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김여주"
"..."
널 아침부터 마주하는걸 운이 좋다고해야할지 아니면 현재의 나로선 운이 나쁘다고해야할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내 이름을 부르는 네가 날 바라보며 인사를 해 온다. 순간 멍해진 정신을 차린다.
"몸은 괜찮냐"
"뭐 나름."'
"그래보이네"
확실히 구준회의 그 전보단 괜찮아 보였다. 땀을 많이 흘리던 그 모습도, 거친 숨을 내쉬는 그 소리도, 열이 올라 빨간진 얼굴도 구준회에게서 찾아볼수가 없었으니깐. 괜찮아진 구준회의 모습을 보니 또 그게 안도가 되서 나는 또 웃어보였다.
"어제 학교 못 나올정도로 아팠냐?"
"그냥 뭐... 그러게 내가 못 나올 정도로 아팠나"
"그게 뭐야 너도 몰라?"
"몰라 그냥 좀 많이 힘들었어"
힘들었다는 너의 말에 또 괜히 그게 널 피하려 널 두고 올라왔던 나때문인거 같아 괜히 미안해져 너를 바라보지도 못 한채 그대로 멈춰있는데, 그 순간 엘레베이터가 열렸는지 멈춰있는 나를 서 끌어 네가 자신의 쪽으로 끌어 당겨.
`
"근데 오늘은 기분 되게 좋아."
*
"뭐야 너?"
"그러니깐"
교실에 들어서는 날 보고선 친구와 내자리에 앉아있는 김지원이 뭐냐며 나에게 물어온다. 나는 도리어 뭐가?라고 대답하자
"뭐가 그렇게 싱글벙글이야?"
"내가?"
"곧 니 입과 귀가 만날 기세인데"
분명 재미없는 농담을 저렇게 툭 던지는데도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디 불편하냐?"
"아니~~"
떨어지지 않는 미소 때문인지 평소보다 상냥한 나의 말투를 들은 김지원은 손가락을 머리 옆으로 빙빙 돌려되고있고, 친구는 소름이 돋는지 그저 입을 막아보인다.
"근데 김지원 넌 왜 아침부터 여기있냐?"
내자리에 앉아있는 김지원에게 아침부터 우리 반에 있는 이유를 묻자,
"준비물."
이라며 준비물로 보이는 미술용품들을 흔들어 보이며 짧게 대답한다.
"우리는 일교시 뭐야?"
"음악~! 아~~~~ 음악실가기 졸라 귀찮아 진짜"
귀찮다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교과서를 꺼내 친구에게 건내주었다.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침부터 무슨 음악이나며, 노래가 아침부터 나오겠냐며, 재잘재잘 떠들기시작했다. 시끄러운 친구를 뒤로하고 김지원을 따라 교실 밖으로 나왔다. 음악실가는 길이 김지원교실 방향이여서 셋이 나란히 걸어가는데, 구준회가 자신의 반을 들어가지 않고 멀뚱히 서 있는걸 발견했다.
"오늘은 학교 왔냐?"
"보면모르냐"
"근데 여기서 뭐하는데"
"미술실 가야한데"
김지원과 구준회반도 교실이 아닌 미술실에서 수업을 하는 모양인지. 결국 미술실과 음악실이 붙어있는 관계로 우리는 셋에서 넷으로 나란히 걷기시작했다. 미술실과 음악실에 거의 다 와갔을때, 내 옆에서 조용히 걷기만하던 구준회가
"야야 김여주"
내 이름을 불렀고,
"오늘 밥 같이 먹어."
한 마디를 남기고선 미술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
"밥 먹으러 안 가?"
"너 구준회랑 먹잖아"
"너는 안 먹냐?"
"네가 구준회랑 먹는데 내가 왜가? 난 딴애랑 갈거야"
답답한 친구의 대답에 인상을 쓰며 같이가자고 때를 써 보지만
"아 구준회랑 맛있게 먹으라고~"
"뭔소리야 같이가. 너 구준회 싫어해?"
"내가 걜 왜 싫어해? 이게 다 널 위해서야"
"야 나 이제 구준회..!"
"아 됐거든요. 맛있게 먹어라!"
결국 날 교실에 두고 다른 친구와 도망치듯 나가버리는 친구를 향해 다시한번 애타게 불러보지만, 친구의 대답은 들을수가 없었다. 친구는 아직도 내가 구준회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계속해서 이런식으로 내가 구준회와 함께하도록 붙여줬는데. 솔직한 심정으론 이제는 그 배려가 나름 날 조금 곤란하게했다.
"김지원은?"
"몰라 없어졌어"
결국 혼자서 구준회 반으로 향했는데 우리반 쪽으로 오던 너와 마주쳤다. 하지만 김지원과 같이 올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너는 너 혼자였고, 김지원은 어디갔냐고 물음에 모른다는 대답일 뿐이다. 결국 둘이서 밥을 먹게 되였고, 급식실에 내려와 식판을 받고 너와 나는 마주앉아 밥을 먹기시작했다.
"근데 말이야"
앞에서 나를 부르는 구준회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구준회를 쳐다보자.
"어제 우리집 왔었어?"
"아니"
어제 자신의 집에 왔었냐는 너의 말에 괜히 뜨끔거렸다. 아픈 너를 보러갔다는 사실을 굳이 너에게 숨길필요가 없었지만, 네 앞에서 했던 내 이야기들이 순간 생각이나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냥 네가 내 이야기를 들었을것만 같아서,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인지 너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고 밥을 먹으라는듯 손짓을 보였다.
"아 그리고 오늘 집에 같이가"
"나 야자하거든"
"나도 오늘부터 야자해"
오늘 집에 같이가자는 너의 말에 나는 야자를 한다며 너에게 대답해보이자, 너도 오늘부터 야자를 시작했다는 정말 이해할수없는 대답이 들려온다. 너는 이미 대학에 합격했고, 심지어 최저등급이 없는 학교여서 수능때문에 죽어라 공부를 할 이유가 없던 네가 남아서 야자를 한다는 이야기는 대한민국 고3중 누가 이해하겠는가.
"그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해?"
"뭐가 쓸데없어"
"넌 수능 안봐도 되잖아"
"그냥...재미있어 보이잖아..?"
-
"또라이 아냐?"
"하긴 제 정신은 아닌거같네"
구준회와 밥을 먹고 그렇게 교실로 올라와 앉아있는 친구에게 구준회의 말을 말해주었다. 아니 무슨 재미로 야자하는 놈이 어디있어, 어이없던 구준회의 대답을 들은 친구도 역시 제정신은 아닌거같다며 내 말에 동의를 해주었다.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친구가 아 혹시?! 라는 소리에 뭐냐고 물어보자
"너랑 집에 같이가고싶어서~?"
"미친 개소리다 그건"
"왜!"
솔직히 그건 너무나도 말도안돼는 일이였다. 구준회와 나는 고개만 돌리면 볼수있는 곳에 살았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싶어하는건 내 쪽이였고, 구준회 쪽은 아니였다. 구준회를 좋아하는건 나였고, 구준회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구준회가 나랑 같이 집에 가고싶어서 야자를 하겠는가. 정말 터무니없는 친구의 개소리에 나는 손을 휘휘저어 보였다.
*
'너랑 집에 같이가고싶어서~?'
야자직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있는데, 친구의 터무니없는 추측이 다시금 떠올라 헛웃음이나왔다.
"개소리지"
하지만 분명 개소리인걸 잘 아는데도 그런 소리를 듣고나니 혹시 라는 기대가 생기는 나도 참 병신인가보다. 네가 나를 바라본다는 그런 연결고리가 하나도 없는데, 혹시라는 기대가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정도이다.
-
"내자리야 비켜."
결국 셋이서 나란히 야자를 하게 되었고, 나는 화장실을 다녀온후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열람실에 들어서자 앉아있는 김지원과 일어서 김지원을 툭툭 치는 구준회가 보였다. 나는 김지원과 구준회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고, 옆자리로 옮기는 김지원과 김지원이 앉아있는 곳에 앉는 구준회가 보였다.
"깡패냐?"
"뭐가?"
나는 구준회 맞은편인 내 자리에 앉아 씩씩거리는 김지원에게 뭐가 라고 물어보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방에서 책과 필기도구를 꺼내며 앞에 앉은 구준회를 보자 구준회도 책을 펼치며 연필을 들었다.
"야"
나도 꺼내 책을 펼쳐 연필을 들어 집중을 하려 하자, 앞에서 작게 나를 부르는 구준회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어 구준회를 바라봤다.
"원래 야자를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하냐?"
열람실은 칸막이 책상이 있긴했지만, 일찍온 아이들이 보통 그 책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나와 김지원은 보통 차라리 늦게 오고 6명정도가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을 선택했었다.
"칸막이 책상 있잖아"
"저건 일찍와서 자리 맡아야해."
"그럼 일찍와서 자리 맡으면되지"
도대체 또 뭐가 문제인지, 투덜거리는 구준회를 알수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됐다고 공부나하라며 턱을괴는 구준회다. 옆에 앉아있는 김지원은 구준회를 보며 뻥져있다, 구준회를 손가락을 가르키곤 자신의 머리에다 손가락을 휘휘 돌려댄다. 구준회가 아프더니 미친모양인지 오늘따라 뒤죽박죽인 감정기복에 알수없는 행동에 알수없는 말들까지 정말 가지가지하는 구준회다. 하지만 거기다 더 미친 나는 왜 그런 너를 보며서도 아직도 설레여하는지, 참.. 잊을거라는 다짐과 너를 응원하겠다는 내 목표를 나는 언제 이룰수나 있을련지,
-
야자 쉬는시간, 여전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나둘씩 조용히 화장실을 다녀오던가 물을 마시러 나갔고 나도 고개를 돌리며 기지개를 폈다. 맞은편에 앉은 구준회와 김지원은 여전히 집중하고 있었고, 그때 집중하던 구준회의 어깨를 누군가가 두드렸고, 구준회를 뒤를 돌아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여자아이였고, 구준회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보였다. 구준회는 나를 한번 쳐다보고선 여자아이 뒤를 따라나갔고, 나를 바라보던 김지원에게 어깨를 한번 으쓱여 보였다.
나는 이제 그 여자아이와 어떠한 악관계가 없다. 그저 둘을 응원해주기로 다짐했으니깐. 그래도 그게 꽤나 이상한게 자꾸만 목이 말라와, 텀블러를 들어 물을 마시려했다. 하지만 이게 또 텀블러에는 물이 없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뜨러 밖으로 나왔다.
쉬는시간이지만 사람이 몇 없는 긴 복도에 내 슬리퍼 소리만 들려왔다. 물을 뜨고 한 모금 마셨다.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니 잔잔한 바람이 부는지 푸른잎들보단 점점 물들기 시작하는잎들이 매달려있는 나무들이 흔들렸고, 아. 이제 가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들었다. 시원한 바람을 쐐고싶다. 지끈거리는 머리가 가을바람을 쐐고싶어해, 나는 복도끝을 걸어 밖으로 나갈수있는 문을 열었다. 기분 나쁘지 않은 가을바람과 함께 문을 열자 보이는 여자아이와 너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놀란 나는 짙게 깔린 어둠에 내 몸과 숨소리를 숨겼다.
"많이.."
숨소리를 숨겼을때,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귀를 타고 들려왔고,
"좋아했었어"
그 이후 더욱 또렷한 말들이 귀를 타고 들려왔다.
오늘은 꽤나 운이 좋은 날이였다.
너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았고, 너를 많이 볼수있었어. 이 늦은시간까지 너와 함께해 나름의 나로썬 오늘을 만족했다. 하지만 나지막한 여자의 목소리에 마지막까지 놓지않던 내 끈이 잘린것만같아, 내 스스로가 그 끊을 놓기전에 누군가의해 잘린것처럼.
가을바람에 의해 나약하게 떨어지는 잎과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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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젊은재주꾼입니다! 13화에대해서 아쉬운점이 참 많네요. 뭔가 마지막에 훅 급전개된 기분이랄까요? 하하.. 조금 더 매끄러운 진행을 하고싶었는데 말이죠. 글도 뭔가 주저리주저리 말 만 많은 기분.. 제가 평소에는 5시간이되든 6시간이되든 한번에 쭉 글을 쓰는편인데 13화는 며칠에 나뉘어서 글을쓰게되서 앞에 글과 뒤에글들이 매치가 안돼는것같아요. 죄송합니다 ㅠㅠ 그래요.. 그저 변명일뿐이에여.................................
그리고 12화를 올리고 난 후 생각보다 많은 반가운 독자님들이 제 글을 알아봐주셨어요 그래서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아가지고 어서 빨리 연재해야지! 이랬는데, 또 그러지 못했어요..ㅜㅜㅜ 그래도 이번에 글을 연재하면 반가운 독자님들이 또 알아봐주시길 바라며 기다릴게요!
아아! 그리고 저도 많이 보고싶었습니다♥ |
암호닉은 늘 소중하게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