 않아서 그런지 내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준이를 보고 윤기는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긴장이 되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어 금방 숨을 길게 내쉬었으면.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꽤 큰 피아노 학원이었으면 좋겠다.
피아노?
응. 우리 카페 종종 가면 치는 거.
응. 여긴 왜 온거야?
가면 알아.
남준이의 허리를 톡 두드린 윤기가 남준이과 같이 학원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제 막 끝났는지 우르르 나오는 어린 아이들을 피해 살짝 옆으로 섰으면 좋겠다.
직원이 윤기를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으면.
남준이와 윤기도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눈 뒤에 자연스럽게 어느 방에 들어가 앉았으면 좋겠다.
윤기가 주먹을 그러쥐었다가,
놓았다가,
다리를 살짝 떨었다가,
멈췄다가.
손톱을 깨물려고 손가락을 입가에 대었다가,
남준이의 손에 잡혀 그대로 내려놨으면 좋겠다.
여기서 입 맞춰도 돼?
어? 아니. 안 돼. 갑자기 왜?
내가 주인을 달래는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남준이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안 윤기는 잠시 아무 말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천천히 웃으며 남준이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으면 좋겠다.
이거면 돼.
잡혀있던 남준이의 손도 움츠러들어 온전하게 두 손이 맞물렸으면 좋겠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
인자한 얼굴의 중년에서 이제 노년으로 넘어가는 즈음의 한 여자가 들어왔으면.
윤기를 보고 환히 웃는 얼굴 가득 따듯함과
그리운 이를 만난 반가움이 번졌으면.
윤기는 바로 일어나 여자를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준이를 보고 부드러운 의문을 표하는 여성에게, 윤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술을 열었으면.
저와 같이 온 김남준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그러니까...
귀 끝이 붉게 달아서 쉽사리 뒷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윤기가 남준이를 돌아봤다가 그대로 눈이 마주쳤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다정히 웃는 얼굴에 저도 모르게 긴장했던 얼굴을 풀어냈으면.
그리고 그 모습을 여성은 가만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아직 부끄러움이 그리 많아서야. 저 아이에게도 내가 누군지 말 안 했을텐데, 얼른 소개해주렴.
아, 네. 준아. 이 분은... 여기 피아노 학원 원장님이셔. 그리고, 날 많이 도와주신 분이기도 하고.
안녕하세요, 김남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남준씨. 나도 반가워요. 이 학원의 원장이고, 예전에 윤기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줬던 사람이에요. 키도 훤칠한 미남을 데리고 왔네, 윤기가.
부드러운 인상의 여성이 손을 뻗으면 남준이는 잠시 당황했다가 침착하게 여성의 손을 잡고 흔들었으면.
윤기가 사온 케이크와 와인을 건네면,
당연하다는 듯 여성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웃으며 선물을 받아들었으면 좋겠다.
여성이 잠시 원장실에 이걸 두고 올테니 학원 구경을 하라고 자리를 비우면,
그제야 윤기와 남준이가 학원을 천천히 구경했으면 좋겠다.
간간히 들려오는 피아노의 선율에 남준이가 기분이 좋아보이면 윤기도 남은 긴장까지 풀려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꽤 큰 방으로 들어가 피아노 의자에 나란히 앉아 얼마 전부터 남준이에게 가르치고 있는 곡을 연주하면서
윤기의 목소리가 그 선율을 타고 남준이에게 흘러가 닿았으면 좋겠다.
저 분은 내가 여기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할 때, 많이 도움을 주신 분이야.
내 또래의 아들이 있으셔서 날 보면 유학 가 있던 아들이 생각이 나신다고 하시면서
내게 고등학교를 다시 다닐 것을 권유해주셨다고.
그 때부터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많이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이시고,
대학까지 든든하게 버팀이 되어 도와주셔서 이 즈음에 꼭 인사를 한 번이라도 드리러 오는 거라고.
남준이가 몰랐던 윤기의 과거를 살짝 꺼내며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분이시라는 말을 덧붙이면
윤기는 작게 웃으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연주가 끝나면,
그 사이 방을 찾아온 여성의 박수소리가 선율의 뒤를 이어 방안을 채웠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이렇게 많은 피아노는 처음 본다며 구경하다가,
잔뜩 쌓인 악보집을 허락을 받고 뒤적이고 있으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윤기의 옆으로 여성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약속을 지키러 온거니?
네.
가장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꼭
소개시켜드린다는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
윤기의 말에 여성은 다시 기쁘게 웃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멋쩍게 고개를 돌려 다시 남준이를 바라보면 그 사이 다가온 남준이는 왜 웃고 있냐며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어물쩡 대답을 망설이는 윤기를 본 여성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으면 좋겠다.
비밀. 맞지, 윤기야?
네. 비밀.
여성과 윤기가 다시 웃으며 키득이면 남준이가 작게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윤기의 어깨를 감싸 투덜거렸으면 좋겠다.
다시 수많은 방 어디에서인가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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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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