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 수술 다 끝나고 회복실 누워있다길래 얼른 옷 갈아입고 회복실 갔더니 산소호흡기 쓰고 자고있더라고. 마침 주치의 쌤이 변백현 보러 오셨길래 여쭤봤더니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하셔서 한시름 놨지. 그러고 좀 기다리니까 변백현이 눈을 슬금슬금 뜨고는 호흡기를 빼는거야. "야야야, 그걸 왜 빼?" "바람 차가워." "그래도 하고 있어, 너 때문에 수명 십년은 줄었다." 억지로 호흡기 채우고 걍 손으로 내가 누르고 있었어. 변백현 힘없어서 몇번 내 손 치다가 걍 포기하고 다시 잠.. 병실로 올라와서 변백현 계속 자고 있는데 교수님이 올라오시더니 변백현 엉덩이 철썩철썩 때림. 내가 깜짝 놀라서 어, 교수님.. 하니까 교수님 걍 웃으시더니 변백현 깰 때 까지 흔들어서 괴롭히셨어. 사실 나도 옆에서 좀 즐겼지만.. "인턴, 안일어나나?" "으아...누구.., 아, 교수님?" "너 임마, 넌 의사 못해. 때려쳐, 그냥." "아이, 교수니이임..." "어후..." 변백현이 졸귀인척 하면서 애교 살랑살랑 부리니까 교수님 결국 아빠미소 터지면서 이마 톡 튕기셨어. 아마 쟤 애교로 한두번 넘어간게 아닌듯해.. 무튼 교수님이 변백현 보고 일주일 꼬박 입원하라고 당부하시고 가셨어. 내가 옆에 꿈뻑거리면서 앉아있으니까 변백현이 빤히 쳐다보는거야. "어,어..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아,어..아, 밖에 김종대 와있거든." "그럼 걔 보고 들어오라 그래." 으아악 속으로 비명지르면서 결국 못나가고 폰으로 김종대 불렀어. 사실 김종대 아까 변백현이 토한 것 때문에 변백현 자취방에서 옷갈아 입는다고 갔거든. 내가 어색해서 계속 이불만 잡고 괜히 수액라인 잡고 그랬어. "수액 멀쩡히 들어가는데 왜 자꾸 체크해?" "아..혹시나하고.." 아 시방 어색해!! 티도 못내고 어색기류 계속 흐르는데 김민석이 커텐걷고 우리 쳐다보는거야. 순간 변백현 표정 완전 날카로워지고. "넌 아직도 퇴원 안했냐?" "재수술한 사람이 뭐그리 당당해?" "아오, 저 새끼.." 김민석이 막 빙글빙글 웃으면서 배드에 걸터앉으니까 변백현이 발로 막 툭툭 차고 내가 하지말라고 발목 잡으니까 변백현 표정 더 썩음..좀 이따가 김종대왔는데 급 시끄러워져서 변백현이 막 짜증냈어. "아 머리아파 죽겠는데, 조용히 좀 해." 김종대가 입 삐죽거리면서 삐져있다가 갑자기 옛날 얘기를 하는거야. 김종대 변백현이랑은 고딩때부터 쭉 친했으니까 그 사이에 진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거든. 김민석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 반짝이고 변백현은 김종대 멱살 잡았다가 힘 못써서 자포자기 했지. 김종대가 얘기했던 것 중에 하나 얘기하면, 변백현 인턴으로 들어온지 얼마 안됐을 때 일이야. ㅡ 그 날은 응급실에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온거야. 근데 이게 몇중추돌이랬지..무튼 되게 큰사고였어. 진짜 정신없고 환자는 계속 들어오는데 베드는 부족하고. 변백현은 인턴된지 얼마 안되서 당연 응급실에 있었고 나도 그때는 응급실파트였어. 베드가 너무 부족해서 병동 남는 베드 다 끌고 내려왔는데도 부족한거야. 인근에 큰 병원이 우리병원밖에 없어서 어떻게 수송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 나 옷에 피 다 튀고 손이며 얼굴이며 죄다 피범벅이었어. 변백현이 계속 그게 맘에 안드는지 손에 물수건을 쥐어주는거야. 그래서 대충 닦아내도 밀려들어오는 환자들 받다보면 또 묻고, 변백현 얼굴은 점점 구겨지고. "얼굴 좀 닦아, 손도 그게 뭐야." "닦을 시간이 어디있어. 야, 저기 저기!" 잠깐 얘기하고 있는 사이에도 환자가 들어오는거야. 남는 의사가 없었는지 구조대원들이 당황하길래 변백현이랑 얼른 뛰어갔더니 진짜심각한 환자였어. 차에서 끌어내는데 오래걸려서 늦게 왔다는거야.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수혈을 해야하는데 환자가 너무 많아서 혈액도 다 떨어졌어. 환자 혈액검사했더니 에이형이었고 변백현이 급하게 에이형을 찾는거야. "혈액형 에이형이신 분 계세요?!" "백현아, 나 에이.." "너 빈혈있어서 안돼, 조용히 하고 있어." "지금 수혈 할 수 있는 사람 없어, 보호자한테 할 수도 없고.." "왜 없어, 넌 그냥 기다려." "내가 하면 된다니까, 보호자분, 제가 수혈할테니까 걱정마세요." "아,ㅇㅇㅇ진짜..." 변백현이 수혈바늘 가지고 와서도 계속 망설이는거야. 자기가 에이형 찾아보겠다면서 간다는거 억지로 잡아서 결국 수혈했어. 나 누울 침대도 없어서 환자 옆에 앉아서 수혈했는데 변백현은 이 모든 상황이 맘에 안들었던거야. 계속 안절부절 머리 헤집으면서 환자보다가 틈틈히 나한테 달려오더라고. "야, 괜찮아? 어지러우면 바로 말해."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가서 환자나 봐." "이게 뭐냐,진짜. 앉아서 수혈하면 더 어지러운데. 너 이것만 하고 병동 간호사랑 교체해, 어?" "알겠어, 알겠어." 나 사실 계속 어지러웠는데 말하면 바로 변백현이 바늘 뽑을거 뻔하니까 괜찮다고 했어. 변백현도 바쁜지 나한테 계속 오다가 못오는거야. 나는 변백 분주하게 돌아다니는거 구경하다가 머리가 뎅 울리는거야. 변백현도 정신없고 나도 넋 놓고 있다가 수혈을 너무 오래해 버린거야. 순간적으로 변백현 불렀는데 변백현이 고개 딱 들더니 표정 싹 굳어서 뛰어왔어. "미쳤어? 너 이거 몇분째야?" "몰라, 머리아파. 소리 좀 지르지마." "내가 못와도 니가 때되면 뺐어야지, 내가 이래서 너 하지 말라고 했지. 어? 왜 말을 안듣고 꾸역꾸역 니가 한다 우기냐고, 내가 너랑 일이년 아는 사이야? 내가 너를 몰라?" "나 좀 엎드려있을래.." "병실 잡아 줄테니까 가서 혈액 들어오는대로 수혈받아." "병실에 베드 다 내려와서 남는 거 없어, 그리고 혈액 여기도 모자라. 내가 알아서 할게, 가봐." "응급환자만 환자야? 너, 그거 고쳐야 돼. 니 몸 관리 니가 안하면 누가하는데, 너 이틀 연속 나이트뛰고 와서 수혈하는게 말이나 됐냐, 처음부터?" 계속 앞에서 잔소리 해대는데 내가 짱나서 걍 두손으로 귀막고 무릎에 얼굴 파묻었어. 변백현이 계속 팔 잡아당기면서 지 당직실이라도 가서 누우라고 하는데 말투 완전 화나있는거야. 얘가 평소에 엄청 다정하잖아. 근데 약간 다혈질적인게 있어서 맘에 안드는거 있으면 말투랑 표정이 싹 바뀐단 말야. 나 변백현이 화내는거 진짜 싫어하는데, 쟤가 말도안되는 억지 쓰면서 화내니까 나도 짜증나는거야. 솔직히 내가 변백현 당직실 들어가 눕는것도 말이 안되고 환자 미어터지는데 사람 한명 비면 인력 딸리는거 어떻게 감당해? 내가 어디 심하게 아픈것도 아니고 잠깐 어지러운것 가지고 난리치니까 나도 화나서 쏘아붙였어. "나 내 몸관리 알아서 해, 너나 맨날 억지부리는 버릇 고쳐. 지금 상황파악 못해? " "너 그러다 쓰러지면, 그러면 어떡할건데?" "어지러워서 쓰러진 적 한번도 없으니까 가서 일이나해." 완전 냉랭한 기류흐르고 다시 환자 보는데 교통사고라 그런지 진짜 끔찍한 외상이 많았단 말이야. 내가 추스리려고 하기만 하면 변백현이 와서 뺏어가지고 지가 다 하는거야. "저기 가서 시티실 옮기는 거나 거들어." "너 왜 자꾸 내가 하는 일마다 그래?" "손에 피묻히는거 보기 싫어서 그런다, 왜?" "응급실에서 손에 피 안묻히는게 말이 되냐?" "어, 말 되지." 변백현이 억지 부리면서 계속 내 일 가로채는거야. 쟤가 유독 나 피묻는거 싫어했었거든. 여자애가 피 많이 보면 안된다고. 그게 병원에서 가능하기는 하냐만은.. 지금 생각하면 쟤도 다 나 생각해서 그런건데 나는 그때 너무 화가 나는거야. 변백현이 내 일 다 가로채니까 저게 나 무시하는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진짜 열받은 상태로 일했어. 새벽에 환자들 밀려왔었는데 아침 8시쯤 되서야 일이 일단락됐지. 나는 아까부터 어지러운것 때문에 잠깐 앉았는데 변백현이 또 와서 잔소리 해대는거야. "그러게 내가 아까 쉬라고 했지, 나 오늘 퇴근 못해서 김종대불렀어. 집까지 태워달라그래." "김종대를 왜불러? 걔가 무슨 니가 오라하면 오고 그래야해? 택시타고 가도 되는 거린데 왜 애를 왔다갔다하게해?" "너 택시 안탈거 뻔하니까 그렇지, 그리고 너네 집에 아무도 없잖아, 오늘." 내가 진짜 너무너무 화나서 눈물이 나올라 하는거야. 눈물 그렁그렁 고이니까 변백현이 당황해서 내 앞에 쭈구리고 앉아서 급 달래기 시작했어. 와 나 더 화나서 꺼지라고하는데 마침 김종대가 와서 나보더니 깜짝 놀란거야. 옷이랑 얼굴이랑 다 피범벅되어있으니까. "어우, 응급실 뒤집혔구만? 근데 얜 왜 울라그래?" 김종대가 막 다정하게 얘기하면서 어깨에 손 올리는데 미친듯이 서러운거야. 그래서 김종대 끌어안고 막 엉엉 울었더니 김종대가 등 토닥토닥 해주면서 왜 그러냐고 계속 물었어. 변백현이 미안한지 내 손 살짝 잡았는데 내가 탁 쳤더니 김종대가 상황파악하고선 나 데리고 나가더라고. "변백현이랑 또 싸웠어?" "응.." "변백현이 다 너 걱정해서 그러는거지, 너 닦아주라고 물수건도 챙겨주던데." 저러면서 물수건으로 얼굴이랑 손이랑 닦아주는데 갑자기 엄청 미안해지는거야. 솔직히 변백현이 한 말 중에 틀린거 하나 없는데. 내가 괜히 예민해져서 막 화내고, 울고 그랬으니까. 거기다가 마지막에 변백현이 손잡았는데 내가 뿌리친게 생각나서 더 미안해지고. "변백현 안에 있어?" "어, 응급실에 있을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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