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w. F코드
[선과 악.2]
“혼자 또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
자판기 커피 한 잔을 건네주는 호원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보낸 우현이 자신이 보고 있던 파일을 호원에게 건네주었다. 김성규?. 호원의 물음에 우현이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젖히고 어. 라며 짧게 대답했다.
“너가 봐도 이상하지?”
호원의 말에 우현이 여전히 의자에 고개를 기댄 채 눈만 뜨고 고개를 끄덕였고 호원도 그런 우현의 모습에 손에 든 자판기 커피를 들이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상해. 호원의 말에 우현이 완전히. 라고 맞받아쳤고 그와 동시에 우현의 젖혀있던 고개가 누군가의 손바닥으로 인해 앞으로 젖혀졌다.
“이상하긴 내 눈에는 딱, 범인 같더만”
자신의 눈을 두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성열이 자연스럽게 우현의 책상에 놓인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들이켰고 성열의 손에 의해 고개가 꼬꾸라졌던 우현이 고개를 젖히고는 커피를 마시고 있는 성열의 머리를 내려쳤다.
“앗, 뜨거!!!”
손과 턱에 커피를 쏟은 성열이 호들갑을 떨며 부채질을 하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호원이 고개를 저으며 파일 하나를 꺼내 우현에게 넘겨주었다.
“뭐야?”
“피해자들 파일”
호원이 건넨 파일을 펼쳐 든 우현이 당시 피해자들의 사진과 사건 목격자 시간 사망원인들을 기록한 기록 지를 흥미 없이 넘겨보더니 호원을 바라봤고 호원은 그런 우현의 눈빛에 우현의 손에 들린 파일을 뺏어 무언가를 찾는 듯 몇 장의 종이를 넘기더니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우현에게 파일을 내밀었다.
“네 번째 사건 피해자 신숙희 기억나?”
“남편이 유력한 범인이었던 그 아줌마?”
“맞아, 어제 피해자들을 다시 살펴보다가 본 건데 이 아줌마 성당을 다녔대”
“그게 뭐”
“머리가 있음 좀 굴리지 그래 남형사?”
“이게!”
“자- 봐봐. 마지막 피해자 한유라는 김성규가 있는 성당에 봉사를 하러 갔다가 성당 안에서 시체로 발견이 됐어. 그리고 네 번째 피해자 신숙희도 성당을 간다고 나간 뒤 살해를 당했고. 그리고 조사 결과 신숙희와 한유라 그리고 첫 번째 피해자 김지수까지 모두 한유라와 같은 성당. 즉, 김성규가 신부로 있는 성당에 다닌 다는 걸 알아냈어.”
“근데?”
“뭔가 감이 안 와?”
호원의 말에 호들갑을 떨던 성열이 이제는 괜찮아 졌는지 호원이 펼쳐든 파일을 들여다보더니 손으로 턱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범인은 김성규네. 성열의 말에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쉰 호원이 파일을 닫고는 다시 우현을 바라봤다.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이게?”
“모든 상황을 조합해 보면 범인은 김성규를 가리키고 있는데 왜 여태 김성규는 의심을 받지 않았다가 의심을 받았을까”
“그거야 김성규가 한유라를 죽인 다음 지 성당에 방치했으니까 그렇지”
호원의 말에 성열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지만 우현과 호원은 그런 성열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화이트보드에 붙여진 성규의 사진을 바라보는 우현의 표정을 관찰하던 호원이 순간 우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는 걸 보고는 웃으며 우현의 다리를 쳤다.
“김성규는 왜......”
“굳이 한유라를 죽여서 자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드러냈을까?”
“한유라만 아니었으면 어쩌면 김성규의 존재 자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은 없었을 텐데 왜?”
“야, 야. 사람 죽인 놈이야. 사람 죽인 미친놈을 우리가 무슨 수로 이해를 하냐?”
귀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사라지는 성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우현이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 두었던 잠바를 꺼내 팔을 끼워 넣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호원을 향해 소리쳤다.
“한유라랑 김성규의 관계 좀 알아봐. 난 잠깐 나갔다 올게”
서둘러 나가는 우현을 향해 찾으면 연락 한다 소리친 호원이 곧바로 자신의 수첩을 펼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던 성열은 고개를 저으며 식어 버린 커피를 원샷 했다. 미친놈들 일을 만드네. 만들어.
***
“누구? 저기 저 성당 신부님?”
“네. 저 신부님 잘 아세요?”
“아유- 잘 알다마다. 이 동네에서 어디 저 신부님 모르는 사람들도 있나?”
“어떤 사람이에요?”
“그거야.......아니, 근데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 쪽은 왜 신부님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가?”
“......이번에 이사 왔는데 저도 천주교라서요.”
의심스럽다는 듯 자신을 쏘아보는 아주머니에게 손을 가운데로 모아서는 아멘- 하고 내 뱉은 우현이 씨익 웃자 우현을 의심스럽다는 듯 바라보던 아주머니 얼굴이 약간 분홍빛으로 변하면서 우현을 따라 같이 웃어보였다.
“에이- 그런 거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여기서 아니, 대한민국 통 틀어서 저 신부님보다 바르고 착한 사람은 내가 살다, 살다 한 번도 못 봤다고”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성당을 바라보던 우현이 아까 슈퍼 아줌마의 말을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신부. 슈퍼 아줌마 뿐 아니라 야채가게 심지어 세탁소 아줌마까지 김성규를 그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신부라고. 세상에서 가장 착하다는 사람이 제작 년부터 벌어진 미해결 연쇄살인사건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 이거는 아무리 범죄 앞에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이상했다.
“철저한 이중생활을 벌인 건가?”
“형사님?”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는 성규의 행동에 머리가 복잡 한 우현이 애꿎은 돌멩이를 차고 뒤를 돌자 뒤에서 성규가 조심스레 우현을 불러 세웠다. 안녕하세요. 성규의 인사에 당황한 우현이 성규를 따라 고개를 숙이자 성규가 우현에게 다가왔고 우현은 어제와 다르게 까만 수단을 잘 갖춰 입은 성규를 보자 우현이 왠지 자신도 모르게 성규의 눈을 보기가 껄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더 조사 하실 게 남으셨나요?”
“아뇨. 딱히 그런 건”
“신부님!!”
성규의 뒤에서 들리는 얇은 어린 아이의 목소리에 성규와 우현의 시선이 모두 성규의 뒤로 향했고 그 곳에는 성규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는 한 남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신부님!!. 어찌나 불안 불안하게 뛰어오는지 아이가 겨우 성규의 앞에 도착해 성규의 다리 밑으로 길게 늘어진 수단을 부여잡았을 때 우현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신부님 빨리요. 빨리 밥 먹어요.”
“잠깐만”
자신의 수단을 당기며 재촉하는 아이에게 작게 미소를 지어준 성규가 아이의 시선을 맞추려 굽혔던 허리를 펴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우현을 바라보았다. 형사님. 성규의 부름에 우현이 아이를 향해 지었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가 자신을 부른 존재가 성규라는 걸 알아채고는 다시 표정을 굳혀 성규를 바라봤지만 성규는 반대로 그런 우현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하실래요?”
***
어디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모였는지 아까 성규에게 달려오던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 작은 책상에 둘러 앉아 성규가 들고 오는 밥을 바라보는 모습이 꼭 어미 새를 기다리는 아기 새 같아서 우현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짓다가 성규와 눈이 마주쳐 아닌 척 다시 웃음을 멈췄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웃으며 우현의 앞에 뜨거운 흰쌀밥과 따뜻한 된장국을 놓아준 성규가 맛있게 먹으라는 듯 고개를 까닥이더니 우현을 지나쳐 다른 책상에 모여 앉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밥을 놓아주는 성규의 모습을 보던 우현이 숟가락을 들어 밥을 한입 떠먹더니 입에 맞는지 쉬지 않고 입 속으로 밥을 밀어 넣었고 아이들을 바라보던 성규가 아이들 사이에서 맛있게 밥을 먹는 우현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아이들 먹은 거 치우고 오느냐고”
“아니요. 괜찮습니다,”
앞에 앉은 성규의 모습을 바라보던 우현이 어쩐지 수단을 입은 성규에게 그동안의 죄를 고해야 할 거 같은 야리 꾸리 한 기분에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성규가 그런 우현을 따라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그만 가보겠습니다.”
괜히 왔다는 생각과 함께 그만 성당을 나서려던 우현의 뒤로 형사님. 이라 작게 부르는 성규의 목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성규가 자신이 아닌 앞에 있는 십자가를 보고 있었다.
“만약에, 만약에 제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여전히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천천히 성규에게 다가가 옆에 섰지만 성규는 여전히 자신의 앞에 놓인 십자가를 바라봤고 우현 또한 그런 성규의 시선을 따라 앞에 놓인 십자가를 바라봤다.
“그럼 김성규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소리니 숨어있는 진짜 범인을 찾아야겠죠.”
우현의 말에 성규가 십자가를 보던 시선을 우현에게 돌렸고 우현도 그런 성규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돌려 성규를 바라봤다. 할 말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의 눈빛에 우현이 눈을 떼지 않은 채 성규를 바라보자 닫혀있던 성규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제가 이 사건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형사님들은 멈추지 않으시겠죠?”
“당연하죠. 설사, 사건이 종료 된다 해도 해결 못한 사건을 멈추는 형사는 없으니까요.”
우현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은 성규가 다시 십자가로 고개를 돌렸지만 우현의 시선은 여전히 성규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걸 아는지 성규가 여전히 십자가를 바라본 채 말을 이어갔다.
“형사님은 인간에게 선과 악이 존재 한다고 생각하세요?”
생각지도 못한 성규의 질문에 당황한 우현이 우물쭈물 거리자 성규가 고개를 돌려 우현을 바라봤고 순간, 자신에게 고개를 돌리는 성규의 모습에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은 우현이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성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는 믿어요.”
“.........”
“다만, 선과 악이 공존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공존해서는 안 된다고......”
***
어제 밤새도록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한 성규의 말에 결국 잠자리를 뒤척인 우현의 눈에는 어제 보다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왔고 그걸 본 동운이 우현에게 얼음 팩 하나를 건넸지만 갑자기 달려온 성열의 의해 얼음 팩이 바닥으로 떨어져 우현의 손에 닿지 못했다.
“이성열 뭐야 갑자기”
“남우현 너도 한 물 갔다”
“무슨 말이야?”
“저기 봐봐”
영문 모를 표정을 지은 동운이 성열이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이 동그래졌고 그 모습에 우현도 따라 고개를 돌리더니 곧, 동운과 같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자수했어. 거봐- 내가 뭐랬어 쟤가 범인이랬지?”
으쓱거리는 성열을 신경 쓰지 않은 채 호원의 옆에서 함께 걸어오는 성규를 바라보던 우현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성규와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어제 선과 악이 왜 공존하면 안 되는지 물었던 자신의 질문에 성규가 했던 대답이 떠올랐다.
‘악에겐 선이 존재하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건 또 다른 루시퍼의 탄생이 되겠죠.’
[루시퍼: 천사로 태어나 악마들의 왕이 된 타락천사]
새로운 픽을 연재 할 때마다 암호닉을 받을게요.
기존 암호닉 분들은 신청 안 해주셔도 됩니다.
암호닉은 이 곳에서만 신청해주세요.
(지금 신청하시는 분들에게는 갑을 메일링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