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반으로 돌아와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하면, 어? 나를, 그것도 나 박지민을! 모를수가있지?!
"후..."
한숨을 쉬어 내리다 주변 시선에 한껏 어색한 웃음을 비췄다.
나도 모르게 헤집어버린 머리도 차분히 정리할겸, 벽에 걸려있던 거울을 쳐다봤다.
흠. 솔직히 이정도면 괜찮은데.
얼굴도 얼굴이지만 그동안 어디가서 성격 나쁘단 소리 들어본적도 없고, 몸도 좋은데.
아, 방금 내가 생각해도 되게 재수없었다 나ㅎㅎ
"지민아~ 뭐 기분 나쁜일 있어~?"
"어? 아니야~ 그냥.. 그냥... 아."
평소에 나한테 대놓고 관심을 표하던 여자애 한명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까 소리지른 것 때문에 화나 보였나. 그나저나 왜 소리를 질렀나 설명하려다 또 그 여자애가 생각났다.
아.
짧은 외마디와 함께 이마에 핏줄이 서는게 느껴졌다. 아 또 짜증나네..
"지민아...?"
"아, 아니야. 아무것도."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하루종일 기분 나쁘겠네.
어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괜히 관심받으려고 날 모르는 척 하는 불쌍한 어린양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니. 더군다나 초면한테, 나 박지민한테 대놓고 미친새끼라니. 아니 여자애가 말이야, 이 박지민도 모르고, 입도 험하고, 생각하는 것도 재수없고! 그러고보니까 김태형 옆에서 미친듯이 웃었었지, 아마? 걔도 똑같이 재수없어. 다음에 꼭 한대 때려야지.
"야, 지민이 오늘 진짜 화나는 일 있었나봐."
"그니까.. 나 저런 지민이 처음봐."
"내가 다 놀랐잖아. 소리지르고 짜증내서."
"원래 맨날 웃는 얼굴이었는데... 오늘 인상까지 썼어..."
"근데 저런 지민이도 존멋"
"맞아. 새로운 지민이를 발견한 느낌."
옆에서 우리반 여자애들이 하는 말이 들렸다. 소근거려도 다 들리거든..?
그치만 방금 한 말이 구겨진 기분을 조금 펴지게 해줬다. 거봐, 나 인기 많다니까? 아까 걔가 이상한거라니까?
아, 근데 나 방금 인상쓴거 좀 멋있었나...ㅎㅎ
매일 이미지 관리랍시고 웃고 다녔는데, 가끔은 짜증난 거 표현 해야겠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다짐을 했다.
*
"야, 김태형!"
"엉?"
"너 저번에 빌려갔던 책 내놔라!"
"저번에.. 뭐더라.. 아 그거 반에 있다. 가서 줄게."
얜 뭐를 빌리면 제때 가져다 줄 생각을 안한다. 그래서 항상 돌려받으려면 직접 찾아가거나 물어보거나..
한숨을 쉬며 김태형네 반으로 가는데 나도 모르게 번뜩 그 여자애가 생각났다.
으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나고 옆에있던 김태형은 흠칫했다. 야, 아니 내가 안돌려줄 생각은 없었고... 그냥 까먹은 것 뿐인데 그렇게 화낼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되도않는 변명을 늘어놓는 김태형을 보며 내가 이렇게 화가 많았나- 싶었다.
"책 여기. 이제 그만 돌아가..."
"왜 나 보내려고 하냐. 뭐 죄지은거 있냐?"
"너 지금 화난 거 아님?"
"...아니, 별로."
"그래? 그럼 있어도 돼!"
나도 모르게 대화하다 김태형 옆자리 책상에 앉았다. 역시 책상엔 걸터앉아줘야지.
그러자 김태형이 곤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어... 그, 거기 책상에 앉지마. 김탄소 또 화낼라."
"김탄소?"
"그 자리 주인인데, 걔가 책상에 누가 앉는 거 엄청 싫어하더라고. 나한테 다음부터 말해두라고 해서..."
"뭐야, 그게 끝이야?"
"뭐가 더 필요해?"
아니, 야! 김태형! 생각을 해봐! 걔 어제까지 나 마주친것도, 말한것도 두번째였다니까!?
어쩌라는거지- 의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김태형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근데?
"근데~? 근데라고~?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박지민이잖아. 아 귀찮게 할거면 그냥 가."
"야씨, 솔직히 객관적으로 생각해봐. 보통 여자애면 걔가 날 보고 그러는게 말이 돼?"
"김탄소 원래 주변에 관심없어."
"그래도, 적어도 나는 알아야하는거 아님?"
"응, 아님."
"아, 김태혀어어엉! 태형아아아아! 나는 진짜 내 인생에서 이만큼 충격적인 건 처음이라니까아아?"
"맞다, 지민아. 어제 걔가 뭐랬는줄 아냐? 너 연예인이녜ㅋㅋㅋ"
"응? 헤, 내가 좀 연예인 같이 생ㄱ..."
"너 연예인도 아닌데 자기가 왜 널 알아야하녜는데?ㅋㅋㅋㅋㅋㅋ"
"......"
그것, 참, 옳은, 소리네.
딱딱 끊어 말하며 화를 참는데 옆에서 미친듯이 웃어재끼는 김태형이 거슬렸다.
야, 그만웃지? 지금 웃겨 이게?
한바탕 할 생각으로 김태형한테 달려드려는데, 김태형이 빨리 나한테 일어나라고 한다. 나랑 진짜 한바탕 해보겠다 이거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야 거기 내 자리야."
"어?"
"뭐야. 또 너야? 왜 맨날 내 자리에서 그래?"
"...어어?"
아, 어제 그 애다. 화가난듯 전투적으로 몰아붙이는 말에 나도 모르게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그 애는 갑자기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내 옷깃을 덥썩 잡아 책상 밖으로 날 밀어냈다. 허? 얘 진짜 나 모르네?
아직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생각이 뇌리에 스쳐갔다.
게다가 날 앞에두고 신경도 안쓰고 옆에있던 김태형하고 도란도란 대화를 한다.
"김태형, 어제 말했던거 얘한테 말 안해줬어?"
아- 짜증나네. 날 모른다고, 네가.
"야, 태형이가 말했다잖아. 근데 왜 또 그러고있었냐고."
아- 나는 모르는데 김태형은 알아? 어이가없네.
"내 말 안들려? 무시해, 지금?"
얘 뭐지.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자 내가 무슨 할말이라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가만히 날 쳐다본다.
진짜, 진짜로 바보같은 생각이고, 입 밖으로 내보내면 멍청한 짓이라는 걸 잘 아는데도 그 애를 마주한 순간 내 입은 멋대로 움직였다.
"너 나 몰라?"
"또 그소리야?"
"아니, 진짜 모르냐고."
"박지민."
"어..!?"
"박지민이라며, 너. 그건 알아. 됐어?"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은 그 애는 곧장 자리에 앉았다.
아, 뭐야 고작 이름만 알았던 거네. 허.
기가차서 뱉은 소리에 옆에있던 김태형이 나를 툭툭 친다. 넌 뭐야, 왜. 옆에서 내가 당하는 거 지켜보기만 했던게. 눈을 흘기자 머쓱하게 뒷통수를 긁던 태형이가 시끄럽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아, 나 근데 방금 되게 뭔가... 기뻤던 거 같은데.
쟤가 나 알아줘서.
단지, 이름뿐이었지만.
~*~
뭔가 제가 써놓고도 왜 이렇게 유치한거같은지,,,ㅠ퓨ㅠㅠㅠ
아 그리고 제가 원래 암호닉을 받을 생각을 하나도 안하고 있었는데..! 프롤로그부터 받을줄은 몰랐어요!
제가 받아도 될까 싶고...!
그래서 이번화까지만 받을게여...! 이미 주신 감사한 분들도 계시고(쑥스)
다음화 올라오기 전까지에요! 다음화까지 올라오고나서 정리해 쓸게옇 감사합니다!