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세자빈의 죽음
세자빈 마마께서 궁에 들어온 지 어느덧 두 달이 되었다.
우리는 더욱 돈독해졌다.
"10분 뒤에 세자저하와 저녁식사가 있으시고..."
똑똑-
"들어오세요"
전정국이었다.
"근위대 277기 전정국입니다. 세자저하께서 급한 출장히 잡히시어 금일 저녁식사는 취소되었습니다."
전정국이 돌아가고 나는 갑자기 바뀐 일정에 PDA로 추가된 일정이 있나 확인했으나, 그냥 펑크만 난 걸 확인하고는 기쁜 마음으로 연서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그냥 자유시간이....!"
"저 사람....내가 아는 그 정국이지...?"
"....연서야.."
"왜 말 안해줬니..?"
사실, 연서도 전정국을 많이 좋아했다.
둘은 초등학생이라기엔 꽤 마음이 깊었던걸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전정국도, 너도, 힘들거잖아...내가 어떻게 알려주니."
연서는 한참을 울었다.
난 곁을 지켰다.
"정국이는, 날 못 알아봐?"
오랜 침묵끝에 연서가 꺼낸 말이었다.
"가끔 아는 사람 닮았는데 누구인지 기억이 안난다고 했어."
"탄소야. 만나게 해줘."
"둘 다 힘들어. 알잖아. 지금 만나서 어떡하게 둘이. 내 말 듣자 응? 일단 시간을 가지고..."
"소원이야..."
연서의 표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세자저하께서 아시면..."
연서가 내 귀에 대고 짧은 귓속말을 했다.
"왜..왜 말 안했어? 왜..."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탄소야..."
나는....울었다.
"탄소야..."
"....다녀오겠습니다."
난...정말 몰랐다.
//
"277기 전정국. 무슨 일이십니까?"
"근무..언제까집니까"
"30분 남았습니다."
"저기.."
"279기 최영찬."
"전정국 세자빈마마 호출 때문에 먼저 빠지니까 얘 PDA까지 제대로 전달해줘."
"예."
나는 무작정 전정국 손을 잡고 대한관으로 향했다.
"뭔데."
"잘 들어."
"뭔데 분위기잡냐. 잠만, 너 울었냐?"
"세자빈마마...연서야."
"뭐라는거야."
"알잖아. 오연서."
전정국이 잠시 멍하게 있었다.
"들어가자."
내가 말하기도 전에 전정국은 연서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난 밖에 있는 근위병들을 조기 퇴근시켰고, 밖에서 기다렸다.
생각보다 조용했다.
물론 둘이 원래도 시끌거리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거의 10년만에 만나는 사람들치고 정말 분위기가 고요했다.
//
한참 지나고 해가 떨어지자 전정국이 방에서 나왔다.
"너...울었냐?"
"조금만 더 일찍 말해주지 그랬냐..."
"...들었구나.."
우리 둘은 연서의 방 앞에서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
다음 날, 세자빈마마는 쓰러지셨고, 난 팀장회의 중에 그 사실을 듣고 처소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연서의 몸 위엔 흰 천이 덮여있었다.
외근 중이던 세자저하도 만사를 제치고 돌아오셨고, 전정국도 왔다.
사인은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
연서가 어제 내게 고치지 못할 심장병이 있어 살 날이 얼마 안남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을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이별을 고할 정도인 줄은 몰랐다.
전정국은 차마 오래 보지 못하겠는듯 뛰쳐나갔고, 세자저하는 흰 천이 덮인 세자빈마마를 바라보고 계셨다.
//
3일에 걸쳐 장례가 진행되었다.
나는 그 며칠동안 울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장례식 진행을 도와야 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오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면서 나는 오열했다.
세자빈마마 보좌팀은 2일간의 휴가를 받았고, 난 그 이틀동안 고열에 시달리며 연서의 죽음을 아파했다.
//
다시 근무로 복귀하면서, 나는 대한관을 치우던 나인에게서 세자빈마마 방에서 나왔다는 편지 세 통을 받았다.
하나는 내 것, 하나는 전정국의 것, 하나는 세자저하의 것이었다.
나는 전정국에게, 또 세자저하께 편지를 전한 후 숙소로 들어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열었다.
「 탄소에게.
탄소야. 내가 가장 보고싶어했던,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너였어.
난 이제 보고싶은 사람들 다 봤으니까 이제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세상이랑 이별하려고 해.
몸이 힘들어서 이젠 지친 것 같아. 그동안 남들 몰래 약먹는 것도, 가슴이 답답해도 숨 참아가면서 꾹 참는 것도.
이정도면 할아버지께 훌륭한 손녀, 아버지께 좋은 딸, 오빠께 자랑스러운 동생이 되었겠지?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 그만큼 보답했어야 하는데...
혹시 나를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너가 가서 난 행복했다고 전해줘 탄소야.
마지막까지 고마워. 오늘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인 것 같아.
p.s) 세자저하께서 널 참 많이 아끼셔. 나 대신 잘 보필해드려.그리고..정국이도 잘 부탁해. 나 때문에 많이 슬퍼할 것 같아.
어디서든 너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줄게. 행복해야 해. 탄소야.」
그렇게 아픈데 단 한 번도 티를 내지 않고 그 어마어마한 스케줄을 소화한 우리 세자빈이...
나는 쉴 새없이 눈물을 흘렸다.
//
세자저하께 마지막 특별보고를 드리러 세자저하를 찾아뵈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278기 나탄소....마지막 특별보고서 제출하겠습니다."
"그래. 줘 보거라"
제출하고 나서 기다리는 데, 세자저하께서 물으셨다.
"세자빈의 편지...너도 받았느냐."
"..예..저하..읽어보셨습니까"
"내게 진작 말하지 그랬느냐. 둘이 친구였다고."
"그럴걸 그랬습니다.."
"참 좋은 사람이었다."
"제게...마지막까지...저하를 잘 보필해달라고...부탁하셨습니다..세자빈마마는...그렇게 착하신 분이셨습니다.."
눈물이 자꾸 나서 말을 잇지 못했다.
세자저하께서 일어나신 후 내게 다가오셨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고 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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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세자빈과 정국 탄소 세자의 사각관계를 예상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전 이 글 쓰기 전에 미리 회별 제목으로 미리 시나리오?줄거리? 암튼 그런거 짜놓고 시작했었는데 사각관계는 생각지도 못했던....
암튼..세자빈은 중요한 엑스트라였습니다...ㅎㅎㅎㅎ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죄송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제 기승전결 중 기와 승이 지나갔네요
더 재밌는 연재로 댓글로 주신 사랑에 보답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