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죠... 몇 년만인가? 아닌가. 저번에 말씀드렸던 약속을 지금 지키러 왔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왕의 남자 결말을 짧게나마 알고 싶다는 분들이 계셨기에 씁니다. 옥사에 갇혀 있던 상혁은 홍빈이 보낸 자객에게 죽임 당함. 뒤늦게 학연의 명을 받고 상혁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 간 이는 상혁의 처참한 시신을 마주하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죽은 상혁을 바라보던 그집 딸래미는 (기억하시죠? 택운이 못살게 굴었던 여자애.) 결국 혀깨물고 자결함. 부모도 잃고 사랑하던 상혁까지 죽었으니 죽음밖에 길이 없었던 거. 택운은 학연이 주저하며 건네는 상혁의 소식에 며칠을 앓음. 그리고 앓은 뒤에 더 강해진다. 학연이 준 비옥도로 검술도 차례차례 익히고. 이제 당하지만은 않겠다고, 지키며 살겠다고 매일 다짐함. 홍빈의 바람대로 약해지지 않는 택운이었음. 한낱 기생의 아들이었던 그는 이제 더 이상 호락호락하지 않음. 홍빈은 약해진 택운을 구슬려 자신의 도구로 만들 속셈이었음. 그래서 택운의 최측근이었던 상혁을 죽이는 일을 꾸몄던 건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택운이 자기 뜻대로 안 따라주는 거. 오히려 학연과 유대감이 더 짙어진 모습을 보임. 홍빈은 그게 너무 짜증남. 왠지 모르게 거슬리고 분이 차오름. 홍빈의 성격을 정리해서 말해보자면 당대의 소시오패스 같은 느낌(?)이라 ㅋㅋㅋㅋㅋㅋ 사람을 이용하고 웃으며 죽이고 그런 타입.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음. 다만 어릴 적 아픈 기억이 있음. 부모가 형에게만 애정을 담뿍 쏟아주고, 홍빈은 거의 사생아처럼 대했던 거. 부모는 애초에 알아본 거다. 자기 둘째 아들은 괴물이라고... 그래서 부모님은 일찌감치 홍빈이를 재환의 곁에서 떨어뜨려 조정에 보낸 거였음... ㅠㅠ 몸이 약한 재환이에게 해코지라도 할까봐... 여하튼 홍빈이는 가면 갈수록 택운이 옆에 있는 학연이를 끌어내리고 싶어짐. 차근차근 없앨 계획이었는데 학연 옆에서 웃고 있는 택운이만 보면 뭔가 조절이 안 됨. 그냥 빨리 화살을 꽂고 싶은 기분밖에 안 들고. 그래서 반정을 빠르게 앞당김. 지금으로 말하자면 쿠데타 같은 거! 학연이를 왕위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조정 대신들을 모은다. 그리고는 특유의 강압적이고 두려운 분위기로 "따르지 않으면 처단이오" 함. 그 말에 거역하는 대신들이 어딨겠나... 반정을 하지 않겠다 하면 그 자리에서 모가지가 날아가는데. 급전개 할게요. 결말은 이렇습니다. 홍빈이 군사들을 이끌고 태양궁으로 쳐들어갑니다. 반정의 날이 저물고 있는 거죠. 학연은 수 많은 이들이 쳐들어오는 발소리에도 초연함. 홍빈의 반역을 알고 있었기 때문. 옆에 있는 택운만이 창백할 뿐이다. 택운은 옷자락 속에 숨긴 비옥도를 꼭 쥐고 있음. 마침내 문이 갈라지고. 어제의 신하들이 오늘의 반역자가 되어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모습을 보며 학연은 숨을 멈추었음. 택운의 손을 꼭 쥐고 맨 앞의 홍빈을 바라 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비실비실 튀어나오는 학연. '네 놈은 이 순간에도 운이를 바라보고 있구나.' 학연은 홍빈을 보며 어떠한 확신을 갖게 됨. 너는 나를 죽여도 택운은 죽이지 않겠구나. 택운이 비옥도를 빼내어 홍빈을 맞겨눔. 홍빈은 비소를 지으면서도 뒤의 군사들에게 '나에게 칼을 겨누는 자는 화살로 응수하라!'고는 시키지 않음. 그저 고개를 돌려 학연을 봄. 그런데 학연의 표정은 이러한 순간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열이 받은 홍빈이 학연에게 불로 지진 화살을 쏘라 소리침. 푸르고 시린 강 '청하'에 의해 군주 '태양'의 목숨이 지는 순간이 마침내 왔음. 화살이 망설임 없이 나아감. 그리고 그 찰나 택운은 움직였음. 죽음이 눈앞에 당도해도 평온을 유지했던 학연의 얼굴이 바로 그 순간 일그러졌다. 화살은 학연의 앞을 가로막은 택운의 등에 꽂혔음. 비옥도는 저만치 날아가버리고. 학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택운을 받아들고만 있었음. 홍빈 또한 마찬가지. '네가 왜?' 이해할 수 없었다. 홍빈은 웃었다. 이제서야 볼 품 있게 됐구나, 태양아. 학연의 저 얼굴. 일그러지는 저 얼굴. 저 얼굴. 저 얼굴! 택운이 죽고 나서야... 죽고 나서야. 학연은 망설임없이 그 택운을 죽인 화살을 빼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꽂았다. 숨을 거두는 마지막까지도 홍빈을 똑바로 바라본 채였다. 학연은 단명하며 택운에게 속삭인다. 청하가 아닌 내가 너를 죽이고야 말았구나. 미안하다. 결말은... 학연과 택운은 죽습니다. 홍빈은 반정에 성공하고, 태양 자리에 앉게 됩니다. 즉위식. 옥좌에 앉아 천하를 내려다 보던 홍빈의 눈에 하늘의 태양이 들어찬다.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음에도, 어쩐지 눈꺼풀을 차마 감지 못한다.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를 누군가들의 혼인지 모를 나비 두 마리가 태양을 향해 가로질러 날아간다. 홍빈은 숨을 몰아쉬고,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다시 천하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나, 태양에 눈이 멀어 천하는 보이지 않는다. 끝입니다. 왕의 남자는 여기까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생략한 부분이 많지만 간략하게라도 결말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햇수로 4년째인가요... 아직도 기억해주시는 분 계실런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왕의 남자를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글 쓰면서 만났던 독자분들도 절대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말 마지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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