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 T (完)
"교수님."
"..."
"김교수님."
"..아, 네?"
"손님 오셨습니다."
"아, 들어오라고 하세요."
"..."
".. 아."
문이 열리고, 얼굴을 마주한 나와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차마 쉽게 내뱉을 수 없던 지난 몇 년의 감정들에,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그저 서로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 할 수 밖에 없었다.
3세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CA와 CB의 THE LAST 전쟁이 끝난 후, 우리는 2세계에 끌려와 조사를 받는데에만 수 년이 걸렸다.
"잘, 지냈습니까."
그가 내 앞에 앉아, 무거운 정적을 깨고 내게 물었다. 많은 감정이 담겨있던 한 마디. 그 또한 전쟁 직후 CA에 남은 유일한 요원으로서 모든 조사들을 받으며 그 당시 가장 힘들어하던 사람이었다. 우리는 참, 모순적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2세계로 건너와 함께 조사를 받았다. 분명 3세계에선 이름 하나만 거론 되어도 서로에게 날을 세우던 사람들이었는데, 2세계에서 조사를 받을 땐 어찌나 동지애가 강했었는지. 승관이 조사를 받다 스트레스로 쓰러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놀랍게도 그 누구도 아닌, 나였다.
"글쎄, 가끔씩은 환시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
나의 농담에 승관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가끔, 그의 생일이 되었거나 그가 죽은 날이 되면 문득 보이는 그의 환시에 깜짝 놀라곤 한다. 전원우, 우리 팀의 가장 든든한 스나이퍼였던 그 사람. 이제는 역사 속으로,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진 그 이름을 오랜만에 떠올려보았다. 사진, 아직도 가지고 있는겁니까. 승관이 내 책상에 올려져있는 다 깨져버린 낡은 핸드폰에 시선을 두었다. 함께 뒤를 돌아본 내가 웃으며 그에 답했다.
"당연하죠, 마지막 사진이, 저기에 있는데."
".. 저것도, 벌써 10년전의 일인가요."
"시간이 많이 흘렀죠, 모두가."
"..."
"아직, 그 쪽 보스는 연락이 없나요?"
"네, 나쁜 사람이죠."
CA의 보스, 최승철은 THE LAST가 끝난 직후 조슈아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모든 것들을 이 곳에 남겨두고 떠나버린 그들.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 조차 알지 못한다. 그 덕에 조사를 받을 때 더욱 힘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참, 나쁜 사람들이네요."
"..."
"다른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나요?"
"연락은 없어요, 그들도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테니까."
"10년이라…, 이미 3세계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잊혀진지 오래겠지요."
"..."
승관이 말없이 또한번 웃어보였다. 3세계에서 살아남은 특수요원 생존자는 7명, 그 중 각 팀의 보스들은 사라졌고, 연락이 안되는 3명을 제외해 남은것은 승관과 나였다. 10년이 흘렀다. 그 10년동안 2세계 사람들은 떠들썩 했던 '3세계'를 잊어버렸고, 우리는 그들의 삶 속에 조용히 녹아흘러 남은 생을 보내고 있다. 10대,20대의 시절을 함께 보냈던 우리의 3세계, 그리고 이제는 잊혀져 2세계의 역사 중 일부가 되어버린 우리의 그 곳.
"내일, 셋의 기일입니다."
"... 벌써, 또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남은 세 명에게 연락을 해두었는데, 답이 올지는…"
"보고싶네요, 다들."
3세계에 있었을 때에는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적'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고 싸웠던 날들, 그리고 그 날들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동료들. 그 동료들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벌써 내년이면 10년이 되고, 그들은 모두 기일이 같았다. 12월 19일, 김민규,전원우,권순영의 기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3세계의 일들을 함께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할 수 없는 그들. 잠시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래도, 여주씨는 잘 살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헐, 승관씨도 교수면서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김교수님~"
"부교수님!"
농담을 건넨 승관이 웃으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좋네요. 겨울인데.
"그 날도, 딱 이런 날씨였죠."
"..."
"날씨는 너무 좋았고, 우리가 2세계로 끌려갈 땐 너무 예쁜 눈이 내렸고."
"..."
"춥지도 않았어요, 피가 너무 끓고 있어서 그랬나."
"..."
"남겨진 그들을 두고 헬기에 올라탈 땐, 정말 무너질 것 같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그들. 3세계는 우리의 거센 반발로 현재 그대로 보전 중이다. 사라져버린 보스들의 마지막 부탁이기도 했다. 혹시 일이 잘못되어 3세계가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절대 3세계를 그들에게 내어주지 말라고. 무슨 일이 생겨도 땅이 넘어가는 일 만은 막아야한다고. 나 또한 그들에게 3세계를 넘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도 셋은 그 곳에 남아있고, 지금도 그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1년에 딱 한번, 우리는 그 곳에 갈 수 있다. 평화 협정으로 우리는 3세계를 건드리지 말 것과, 3세계를 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그 결과 얻어진 기회는 딱 한번, 그리고 남은 우리들은 암묵적으로 그 한번의 기회를 12월 19일, 그들의 기일로 정했다. 눈이 예쁘게 내렸던, 바로 그 날.
"춥겠죠. 그 곳은."
"잘 있을거에요. 강한 사람들이니까."
"내일, 그 쪽으로 갈게요."
"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저두요."
승관이 떠나고 다시 혼자 남은 자리에서, 낡은 핸드폰을 들어 화면 속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예쁘네, 당신은 언제나."
"..."
"지금 나랑 같이 있으면, 얼마나 좋아."
"춥지도 않을거고, 외롭지도 않을텐데."
"..아,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으려나."
"..."
"보고싶어, 아주 많이."
-제 3세계, 12월 19일
날이 밝았다. 제일 먼저 3세계로 가는 곳으로 도착한 나와, 그 다음으로 온 승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10년이 지났지만 무섭게도 변함이 없는 3세계가 저 너머에 보였다. 삼엄한 경비와 우리의 팔목에 채워지는 위치추적장치. 매 년마다 끼는 이 팔찌는 기분을 상하게 한다. 2세계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희미해졌고, 간간히 3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지금이지만, 우리가 2세계로 흡수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그 분위기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또 그 생각 중이죠."
"어, 들켰네."
항상 이 곳에 서면 생각이 나는 그 때. 그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던 사람은 오직 3세계, 서로 뿐이었다. 그 때도 전원우를 원망했다, 욕을 먹어도 함께 먹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지금은 연락이 끊겨버린 한솔과 도겸…, 아, 이제는 석민. 그리고 지훈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서로뿐이었다. 나지막히 3세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왔으면, 좋겠는데.
"누구, 나?"
10년 만에, 그들을 마주했다.
예전보다는 좋아진 얼굴, 하지만 3세계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변하지 않은 그들. 10년만에 우리 앞에 나타난 그들이, 씩 웃으며 우리의 앞에 섰을 때, 나는 그들의 뒤에서 파란머리의 남자를 보았다. CA의 스나이퍼, 그가 그들의 뒤에 서있었다. 한참을 분홍색 머리칼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슬픔과 반가움이 교차하던 그의 얼굴, 말없이 우리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 그가, 시선을 돌려 나와 눈을 마주했다.
'다시, …… 있어.'
'우린 언제나 곁에 있을테니까.'
그의 입모양을 알아챘다. 그와 동시에 그의 하늘빛 머리칼 위로 떨어진 새하얀 눈꽃, 세게 불어온 바람에 잠시 눈을 감았다 떠보았다. 그가 사라졌다.
"왜, 우리 뒤에 뭐 있어?"
"아, 아닙니다."
석민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던걸까, 그의 존재가. 만약 지훈이 그의 얼굴을 보았더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권순영의 환시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10년만에 나타난 그들의 안부를 묻느라 바빴던 승관이 지훈의 머리칼을 만지며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던겁니까!"
"우리가, 좀 늦었지."
"10년동안, 연락 한 번 안하는게 어딨습니까!"
"아이, 미안. 우리도 사정이 있었어-"
멋쩍게 웃어보인 석민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우리에게 내밀었다. 지훈의 손에서도 하나를 뺏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2세계 네트워크 보안팀' 의 명함. 놀란 토끼눈을 하고 그들을 쳐다보니 씩 웃어보인다. 뭐겠냐, 이게.
"2세계, 보안팀이 된겁니까?"
"그럼, 신분세탁 하느라 좀 힘들었어."
입을 가리곤 귓속말로 우리에게 얘기한 그가 윙크를 해보였다. 옆에 서있던 지훈은 아무 말 없이 웃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지, 10년만에 나타난 그들은 2세계의 보안팀이 되어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세한 얘기는 들어가서 하는게 좋지 않겠어?"
"..."
"보는 눈이 많아서 말야."
조심스럽게 다시 밟은 3세계의 땅, 10년 전, 우리는 이 땅에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2세계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척박한 땅에 잠시 숨을 고루 쉬었다. 모든 건물은 부서져버려 조각더미가 쌓여있었지만, 그 위를 비추고 있는 햇빛은 너무나도 선명했고. 우리를 감싸는 바람은 겨울이지만서도 우리를 반기는 느낌에 제법 따뜻한 느낌이 불었다. 전원우, 김민규, 권순영이 잠들어있는 곳으로 향했다.
3세계를 떠나기 전, 그들 만큼은 편히 쉬게 해주기 위해 CA와 CB의 중간, 우리가 처음 격전을 벌였던 곳에 그들을 잠들게 했다. 그 곳으로 내딛는 발 한걸음 한걸음이 무거웠다. 내딛는 발걸음 마다 그들의 부재를 각인시키는 것만 같아 울컥 눈물이 나왔다. 우리가 싸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그렇게까지 서로에게 날을 세웠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애초부터 2세계의 개입으로 이렇게 무너질것이었다면, 우리의 동료들을 왜 이렇게 잃어야만 했을까.
'모두의 행복'을 찾기 위해 시작한 전쟁, 그리고 모두의 행복을 잃어버린 전쟁. 그들이 잠들어있는 곳에 도착했다. 겨울이지만 햇빛은 오로지 그 곳을 비추고 있었다. 또 한번, 세게 바람이 불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눈 앞에 보인, 코드네임 V.
"늦습니다. 빨리 빨리 안 옵니까."
"!"
그 또한 10년 만이었다. 여전히 변함없이 여유로운 얼굴, 우리를 반기는 그의 모습에 나는 또 한번 울어버렸다. 팀을 떠난 후 만나지 못했던 그의 얼굴, 보리얼리스의 메틱팀이 다시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다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
"10년만에 이렇게 나타나는게 어딨냐구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가 외치자, 모두 아무 말 없이 웃고 있을 뿐이다. 웃기만 하던 한솔이 내 목도리를 다시 둘러매어주며 나와 눈을 맞추었다. 얼굴, 하나도 안 변했습니다.
"10년동안, 도대체 다들 어디있었던겁니까. 왜 나만 모르는거냐구요!"
"김교수님, 나도 모르거든?"
"왜 우리 둘만 모르는거냐구요!"
현재의 교수들이 그들의 앞에서 징징거리자, 과거 10년 전과 변함없는 모습이 다시한번 우리의 앞에 펼쳐졌다. 항상 징징거림과 귀여움을 도맡던 CA의 승관과, 그런 승관을 귀여운 눈으로 바라보던 지훈, 욱하는 성질에 불같던 나를 항상 진정시키던 한솔과 석민.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나를 함께 말리고 있었을 원우와, 왜 이제야 나타났냐며 같이 욱하고 있었을 순영을 온 몸으로 막고 있었을 민규.
그들의 빈자리가, 새삼 크게 느껴지는 바람에 모두가 정적을 맞았다.
그들의 앞에 섰다. 차례대로 잠들어있는 그들의 작은 무덤, 아무 말 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빈자리를 10년이나 지켜온 오늘, 그들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져 결국 눈시울이 붉어진다. 권순영은 나타나는데, 왜 당신은 안 나타나는건지. 정말, 내 얼굴이 지난 10년동안 단 한번도 보고 싶지 않았던건지. 그대들은 그 곳에서, 행복한지.
"울지마십시오."
"..."
"이 사람들도, 분명히 슬퍼하고, 원하고 있을테니까요."
지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하얀 목도리가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고 있는 것이요? 눈물이 흠뻑 젖은 목소리로, 올해의 첫 눈꽃을 맞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는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가 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아 나도 입을 닫아버렸다. 그들이 원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기에.
"벌써, 10년이야."
"..."
"10년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어."
석민이 셋의 자리를 텅 비어버린 눈으로 응시하며 말을 꺼냈다.
"우리의 청춘을 잃었고."
"..."
"우리의 청춘이 있던 곳은 사라졌고."
"..."
"우리의 평생을 함께 할 것만 같았던, 동료를 잃었어."
"..."
"3세계는 사라졌지만."
"..."
"우리는, 아직 살아있어."
3세계는 사라졌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있어.
그 말의 나의 심장 중심을 아프게 했다. 3세계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 곳의 일부였던 우리는,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문득 아까 전 순영의 환시가 내게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다시, …… 있어.'
'우린 언제나 곁에 있을테니까.'
"그럼요, 우리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한솔의 말에 석민과 지훈이 고개를 돌려 씩 웃어보였다. 하얀 겨울의 햇빛이 그들을 감쌌다. 하얗게만 보이던, 의미를 알 수 없던 그들의 말, 그리고 곧장 뒤에서 들려온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
"살아있었어야지, 그럼."
"..."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이 모습들이, 혹여나 너무 기분 좋은 꿈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너무, 꿈만 같아서, 다시는 오지도, 꾸지도 않을 달콤한 꿈만 같아서. THE LAST 이후, 이 곳에 다시 모인 우리는 내가 눈을 뜨면 다 사라져있을 것만 같아서. 잠에서 깬다면, 다시 우리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을것만 같아서. 그러면, 우리는 너무 아플 것 같아서.
"꿈 아냐."
"..."
"우리는, 다시 모인거야."
"..."
"새로운 시작을 위해."
새로운 시작, 그 말에 두 눈이 뜨였다.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요? 나와 승관이 재차 그들에게 묻자, 승철이 셋의 자리로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정적이 흐르던 중, 순영과 민규, 원우의 자리를 눈으로 오래 담아두던 승철이 말을 이었다. 그가 뻗은 하얀 손 끝에, 눈꽃들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지난 10년동안."
"..."
"우리는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많은 고난을 겪었어."
"..."
"과연, 우리가 지난 수 년간 찾아오던 진정한 세계가 무엇이었는지."
"..."
"동료를 잃고, 세상을 잃은 것이 과연 우리의 진정한 결과가 될 수 있었는지."
"..."
"2세계는 무너지고 있어."
"..."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
보리얼리스의 보스가 입을 열었다. 10년 간 듣지 못했던 그의 목소리. 예전보다는 많이 달라진 그들의 목소리가 10년간 그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져나왔다. 10년동안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으면서, 나에게는 그 어떤 말조차 해주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 우리에게 말을 전하는 그들이 미웠다. 그들이 야속했고, 말도 없이 떠나버려 말도 없이 돌아온 그들이 미웠다.
"..."
"저 빼고, 다 알고 있었던겁니까?"
"..음, 대충은."
"왜, 왜 저한테는 말씀 안해주신겁니까?"
"보스, 저한테도 말 안해주셨습니다."
".. 메딕들은, 참여하지 않았으면 했어."
".. 어째서."
"너희들은 수년 간 너희들의 동료를 살리고, 안타까운 운명으로 그들을 놓친 적도 많았었지."
"..."
"누구보다도 가장 힘들었을 너희들에게, 또 한번 이런 일들을 직면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
"..."
"하지만, 또 너희를 두고 간다면…"
"그것만큼 팀을 저버리는 일은 없지요."
"제가 거하게 반대하기도 했구요."
한솔이 자신을 가리키며 윙크를 해보였다. 그러자 조슈아가 씩 웃어보였다. 그리곤 우리에게 양 손을 내밀었다.
"함께, 가자."
조슈아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그 때도 나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울고 있던 나에게, 같이 가자고.
우리는 모두, 이렇게 시작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 때 내가 그의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그 때 내가 그의 손을 놓쳤더라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금 내가 손을 잡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시, …… 있어.'
'우린 언제나 곁에 있을테니까.'
THE LAST 외전과 후기는 주중에 업로드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THE LAST를 읽으시면서, 궁금했던 점이나 캐릭터들의 비하인드, 또는 작가에게 궁금했던 질문들을 꼭 댓글로 적어주세요.
(물론 저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적어주시면 정독합니다 힛)
후기 편에서 모두 얘기해드립니다.
THE LAST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승철이, 지수, 순영이, 지훈이, 민규, 승관이, 한솔이, 석민이, 원우 모두 수고했고 사랑한다 ㅠㅠ
세븐틴 1위도 정말 축하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