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틱틱댔나, 근데 어제 오늘 한숨도 못자서 피곤한건 진짜였어. 애기 달래는게 보통 일도 아니고..안그래도 변백현 수술하고 다음날부터 일하는거 신경쓰여 죽겠는데 아까 옆구리 짚고 가던게 자꾸 생각나서 집도 못가겠는거야. 퇴근시간되서 일도 다 끝냈는데. 변백현도 오늘 일찍 퇴근한다고 들었던 것 같아서 변백현 당직실로 내려갔지. 봉합한 곳도 한번 좀 봐야할 것 같아서. 근데 당직실 갔더니 애가 자고있는거야. 깨울까 하다가 아까 그렇게 헤어지고 좀 어색해서 그냥 두고 나왔어. ㅡ 저, 백현..아니 변백현인턴쌤 오늘 근무 아니예요? 아직 안오신 것 같은데. 아, 그 인턴쌤 오늘 병가내셨는데. 네? 어제도 몸 안좋다고 안나오셨는데, 오늘도 못나오시나보다. 사실 어제도 변백현 안보였는데 전화하려니 솔직히 자존심 상하고, 걔도 나도 바빠서 못 마주친거겠지 하고 넘겼거든. 근데 오늘은 내가 먼저 출근했는데 애가 출근을 안하길래 프론트가서 물어보니까 병가를 냈다는거야. 원래 학교다닐때부터 튼튼해서 아픈거 본적이 몇번 없었거든. 근데 아파서 병가까지 냈다니까 또 엄청 신경쓰이는거야. 그렇다고 연락해보려니 망설여지고..그러다 결국 퇴근하고 변백현네 집 갔지. "아, 아파.." "가만 있어봐, 여기 부었잖아." "아으..건들지마, 진짜 아파.." "언제부터 부었는데? 드레싱 제대로 안받았어?" "몰라.." 변백현은 땀 뻘뻘 흘리면서 이불 둘둘 말고 있고, 깜짝 놀라서 변백현 딱 잡았는데 갑자기 신음 팍 내면서 움츠러드는거야. 그래서 이불 걷어봤더니 티셔츠랑 이불 피범벅되어있고 소독약 냄새가 진동을 해. 소독한답시고 소독약 들이 부은것 같았어. 쟤 특기잖아, 소독약 들이 붓는거. 소독약때문에 더 추울 것 같아서 옷 갈아입혀주려고 벗기는데 땀에 젖고 얘가 가벼운게 아니니까 잘 안되는거야. 그래서 일단 티셔츠 반쯤 걷고 옆구리 봤더니 잔뜩 부어서 거즈는 다 떨어지고 봉합한게 다 벌어져있었어. 내가 손으로 살짝 건들였더니 내 손목 꽉 잡고 만지지말라고 하는거야. 그래도 안에 염증 생겼는지는 봐야할 것 같아서 화장실가서 손 씻고 변백현 가방에서 면봉꺼내왔더니 변백현이 이불로 다시 배를 덮고선 눈을 슬쩍 떠. "너, 미쳤냐." "안에서 곪은 것 같어." "..그래서, 지금, 그걸로.." 열 잔뜩 올라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게 필사적으로 내 손목을 잡는거야. 스치기만해도 아픈데 면봉으로 쑤시냐고 미쳤냐는거야. 지도 며칠 전에 찢어진 손에다 소독약 쳐 부어버렸던게. "아, 좀 놔봐." "염증 안 생겼어. 내가 알아.." "니가 뭘 알어? 좋은 말 할때 놔라." "나, 의사.." "아주 잘나셨어요, 그래서 드레싱 제대로 안하고 이 고생하고있냐?" 변백현이 힘이 빠지는지 결국 내 손목 풀어주고 눈을 감는거야. 얼굴은 시뻘게져서는. 그래서 면봉으로 상처 안에 살짝 넣었더니 변백현 엄청 움찔하면서 내 팔을 잡는데, 진짜 부러지는줄..또 불쌍해져서 내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진짜 아프대. 면봉 빼서 보니까 고름이 묻어 나오는거야. 봉합한 곳 염증생기면 진짜 귀찮아지는데. 한동안 고생하겠다 싶었어. "너 이거 봐, 안에 염증 생겼잖아. 왜 병원 다시 안갔어?" "..." "나한테 전화라도 했어야지." "..너 같으면 했겠냐." "당연히 했..." "신경 쓸 일 아니잖아." "야.." "신경 쓸까봐, 못 불렀지." "..." "너는 신경 쓸 일도 아닌데." "..." "왜 그렇게 신경을 써." "..." "새벽 세시잖아," "..." "열시 넘어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딱 저 말하고 뒤돌아서 눕는거야. 근데 화난 것 같아서 어떡하지, 하다가 그냥 침대 옆 바닥에 앉아서 변백현 등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만 지켜보고 있었어. 그러다 잠듬ㅋ.. 한참 자고 있는데 너무 더운거야. 내가 원래 한번 자면 절대 안 깨는데, 더워서 변백현 부르면서 안 덥냐고 그랬지. 애가 아무 반응이 없길래 몸 일으켜서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더니, 변백현이 진짜 엄청 인상쓰고 끙끙거리고 있는거야. "야, 왜 그래? 괜찮아?" " "어.." "뭐가 괜찮은데?! 아프면 깨웠어야지 미련하게 진짜 왜이러는데? 야 일어나봐, 병원가게." "됐어, 그냥 자.." 열이 얼마나 나는지 내가 다 뜨거울지경인데, 계속 나보고 자라면서 손으로 눈을 감기는거야. 진짜 화 안내려고 했는데 결국 막 화냈지. 그냥 자면 열 내릴 줄 알고 해열제도 안먹였거든. 근데 그게 아니었나봐. 그래서 일어나서 변백현 위에 겉옷 입히고 데리고 나가려하는데 진짜 병원까지 내가 데리고가는건 너무 무리인거야. 내 어깨에 변백현 팔 걸치고 일어났는데 한발자국 겨우떼고.. 그래서 김종대 불렀지. "아, 왜.." "너 변백현 자취방으로 빨리 와, 변백현 아파." "아프다고? 변백현?" "어, 내가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못가겠어." "니가 걜 어떻게 데리고 오냐, 지금 갈게." 김종대가 김민석때문에 병원에서 잤거든. 가까워서 다행이었지..변백현은 그냥 아예 정신이 나가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었어. 계속 땀 닦아주면서 밖에 추우니까 옷도 엄청 두껍게 입혔어. 글고 김종대 도착해서 변백현보고 기겁을 하는거야. "야..얘는 무슨 이 지경까지 이러고있냐?" "이틀 내내 아팠대, 얼른 업어봐." "근데 너는 왜 여기있어? 이 시간에?" " "얘 아프대서 어제 밤에 왔다가.." 김종대가 나 졸라 음흉한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엄청 놀리는거야ㅠㅠ 안될년이라고..결국 변백현 업고 병원가는데 김종대 가는 내내 징징거리고. 내가 변백현한테 패딩이랑 이것저것 입혔더니 애가 부피가 커져서 힘들다느니 어쩌니, 이러면서 궁시렁 거리는데 변백현이 뒤에서 욱욱거리는거야. "왜그래? 속 안좋아? 토할 것 같아?" 변백현이 계속 헛구역질 하길래 내가 등 탁탁 쳐줬더니 김종대가 기겁하는거야. "야,야. 등 쳐주지마. 진짜 토하면 어떡해." "속 안좋은 것 같은데? 아 빨리 좀 가봐!" "알겠으니까..제발 걔 등 좀 치지마..불안하단 말이, 씨이발, 변백현.." 결국 변백현 김종대 등짝에다 토함. 김종대 완전 쌍욕하고 변백현은 여전히 정신나가있고. 김종대가 등이 뜨끈하다고 온갖 욕질하면서 응급실까지 뛰었어. 변백현은 갑자기 흔들려서 그런지 머리를 부여잡더니 계속 토하고, 김종대는 미치려고하고. 난 그럼 안되지만..웃겨서 웃음 참느라 혼났어. "어, 변백현쌤 아니예요?" "맞아요. 어제부터 열났는데 방금 토하고, 아 또 수술한 곳도 덧났는데.." 거기 간호사가 아는체하면서 변백현 토 다 닦아내고 변백현 상처 너무 덧나서 그 새벽에 주치의쌤 콜받고 집에서 오셨어. 변백현 몸둘바를 몰라하고..결국 응급수술 들어갔는데, 응급실에서 수술실로 두번이나 직빵시키다니..스펙타클해 ㅡ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